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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은 1년간의 휴직을 보내고 복귀하려고 했던 달이다. 복직 코앞에서 이석증이 터져 다시 기약없는 휴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의 읽지 못했어야 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림책을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자기치료 경험담을 보면서 나도 치료할 부분을 찾아보고, 적용해볼 게 있나 살펴봤다. 현실 세계가 순간 잊어지는 미스터리 소설로 도망갔다. 그림책 17권, 소설 5권, 심리 4권, 투자 1권, 에세이 1권.



◆그림에세이















 비상시를 대비해서 남겨뒀던 <요코씨의 말>을 꺼내먹었다. 작가 사후에 발표되었던 에세이 중 일부를 일러스트를 붙였다. 처음엔 사노 요코의 일러스트가 아니라서 아쉬웠는데 보다보니 느낌이 비슷한 듯도 싶고 작가 일러스트가 많아서 좋았다. 사노 요코가 직접 그렸다면 본인에 해당하는 일러스트를 이렇게 많이는 못 봤을 것 같아 장점. NHK 방송국에서 TV로도 방영되고 인기도 많았다고 하니 역시 사람 마음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아마 대부분 봤던 글일 텐데 대부분 처음 본 느낌. 읽고 난 책이 백지에 가깝게 잊혀지는 능력은 축복이다. 신간이 나오지 않는 애정하는 작가의 작품도 거리두기만 적절하면 다시 처음과 같은 감동으로 볼 수 있다. 평생. 심술도 부리고 고집도 쓰고, 똥강아지 할머니인데 사노 요코 글을 읽으면 왜 따뜻하고 마음이 말랑해지고 충성을 맹세하게 될까? 어제 보던 <당신이 옳다>에서는 솔직함 때문에 모든 아기들이 사랑스럽다고 하던데. 솔직함과 진짜 인생.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현대판 어린왕자 느낌이었다. 길 위의 소년이 친구들을 하나씩 만난다. 단순한 선과 색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구나. 거짓말처럼 아름다움은 한장 한장 이어진다. 이야기를 조용히 따라가는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


 <100 인생 그림책>은 기대와 다른 책이었다. 제목만 보고 100명의 인생이 한장씩 박물관처럼 모여있는 줄 알았다. 1명의 인생을 1살부터 100살까지 한장에 1년씩 그림으로 모은 책이다. 어떤 면에서는 착각도 맞는데,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그 나이대의 인생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담았으니까. 첫 장은 방금 태어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형식 덕분에 누군가의 평생을 사랑을 듬뿍 담은 시선으로 회고하는 영화같은 인상. 채도 높은 색깔을 많아 눈이 즐겁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국인 편으로 또 보고싶다.


<살짝 욕심이 생겼습니다>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올해 나온 일러스트 산문집. 글도 쪼끔. 일러스트도 찔끔이지만 그대로 충분하다.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하지 못한 조각난 생각들을 풀어줘서 참 좋았다. 역시 이런 작가도 모아둔 짜투리가 많이 있구나~ 할 수 있어서. 작가가 살짝 고집부려 넣었다는 스케치 조각들도 좋았다. 볼 수 있는 사람은 보세요.도 좋았다. 그냥 다 좋아. 이 작가 거 안 본 거 많이 남겨놔서 좋아.


 <쉬운 일은 아니지만>은 20대 일러스트레이터의 성장 4컷일기.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지만 내 또래의 이야기를 더 보고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가만히 자기를 살펴보고 돌보는 작가를 보면서 저렇게 20대를 보낼 수 있었다면 지금 나는 다른 모습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지금부터 지난 시간들을 거슬러서 살펴보고 돌봐주는 일을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일. <당신이 옳다>에서는 살면서 해야하는 일을 미루면 이자를 톡톡히 치른다고 했다. 내가 치르는 대출이자는 마이너스통장이 됐다. 원금에 이자에 이자에 붙은 이자에 물가상승률까지 아주 호된 스노우볼이 돼있었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다.



◆동화책











 열반님 서재에서 받아온 <대혼란>은 너무 좋았다. <아니의 호수>, <개를 원합니다>, <내 안에 내가 있다>도 좋아서 소름. 그러고 보니 알라딘에서 키티 크라우더 엽서 굿즈도 판 적이 있었다.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나 봄. 느낌에 안 예쁘고 거친 그림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바뀌었다. 역시 담긴 메시지가 중요하다. 

 <대혼란>, <아니의 호수>, <개를 원합니다>는 모두 하나의 서사를 가지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내 안에 내가 있다>는 키티 크라우더가 일러스트만 그린 거라 좀 다른데, 나 자신을 다루는 건 같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일러스트로 그렸다. 분위기는 좀 기괴하고 컴컴하다. 심리치료 교과서를 그림화한 느낌이라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전체적으로 황량한 느낌이 전체 내용 이해도를 올려줘서 좋았다. 시리즈로 더 여러권이 있다면 좋겠다.


 <파도야 놀자>는 이수지 작가의 작품. 이수지 작가가 물을 표현한 걸 보고 있으면 동시대를 살아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파도 주제 탐구의 아름다운 결과물. 꼬마아이가 파도랑 노는 내용에 색도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시원한 바닷가에 다녀온 듯한 청량감.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바다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엄청나. 



◆그래픽노블








 예술가들의 예술가라는 표현에 반대할 수 없는 수작이었다. 아이디어라는 걸 꽉꽉 뭉쳐 반죽하고 살을 붙이고 색감을 넣고 오랜 시간 숙성하며 다듬은 결과. SF의 현재를 반영한 미래사회 실험적 모습을 일러스트로도 잘 보여준다. 역사적이고 몽환적이다. 메세지와 이야기, 강렬한 원색 중심의 일러스트 각각 모두 대단하고, 조합도 뛰어나다.



◆소설









 <열대>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데뷔 15주년 기념작. 15주년이라니! 20대 때 내가 술고래가 된 데 모리미 도미히코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확실히 지분이 있다. 이 작가는 재기넘치는 신예 작가와 대학생으로 만나 같이 자란 느낌. 한참 뒤 와 모리미다 모리미! 하면서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을 연달아 읽고 팬심이 한김 식었다. 모리미 색이 확실한데 그래서 비슷한 느낌.. 하지만 역시 묘하게 그래도 응원해야지 싶은 정이 있다. 어떻게 쓰고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역시 도쿄에서 출발해도 힝속았지? <열대>도 교토물이었다. 환상 범벅 현세인지, 현세 범벅 환상인지 싶은 기세도 여전하고. B급 정서와 한김 빠진 듯한 솔직함이 군데군데 덕지덕지 붙은 것도 여전하고. 한참 뒤에 또 지나갔던 장면 갖다 쓸 거니까 샅샅이 눈에 불켜고 넘기게 되는 페이지도 여전하고. 이번에 좋았던 건 작가 스스로일 책덕, 이야기덕 냄새를 팡팡 풍겨서.  


 현실삭제는 미스터리지. 사회파는 부담스럽지. 피, 칼은 굳이 보기 싫지. 그런데 세상에 코지 미스터리라는 장르라니. 나는 신대륙에 오고 말았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3부작 <하자키 목련빌라의 비밀>, <진달래 고서점의 비밀>,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살인 사건이 나오긴 하지만 스트레스 없이 코지코지하게 즐길 수 있다. 배경 지역은 하자키라는 가상의 시골 지역.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건 같은 지역과 형사 한 명. 왓슨 역할은 권마다 바뀐다. 사건의 주요 인물들도 모두 다르고 독립적인 이야기인데, 각 책의 인물이나 배경이 흐름과 상관없이 등장하는 재미가 있다. 큰 연관은 없지만 소소한 재미까지 잡기 위해 순서대로 보는 걸 추천. 


 전에 책읽아웃 듣고 담아둔 <최애, 타오르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봤다. 힘닿는 데까지 최애가 있는 곳엔 어디에나 있고, 최애를 빼면 내 인생이라고 할 만한 건 어디에도 없어지는 덕자 이야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에나 있는 덕자를 구석 중의 구석으로 끝까지 몰아붙여본 소설. 등골이 서늘하고 안쓰럽다. 얇아서 쉽게도 읽히지만 쾌락, 욕망, 목적,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심리









 어떤 사람과 책은 몇 번이나 피하려고 해도 마주치게 된다. 괜한 오해일 때도 있고, 역시나 역시일 때도 있다. 책모임에서 같이 읽기로 했을 때, 한번 피했는데 다른 모임에서 결국 피할 수 없이 다시 만난 <행복의 기원>. 사람에게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며, 행복은 강도라기보다 빈도라는 조언이다. 충분히 수긍되는 주장이지만 근거와 내용, 전개는 조금 빈약한 느낌. 당시에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근거로 대부분 자기 논문만 제시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쉽고 편리한 책이지만 읽다 오히려 작가가 정신적인, 의미로서의 형체없는 서양 전통 행복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귀납으로 묶어둔 행복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같이 본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 수용소 생활을 6년 정도 겪고 생존한 정신과 의사의 기록. 처음에는 필명으로 출판했다고 한다. 내가 몸상태가 좋을 때 하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과 비슷하다. 행복을 주제로 목적한 책은 아니지만 삶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행복보다 상위 개념을 가져와서 손쉽게 해결한다. 하위 개념이기에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말. 

 책은 좋은 뜻으로 숭고하고 거창하다.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인생에서 어떤 피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하더라도 ㅡ그게 나치 수용소 생활이라도..!ㅡ 그 사건을 마주하는 나의 태도만은 나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 삶의 의미와 목적은 그런 과정 그 자체일 뿐이라는 것.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 모든 사건들, 지나온 시간들, 마주했던 어린 내가 했던 일들, 당연히 수용하고 당연히 수용하지 못하면서 생겼던 마음들. 묶어두고 감추려고 했던 감정들. 그런 게 다 촘촘하게 엮여서 내 인생으로 만들어졌고, 내가 만든 거구나.

 작가가 창시한 프로이트, 아들러와 정신과의 3대 이론이라는 로고테라피에 대한 설명도 있다. 독자 요청에 의해 개정하면서 추가로 덧붙였다고 하는데 아주 좋았다. 역설 의도 기법 부분도 아주 재밌었는데, 적용해보고 싶어지는 내용이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편 로고테라피에서 활용되는 '역설 의도' 기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다. 즉 마음속 두려움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일을 생기게 하고, 지나친 주의 집중이 오히려 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  이런 접근법을 통해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비록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 여기서 독자 여러분은 환자의 태도가 반전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이 있던 자리에 대신 그 반대되는 소망이 들어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불안이라는 돛대에서 바람이 빠져나가고 말았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182p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의 결정. 그래서 이어서 같이 보다 만 <자기 결정>. 수용소와 결이 비슷했다. 다른 점은 수용소의 특징은 피할 수 없는 고난 회고 부분이 빠져있다. 얇지만 압축적이고 강의식으로 서술돼 시간면에서는 경제적.

 <꾸뻬씨의 행복여행>과 <행복의 지도>는 행복사전 느낌의 여행기.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좀더 현대동화적이고, <행복의 지도>는 좀더 문화 탐방기에 가깝다. 행복여행도 정신과 의사가 쓴 책. 행복의 지도는 나라별 문화적 다양성 관찰기인데 빌브라이슨 느낌과 비슷하다. 재미있었지만 내가 찾던 책과는 거리가 있었다.


 8월의 또다른 수확은 휴머니스트의 <자기만의방>시리즈. 지식실용서를 표방하는 에세이 시리즈다. 일본의 자기치료 경험담 에세이 3권 번역본은 모두 기대 이상으로 아주 좋았다. 아무래도 시리즈라 편차는 있다. <이대로 괜찮습니다>는 표지의 약간 못난이 일러스트가 아니었다면 펼쳐보지 않았을 책. 삐죽삐죽한 네거티브 여왕 일러스트가 절묘해서 맘에 쏙 든다. <미움받을 용기>컨셉으로 현자 힐러 역할로 대인관계치료 전문 정신과의사가. 뿔난 젊은이 역할로 아닌데요? 이건데요? 아닌데요? 를 외치는 작가가. 자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 속시원한 대리치료 느낌이다. 그냥 이대로 괜찮아도 괜찮아요 말고. 이대로 괜찮아도 괜찮아요~~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가 <이대로 괜찮습니다>보다 약간 세다. 자기혐오에서 빠져나오는 경험담. 자기혐오까지의 개인적인 역사가 극적으로 질질 끌며 그려지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담백하고 솔직하고 간결하다. 단계적으로 7가지 행동 스위치를 실행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투자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한 번은 읽어야할 투에이스님의 부동산 절세 기술 개정판.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법이 바뀌고 있는데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 각 주제별 세법의 취지와 원리, 역사를 같이 다루고 있어 두고두고 볼 가치가 있다. 정권교체 이전의 최신 세법까지 모두 반영했다. 열심히 공부하면 책값의 수천배는 금방이다.



◆에세이









 <타인의 기원>은 1993년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리 모리슨이 쓴 자기 소설에 대한 설명. 미국 사회의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에 대한 통찰. 타인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 역사와 흔적에 대한 추적. 이방인을 설정하는 본질적인 이유까지 포함하는 방대한 사유를 쉽고 간결하게 전한다. 어떤 말도 안되는 위대함은 어떤 말도 안되는 역사와 마주하며 태어나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소개된 소설들의 스포가 꽤 함유돼있다. 소설 작품도 꼭 보고싶은 작가.



 갑자기 시간의 틈에 주어진 선물같은 한 달이었다. 나를 찬찬히 바라보며 알아주고 이해해주면 되는데. 낯선 일이라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했나 뚤레뚤레 쳐다보고 더듬어 따라해보려고 노력했던 시간. 나는 늘 근본적으로 나는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안다. 과녁만 제대로 찾으면. 


 9월은 어떤 계획도 없이 맞이한다. 마주했던 일들을 끄집어내 내 감정도 살펴보고 알아주고. 그래서 다음 앞으로의 태도로 진행할 수 있게. 스노우볼을 살살 녹이면서. 

사노요코처럼 솔직하고 유쾌하고 진솔하게. 

요시타케 신스케처럼 기발하고 귀엽게.

홍화정처럼 찬찬히 소중하게.

키티 크라우더처럼 어떤 힘과 마음을 글과 그림에 담아서.

이수지처럼 단순한 몇 가지에 집중해서.

뫼비우스처럼 뜻을 담고도 넘치는 상상력으로.

모리미 도미히코처럼 잘하고 좋아하는 걸 꾸준하게.

와카타케 나나미처럼 심각한 일도 편안하게.

우사미 린처럼 무거운 주제도 쉬운 언어로.

보내보자. 


 8월 한달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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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0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31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8-30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월에 무려 28권이나 읽으셨군요~!! 겹치는 책은 없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 휴직을 다시하시지만 몸 건강해지시길 바라겠습니다~!!

link123q34 2022-08-31 07:0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응원 감사해요~ 건강은 애서가의 기본 구성요소인데 소홀했으니 반성합니다. 연말을 위해 중간점검차 서재 다녀왔는데 좋았던 책 중심으로 정리중이셔서 염탐 불가ㅎㅎ 리뷰하신 책 중에서 한 권 이번주에 봐놔야겠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2-09-0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1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카기 나오코의 다른 책들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돼서 힘든 6월 한달을 신나게 보낼 수 있었다. 알라딘에서는 똑똑하게 '다카기 나오코'로 검색하면 '타카기 나오코'로 발행된 책들과 같이 보여준다! 도서관은 달라서 같은 이름으로 등록된 책들만 보여준다. 어째서 이런 일이..? 전에 보다보면 어떤 건 다카기 어떤 건 타카기로 돼있어서 이상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번에 찾아보니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다카기'라고 표기하지만, 영어 표기로는 Takagi 라고 표기하기 때문에 생긴 일 같았다. 같이 많이 쓰는 듯.. 


 다가키 나오코의 책은 우리나라에 총 29권 나와있는데, 이게 총 8곳의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 같다. 살림, 문학동네, 미우(대원씨아이),애니북스, 아르테팝, 시공사, 매일경제신문사, 인디고(글담)에서 한 권 이상씩 나왔다. 이 중 살림과 아르테팝이 8권으로 가장 많이 출판해주었다. 고마워요~~♡ 많은 출판사에서 출판되지 않은 책들을 찾아 하나씩 만들어주는 덕분으로 단점과 장점이 있다. 단점은 출판 시점이 뒤엉켜 보인다. 장점은 덕분에 갑자기 다카기의 과거 시절을 다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다카기의 상경 시절 독립 생활 이야기여서 그 때 이야기를 차례대로 다시 보고 싶어서 정리해본 대략적인 시간순 정리 짜란~~ 출간순서말고 책 내용에서 다뤄지는 다카기 인생의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단행본 10권이 누락되었는데, 본지가 오래돼 기억이 잘 안난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29권 모두 새로 봐버리면 다음에 힘들 때 아껴둔 안 본 다카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할 수 없다. 언젠가 다시 한번 모아서 정리할 생각. 




























 소재별로 묶으면

*상경일기 : 도쿄에 왔지만, 뷰티풀 라이프1,2

*혼자살기 일상 : 혼자살기 5,9년차, 독립생활 다이어리, 혼자살아보니 괜찮아

*가족 이야기 :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 서로 40대에 결혼

*마라톤 이야기 : 마라톤 1년차, 마라톤 2년차, 해외 마라톤 Run Run!

*음식 이야기 : 배빵빵 일본 식탐여행, 배빵빵 일본 식탐여행 한그릇더!

*여행 이야기 : 축제 만세!

*DIY 이야기 : 얼렁 뚝딱 홈메이드

*150cm 일상 : 150cm 라이프1,2,3


 역시 가장 좋아하는 건 혼자살기편. 혼자살기편에 나오지 않는 다른 일상들도 궁금했는데 상경일기편에서 주로 다뤄진다. <도쿄에 왔지만>이 막 상경했던 시기. <뷰티풀 라이프>에서는 알바시절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남아있다. 혼자살기 시리즈는 자취하며 누구가 겪게 되는 본격 좌충우돌 이야기! 주로 장봐서 요리해먹는 내용이 많다. 


 충격의 마라톤 시리즈는 일본에는 4권이 출판되었고, 우리나라는 그 중 3권만 번역되어있다. 나머지 한권도 너무 궁금~ 다카기의 전체 책들에서 주로 먹는 이야기의 비중이 큰 편이지만, 배빵빵 시리즈는 본격 음식+여행 이야기~. 150cm 라이프 시리즈는 첫 작품이라 그런건지(다음 책들만큼 찰지지가 않은 느낌?) 150cm 라이프에 공감이 덜 되어서인지 캐릭터 얼굴이 빵떡처럼 나오지 않아서인지. 다른 책들만큼 자주 보게 되지는 않는다. 


 재밌게 그려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에 스며들어서 내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졌던 애정하는 작가. 관성으로 계속 응원하며 좋아하는 작가!





 여기 빠져있는 책들은.








  






 여행 시리즈와 음식 시리즈 가족 시리즈가 남아있다. <30점짜리 엄마>는 다카기의 유년시절. <엄마라이프>는 다카기의 엄마시절. <효도할 수 있을까?>는 독립생활 시절 부모님이 나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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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갤럽 강점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최상위 5가지를 알려주는 게 20달러, 34가지 전체를 알려주는게 50달러 정도 한다. 인터넷으로 결제하면 즉시 진행할 수 있고, 30분 정도 소요된다. 검사 결과도 즉시 알 수 있고, 파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검사하면서 특이했던 건 문항마다 20초의 시간제한이 있다. 어물쩡하다보면 체크하지 못한채 지나간다. 또 검사문항은 2가지가 제시되고, 그중 정도에 따라 표시하게 되어있는데 그 2가지가 상반되는 건 아니라는 점! 이 책을 구매하면 5가지 검사는 코드로 무료로 할 수 있다. 나는 34가지 검사를 했는데 49.99$, 환율과 카드사 수수료를 포함해 7만원 정도가 결제됐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보면서 전에 구판을 빌렸을 때는 책 분량이 너무 많고 사전식으로 나열되어있네 싶었다. 그래도 나중에 책 사서 검사해보면 괜찮겠다~ 정도. 신판은 훨씬 얇고 글씨도 크고 핵심 내용 중심으로 잘 정리되어있는 느낌. 그런데 이제보니 두권이 페이지수가 비슷해서 혼란하다. 그냥 그때는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이 적었나싶다.


 나는 책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강점 검사를 하고 설명서를 다운받아 읽었다. 처음에는 내 상위 강점들만 봤는데, 나머지 부분들도 상세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다시 보게 됐다. 책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찾고, 깨닫고, 잘 살려서 주로 일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가나다순으로 34가지의 강점을 사전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검사를 하고 책을 보고 같이 해야 쓸모있다. 책만 읽으면 종류가 너무 많아 집중이 안되고, 내 강점은 뭘지 답답함만 생긴다. 


 사전식 설명에는 이게 내 강점이다 생각하고 읽으면 재미도 있고 유익하다. 하나의 강점에 대한 설명과 그 강점테마가 강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3개 정도 들어있고 내용은 피부에 와닿는 실생활 예시가 많다. 이어지는 강점 실행 아이디어는 주로 업무를 중심으로 이 강점을 어떻게 키우고, 운용하고,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이다. 각 강점 챕터의 마지막 부분도 좋았는데, 이 강점 특성이 강한 사람과 같이 일할 때 주의사항이나, 추천하는 제안이 들어있다. 각 강점에 대한 설명은 5~7쪽 정도씩. 


 시간이 여유로운 분이라면

 1. 검사받기

 2. 결과를 보지 말고 책 먼저 읽기

 3. 가나다순으로 강점 하나씩 보면서 대략적 순위 매겨보기(총 34가지라 2분할해서 대략 상위 17개, 하위 17개 정도로 이건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이건 별로 아닌 것 같다 정도~. 시간이 더 여유로운 분이라면 4분할정도 해도 더 재밌었다. 상위 5개만 골라보는 것도 재밌을듯.)

 4. 강점검사 결과랑 비교해보기

 5. 결과지 읽어보기

 이렇게 읽어보면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나는 상위 5개 결과지를 먼저 읽어서 나머지 부분만 책을 읽으면서 골라봤다. 6~10위에서 5개중 4개, 하위 31~34위에서 4개 중 3개를 맞췄다. 자기인식은 나쁘지 않은 편. 검사주체는 하위 순위의 강점들에 대해서 약점이 아니라 덜 발현된 강점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내 결과를 보면 역시 약점으로 느껴진다. 가장 발달하지 못한 강점들. 재밌는 건 하나하나 읽어보고 등급 칸을 매겨보는데 상위칸에 넣은 강점 항목이 더 많았다. 심리테스트가 언제나 잘 팔리는 이유! 글로 읽으면 다 자기 얘기 같다.


 대부분의 강점 항목들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데, 상식과 약간 다른 부분도 있다. 정리, 신념이 그렇다. 다시 보니 영어 원문과의 느낌 차이같다. 정리는 깔끔하게 정리를 잘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치 느낌에 가깝다.(Arranger) 인적 배치, 물적 배치를 잘 하는 특성. 신념은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것, 고집에 가깝다고 느껴지는데 설명에는 다른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의미와 가치관이 중요 가치가 되면서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헌신도 나와서 의외인 부분.(Belief) 


 내 검사결과는 

 1. 성취

 2. 배움

 3. 지적사고

 4. 수집

 5. 심사숙고

 6. 집중

 7. 자기확신

 8. 승부

 9. 발상

 10. 최상화

.....

 25. 전략

 26. 연결성

 27. 사교성

 28. 공감

 29. 개별화

 30. 커뮤니케이션

 31. 개발

 32. 회고

 33. 복구

 34. 포용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파트가 약하다. 주요 커뮤니케이션 파트 항목들이 하위권에 포진. 하위권 항목들을 반영하듯 상위권 항목들은 관계와 소통이 필요없는 독립적 강점들이 우르르.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사교성도 좋았던 것 같은데 무심코 주요 강점들에 집중해나가면서 줄어든 것 같다. 


 '성취' 항목에 대한 설명을 결과지와 책에서 보면서 정말 중요한 팁들을 얻었다. 얼른 인정하고 시스템화한다면 평생이 풍요로워질 조언들. 


 책에서는 '당신의 삶을 축하하고 인정하자. 성취 테마가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의 일 진행 과정과 목표 달성을 즐길 기회를 자주 만들어 이러한 충동을 조절하자.' 이 부분이 충격으로 와닿았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즐기는 기회를 일정에 포함시켜도 완료 즉시 생기는 다음 목표에 대한 충동은 잘 조절될 것 같지 않다. 목표달성의 기쁨을 느끼는 시간과 공간을 강제로 설정하는 일은 할 수 있는 일.


 또 '성취 테마의 소유자는 하루가 늘 새로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고 느낀다. 하루가 끝나기 전에 무엇인가 실질적인 것을 성취해내야만 만족감을 느낀다. 여기서 '하루'란 주중은 물론, 주말과 휴가까지도 포함하는 그야말로 매일매일이다. 당신은 아무리 자신이 하루쯤 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버리면 불만족스럽게 느낀다.' 이 부분도 충격이었다. 나는 매일 글자 그대로 똑같이 느끼는데 인쇄된 종이로 보니 굉장히 비정상으로 생각됐다. 잠자리에 들 때 객관적인 정도와 관계없이 스스로 지극한 만족 또는 불만족을 느낀다. 가끔 하루가 만족이든 불만족이든 뭔가 거대한 갈망에 삶 전체를 잡아먹힌 것 같을 때도 있다. 하지만 늘 다음날 일어나면 하루는 다시 시작.


 결과지에서는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하십시오.' 이 부분이 새삼 충격이었다. 이걸 잘 하지 못해서 반복적으로 이석증이 오고 원하지 않는 때에 강제휴식기를 갖는다. 올해는 연초부터 월 1회 나들이 다녀오기를 목표로 휴식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적응되면 점차 늘려가야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각 항목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조합들을 안내하는 부분. 예를 들면 '심사숙고'의 경우는 '주도력', '자기확신', '행동' 같은 강점을 가진 사람과 파트너 관계를 추천하고 있다. 실행력을 보완해줄 강점들을 추천한다. 그래서 정리해본 강점별 보완 관계도.



 왼쪽의 강점이 오른쪽의 강점을 보완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정성'이라는 강점은 좋은 강점이지만, '개별화'라는 강점에 좋은 영향을 받으면 원칙적인 공정함에서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다.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공감'능력은 당연히 강점 항목 중 하나다. '행동' 강점이 사고 중심의 강점들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이 많은 강점들을 보완해주고 발현시킬 수 있는 핵심 강점이 '공감'이 된다. 강점의 관계도에서 어떤 강점과도 보완성을 가지지 않는 항목들이 있는데 '성취', '배움', '지적사고' 등... 내 상위 5가지 항목들...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와 이해하는 기회, 인정하는 기회가 되어준 책이었다. 지루하더라도 꼼꼼하게 읽어보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강점을 살리는 기회는 조언들을 손에 익혀 직접 만들어나가기.


 오늘은 페이퍼를 하나 썼으니까 쓸만한 일을 하나 했고, 만족하면서 잠들 수 있다!

 내일의 만족감은 다시 0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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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2-06-28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작년에 결막염에다 이석증 같이 와서 완전 힘들던데 건강을 잘 챙기시옵소서 ㅠㅠ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누워서 난 대체 잘 하는게 뭐야… 이랬었는데 표준화 검사들도 나름 도움이 되겠네요. ㅎㅎㅎㅎ

link123q34 2022-07-04 08:41   좋아요 0 | URL
동시라니..! 많이 힘들었겠어요. 셀프검사같은 것도 해봤을 때 괜찮았는데 이번 검사는 더 정확하고 특징별 조언들이 아주 실제적이어서 돈값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경험상은 나는 잘하는게 뭐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보통 재주꾼이 많았어요ㅋㅋ
 


2021년에는 책은 50권 정도만 읽고 더 많이 써보는 것이 목표다. 

사실은 목표하는 일정량의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 읽는데

속독 스킬을 올려서 비슷하게 읽기.


2021년에는 118권을 읽었다. (X)

알라딘 서재에는 양과 질과 목적이 다른 30개의 글이 남았고 20년보다는 더 많이 써봤다. (O)

1월까지는 먼저 쓰고 남으면 읽기에 성공했는데 11개월간은 마음은 불편하지만 먼저 읽고 겨우 쓴 것 같다. (1/12)

연초 눈운동을 의욕적으로 하다 어지러운 뒤로 속독 훈련은 하지 않았다. (X)

그래도 까만 글자는 모두 찬찬히 읽어야하는 강박은 떠나보내는데 성공했다. (O)

그래서 하고자했던 21년의 읽기와 쓰기 결과는 100점 만점에 50점.


대략적인 목표는 그랬지만 실은 세부적인 숨겨진 목표도 있었다.

한달에 한번 읽은 책을 가볍게 정리하기.(0/12)

완독한 책은 한줄이라도 간단하게 기록 남기기.(60/118)

월말 기록은 시원하게 날렸고, 한줄기록은 6월까지 착실하게 썼지만 하반기는 훌렁 날렸다.

그래서 하고자했던 21년의 구체적인 쓰기 결과는 100점 만점에 25점.


역시 목표는 크고 볼 일이고, 동네방네 내놓고 볼 일인가.

결과는 결과고 복기는 복기지만, 읽고 쓰는 내내 스스로 성장이 느껴졌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또 글을 읽고 쓰는 부분에서 뿌듯하고 행복한 1년이었다.



1. 문학 26권(어린이 청소년 9권)






































어린이.청소년















 5년동안 해왔던 일을 정리하고 휴식기를 가지면서 스스로 한달살이를 선물로 줬다. 이름지은 의의에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소설을 좀 읽을 수 있었다. 


◆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삶에서 중요한 것

<기억>1,2 최면X역사 아직도 완전하고 재밌는 베르나르식 소설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밤의 여행자들>

<시선으로부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콰이어트 걸>

<아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밀크맨>

 소설을 대부분 하반기에 몰아 읽어 간단 한줄느낌도 텅텅 비어있다. 11권 중 5권이 여성 작가 작품이었다. 한국소설에서 윤고은과 정세랑을 알게 되어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하게 되었다. 큰 수확이었다. 손바닥문학상 작품집은 행사의 취지에 맞게 눅눅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단편소설에 대한 편견들이 녹아내리면서 카버에 이어 앤드루 포터의 단편집도 보게 되었는데 이것도 대단했다. 드디어 옌롄커를 읽었고, 전작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문학 3대장도 도장을 하나씩은 찍었다. 솔직히 올해 읽었던 모든 소설에 한권 한권 5점을 줬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니 싱어게인2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분명히 저 무대를 완벽하게 잘했단 말이지. 너무 완벽하고 소름끼치게 잘해. 근데.. 어쩌면 예상되는 것이었어. 부족해서 떨어뜨리는게 아니야. 하나하나 다뤄야할 책들이지만 언젠가 다음 기회에.. 


◆세계문학

<대성당> 아메리칸 체호프 걸작선. 후기작 위주

<프랑켄슈타인>

<눈먼 암살자>1,2

<아우라>

<필경사 바틀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감정의 혼란> 지적 세계의 황홀함과 빨려드는 감정

<눈보라>

<미지의 걸작>

<픽션들>

<빛 속으로>

 21년이 좋았던 이유들 중 하나는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를 수확해서다. 한달살이동안 문학으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5대륙 13개국의 16이야기를 봤는데, 이 취지와도 맞는 부분이 있어서 연달아 읽을 수 있었다. 1인출판사로 1년에 2권씩 책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 4권이 남아있다는 게 찐행복~ 문학 고전의 힘을 실감했던 해이기도 했는데 레이먼드 카버와 마거릿 애트우드를 영접해서 생의 환희로 가득했다. 


◆SF

<야자나무 도적> 페미니즘 SF 걸작선 

 1월 1일자로 완독한 21년의 첫번째 책이었고, 세부적 목표에 따라 한줄 느낌을 남겨야했다. 당시에 너무 반해서 이 책에 대해서는 무조건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에 내적으로 시달렸다. 내적 시달림과는 무관하게 글은 계속 미루면서 쓰지 않았고, 글을 어차피 제대로 쓸 거니까 한 줄평은 대충 써도 돼VS책 홍보 문구가 너무 완벽한걸..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어? 그건 불가능해.. 내적 갈등에 괴로웠다. 

 출판사의 홍보 문구 - 세계 여성 작가 페미니즘 SF 걸작선./ 전 세계 페미니즘 SF의 작은 박물관. 이 이상으로 이 책을 표현할 수는 없다. 어떤 억지도 과장도 없는 홍보문구 그대로인 책.

<지구 끝의 온실>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사실 기대가 너무 크긴 했다. 그래도 충분히 좋다.

<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SF단편 보물단지.

 21년은 연초부터 이 책들 덕분에 사랑과 이유없는 벅참으로 참 복되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책이 있을수 있어? 어떻게?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걸 이뤄낸 거야? 대체 어쩔려고? ->아.. 세상에는 정말 이런 멋진 사람들이 꼭 있더라. ->역시 하루의 1분들이 모여서 이런 멋진 일들이 되버리는거지.


◆어린이, 청소년

<긴긴밤>

<강남 사장님>

<나는 고양이라고!>

<달 사람>

<해방자 신데렐라>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클로디아의 비밀>

<잃어버린 줄 알았어>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생략하려고 했던 어린이, 청소년 분류가 따로 있어야 했던 이유는 긴긴밤 때문이라고! 올해 궁여지책에서 시즌3는 그림책으로 좀 쉬어가자고 마음이 모여 뜻밖에 스펙트럼이 넓어지게 되었다. 덕분에 삶이 풍성해지고 색이 다양해지는 기분. 내가 자랄 때도 이렇게 좋은 어린이청소년 책들이 많았을까? 약간은 샘이 났다. 하지만 역시 어린이청소년 책이 이렇게 좋다는 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좋은 일이고, 그래서 결국 나에게 좋은 것이다. 다양하고 좋은 어린이청소년 책 작가님들께도 좋은 일이어야 될텐데. 분명 이 책들이 내 주변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2. 투자 25권



































 작년은 돈과 투자에 대한 마인드를 닦고, 생활을 정돈하는 책들 중심으로 봤다면, 올해는 실전 투자와 관련된 책들을 좀더 읽었다. 안빈낙도를 시작하면서 어쩌다보니 주식책들을 먼저 보게 됐다. 연초에 본 책들은 벌써 아득하니 작년에 본 느낌. 돈공부책들을 보면서 올해는 슬슬 책 내용 중 아는 부분들도 생기고, 이미 생활에 녹아든 부분들도 있어 좋았다. 세계문학을 보면서 감탄하고 돈공부책들을 보면서 익숙해했다. 그 감탄과 익숙함을 감사해하고 기뻐한 시간들이었다.


◆주식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공모주 투자 A to Z, 출간직전 최근의 투자사례까지

<잠든 사이 월급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 미국주식 투자의 기본과 배당주 투자의 기본

<미국주식 처음공부> 완벽하고 균형잡힌 미국주식 입문책

<미국주식 중국주식> 주요 미국주식과 중국주식 종목 소개와 이해

<미국 배당주 투자지도> 배당주 투자 기본 방법과 성향별 추천 배당주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77> 주린이를 위한 주식의 기초

<소수몽키의 한권으로 끝내는 미국주식> 주린이를 위한 미국 주식의 기초와 쉽고 정석적인 투자법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주식시장을 이기는 마법공식

<절대수익 투자법칙> 레이달리오의 올웨더투자와 김단테의 올시즌투자법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파이어족

<파이어족이 온다> 좌충우돌 파이어족부부의 있는 그대로 에세이

<파이어족의 재테크> 한국형 파이어족의 친절한 조언. 핵심적인 내용을 전반적으로 쉽게

<파이낸셜 프리덤>


◆통찰력, 지표, 역사

<내일의 부>1,2 세계 시총 1위 주식 가져가는 투자법 투자법의 데이터 근거와 미중무역전쟁의 본질과 시나리오

<부의 인문학> 고전경제학에서 최근의 행동경제학까지 실전투자에 적용하는 법

<부의 대이동> 거시경제 지표를 이해하는 법

<부의 본능>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으로 접근하는 부로 가는 길

<돈의 심리학>


◆투자마인드

<진짜 부자, 가짜 부자> 시스템소득으로 진짜 부자되는법

<부자의 언어> 부자의 행동과 사고, 태도. 1일1부언대장정의 끝

<돈의 시나리오> 돈공부는 처음이라 확장판. 김종봉의 돈의 시나리오 제작기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파이프라인 우화> 


◆부동산

<앞으로 5년, 집을 사고 팔 타이밍은 정해져 있다> GTX와 3기 신도시 코드로 보는 서울 아파트 전망과 포스트서울(부산) 단지추천



3. 에세이 19권





























 여유가 없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읽다보니 아무튼 시리즈를 7권이나 본 해였다. 역시나 대부분 만족. 생활5 운동3 여행3 어린이2 식물1 그림책1 자세1 명상1 스릴러1 중국집1 으로 소소한 생활과 일상에 대한 에세이를 주로 봤다.


◆암튼 인생 심심하면 읽어보는 시리즈

<아무튼, 피트니스> 반백살 사회운동가의 몸운동고자 탈출기

<아무튼, 달리기> 취미유목민이 5년째 정착한 달리기 이야기

<아무튼, 식물>♥ 힐링의 식물키우기

<아무튼, 요가>♥ 박상아의 요가라이프. 시작부터 지금까지

<아무튼, 계속>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스릴러>

 시리즈 대부분 안전하게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3개의 출판사 중 위고의 책들이 손이 먼저 가는 것 같다. 대표님이 단순한 키워드보다 생활철학을 녹여낼 수 있는 책들을 만들고 싶다고 인터뷰하셨던데 왠지 위고 책들이 맘에 든다 생각했더니 역시 저런 이유가 있었다. 좋은 것은 역시 밑과 뒤에 이유가 있다는 삶의 진실을 다시 한번.


◆이 에세이가 실용적이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쓰레기박사님의 제대로 쓰레기 버리기 A to Z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중국집>


◆이 에세이가 몽글몽글하다!

<어린이라는 세계>♥ 다정하게 존중받는 독서교실 어린이들의 이야기. 어른이에게도 이런 독서교실이 필요하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어른이를 위한 그림책 일기

<오늘의 단어>


◆이 에세이가 대단히 대단하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엄마가 기록한 하프앤하프 어린이의 더블앤더블 성장기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이 작가는 숨만 쉬어도 애정한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이 에세이는 심심풀이인 척 대리만족이다!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 헬싱키>



4. 만화, 그림책 18권






















◆마스다 미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아무래도 싫은 사람>

<주말엔 숲으로>

<수짱의 연애>

 이사를 준비하면서 동거인의 마스다미리 시리즈를 모두 처분했다. 처분하기 전에 한번더 마지막으로 쭉 봤는데 역시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처음 봤을 때는 일정부분 공감이 되기도 하고, 왜 인기있는지 알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제는 그런 시기를 다 지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런 류의 소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건 사람들이 다들 같은 마음인건지 중고물량도 엄청나게 많아서 잘 안 사준다는 점!


◆다카기 나오코

<혼자살기 9년차>

<혼자살기 5년차>

<나홀로 여행1>

<나홀로 여행2>

 책이 나올 당시 느낌이 다카기 나오코는 좀더 어린 사회 초년생 느낌, 마스다 미리는 사회생활 좀 한 느낌이다. 마스다 미리 책과 다르게 다카기 나오코 책은 이미 지난 시기라도 여전히 그때가 생각나고, 킥킥대면서 볼 수 있다. 이 책들은 안 팔고 가져왔다. 역시 사람들은 비슷한 마음인건지 다카기 나오코 책들은 다 사준다는 게 함정.


◆자기돌봄, 공감, 일상

<따뜻한 세상은 언제나 곁에 있어> 힐링만화

<나에게 다정한 하루>

<어쿠스틱 라이프>1


◆책, 인물, 강아지

<버지니아 울프>

<퇴근길엔 카프카를>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에요>


◆연재물

<고래별>1,2 요즘 k웹툰은 퀄이 이정도?



5. 인문사회 13권























 시무룩한게 에세이는 지칠 때나 쉬어갈 때 틈틈이 봐지는데, 문학이나 인문사회는 집중해서 읽을 시간을 확보하는게 부담스럽다. 짬이 날 때 문학최소량을 우선 섭취하려고 애쓰다보니 인문사회책은 통 못 읽고 있다. 후니즘이 아니었으면 반은 못 봤을 책들. 우선 집중해야 할 것들을 먼저 해야하니 어쩔 수 없지만. 4년쯤은 어쩔 수 없다.


◆페미니즘. 여성.

<육식의 성정치>♥ 페미니즘X채식주의 낱낱이 파헤치기

<왕진가방 속의 페미니즘> 왕진가방 비중이 높음. 가볍고 명랑한 협동조합 진료일기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페미니즘. 확장.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개농장 이야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페미니즘이야 현대사회에 요구되는 필수 과목이지만 연초만해도 올해 당장 공부를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멋지게 읽어내는 사람들을 흉내내보고 싶어서 끼어든 책이 하필.. 육식의 성정치.. 분명 흥미로운데.. 한쪽한쪽 넘기는게 너무 더디고 힘들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정말 뿌듯했다. 나는 잡다한 이유로 30년 가까이 채식을 했었고, 개인적인 이유로 육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내가 먹었던 것의 역사와 내가 먹기로 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먹기 보따리를 양껏 펼쳐놓고, 그 다음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잔뜩 하고싶었다. ... 하고 싶었다. 

 중간에 쉬며 가며 10년 가까이 같이 읽었던 책모임에 뜬금없이 누군가 왕진가방을 꺼냈다. 이전에 같이 읽은 페미니즘 책 중 악어프로젝트를 다루면서 분위기가 약간 경직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페미니즘 책을 들고오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모임의 열기가 한참 가라앉은 그 때에. 마침 페미니즘 싫은 사람은 참석도 안했겠다. 페미니즘 책을 꺼냈으면 같이 더 읽자로 대답하는게 인지상정. 그렇게 넷이서 각자 확장된 페미니즘 관심사를 주섬주섬 꺼내고 뭉쳐서 슬금슬금 읽어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을 읽는 일은 중요하다.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그 언저리라도 놓지 않고 읽어나가는 일.


사회

<호모 데우스> 몸.뇌.마음이 상품으로. 알고리즘. 데이터교.

<임계장 이야기> 먹먹해지는 임시계약직노인장의 노동일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오늘부터의 세계>♥ 대안세계에 대한 석학들의 주장을 요약해서 접할 수 있음

<기후 정의 선언>♥ 힘있게. 기후와 정의와 선언


인문

<여덟 단어> 박웅현의 인생에 대한 통찰력과 조언.

<만 가지 행동>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서양고대철학편>



6. 자기계발 10권















 작년에 자기계발서를 몰아읽은 여파로 올해 첫 자기계발서는 3월에 되어서야 읽었다. 작년에 못 읽고 해를 넘긴 중요한 책들을 마저 읽었다. 하나의 키워드가 머리속에서 연관된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기에 꾸준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테스트해보고, 맞는 것과 변형해서 취할 것을 부지런하게 몸에 붙여가기.


◆습관

<그릿> 재능을 이기는 열정과 끈기의 힘. 관심-연습-목적-희망으로 그릿 키우기

<절제의 성공학> 먹는 것을 절제해서 덕쌓고 복짓기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습관형성 A to Z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앉기 명상>


◆마인드

<운의 알고리즘>

<멘탈의 연금술>


성공담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총각네 야채가게 CEO의 성공수업

<생각의 비밀>


◆도구

<그림으로 생각하면 심플해진다>



7. 신경과학 4권








<여자, 뇌, 호르몬> 여자의 일생동안 뇌와 몸의 변화 연대기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과학적인 뇌과학과 사람을 중심에 둔 아름다운 통찰력

<창조하는 뇌> 창조성의 비밀. 풍부한 도판과 사례

<이야기의 탄생> 뇌과학으로 보는 팔리는 스토리텔링의 비밀



8. 말과 글, 책 3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년 교정자와 번역자가 주고받은 편지와 교정지식들이 교차로 묶인 책

<책, 이게 뭐라고>

<아주 사적인 독서> 로쟈의 고전 강독. 욕망편



 아쉽지만 이대로라도 2021년의 읽기를 정리한다. 이 정도로 대우받을 책들이 아닌 책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어떤 가치라도 모든 시점에서 모두에게 제 자리를 지킬 수만은 없다. 지난 한 해같은 1년간 스스로 이 정도를 지켜낸 것으로 만족한다.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2022년에는 책은 90권 정도만 읽고 더 많이 써보는 것이 목표다.


 돈공부+자기계발 책을 30권, 재독 20권

 신경과학 책을 10권

 후니즘에서 같이 10권, 가벼운 책들로 일정이 당겨지면 최대 +5권

 궁여에서 같이 6권

 이후에 남는 시간에 한달에 한권쯤 다른 책들을 좀더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한달에 한번 읽은 책 가볍게 정리하기

 완독한 책 한줄이라도 간단하게 기록 남기기

 신경과학 책 다루는 글 A4 한 장 이상 6개이상 쓰기

 신경과학책/돈공부+자기계발책 간단한 소개나 밀착생활형 짧은 글 10개이상 쓰기

 후니즘 후기 1개이상 남기기

 그리고 매일 한줄이라도 일기쓰기


 목표는 한번 거창하게 세워보고, 공개하고 보자.

 혹시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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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30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2년 목표 너무 멋지네요~!! 저랑은 겹치는게 소설 일곱권이네요. 딴분야는 전 전멸 😅
22년 목표달성을 응원합니다~!!

link123q34 2022-01-02 13:38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시간내서 서재 연말결산 구경가야 하는데요! 그 많은 책들 중 7권이나 겹치다니 신기하고 뿌듯해요~ 올해는 세계문학 프로독자 새파랑님과 한권더 겹치는 걸 또 히든 목표로!ㅋㅋ 올 한해도 행복한 읽기 되시길~!!

Ting 2022-07-17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구매하려다가 댓글 보고 블로그 타고 들어왔습니다. 정말 멋있게 사시네요 ! 응원합니다. 책은 원래 다 구매해서 보시는 편이신가요? 상당히 많으시네요!!!

link123q34 2022-07-24 10:54   좋아요 0 | URL
방문과 응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남은 5개월도 열심히 지내야겠어요~~ 사서 본 책은 보통 30~4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Ting님의 파이팅넘치는 독서도 응원합니다!!
 

19년 3월부터 19세기 러시아 소설들을 읽고 있다. 너무 좋아서 이걸 모르고 살아온 세월을 원통해했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 도스토예프스키가 남아있다.










세상의 거대한 변화 앞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도 공감할 수 있는 질문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이나 <아버지와 아들>의 바자로프같은 인물들의 결말이 궁금해서 읽는다. 보통 이런 인물들은 자살이나 병으로 갑자기 죽어버리거나, 어떤 생각에 취해 미쳐버리거나, 편안하고 안락한 현실에 정착한다. 뾰족한 수가 별로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끝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계속 뭔가 다른걸 기대하면서 읽어나간다. 사실 결말과는 상관없이 그런 인물들이 높은 확률로 등장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보는게 좋았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몰아 읽다가 어느 순간 소원해졌다.


소설을 읽을 때 현실과 다른 곳으로 뿅- 가 있는 느낌을 제일 좋아했다. 분위기라던가, 도시라던가, 시대라던가, 사람이라던가. 제대로 이동시켜주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19년까지만 해도 단편집은 싫었다. 좀 재밌게 읽어볼 만 하면 끝나고. 너무 빨리 끝나서 몰입할 겨를이 없다.










슬슬 질려갈 때쯤 19세기 끝에서 20세기를 바라보며 구원처럼 나타난 게 체호프였다. 실은 1년정도 중단되었던 19세기 러시아 문학 읽기를 다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새해 다짐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 좋자고 자유분방하게 쓰다보면 주접을 떨게 된다. 그래야 좋은 글도,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어서 스타일이라고 주장해보는 글도 있겠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은 글에도 도전하고 있다.

1. 입력을 잘못하니 출력이 잘못되는건가? 

2. 주접의 알고리즘이라 그런가? 

1번의 문제라면 입력을 다르게 해보고, 2번의 문제라면 구조변경을 위해 역시 입력을 다르게 훨씬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러시아문학도 이어서 읽을 겸 체호프를 처방했다.


처음 읽은 체호프는 아리송했다. 말라비틀어진 멸치대가리 같았다. 오랜 습관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이야기 속에서 놀고 싶어한다. 단편들이 곁을 안 줬다. <검은 수사>까지 가서야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나와 잠시 재미를 느낀다. 한번 재밌다고 회로가 돌아서니 다음 단편들이 쭉 재밌었다.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점점 좋아지면서 익숙해지고 하나더 하나더 하며 체호프를 까먹는다. 


건조한 문장들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 그냥 그대로 보면 됐다. 과학책 보는 느낌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세상에 이 다양함이란 양파껍질처럼 다음 단편에서도, 그 다음 단편에서도 계속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분명 하나하나 다른 인물들인데 같은 사람이다. 살아보지 않았지만 체호프가 인물 주변에 그렸던 세상에 있을 법했다. 생긴대로 인생을 살아내는 삶들, 옮다 그르다가 아닌 그냥 생김 그대로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생김새들. 내 안에도 있을만한 작은 옥수수알들이 체호프의 단편 안에서 한 명의 사람이 되어 팝콘처럼 튀어나온다.

 

두번째 체호프 단편을 읽을 때는 번역되는 모든 단편을 다 보고 싶었다. 너무 좋아서 연달아 읽었더니 세번째를 읽을 때는 좀 쉬어도 되겠다 싶었다. 러시아 문학은 좀 쉬었다 읽고 19세기도 좀 쉬었다 읽고 이제 20세기로 가보고 싶었다. 


뭔가 현대적인 걸로 잘 고르고 싶긴 한데 어디서부터 골라야 할지 헤매다 뭘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타이밍좋게 함께 읽는 중인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에서 설명하는 그대로다. 현대미술에 처음인 나는 1/3쯤 봤는데, 아직도 현대미술이 뭔지 모르겠다. 내가 뭘 이해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현대미술은 이거다. 이걸 바랐을 뿐인데.. 확실한 건 현대미술의 그런 점 때문에 내가 현대적인 20세기 소설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무슨 책을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렸구나~ 하는 이해다. 뭘 찾는지 모르는 상태로 뭔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운명처럼 다가온 레이먼드 카버. 그때쯤 모임책에 대성당이 등장했다. 책 소개에 레이먼드 카버는 '아메리칸 체호프'라고 했다. 완벽했다. 내가 읽고 싶었던 건 바로 체호프같은데 체호프는 아닌 거였다. 여행을 대체해서 하나씩 까먹고 있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도 카버가 있었다. 현대적인 건 무조건 어려울 거 같으니까 <레이먼드 카버>를 먼저 읽는다. 카버의 인생사는 얼룩진 예술가의 삶 그 자체다. 안경줄을 늘어뜨리고 말끔하게 앉아있는 체호프와 대조된다. 


대성당을 앞두고 클래식 클라우드 레이먼드 카버를 먼저 읽는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문제는 이 클래식 클라우드 <레이먼드 카버>가 대단히 좋고, 충실한 책이라는 거다. 그래서 생기는 단점이 카버의 인생을 보면 이 쓰레기ㅅㄲ.. 니 글을 내가 읽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다짐을 하게 된다는 거다. 카버는 결혼을 두 번 하는데 첫 부인이 대차게 씩씩하고 능력있는데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카버 이야기에 등장하는 연인, 부인, 전 부인은 거의 이 첫번째 부인 메리앤이다. 심지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생은 작품에 박제된다.. 자꾸만 내가 만약 메리앤인데 시간여행자라서 이ㅅㄲ가 나중에 명작을 쓰게 된다는 걸 안다면 나는 앞으로 벌어질 고난의 인생을 감수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나중에 대체 뭐가 나온다해도 나는 그냥 빠르게 내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고 생각한다. 걸작이고 뭐고 한 사람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장점은 당연히 <대성당>이나 카버의 다른 단편을 읽기 전 준비를 하는 데 이 한권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카버는 작품의 인물, 사건, 배경을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서 가져다 썼다. 그래서 카버의 인생과 작품을 시기와 장소를 따라 촘촘하게 엮은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인생을 따라서 작품 해설도 섞여있는데, 이게 정말 박수치게 좋다. 카버의 인생과 작품은 정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를 이해하는게 다른 하나를 이해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시리즈 특성상 약간의 편차가 있을 수 있는데,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정말 훌륭한 책이었다.(주제X여행기 컨셉에서 가장 걱정되는 저자의 개인적인 여행기가 적다. 꼭 있을것만 있다.)


전투 렌즈를 끼고 <대성당>을 시작한다. 그런데.. 내 다짐은.. 싸래기 눈이었다. 싸래기 눈은 공기중에서 이동중일 때나 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땅에 닿자마자 물이 되고만다. 



첫번째 단편 <깃털들>의 저 사라진 우유에서 내 다짐은 사르르 물이 되었다. 카버 부부가 친구집을 방문했고 친구 부인이 반려동물로 키우는 큰 공작새를 실내로 들이고 싶어한다. 카버 부부는 처음부터 저 공작새가 싫었고, 부인은 저 집 안에서 저 큰 새와 같이 있기 싫다. 남편은 거절해줬으면 하는 부인 옆에서 친구에게 절대로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고는 잔에 남아있던 우유를 몽땅 마셔버린다.ㅋㅋㅋㅋㅋㅋㅋ 카버여. 나는 당신의 다른 단편도 읽을 것입니다. 체호프의 무대는 상대적으로 넓다. 보통 마을 하나의 규모나 가족단위(지금 기준으로 대가족) 안에서 일들이 벌어진다. 카버의 배경은 상대적으로 좁다. 보통 집 안이나 두명 정도의 등장인물이 다다. 인물의 이름이 무엇이든 대부분 그 인물은 카버 자신과 메리앤 두 사람이다.


다 읽고 보니 뒷부분의 문학적 해설과는 전혀 다르게 읽었다는 걸 알았다. 대부분 단편들을 깊이 감탄하며 읽었는데 첫 <깃털들>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마지막 <대성당>을 더 큰 감동에 이르게 해서다. 분명 젊은 카버와 초반의 작품들에는 구분과 배제가 있다.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실직한 육체노동자들의 도시에서 성장해 이민자와 흑인을 배척하는 도시 전체 분위기에 따라 성장했기 때문이다. <깃털들>에서는 시작은 친구지만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를 선명하게 갈라가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진다. 그리고 분리시킨 삶은 봉합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난다. 


평범한 삶에서 인생 전체에 걸쳐진 오해와 편견, 분노와 원망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누가 몇번이나 할까. 틱틱대며 겨우겨우 친구집에 방문하던 부부는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오는길에 차 안에서 가까이 앉는다. 포근한 이불생활을 하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불만도 쌓인다. 위험한 이불 밖에 나가보아야 내 이불의 소중함을 안다. 이불 밖에서 무엇과 부딪치면서 헤쳐나가기보다 내 이불속을 머리속에 먼저 떠올려버리는 것. 이게 더 흔하고 친숙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 그래서 입밖에 내놓고 말하지 않는 것. 그걸 이렇게나 다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 어떤 가치 잣대도 없이 하지만 분명하게. 세상에. 이건 체호프였다. 20세기 배경에서. 20세기 사람을. 아무리 솔직하게 말해도 모든 단편이 하나하나 보석같았는데, 그래도 그 보석 중 가장 좋았던 게 <깃털들>이다. 


레이먼드 카버여. 내가 시간여행자 메리앤이라면 뒤돌아서서 내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는 경솔한 말을 철회합니다. 견뎌낼 자신은 없지만 견뎌야 할 것 같기도 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시간여행자가 아니라서, 내가 메리앤이 아니어서, 2021년이어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카버를 읽고 카버처럼 건조하게 후기를 써보고 싶었지만 본성은 감추기 어렵다. 자제력에 집중하며 써봐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도루묵. 읽으면서 생긴 감동만큼 이렇게 좋았다는 하소연도 길어진다. (다 쓰지는 못했지만) 다른 단편들도 하나씩 하나씩 까먹어야겠다. 어떤 이유로 무엇을 더 읽어야겠다는 있어보이는 말을 하는 날이 오다니.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는 살고 보고 가까이 온 책은 읽고 볼 일이다.


+

사실 집에는 진작부터 대성당 굿즈가 있었다. 왜냐면 똑똑이 내가 레이먼드 챈들러랑 헷갈려서 대걸잘 추리소설 굿즈인줄 알고 헿헿거리며 미리 샀다. 아주 작아서 약먹는 물잔으로 쓰는데 이제 약먹을때마다 다른 게 연상될 거다. 크기비교는 우린 티백 보관소로 쓰고있는 6피스 초장그릇.


왠지 두고두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사서 읽은 똑똑이 나. 아주 칭찬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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