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깊게, 더 깊게 자아의 우물을파낸다. 그 안에 불안이 차오른다. 들여다 본다. 들여다보게 한다. 그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서로의 불완전성이 긴밀하게 공유될 때, 우리는 끝 모르고 깊어진다. - P17
세상은 짐작과 오해만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네가 바뀌지 않는 한 인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어. 시간은 아무것도 약속해 주지 않지. - P25
생각은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번지기만 했다. 내 세계는 여전히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P25
삶이라는 각자의 광활한 저수지 안에서 우리 마음은 메말라 있었고, 채우려고 하면 비워지고 비우려고 하면 채워졌다. 가득 채운 듯이 으스대는 사람의 삶은 거의 텅 빈 것처럼 보였고, 텅 비운 듯이 담담한 사람의 삶은 오히려 가장 안정적으로 가득 채워진 것처럼 보였다. - P28
동네로 돌아오니 눈앞의 풍경이 몇 시간 전과 너무달라서 어색했다. 겨우 5일을 머물렀을 뿐인데 현실감을 잃어버렸다.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나도 많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여행을 꿈꿔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 P40
머뭇거리며 봉고를 지나쳤다가 잠시 멈춰섰다. 고작 이천 원의 사치에도 나는 두 번 망설였고 이내 단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차비조차 부족한 시기이므로 미련없이 돌아섰다. 저걸 사먹으나 안 사 먹으나 내인생은 똑같이 허무하게 흘러갈 것이었다. - P43
삶에 코인처럼 무언가를 넣으면 삶은 자판기처럼 다시 무언가를 반환해 준다. 원인에는 항상 결과가 따르듯이 행동은 무엇이 됐든 나름의 결과를 불러온다. (중간생략) 감정은 삶의 코인이 될 수 없다. - P45
우리는 각자의 배타적인 공간에서 시간의 감각만을 공유하는 운명의 공동체다. 서로 각별한, 별개다. - P46
연출이 의도한 타이밍에 눈물이 나는 것 같아서 왠지 조금 분했지만 막을수 없었다. - P50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겨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 P51
나라는 존재가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으로 남겨시고 기억되어야 할까. - P51
성숙해진다는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이성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그들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한 협상과 중재를 원만하게 해내는 것이다. - P53
무작정 같은 편이되어주거나 모든 걸 이해한다는 태도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 주파수를 섬세하게 맞춰 가듯이 어떤 유대감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 P54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운명적인 힘에 의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자기 행위의 방향성을 자기 의지로 표출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므로 사랑은, 전달보다는 발산에 가까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 P61
살다보면 한 번쯤 말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맹점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쉽게 말해서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 P67
삶의 압박감은 세상이 아닌 나의 내면으로부터 비롯한다. 타인의 마음을 내 멋대로 단정짓는 생각들이 몸집을 불리고 나를 압박하려 드는 것인데, 우리는 그 원인을 아예 타인에게 떠넘기거나 타인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책임을 돌려 회피한다. 내 삶의 모든 결정권은 나만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하는 것이다. - P68
소통이란 실은 추측과 왜곡이 난무하는 현상일 뿐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오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말과 글을 표현하는 일은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 - P74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 P76
말을 할 때는 내가 말을 하고, 글을 쓸 때는 내 안에 존재하는 목소리가 글을 쓴다. 말을 하는 내 모습과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일치하지 않음을 느낀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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