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부분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천재가 무엇인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천재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것을 보는 사람이다.
- P70

그녀의 일기를 읽으면서 나는 종종 결론이 나지 않을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천재성이란 발휘되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영원히 잠들어 있는 편이 좋을까.
- P72

작은 것은 유령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큰 것도 유령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은 것과 큰 것은 같다.
- P80

그가 왜 변명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오차가 있다. 측정도 인간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염박사는 오차를 내지 않기 위해 애초에 입을 다물기를 선택했을수도 있다. 
- P92

무언가에 깊이 몰두한 인간만이 경험하는 외로움에 대해 입을여는 것은 지뢰밭임을 알면서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으리라 여기며 그곳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무언가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더욱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누군가는 가끔 한계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윽고 그는 심연에 가라앉는다. 어떤이는 그곳을 절망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가본 적 없는 그곳이 무한히 평화로우리라 상상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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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 사이의 파도에 휩쓸리며 마침내 금요숲은 부모와 함께 육지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도 쫓기거나 숨어다녀야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 부모를 여의고 말았다. 
- P66

이유가 뭐든 그 아이는 불안한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사람은 분노한 권력자도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긴 약자도 아닙니다. 불안해하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입니다. 무슨 일을 할지 알수 없으니까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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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렸던 그녀는 아직 이런 위대한 이름들을 알지 못했기에 불확실함이라는 파도에 버려지는 해안가의 절벽처럼 외로웠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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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잘 되는 날에는 누가 나를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든다. 그게 누구냐면 지난 며칠간 꾸준히 달려놓은 과거의 나다. 
- P162

글쓰기에 관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입장은 내게도 적용된다. ‘나의 쓰기는 말하지 않기‘라고 그는 이야기했었다. 이렇게 입 다물고 뛰는 시간이 없다면 일간 연재 같은 건 절대로 계속할 수 없을 테다. 
- P163

역시 글쓰기는 그리움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려고 문장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바깥을 향해 난 두 눈으로 본 무언가를 불멸화해보려는 시도일까.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세계를 수없이 다시 본다.
- P166

어린이들은 수없이 다치며 젊은이를 향해 간다. 같은 방식으로 다쳐도 언젠가는 울지 않을 것이다.
- P174

그러다 울음이 날때도 있다. 생이 끝난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된다. 지금 누워 있는 자세처럼 언젠가 송장이 될 나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유한하고 허망한, 사랑하는 이들의 몸을 생각한다. 함께 살았던 고양이 탐이도 생각한다. 죽은 탐이의몸이 얼마나 빨리 딱딱해졌는지도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죽음이 무엇인지 너무 모른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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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자기 자신처럼 굴어도 된다고 믿을 수 있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을까?" 번역하는 여자의 질문이다.
- P133

자의식 지옥에는 꼴 보기 싫은 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다. 이젠 버릴 때도 되었다 싶어 분리수거하여 내놓았다. 후회스러운 짓들의 목록으로 빼곡한 종이는 반듯하게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천국도 지옥도 아닌 중간 지대로 챙겨간다. 삶은 대체로 중간 지대에서 흐른다. 
- P136

후회를 만지작거리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건 번역하는 여자다. 그의 주머니속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되었다.
누구의 삶에나 되돌리고 싶은 일이 있는 법이라고, 그는 말해주었다.
- P136

그 거만한 표정과 으쓱하는 어깻짓에 우리는 환호한다. 겸손 따위 내다 버린 모습이 너무 통쾌하니까. 네가 너라서 다행이니까. 이 자리에선 그래도 된다.
- P137

이제는 내 삶이 타인들의 시선에 대롱대롱 매달린다는 것을어떤 유감도 없이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의 시선에 매달릴지 결정할 권한이 내게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또한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타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 P137

나만 해도 긍정적인 뉘앙스로 자기 연민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게 조금 가혹할지도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사실 ‘자기‘도 소중하고 ‘연민‘도 소중한 것인데 말이다.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생을 슬퍼하는 감각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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