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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가소성 - 일생에 걸쳐 변하는 뇌와 신경계의 능력 DEEP & BASIC 시리즈 3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경진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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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나간지 10년 되는 책모임이 있다. 한참을 쭉 나가다 한참을 쭉 쉬기를 반복했다. 지난 수요일에 했던 모임은 10명이 참석했는데 한 명은 그날 처음 온 신입회원이었다. 그중 초반부터 같이 했던 멤버는 다섯, 5년미만인 멤버가 셋이다. 특별히 가입 제한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 대부분 문은 열려있다. 덕분에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목적으로 한번 와봤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 막연하게 이 모임이 좋긴 하지만 가끔 시간될때 오는 사람. 어쩌다 이 모임에 고여버린 사람. 타지에 이사와서 친구가 필요해서 왔는지, 교양있고 우아한 사교모임장을 찾아왔는지, 책을 좋아해서 왔는지, 격렬한 토론의 승자가 되기 위해 왔는지, 종교와 보험과 다단계 제품을 팔러왔는지, 상상속의 유니콘같은 책모임을 찾아왔는지, 자기계발을 하러 왔는지. 가입 문의 연락이 왔을 때 한 방에 알 수는 없다. 고인물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고여줄 새로운 얼굴을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한다.

시냅스와 시냅스강화. 강화버섯을 먹으면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가 증가한다.


사람의 뇌는 신비롭다. 신경세포 사이 신경전달물질들이 이동하는 곳을 시냅스라고 한다. 시냅스는 우리가 어릴 때 일단 아주 많이 생성된다. 그리고 나중에 경험과 자극에 의해 가지치기를 하는 방식으로 발달한다. 이 과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 만약 처음부터 방향성을 가지고 필요한 것만 생산한다면 만들고 삭제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시간도 단축된다. 가지치기 방식은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대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눈에 담은 것들, 감정으로 마음에 묻은 것들, 꿈으로 외워 머리에 새긴 것들은 시냅스강화로 우리의 뇌에 남는다. 닿지 못한것, 경험하지 못한 것, 관심받지 못한 것들은 가지치기당한다. 그래서 우리 각자의 뇌는 고유하고 특정한 하나의 세계로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책모임은 누군가 어떤 세계를 몰고 올지 모르는 위험에 항상 처해있다. 그래도 되도록 섬세하게 몇개의 스위치를 사용해서 하나의 신경망을 만들고 삭제하는 수고를 한다. 사람의 뇌와 책모임은 꽤 닮았다.






책의 제목인 신경가소성은 신경계가 변화하는 성질이다. 뇌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학생때 한번쯤 들어봤을 중추신경계, 교감신경계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신경이다.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구분하는데, 그래서 신경과학이라는 더 큰 범주안에 뇌과학이 들어있다. 신경계는 신경세포들의 모임이고, 신경세포는 신경계에서 가장 기본단위로 본다. 놀라운 건 신경가소성(변화)의 범위는 기능과 구조까지다. 구조도 바뀐다! 청소하고 땀을 흘려 책상과 소파 위치를 바꾸는 게 아니다. 우리 머리속에서 신경세포 하나의 생김새와 용도가 계속 바뀐다. 그 세포 하나들이 모여서 이루는 신경계와 확장하면 뇌 전체까지.

저자인 모헤브 코스탄디는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경과학자, 과학작가다. <신경가소성>은 168쪽의 작고 얇은 책이다. 내용은 다르다. 방대한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연구방법이나 설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한다. 특히 최근에서야 확정되는 신경가소성에 대한 과거의 관점과 발달과정을 보여줘서 이해가 쉽다. 뇌과학은 현대의 장비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크게 진전이 이뤄졌다. fMRI 방식은 수술로 머리를 열지 않고도 뇌를 촬영해서 활성화된 부분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 이런 최첨단 기술 이전에는 뇌 연구를 어떻게 했을까? 후천적으로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연구해서 조금씩 발전해왔다.

사고로 뇌의 특정한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에서 찾은 성격변화나 상실된 기능들은 그 부분만이 그 기능을 하고 있다는 추론을 하게 만든다. 과거 다른 연구도구가 없는 상태에서 손상된 부분이 특정 성격이나 기능을 담당한다는 추정은 자연스럽다. 뇌는 어느정도는 큰 역할이 나눠져 있어 정상적인 경우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일정 부분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되면 세포들의 구조와 역할이 바뀐다. 가능한 범위의 손상이라면 주변의 다른 세포들이 점차 역할을 나눠가진다. 손상이 커서 대체할 수 없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나치와 일본의 생체실험에서 현대의학이 비약적 발전을 이룬 것처럼, 베트남전쟁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병명이 생겨난 것처럼 뇌과학도 많은 손상된 뇌로부터 한걸음씩 나아갔다.

책에는 2015년에 FDA 승인을 받은 브레인포트V100이라는 감각치환장치가 소개된다. 카메라 달린 선글라스를 끼고 혓바닥 위에 우표만한 전극 장치를 올려놓으면 따끔거리는 자극을 준다. 시각을 촉각으로 바꾸는 장치다. 이 기계로 훈련한 시각장애인의 70%가 물체 인식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본다. 무엇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안다. 눈으로 세상을 보는 많은 사람들과 같게는 아니어도 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어디에 어떤 것이 어떤 크기로 웅크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됐다는 것. 처음부터 비어있거나 잃어버린 기능의 자리에 새로운 감각과 방식이 자리잡는다. 언제부턴지 그냥 보여서 볼 뿐인 나같은 사람의 시선으로는 사람의 마음으로부터건 기술로부터건 기적같은 일이다. 책을 읽다보면 신경가소성의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은 항상 같을 수 없고 그러니까 언제나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어떤 순간 이제 더는 잃을 게 없다는 확신이 있다면 앞으로 뭔가 더 얻을 일만 남았다는 확신도 된다.

어려서 읽던 과학책은 신기한 지식으로 가득했다.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과학책들은 다르게 읽힌다. 자연의 법칙은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책을 읽는 것. 책과 내가 연결되는 것. '책과 나'가 여럿 모인 책모임. 신경세포와 시냅스, 신경계와 정확하게 같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만나봐야 한다. 만나서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확장해줘야 한다. 각양각색의 신경세포들과 시냅스를 강화하고 극단적이고 불통한 시냅스들은 힘을 내 시들게 해야한다. 겨우 만난 귀한 사람과 꾸준하게 접촉해야 한다. 다른 사소한 것에 밀려 자리를 잃지 않도록 시냅스를 강화해가야 한다. 누가 언제 올지 모른다. 힘닿는 데 까지는 새로운 시냅스를 갈망한다. 치명적 손상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어찌어찌 움츠러든 시냅스를 다듬고 신경계를 조정해왔다. 그래서 나는 일단 어제도 책모임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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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현대지성 테마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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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확실하고 강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 자신감 안에 확신과 마음, 헌신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점점 이전에 애매하게 말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좋아진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신중한 태도의 애매함인 경우에.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배제하거나 짐작으로 단언하지 않는 경우에. 주목받는 주제를 건드리면서 확언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그래서 믿음직하다. 이중언어자들의 뇌에 대해 말하면서도 제2언어를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은 말하지 않는다. 이중언어자에 대한 연구 결과를 풀어놓으면서도 나머지 사회적 요인과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높아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책은 사실 <이중언어의 뇌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중언어자의 언어영역 뇌과학 일대기를 다룬다. 뱃속에서부터 이중언어환경에 처한 아기의 뇌, 성인이 되어 이중언어자가 되는 과정과 된 후의 뇌, 노화된 뇌를 다룬다.

보노보노처럼 보이지만 쪽쪽이 문 아기.

어떻게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심지어 말도 못하는 아기) 실제로 이중언어 연구에는 어려움이 많다. 우리가 영어나 중국어를 공부할 때 느끼는 어려움의 차이처럼 언어들은 비슷한 언어들도 있고, 크게 다른 언어들도 있다. 한국어-영어 이중언어자와 한국어-중국어 이중언어자를 같은 실험대상으로 놓고 연구하는 데는 찝찝함이 있다. 그렇다고 똑같거나 비슷한 속성의 실험대상을 가진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을 찾기도 어렵다. 재밌는 것은 아기 대상 연구의 해결방안이다. 아기들의 선호도나 관심도 조사에는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확인한다. 아기들은 선호하거나 관심이 높은 대상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빨기 반사도 있다. 아기들은 집중할수록 더 강하게 빤다. 두뇌의 산소소비량을 촬영하는 방법도 있다.

이중언어 환경에 처한 아기들의 뇌를 단일언어 환경 아기들의 뇌와 비교한 다양한 연구들이 소개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중언어와는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영어권의 생후 9개월 아기에게 중국어 선생님과 놀게 했더니, 아기는 중국어 소리를 언어로 인식했다. 방법을 바꿔 녹음테이프를 대신해 틀어주었을 때는 언어로 학습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소리에 노출되는 걸로 배우지 못한다는 거다. 사회적인 접촉을 하면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만 아기는 새로운 소리를 언어로 배웠다. (다시 한번 이 아기는 태어난지 9개월짜리다!) 이 사실은 아기에게는 다정하고 보호자에게는 슬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린 아기에게 이중언어 능력을 선물하고 싶다면 보호자가 직접 다른 언어로 놀아주거나, 다른 언어의 놀이선생님을 고용해야 한다.


아기는 자신의 언어환경을 고를 수 없다. 성인은 타고난 환경에서 이중언어자가 된 경우도 있고, 자발적으로 학습을 통해 이중언어자가 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층 복잡하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자발적 이중언어자의 경우다. 이 경우 이중언어자는 언어를 습득할 때 통제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외국어로 말하다보면 특정 단어가 절대 떠오르지 않고 한국어만 맴도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한국어에 대한 언어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언어통제는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서서히 연습하게 된다. 이중언어 생활을 하다보면 언어를 변경해서 쓰는 시점이 있다. 이 때 언어변경비용이 발생한다. 당연히 이중언어중 비우세언어(외국어) →우세언어(한국어)로 바꿀 때 비용이 더 적을 것 같다. 사실은 반대다! 한국어는 내가 익숙한 언어고, 외국어는 불편한데 왜 그럴까? 이중언어자의 뇌에서 언어통제는 '억제활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한국어로 말하고 생각할 때 뇌에서는 영어와 관련된 뇌활동을 억제한다. 손쉽다. (내 뇌에서 영어와 관련된 부분은 아주 작으니까.) 그런데 내가 영어로 말할 때는 내 뇌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한국어와 관련된 뇌활동을 모두 억제해야 한다. 훨씬 어렵다. (이 사실에 자신있다.) 영어로 말하다가 한국어로 말하려면 억제되어 있던 많은 부분을 모두 복구해야 한다. 반대로 한국어로 말하다 영어로 말할 때는 억제되어 있던 아주 작은 부분들만 복구하면 된다.

사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치매예방 때문이다. 이중언어를 하면 치매가 예방될까? 답을 보기 전에 인지예비용량이라는 개념을 배워야 한다. 인지예비용량은 10년간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인정받고 있는 개념이다. 우리가 흔히 치매예방 생활지침으로 접하는 풍부하고 자극적인 지적인 활동들이 인지예비용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인지예비용량이 큰 사람은 신경퇴행성질환(치매 포함)을 겪을 때 증상이 늦게 나타난다.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일단 질환이 시작되면 인지예비용량이 작은 사람보다 진행속도가 빠르다. 대규모 연구 결과를 보면 이중언어자는 잦은 언어통제로 인한 꾸준한 자극 때문인지 인지예비용량이 크다. 실제로 이중언어자는 4~6년 정도 치매가 지연되었다. 스코틀랜드에서 11살의 어린이 7만명을 대상으로 오랜시간 동안 추적조사한 국가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중언어 능력 자체가 어떤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 여건의 결과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책에서는 인도에서 평균학력이 낮으면서도 문화적으로 이중언어생활이 대부분인 지역의 연구결과도 제시한다. 여기서도 치매가 지연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하지만 여전히 인지예비용량이라는 개념이 많은 부분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 분야 연구의 어려운 점 중 하나다.

특이했던 건 마지막 5장이다. 갓난아기부터 노화된 이중언어자까지 뇌를 탐구했는데 마지막에 이중언어자의 의사결정 과정 부분이 나온다. 놀랍게도 언어선택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외국어(비우세언어)를 쓸 때 감정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쓸 때 우리는 더 논리적으로 말한다. 모국어만큼 풍부한 감정이나 섬세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사실에 더 집중하게 돼서다.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다루어 유명해진 기차의 딜레마 문제가 있다. 달리는 기차의 방향을 바꾸어 다섯명을 살릴지, 바꾸지 않고 놔두어 선로에 서있는 한명을 살릴지가 문제를 제시한 언어에 따라 달라진다! 모국어로 문제를 본 참가자의 17%가 방향을 바꾸어 한 명을 희생시키겠다고 하고, 외국어로 문제를 본 참가자는 40%가 같은 선택을 했다. 도덕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불리한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면 상대방의 모국어와 억양을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중언어가 정말 이렇게 쓸모있다면 시간을 들여 배울 가치가 있을까? 요즘 나는 헷갈리는 문제들 앞에서 이렇게 가정해본다. 그래서 내 자녀도 이러면 좋을 것 같은지. 가상의 자녀는 생각보다 꽤 쓸모가 있다. 당장은 괜찮지만 중년에 접어든다거나 인지적 능력의 저하가 확 와닿을 때쯤, 뇌를 위한 부스터로 남겨두고 싶다.(사실 좋은 건 알겠는데 공부하기는 싫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강력한 연구결과가 있다. 과연 가소성의 화신인 뇌가 언어를 잊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 프랑스로 3~8살 사이에 입양됐던 아이들을 연구한 결과는 아주 희망적이다. 꾸준히 노출되지 않은 언어는 깨끗이 잊힌다! 미리 공부해두면 다 까먹어도 나중에 다시 공부할 때 빠르게 익힌다는 말도 들어봤는데 이건 일부분만 사실이다. 재학습시 초기에는 똑같다. 하지만 노출된 적 있던 언어는 학습이 진행되면서 소리를 효과적으로 구별한다. 뇌에 언어의 흔적이 남기는 남는다. 현재 확실한 건 소리에 대해서만! 그러니까 평소 밥벌이를 할때 영어가 쓸모없는 나는 당분간은 여행전 벼락치기 회화공부로 충분하겠다고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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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24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결론이 너무 좋은데요 언어 공부 당장 필요 없으면 안 하는 걸로 ㅋㅋㅋ

link123q34 2021-01-24 09:55   좋아요 1 | URL
흐힣 그쵸 공부하기싫어서 하면 기똥차게 좋다고 할까봐 불안불안해하면서 보다가 만족했어요ㅋㅋㅋㅋㅋㅋ

chika 2021-01-24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스트레스받으며 공부할 필요는 없을것같아요.
적당한 뇌운동은 치매예방에 좋지만 심하면 안좋을지도. 친구말에 의하면 멀티태스킹을 과하게 한 사람들이 치매에 더 많이 걸린다는데 그것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어요 ^^

link123q34 2021-01-25 11:4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좋아라ㅋㅋㅋ 마음에 좋은게 몸에 좋은거니까~~ 상냥한 친구분 덕분에 저도 마음편히♡
 
여자, 뇌, 호르몬 - 뇌와 호르몬이 여자에게 말해주는 것들
사라 매케이 지음, 김소정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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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나왔던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제작년에 나왔던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라는 같은 책을 1년만에 제목만 바꿔 재출간한 것이다. 서론에서 저자는 책을 쓴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한 오해와 질문으로 이어져서 굳이 제목을 바꾸었다고 해명한다. 생물학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우열의 대상이 아님에도 곧잘 악의적으로 잘못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 악의적인 습관은 실은 그 우열에 근거가 없고, 의미가 없고, 사실도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함과 절박함의 근거로 보인다​.




사라 매케이의 <Demystifying the female brain>은 2018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작년 5월에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신경과학자로 주로 여성의 생애에 따라 뇌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태아기, 아동기, 사춘기, 임신과 수유기, 갱년기와 생의 마지막 노화 순간까지 여성의 뇌와 호르몬을 탐구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해보이는 이 탐구가 왜 특별하고 책으로까지 출판되어야 했을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1. 경구피임약은 아주 일반적인 약이다. 그런데 이 약이 여성의 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 !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은 2014년에 처음 나왔다. <호르몬제를 활용한 피임법 50년 - 이제는 피임약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때가 되었다.> 정말이다.

2. 저자는 다중 오르가슴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결심하고 관련 자료를 찾는다. 하지만 관련 자료는 얼마나 있을까?

☞ 퍼브메드에는 관련 논문이 5개밖에 없다. (원서 출판 시점인 2018년 근처일 것으로 추정)(PubMed - 생물, 의학 관련 논문을 기재하는 온라인 사이트) 그 중 세 편은 남성에게 다중 오르가슴이 가능한가를 다루는 논문이었다.

3. PMS(월경 전 증후군 - 생리를 시작하려고 할 때 변하는 감정) 때문에 고생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 ! 놀랍게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전체 여성의 12~90% 사이일 거라고 추정한다.

여성의 몸은 이제까지 임상 연구에서 배제되었고, '작은 남성'이라는 추론으로 치료받아왔다. 그 결과 미국에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퇴출된 약물 중 80%는 여성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퇴출되었다. 남성의 몸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물들은 시판 전 임상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져서일 것이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구조적으로 다를까? 책에서는 모자이크 뇌라는 개념을 말한다. 만약 사람의 뇌를 여자같은 부분(그런 게 있다고 가정한다면)은 분홍색으로, 남자같은 부분은 파란색으로 칠하기로 하자. 그리고 한 사람의 뇌를 멀리서 바라보면 분홍색이나 파란색이 아주 진한 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분홍색과 파란색이 뒤섞여 보라색이나 자주색, 남색의 모습일 거라는 개념이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다르다는 주장은 위험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성이 양육보다 중요하다는 폐기된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고, 다름이 우월함과 열등함으로 주장되기도 한다. 남자의 뇌는 다른 남자의 뇌와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여자의 뇌는 다른 여자의 뇌와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물론 뇌에 여자같은 구조와 남자같은 구조라는 건 없다.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는 사실 없다고 하는데, 임신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면 어떨까? 책에서 임신건망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임신건망증은 브레인포그처럼 집중하기 힘들고, 제대로 기억하기 어려워하는 증상이다. 임산부의 75%가 호소한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조군과의 비교연구결과를 보면 실제로는 임산부들이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보다 수치적으로 학습과 기억을 더 잘했다. (출산 후 할일도 많아지고 생존도 불리해지는 어머니에게 진화와 유전자가 준 선물일까?) 차이점은 임산부들이 스스로 기억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저조했다.(이건 사회가 주는 선물?) 임신건망증은 사실 1960년대에 생겨난 개념이라고 한다. 여성이 다수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시기라 임산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시거리를 주게 되었고, 그때 여성들이 내놓던 변명이라고 말이다. 사실과 반대되는 믿음은 현재까지 이어지는데, 사회가 그 증거를 선택적으로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 잘못된 신화는 여성은 감정적이며 호르몬변화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인식과 연관된다.

그럼 여성은 정말 호르몬 주기에 따라 감정적으로 변할까? 월경전 증후군이 정말 있다면 범인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월경전 증후군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거의 없다.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이 범인의 유죄 선고까지는 더 많고 정확한 연구결과가 필요하다. 대신 우리는 사람의 감정기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을 이미 알고 있다.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을때,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아플 때다. 월경전 증후군에 대한 모함에도 신화는 숨어있다. 월경전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대면 만능키처럼 여성이 자신이 힘든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또 생리 직전에 여성은 짜증을 많이 내고, 이성을 잃고, 신뢰할 수 없다고 생리적 저주를 걸면 여성의 몸에 대한 긍정적인 자기인식도 망가뜨릴 수 있다.

월경전증후군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갱년기에 여성이 겪는 고통과 불편은 확실하다. 태아때부터 한평생 강력한 협력체제를 이루던 뇌와 난소가 연락이 끊기면서 몸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기를 가지기 때문이다. 갱년기는 별탈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60%,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20%, 심각한 증상을 겪는 사람이 20%라고 한다. 갱년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호르몬대체요법이다. 모든 치료법에는 부작용이 있다. 치료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있을지 모르는 위험은 생각해보는 게 맞다. 하지만 호르몬대체요법은 오히려 암과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오해가 퍼져 있다. 2017년 북미갱년기학회는 수백만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십년간 축적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호르몬대체요법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질병에 영향을 미치고, 위험보다 이득이 많다고 밝혔다. (책에는 더 자세한 근거들이 있다) 기억할만한 건 유아기나 청소년기처럼 뇌가소성에 결정적 시기가 있듯이 호르몬대체요법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점이다. 시작한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갱년기 증상 초기에 바로 호르몬대체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고, 부작용이 가장 적다. 갱년기 증상은 안전하고 저렴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데도 참고 버티는 거의 유일한 건강 문제다.

오래된 고급 와인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핵실험에 사용되었던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표지를 이용한다는 얘기를 본 적 있다. 책에는 신기하게 그 내용도 들어있었다. 와인뿐만 아니라 냉전시대 핵실험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뇌세포 DNA를 분석하면 그때의 제조날짜가 새겨져 있었다는 거다. 그때 당시 핵실험으로 대기에 C14 양이 증가해서 그 탄소들을 식물이 광합성해서 양분을 만들었다. 식물과 동물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한 인간의 세포에도 그대로 C14가 표지됐다. 그래서 중년기 사람의 해마에서도 매일 700개쯤의 뉴런이 새롭게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오래된 고급 와인과 다큰 성인에게 새로 생긴다는 해마는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세상의 절반인 여자들은? 더 귀하고 소중하다. 그 세상의 절반인 여자들이 평생 30~40년간 생리를 겪고, 갱년기를 지난다.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증상이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연구대상이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자기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서야 우리는 작은 남성이 아닌 여성의 몸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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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신경과학의 신화와 실제 사이의 과학적·사회학적 질문들
힐러리 로즈.스티븐 로즈 지음, 김동광 옮김 / 이상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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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나는 뇌과학을 신비로운 '마법사의돌'로 기대했다. 뇌과학책을 열심히 읽어서 치매 예방을 하려고 했다. 치매만 피할 수 있다고 하면 이중언어건 뭐건 고대 라틴어라도 공부할 마음이 있었다. 즐거움과는 별개로 약을 먹는 마음으로 악기 연주도 하고, 싫어하는 운동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자기계발을 해서 지금부터라도 수퍼 휴먼이 되려고 했다. 10000시간이 걸리는 일을 방법이든 내용이든 뇌에 착 붙여서 5000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면 뭐라도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이건 뇌 뒤에 '과학'이 붙어있으니까 되는 방법일 거라고 기대했다.



인터넷서점에 검색해보니 올 한해 '뇌'라는 키워드를 붙여 출판된 책만 169권이다. 뇌과학책이 쏟아지는 시대다. 한때의 심리학처럼 무엇이든 뇌과학만 갖다붙이면 그럴듯해 보인다.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어볼까하는 책들의 제목은 이런 식이다. <창조하는 뇌>, <10대의 뇌>, <사회적 뇌>, <책 읽는 뇌(다시, 책으로로 개정)>, <정리하는 뇌>. ~하는 뇌가 대부분. 내 뇌를 물질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서 무적의 도구로 만들어줄 거라는 욕망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의도적으로 뇌과학 대신 신경과학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유는 뇌과학이라는 용어가 사람의 정신활동이나 마음이 오직 뇌에서만 일어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라고 한다.

컨텐츠를 만드는 마음이란 유튜버나 뇌과학자나 같은 것이다. 주제의 중요성과 심각성과 절박함은 썸네일과 제목으로 표현된다. 책의 제목은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 그대로다. 신화적 뇌과학이 정말 신자유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하고. 원제는 <Can NEUROSCIENCE CHANGE OUR MINDS?>이지만 한국에서는 마음이 미래로 바뀌었다. 우리 마음을 바꿔 사회를 바꿔야 미래를 바꿀 수도 있을 거라는 저자들의 의도가 담긴 더 멋진 제목이다.

부부인 두 저자는 신경과학자이면서 급진과학운동-원자폭탄에 반대,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와 자본에 포섭되는 것을 비판-의 주역이다. 신경과학 자체의 연구나 활용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환원주의에 대한 것이다. 환원주의는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근본 원리와 개념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전에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왓슨이 주장했던 유전자 환원주의가 그 예다. 뇌신경 환원주의를 우리가 함께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그 관점이 우리를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을 뇌신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은 삭제되고, 모든 가능성들도 단지 하나의 뇌로 환원될 뿐이다. 이렇게 각종 사회 현상들이 뇌 탓이 되고 뇌를 소유한 개인의 잘못이 되고 결국 현상의 본질인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가린다. 개인의 의지와 부족 탓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이 '뇌'와 '신경'이라는 접두사는 신자유주의의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 테크노사이언스-과학과 기술의 융합-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치경제학과 한 몸이 된다. 특성상 테크노사이언스는 고가의 장비와 지원금이 필요하고,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경제성장거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소외되는 것은 다시 한번 사람이다. (지원금) 대규모 프로젝트는 당연하게도 폭넓은 산업적 잠재력과 부의 창출을 기대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뇌는 자원이 되고, 사람은 정신자본을 담는 그릇이 된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이 방면의 나쁜 과학-과학을 나쁜 의도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국가의 21세기의 정신자원을 최대로 활용하고 비용을 최소로 들이기 위해 시선을 교육으로 돌린다. 부모는 뇌가소성-양육과 교육-이라는 마술로 자녀를 쪼그라든 뇌에서 구해내도록 요구받는다. 이 시선에서 뇌의 초기 발달과정에서 정신자본이 결여된 부모, 양육기술이 형편없는 부모, 아이를 위한 열정이 부족한 부모 탓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빈곤으로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영양부족에 처한 아이들이 공부하고 학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위해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원금과 시대적 필요성에도 신경과학이라는 학문에는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 이것이 실제로 어떤 종류의 과학인지에 대해서다. 신경과학은 탄생 과정에서 다른 과학의 분과들이 그랬듯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흡수되었는데, 그 분야는 실로 다양하다. 심리학자, 생물학자, 교육학자, 사회학자, 수학자, 아동정신의학자 등. 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연구를 하긴 하지만 이 분야들은 아직도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이 학문 자체가 짐을 싸놓은 여행가방이 아니고 하나의 연구 분야인지가 불확실하다고 저자들 스스로 말한다. 중심이 되는 하나의 '뇌 이론'이 없는데 각 분야를 하나로 통합시킬 방도도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날개를 달고 풍부한 데이터는 확보했지만 이론이 빈곤한 분야라고 표현하고 있다. 물론 데이터의 바다에서 나쁜 과학의 근거이기도 해서 언제든 조각내어 훔쳐지고 가공된다.

늑대를 조심하라는 이 양치기들은 평생 열심히 연구해서 이걸 어떻게 쓰고 싶은 걸까? 방향제시의 부분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신경다양성이다. 모든 사람의 뇌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얼굴이 모두 다른 것처럼. 이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고 한다. 이것은 '비전형적' 인지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신경과학은 이 신경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공존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책에서 소개되었던 사례는 이런 것이다. 어떤 연구에서 10대의 뇌가 저녁형이라는 결과가 있어서 청소년들의 등교시간을 늦춰보는 실험을 하는 것. 연구결과의 진실여부나 효과여부를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고, 측정의 기준도 논란이 있을 것이다- 떠나 이런 식으로 사회에 적용해볼 수도 있다. 신경다양성의 범주와 경계는 계속 바뀌면서 비전형적 인지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범위도 계속 바뀐다. 이 사람들의 상태는 결과이고, 일차적으로 그 원인은 사회와 경제에 있다. 나 자신만은 언제나 '전형적' 인지 상태일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각자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노후가 언제나 불안하고, 그 불안은 치매에 대한 공포가 됐다. 지금 있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없어진다는데 그럼 나에게는 무슨 일거리가 남는건지 불안하고, 그 불안은 끝없는 자기계발에 대한 욕망이 됐다. 그 안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최소한 괜찮을 거라는 자기 위안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뇌과학이라는 마법사의 돌을 찾아 수퍼 파워를 갖고 싶었다. 이미 연구된 성과만 사용한다 해도 강력할 것 같았다. 그 도망길에서 만났던 이 책은 나를 뇌과학에 거는 기대에서 다시 도망치게 한다. 이 분야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감시하지 않으면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기수이자 구호가 될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구조를 잘 지켜보며 다듬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 연구를 직접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신경다양성에서 '신경'이라는 접두사를 빼면 그것은 우리가 사회 안에서 가지고 있던 문제와 똑같았다. 결국 시작한 곳으로 돌아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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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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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손상으로 인한 성격변화를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어떤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보다 피부에 와닿는 이 시대의 필독서. 우리 모두는 치매를 포함해 뇌손상 환자이며 가족, 잠재적으로 뇌손상 환자나 가족이 되고 이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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