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깊게, 더 깊게 자아의 우물을파낸다. 그 안에 불안이 차오른다. 들여다 본다. 들여다보게 한다. 그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서로의 불완전성이 긴밀하게 공유될 때, 우리는 끝 모르고 깊어진다.
- P17

세상은 짐작과 오해만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네가 바뀌지 않는 한 인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어. 시간은 아무것도 약속해 주지 않지.
- P25

 생각은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번지기만 했다. 내 세계는 여전히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P25

삶이라는 각자의 광활한 저수지 안에서 우리 마음은 메말라 있었고, 채우려고 하면 비워지고 비우려고 하면 채워졌다. 가득 채운 듯이 으스대는 사람의 삶은 거의 텅 빈 것처럼 보였고, 텅 비운 듯이 담담한 사람의 삶은 오히려 가장 안정적으로 가득 채워진 것처럼 보였다.
- P28

동네로 돌아오니 눈앞의 풍경이 몇 시간 전과 너무달라서 어색했다. 겨우 5일을 머물렀을 뿐인데 현실감을 잃어버렸다.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나도 많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여행을 꿈꿔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 P40

머뭇거리며 봉고를 지나쳤다가 잠시 멈춰섰다. 고작 이천 원의 사치에도 나는 두 번 망설였고 이내 단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차비조차 부족한 시기이므로 미련없이 돌아섰다. 저걸 사먹으나 안 사 먹으나 내인생은 똑같이 허무하게 흘러갈 것이었다.
- P43

삶에 코인처럼 무언가를 넣으면 삶은 자판기처럼 다시 무언가를 반환해 준다. 원인에는 항상 결과가 따르듯이 행동은 무엇이 됐든 나름의 결과를 불러온다. 
(중간생략)
감정은 삶의 코인이 될 수 없다.
- P45

우리는 각자의 배타적인 공간에서 시간의 감각만을 공유하는 운명의 공동체다. 서로 각별한, 별개다.
- P46

연출이 의도한 타이밍에 눈물이 나는 것 같아서 왠지 조금 분했지만 막을수 없었다.
- P50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겨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 P51

 나라는 존재가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으로 남겨시고 기억되어야 할까.
- P51

성숙해진다는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이성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그들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한 협상과 중재를 원만하게 해내는 것이다. 
- P53

무작정 같은 편이되어주거나 모든 걸 이해한다는 태도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 주파수를 섬세하게 맞춰 가듯이 어떤 유대감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 P54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운명적인 힘에 의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자기 행위의 방향성을 자기 의지로 표출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므로 사랑은, 전달보다는 발산에 가까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 P61

살다보면 한 번쯤 말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맹점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쉽게 말해서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 P67

삶의 압박감은 세상이 아닌 나의 내면으로부터 비롯한다. 타인의 마음을 내 멋대로 단정짓는 생각들이 몸집을 불리고 나를 압박하려 드는 것인데, 우리는 그 원인을 아예 타인에게 떠넘기거나 타인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책임을 돌려 회피한다. 내 삶의 모든 결정권은 나만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하는 것이다.
- P68

소통이란 실은 추측과 왜곡이 난무하는 현상일 뿐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오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말과 글을 표현하는 일은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 
- P74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 P76

말을 할 때는 내가 말을 하고, 글을 쓸 때는 내 안에 존재하는 목소리가 글을 쓴다. 말을 하는 내 모습과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일치하지 않음을 느낀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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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 글 그대로 복붙한 글입니다


🥭 올 해 처음 완독한 책! (기록은 하도 밀려서 순서 관계없이 주먹구구 남기는 중...) 무려 장강명 작가의 책쓰기라 도서관서 빌렸는데, 읽어보니 글이나 책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도 흥미롭고 따뜻하게 완독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림도 큰 몫을 함.

🥭 개인적으로도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 책은 책쓰기 만이 아닌 책을 통해 의견이 소통되고 반박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해서 반가웠다. 책을 쓰면서도 주위의 것을 관찰하고 고민하니 책을 읽고 쓰는 사회에 대한 기대를 작가가 가지고 있어 보여 괜히 응원 받는 느낌이었다.

🥭 최근에 읽는 사람은 줄고 출판은 많아지기에, 수준 낮은 출판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독자의 소중한 돈을 쓰게한다면 자신의 글에 대한 기본적인 수준을 갖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런 우려의 목소리에 괜히 찔려서 움추려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장강명 작가는 책을 써야하는 이유를 따뜻하게 말 하는데, 나 완전 반할뻔. 읽은 책은 오래전 한 권 밖에 없는데.

🥭 다만 책을 잘 쓰기 위한 지름길이나 요령을 알려주지 않으니 누군가는 실망할 수 있다. 대신 느리지만 바른 내용은 참고할 수 있다.

🥭 더 마음에 남은 구절

🌱《즐거운 자전거 생활》 후기를 읽으며, 나는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상상했다.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라니, 자전거가 중심에 있는사회만큼이나 허황되게 들리긴 한다. 현대인은 머리도몸도 쓰기 귀찮아하고 점점 더 인내심이 없어진다. 
12

🌱우리는 사건의 얽히고설킨 배경과 이면을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들이고 싶어 하지않는다. 짧고 명쾌한 설명과 즉각적인 즐거움을 원한다. 책 한 권은 고사하고 다소 긴 탐사보도 기사조차 읽기 버거워한다. 그래서 카드뉴스와 인공지능의 기사 요약 서비스가 나왔다. 그마저도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제 곧 5분짜리, 아니 50초짜리 핵심 요약 동영상들이 글자를 대체할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13

🌱내가 상상하는 책 중심 사회는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다. 많은 저자들이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책을 쓰고, 사람들이 그걸 읽고, 그 책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다시 책을 쓰는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포털뉴스 댓글창, 국민청원 게시판, 트위터, 나무위키가 아니라 책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 이 사회는 생각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와 질을 따진다.
14

🌱그런 정보는 《금강경》이나 
《순수이성비판》에 담긴 심오한 지혜에 비하면
 유통기간이 짧고 반론의 여지가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들은 저자의 경험과 해법을 둘러싼 고민을 가장 직접적으로, 정확하고 생생하게 내게 전달해줬다. 사실 책은 한 사람이 공들여 가다듬은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다. 
말은 글처럼 고쳐가며 제련할 수 없고, 
시간의 제약을 받으며, 표정이나 목소리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과 섞인다.
15

🌱아이슬란드에서는 책을 한 권 이상 출간한 사람이전체 인구의 10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이 나라의 인구는 32만 명쯤 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정보를 TV보다 책으로 얻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아이슬란드 경제위기에 대한 의회의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출간 즉시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2000쪽이넘는 벽돌책인데도.
우리라고 못 할 것 없지 않은가.
17

🌱스스로를 의심하고 격려하고 점검하면서 걷는 길은 외롭고 고단하다.
24

🌱자신이 쓴 글을 시간이 지나 다시 살피면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점검하는 것, 그러다 때로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가끔은 ‘나 글 진짜 못 쓰는구나‘라고 자학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다. 수치심을 무릅쓰고자기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뒤 피드백을 받아봐야한다. 
25

🌱 ‘자격 있는 사람만 책을 낼 수 있다‘는 은근한 분위기는 이미 책을 낸 기성작가들과, 작가를 선망할 뿐 글을 쓰지는 않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허구다. 
48

🌱 그는 작가의 꿈을 버렸다. 그러나 그 꿈은 버려지지않았다. 그도, 나도 안다. 
앞으로도 그에게 작가의 꿈은 버린 것과 버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상태로 살 것이다.
53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비슷한 시기심으로 고생하는 분이 있다면, 당장 책을 쓰는 편이 낫다. 최악의 경우에도 전과 다른 차원의 독서가로 거듭날 수 있다. 한권의 책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부분이 어떻게 힘든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작품의 방법론과 기교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피아노를 칠 줄 알면 라흐마니노프가 다르게 들린다.
54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지난주에 생긴 것이 아니라면,
몇 년 된 것이라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써야 하는 사람이다. ‘의미의 우주‘에 한 발을들였고, 그 우주에 자신의 의미를 보태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59

🌱 여기에 좀 더 자신을 믿어보라고, 자기 생각을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덧붙이고 싶다.
좋아하는 책이 있는가. 그 책이 왜 좋은지, 어느 대목이좋은지 설명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원고를 판단하는기준과 가야 할 목표를 이미 갖춘 것이다. 남이 아닌 나의 기준을 엄격하게 자기 글에 적용해보자. 칭찬을 구하지 말고 부족한 점을 직시하자. 그걸 믿고 가보자.
69

🌱《책 한번 써봅시다》도
독자들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가며 읽어주시면 좋겠다.
71


🌱두발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건 물리학이나 기계공학 지식이 아니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넘어지는 경험이다.
80


🌱솔직함을 방해하는 세 번째 요소는 교훈과 감동에 대한 집착이다. 
에세이는 교훈적이거나 감동을 줘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109

🌱당신의 답이 당신의 개성이다. 개성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결국 삶과 세계에 대한 관점과 견해- 인생관, 세계관―를 쌓는 일이다.
119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알수록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그냥요˝ 같은 대답을 점점 안 하게 된다. 좋아하는 영화 다섯 편의 순위를 매기는 데 사용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좋아하는 책 다섯 권을 고르는 데에도 적용된다. 방금 보고 나온 신작 영화에 대해 흡족하거나 언짢은 까닭에 대해서도 당신만의 의견을 보다 자세하고정연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121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뭘까. 나는 ‘삶을 사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면그 대상을 유심히 헤아리게 된다.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진다. 좋은 에세이에는 그렇게 삶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애정이 담긴다.
124

🌱뾰족한 곳을더 뾰족하게 깎자. 글은 날카롭게 깎되 마음은 온유하게 먹자. 욕을 먹어야 한다면 정확한 욕을 들어먹기 위해 애쓰자. 비판에 익숙해지자.
233

🌱어떤 이들은 이런 농담도 한다. 한국에서 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이라도 한 달에 한권씩 책을 읽는다면 성인 인구 독서율이 이렇게 낮지 않을 거라고.
243

🌱그렇게 경솔하게들 자기 야심을 드러내다니………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데.
실은 선장들의 은밀한 공동체는 마냥 훈훈하고 연대감이 넘치는 곳만은 아니다. 우리는거친 뱃사람들이라. 
뭍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고독과 경이를 한번씩 체험하고, ‘내가 이 짓을 왜 하는 걸까, 이번에는 정말 망했다‘는 생각도 꽤 자주 해본 인종들이라.
내가 더 멀리서 죽을 테다.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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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블로그글 복붙했어요



📚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레인 한프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궁리 2021-12-03, 156쪽, 서한집


🥭 스토리지북앤필름 새 해모임서 모임장분이 런던 여행이야기를 하다가 추천 나온 책이다. 영국은 ‘헤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를 읽을때에만 반짝하고 그 외엔 가보고 싶다고 생각이 든 적이 없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곳에 책방거리가 있나보다. 얼마전 글쓰는 친구 @hwan_hy0 분이 헌책방서 이 책을 마침 발견했다며 (무려 이 책도 헌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는 이야기인데) 서울중독과 채링크로스84번지 두 권을 빌려주셨다 (완전 완전 감사!)

🥭 1949년부터 1969년까지의 런던의 헌책방 담당직원 프레드(구매 판매 담당)와 뉴욕의 독자 헬레인이 우편으로 책을 주문하고, 서점직원들과 우정을나누는 서한집이다. 실제 그들은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다. 내가 애정하는 책 루시드폴과 마종기 시인의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 생각난다.

🥭 아니 왜 뉴욕에서 런던까지 책 주문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책 우편요금은 비싸지 않으며 누가 내는 것인가 하는 전직 무역담당자 눈길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런 건 모르겠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런 마음들을 가진 사람들과의 우정과 연대에 어쩌면 그리 재미없을 수도있는 남의 편지들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 이 때는 책이 많이도 귀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 권 한 권에 대한 애정과 비판이 느껴졌다. 그제 글쓰기 고민상당소 주제는 ‘어떻게하면 대한민국 독서인구를 늘릴까요‘였다.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대답을 글로 써내려갔는데, 지금은 너무 흥미롭고 쉽게 정보를 얻는 것들이 많다는 대답이 상당했다. 지금과 그 때를 비교해보며 조금은 씁쓸하다.

🥭 책을 다 읽고 검색을 해보았는데, 84번지에 있던 마크스 책방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미 1960년에. 대신 최근 그곳 뉴스를 읽었다. 그 거리에 작은 서점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가본적도 없는 내가 다 뿌듯했다. 책 속에 나오는 프레디도 헬렌도 다른 직원들도 지금 살아있진 않지만, 어쩐지 대한민국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 같다.

🥭 내가 애정하는 책방들이 계속 그곳에 있길 바라고,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기를......


🥭 마음에 더 남은구절

🌱이 타자기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않고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책을 구할 수 있는데, 뭐하러 저 17번가까지 내려가 그 더럽고 못난 책들을 사겠어요? 여기 이 자리에서는 런던이 17번가보다 훨씬 가깝답니다.
31p

🌱이게 초판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난생 처음 보기 때문이에요. 이걸 제가 소유한다는 사실에 살짝 죄책감마저 들어요.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는 영국 어느 시골 가정의 소나무 책장에나 어울릴 만한 품격이에요. 이 책은 벽난로 옆에 놓인 가죽안락 의자에서 읽어야 제격이지 이런 누추한 단칸방의 다 망가진 적갈색 장식벽 앞에 놓인 중고 침대 겸용 소파에서 읽을 것이 아니에요.
34p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50p

🌱그래도 책 구입은 중단할 생각이 없으니까 무언가 해주셔야해요. 쇼의 연극 비평이 있는지 좀 찾아봐주시겠어요? 그리고음악비평도요? 여러 권 있는 걸로 알지만 뭐든 찾는 대로 보내주세요. 자, 프랭키, 잘 들어요. 곧 춥고 지루한 겨울이 되는데 저녁 때 애보기를 하게 됐어요. 
그러니 읽을 것이 필요해요. 앉아 빈둥거리지만 말고 책 좀 찾아달라고요.
89p

🌱프랭키, 당신은 제가 말하기 전까지는 죽을 권리도 없다는 사실, 명심하세요.
93p

🌱거기 그러고 앉아서 몇 년 동안 남산만한 도서 목록을 발행해놓고 이제 와서 달랑 한 권 보내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돌쇠 씨?
98p

🌱물론, 적당한 가격일 경우에요.
이제 더는 싼 것이 없어요. ‘적당한 가격‘이죠. 아니면 ‘분별있는 가격‘ 이고요. 
111p

🌱그래서 이 일화를 얘기하는데 진(저와 일하는 편집자예요)이 묻는 거예요. ˝랜더가 누구예요?˝ 제가 어찌나 흥분해서 설명을 했는지 진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중에 제 말을 끊는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과, 당신의 그 오래된 영국 책들이란!˝
어떤지 아시겠지요, 프랭키? 살아 있는 사람 중 저를 이해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랍니다.
131p

🌱네, 우린 아직 여기 있습니다. 갈수록 나이가 들고 바빠지지만 더 부자가 되지는 않는군요.
138p

🌱헬렌 한프, 
뉴욕주 뉴욕시 21, 72번가 이스트 305번지
1968년9월30일
우리 아직 살아있는 거 맞나요, 네?
140p
(전 편지가 65년 11월..)

🌱1969년 1월8일 귀양,
지난해 9월 30일에 도엘 씨 앞으로 보내신 편지를 방금 발견했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도엘 씨가 12월 22일 일요일에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장례식은 지난 1월 1일 수요일이었습니다. 고인은 12월 15일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맹장 파열 수술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복막염으로 번져이레 후 돌아가셨습니다.
고인은 저희 회사와 40년 넘게 함께하셨고, 게다가 마크스씨가 돌아가신 지도 채 얼마되지 않은 터라 코헨 씨에게는씬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오스틴의 책을 지금도 원하시는지요?
마크스 서점 비서 조앤토드 드림
142p

🌱오래 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나는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145p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큰 신세를 졌답니다.
145p

🌱만약에 채링크로스 84번지 이전에 이미 성공한 작가였다면, 그래서 귀한 책을 손쉽게 척척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우리 독자는 이 아담한 책의 축복을 받지 못했을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옮긴이의 말)
154p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를 만나고 딴 세상을 만나고 자기를 만난다. 그리고 뜻밖에, 사람을 만난다. 이 책은 아주 특별한 만남에 관한 것이다. 직선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의 만남이 따뜻하고 호기심 많은 주위 사람들을 빨아들여 하나의동그라미가 되었고, 책으로 출판된 뒤에는 그 우정의 반지름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 수많은 독자들을 한데 묶어주고 있다.
(옮긴의의 말)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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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가 내일 아침출장을 가기 때문에 모두가 좀 어수선한 상태라서 감사 인사를 못하고 있었어요. 물론 프랭크의 한프 양에게 누구 다른사람이 감히 편지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 P44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 P50

그래도 책 구입은 중단할 생각이 없으니까 무언가 해주셔야해요. 쇼의 연극 비평이 있는지 좀 찾아봐주시겠어요? 그리고음악비평도요? 여러 권 있는 걸로 알지만 뭐든 찾는 대로 보내주세요. 자, 프랭키, 잘 들어요. 곧 춥고 지루한 겨울이 되는데 저녁 때 애보기를 하게 됐어요. 그러니 읽을 것이 필요해요. 앉아 빈둥거리지만 말고 책 좀 찾아달라고요.
- P89

프랭키, 당신은 제가 말하기 전까지는 죽을 권리도 없다는 사실, 명심하세요.
- P93

거기 그러고 앉아서 몇 년 동안 남산만한 도서 목록을 발행해놓고 이제 와서 달랑 한 권 보내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돌쇠 씨?
- P98

물론, 적당한 가격일 경우에요.
이제 더는 싼 것이 없어요. ‘적당한 가격‘이죠. 아니면 ‘분별있는 가격‘ 이고요. 
- P111

그래서 이 일화를 얘기하는데 진(저와 일하는 편집자예요)이 묻는 거예요. "랜더가 누구예요?" 제가 어찌나 흥분해서 설명을 했는지 진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중에 제 말을 끊는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과, 당신의 그 오래된 영국 책들이란!"
어떤지 아시겠지요, 프랭키? 살아 있는 사람 중 저를 이해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랍니다.
- P131

네, 우린 아직 여기 있습니다. 갈수록 나이가 들고 바빠지지만 더 부자가 되지는 않는군요.
- P138

헬렌 한프, 
뉴욕주 뉴욕시 21, 72번가 이스트 305번지
1968년9월30일
우리 아직 살아있는 거 맞나요, 네?
- P140

오래 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나는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 P145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서점 주인 마크스 씨도요.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큰 신세를 졌답니다.
- P145

만약에 채링크로스 84번지 이전에 이미 성공한 작가였다면, 그래서 귀한 책을 손쉽게 척척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우리 독자는 이 아담한 책의 축복을 받지 못했을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옮긴이의 말)
- P154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를 만나고 딴 세상을 만나고 자기를 만난다. 그리고 뜻밖에, 사람을 만난다. 이 책은 아주 특별한 만남에 관한 것이다. 직선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의만남이 따뜻하고 호기심 많은 주위 사람들을 빨아들여 하나의동그라미가 되었고, 책으로 출판된 뒤에는 그 우정의 반지름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 수많은 독자들을 한데 묶어주고 있다.
(옮긴의의 말)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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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자기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않고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책을 구할 수 있는데, 뭐하러 저 17번가까지 내려가 그 더럽고 못난 책들을 사겠어요? 여기 이 자리에서는 런던이 17번가보다 훨씬 가깝답니다.
- P31

이게 초판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난생 처음 보기 때문이에요. 이걸 제가 소유한다는 사실에 살짝 죄책감마저 들어요.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는 영국 어느 시골 가정의 소나무 책장에나 어울릴 만한 품격이에요. 이 책은 벽난로 옆에 놓인 가죽안락 의자에서 읽어야 제격이지 이런 누추한 단칸방의 다 망가진 적갈색 장식벽 앞에 놓인 중고 침대 겸용 소파에서 읽을 것이 아니에요.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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