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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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출산우대정책으로 세자녀 출산을 조건으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12세대 실험공동주택에 입주한 은오와 요진은 먼저 입주한 세 가정에서 마련한 조촐한 환영식에 초대된다. 사람들이 처음 만날때 으례 묻고 답하는 질문, 은오와 요진은 이 질문이 편치 않다. 먼저 선수를 쳐 자신이 집안 일을 하고 아내가 돈벌러 나간다는 말에 앞으로 서로 도우며 한가족처럼 살아가게 될 이웃들은 아 그렇구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간만의 차이로 미리 입주하여 이미 누군가의 주도로 형성된 친목과 분위기의 권력을 이용하여 교활한 방법으로 남의 아픔을 집요하게 캔다. 첫만남에 밝히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는 거고 ‘제가 능력이 안되다 보니 아내가 출근을 합니다’ 라고까지 했으면 더는 캐지 않는 게 예의지 이런 거 물어도 되나 모르겠네 라고 하면서도 어디 다니냐고 묻고는 결국 약국에서 카운터보는 일로 세 식구 먹고 살아야 하는 누추한 속살을 캐내고야 마는데, 그 와중에서도 이웃의 직업적 품평회는 그치지 않는다.

어떤 모임이든 사람들의 그룹에는 좋게 말해 리더, 일반적으로는 자기 주장이 강한 한두 사람이 전체를 자기 편한대로 주무르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여기서 홍단희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무례하게 사생활을 캐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기면서 자신의 주장으로 몇 안되는 세대가 만든 그 규칙이란 걸 앞세워 사사건건 자기 뜻대로 공동체를 이끄는데, 이 인간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생생하고 현실에서 막 튀어나올 것 같은 전형적 인간 군상이어서 답답했다. 입주 환영이랍시고 조리돌리듯 새 입주민의 사적인 질문을 퍼붓는 자리에 상낙의 아내 효내가 불참했다고 아이 혼자 데리고 나타난 그 집 남편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시어멈들처럼 잘도 지껄이는 인간도 홍단희다. 젖먹이 다림이를 키우며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프리랜서라는 허울좋은 커리어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불참자 효내의 사정은 문자 그대로 눈물겹지만 경력을 지키고 싶은, 대한민국 모든 기혼모 여성의 이야기지만, 차라리 한 편의 서늘한 잔혹극에 더 가깝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 그렇다고 보수가 제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집안을 돼지 소굴처럼 내팽겨치고 밤을 새며 그려도 마감을 맞출 가능성도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효내는 시도 때도 없이 홍단희의 침입을 받는다. 이번엔 다 같이 하기로 한 재활용품 수거에 불참했다는 거.

이 입주민들은 역시 홍단희가 주축이 되어 어린이집 대용의 공동양육 프로그램을 짜고 네 가정의 집사람들 함께 식사 및 여러 프로그램을 담당하여 진행하기로 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일화가 생기지만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은 각 가정의 이해득실을 계산해보았다. 신재강ㅡ홍단희의 아이들은 남자아이 둘로 3살 5살, 고여산ㅡ강교원의 아들 4살 젖먹이 세아 외에 새 입주민 요진과 은오의 딸 시율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에는 나이가 많은 6살 그리고 효내는 아직 젖먹이이다. 결국 서너살 남자 아들 사이에서 시율이는 정당한 케어를 받기는 커녕 어른을 대신하여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고 시간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는 효내는 아기가 잠든 새 짬을 내 일하는 시간마저도 박탈당한다. 결국 제일 부산하고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두 사내 아이를 가진 홍단희네가 이 공동 양육 시스템에서 가장 큰 파이를 가져가고 있지만 아무도 그걸 문제 삼지 않는다.

홍단희의 남편 신재강은 그 중 제일 번듯한 직장을 가진 듯한데 마침 차가 고장나자 당사자인 요진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남편 은오가 선심쓰듯 카풀을 제안하고 거절할 틈도 없이 얼씨구나 얍싸빠르게 기름 넣어주라고 홍단희가 거들어 카풀을 하는데 조수석에 외간 남자를 태운 요진은 영 불편하고 어색한데 재강이 자연스레 대화를 잘 트는 듯하더니만 무슨 자동차 수리를 몇날 몇일씩 하는지 일부러 그러는지 카풀을 하는 기간은 길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신재강의 태도는 딱잘라 작업이다라고는 말할 수 없는 낌새의 불편한 작업성 멘토가 시작되고 이것은 점점 더 노골적이면서 집요하게 변해간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기에는 신재강이 너무 고단수이며 아무 뜻 없이 선의로 혹은 농담으로 치부해 버리면 자기만 예민하거나 정신병자 취급받을 행동에서 멈추는 것이다. 급기야는 약국까지 찾아오고 홍단희가 없는 틈을 타서 저녁 약속까지 혼자 잡아놓고 집요하게 문자를 보내는 그를 더는 참을 수 없어 남편에게 말하려 집으로 들어갔는데 홍단희네가 짜진 틈을 타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에 나가 피자며 햄버거 같은 걸 사주고 키즈 카페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까지는 좋은데 그 돈을 자기 카드로 긁어 생생을 내고는 아이들은 돌조지고 않은 채 강교원과 미장센이 어쩌고 하며 영화 얘기에 빠져 낄낄거리고 있다. 급하게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니 사내 애들 틈바구니에서 고통을 겪던 시율이가 엄마를 보자 울며 달려 들어 자기를 여기서 데려가 달라고 한다.아이가 그동안 어떤 환경에 내몰렸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동체는 어떻게 될까. 애초 외벌이에 세자녀 출산이 이런 출산장려용 공동주택의 저럼한 임대와 같은 방법으로 가능한 거였다면 우리나라 출산률이 1.1프로를 기록하고 있진 않을 거였다.여러 버전의 <72년생 김지영>의 사연을 보다 생생하게 내 일 내 이웃의 오늘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묘사한 이 소설은 구병모 특유의 판타지를 기대했던 내게 처음 부분은 실망스러웠다. 이건 소설이 아니야 오늘이라도 당장 엘리베이터에서 무심코 건네는 이웃의 똑같은 현실의 일부야 싶어 읽어나가기 싫어졌었다. 하지만 곧 구병모의 치열한 언어로 직조된 다양한 삶 속에서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조용한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공동체라는 허상을 보여주는 것 만은 아니다.각기 다른 곳을 보면서 쫓기듯 내몰린 개개인의 삶이 무심코 휘두른 작은 권력에 얼마나 폭력적으로 취약한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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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 변화하고 싶다면, 새롭고 싶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김창옥의 인생특강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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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와 어쩌다 어른에서도 본 것 같은데, 미국 사는 친구 하나가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열심히 들었다는 강연을 카톡으로 주소를 보내주곤 해서, 일삼아 듣고 있을 시간은 없고 해서, 책으로 읽었다. 물론 책의 내용은 여기 저기서 한 강의 내용을 엮은 것으로, 강연체이고 많지는 않지만 중복적 내용도 눈에 띈다.


저자가 TV에서만 강연을 하는 게 아니라 전국 방방곳곳을 누빈다. 스타 강사의 몸값이 엄청 비쌀텐데, 차로 1년에 지구 두바퀴 거리인 7만 킬로를 이동한단다. 이렇게 일하면서도 10년 동안은 모텔에서만 자다가 한 번은 강의했던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호텔에서 자고난 이후로 호텔에서 쾌적하게 잠을 자기 위해 호텔에서 자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연은 남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건데, 그게 전문 지식이면 간단하지만 자기계발적인 텍스트라면 각기 다른 삶을 다른 가치관과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청중에게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할 거 같다. 김창옥은 그 일을 누구보다도 성공적으로 잘해내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는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보이고 소통하는 게 제일 잘 통한다. 현재 잘 나가는 강사지만, 한 때 좌절했던 순간이 있고, 여러 종류의 힘든 고비가 인생의 마디 마디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중혁 작가가 작가들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의 경험이 평생 뜯어먹어도 언제나 새롭게 푸릇푸릇 다시 자라는 풀밭이라고 했던 것처럼, 힘겹게 지나온 시간들은 직업적 강사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영감을 준다.


딱히 힘겹거나 괴로운 경험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많은 사건에서 강연의 소재와 영감을 찾는다. 대부분의 강연은 저자의 경험이나 누구누구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 스치며 지나간 짧은 단상 같은 것들 말이다. 1시간 짜리 강연을 하려면 20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던 친구 말이 생각나는데, 강연을 할 때마다 매번 내용이 다른 강연을 하고, 다른 전문 강사들처럼 자료 준비를 남에게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한단다.



앞서 강의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호텔에서 자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 에피가 재밌다. 호텔에서 자고난 후에는 비치된 샤워젤 같은 물품들을 매번 가져왔었는데, 1~2년이 지난 어느날 자신이 이제 어느정도 부유해졌으니 이런 걸 가져가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고백하기를 자신이 아직 냉장고에 비치된 물과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십만원 하는 호텔비를 결재하면서 왜 몇천원하는 물은 못마시지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아무리 고급 호텔이라도 물은 그냥 주지 않던가? 나는 저 분처럼 부자도 아니지만 여행 중 호텔 가서 1회용 비치품을 챙겨오지는 않는다. 이게 가치관의 차이인데, 예전엔 간혹 예쁜  것들을 기념품 삼아 가져와봤지만 뒹굴리는 것도 지긋지긋해서 안가져온다. 하 지만 마찬가지로 냉장고 안의 맥주 같은 걸 마셔 바가지쓰지는 않는다. 들어올 때 편의점 같은 데 들러서 사온다. 그래서 그 강연의 내용은 뭐냐 하면 누구나 자기에게 아낌없이 쓰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는 거다. 당연한 말씀, 외식하거나 술마시는 데는 몇만원 몇십만원도 안아까운 사람이, 화장실 불 켜고 다닌다고 잔소리질 하는 거 보면 그렇다. 옷 사고 명품 가방 들고 좋은 화장품 쓰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꾸미는 데는 재벌딸처럼 쓰다가도 밥한끼 안사는 얌체족도 다 친구가 있는 거 보면 그 친구는 소박하게 꾸미면서 절대로 밥값을 내지 않는 친구와 같이 밥먹고 커피 마시는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은 친구가 있기 때문일 거다.


이 분 강연을 들으면 굉장히 재밌고 뭉클한데, 책으로 읽으면 뭔가 강연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안느껴진다. 목소리 톤과 강연 분위기 같은 것이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책 자체가 강연체인 습니다 체로 쓰여있어 가볍게 읽히는 면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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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3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8-07-13 20:5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런데 말도 잘하면서 글도 잘 쓰는 사람 막 생각났어요. 유시민이요. ㅋ

양철나무꾼 2018-07-1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강의 몇 개를 다시 듣기로 들었는데,
청중과 대화 형태로 고민 상담하는걸 보고 이 분 강의를 들어봐야겠다 싶었어요.
말을 쉽게 편하게 막 하는 것 같은데,
그 청중이 얘기를 할때 일단 어느 정도 다 들어주더라구요.
듣기를 통해 알아낸 정보를 적용시키는 과정을 보고,
사람들이 김창옥 김창옥 하는 이유를 알겠다 싶었어요.

이제는 강의를 본인이 혼자 준비하지는 않고 준비해주시는 두명의 직원이 있다고 하는 걸 들었어요.
그래도 청중과 고민 상담 하는 건 그때 끄때 이루어지는 듯,
누가 따로 준비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 싶었습니다.

또 한가지, 그게 강의이고 강의에서 보여주는 쇼맨쉽이 되겠지만,
좀 과장되다 싶었었습니다, 전.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CREBBP 2018-07-13 20:59   좋아요 1 | URL
저도 강연을 몇개 듣긴 했는데 참 재밌게 하더라구요. 청중들을 까르륵 넘어가도록 웃기고 또 눈시울 붉히게 만들고. 저는 저 책에서 김창옥 어머니가 했었던 말인가가 생각나요. 얼마나 애썼겠냐고 걱정하면서..
감사합니다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현대 스페이스 오페라의 양대산맥 중 하나라고 한다. 30세기의 우주. 지구인들은 자연계의 웜홀로 다른 항성계로 이동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제국을 건설한다. 각 항성들은 고유의 문화와 정치 체계와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바라야 행성은 한동안 웜홀이 막혀 수백년간의 고립시대를 경험했고, 그에 따라 뿌리깊은 남여차별 사상과 (다른 행성에서 볼 때) 야만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서 연대기 순으로 출간된 세트 상품을 구매했는데, 나중에 2권이 더 나와서 국내 출간은 총 10권이다. <명예의 조각들>은 나중에 나왔지만 연대기순으로 먼저다. 주인공 마일즈가 태어나기 전 부모 세대가 적국의 포로로 만나는 로맨스가 미지의 행성에서 펼쳐진다. 시리즈의 주인공이 탄생 전이라는 사실과, 방대한 세계관과 익숙지 찮은 상태에서 처음 만나기에 낯설 수 있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강한 1편과 그 뒤에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편편이 완결되고 새로운 이야기의 바다다. 첫 편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이걸 한번에 다 읽어없애면 아까울 것 같아 하나씩 생각날 때마다 읽고 있는데, 현재 <마일즈의 유혹>까지 읽었으니, 세트 구성 상품 중 5권 읽고 3권 남아 모두 다 읽기도 전에 뭔가 아쉽다. 각각이 보르코시건 사가라는 전체 시리즈의 한 편이긴 하지만 매 편이 전혀 새로운 주제와 소재, 배경을 가진 독립적인 이야기로 펼쳐지고 완결된 구조를 갖기에 어느 걸 먼저 읽어도 상관없고, 하나만 읽어도 괜찮다.



연대기적인 이야기는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초반부가  길고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 시리즈는 첫편부터 재밌다. 부졸드 여사가 창조한 세계관이라는 게 매 편마다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드러나는 데다가, 각 편에서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독립적으로 다시 설명하고 있다. 제3행성에서 적 행성의 포로와 적군으로 만난 남녀가 신비한 행성의 황량한 벌판에서 포로를 연행하며 대화하는 중 서서히 빠져드는 로맨스도 기가막히게 멋지지만, 반역과 배반 등의 스릴러적 요소가 복합되면서 아슬아슬한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서로 다른 행성의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마일즈의 탄생 설화가 된다. 








두 사람의 행복한 결말은 2편 <바라야 내전>으로 이어진다.  민주적인 베타 행성의 과학자가 야만적인 바라야 행성의 보르코시건 백작에게 시집와서 겪는 자잘한 일화와 갈등으로 시작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어린 황태자의 섭정으로 제국의 1인자가 된 보르코시건 백작은, 베타 여인인 코델리아 네이스미스의 의견을 존중하여, 점차 바라야에 민주적이고도 공평한 제도적 포석을 놓는다. 그럼에도 귀족 사회의 면모에 암투의 양상까지 그대로 간직한 바라야에서 황제 자리를 탐하는 모반 사건이 일어나고, 보르코시건 백작은 이를 진압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델리아의 태아가 크게 손상을 받는다. 태아는 인공자궁에 옮겨지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기는 하지만, 뼈가 잘 부러지고 키가 150정도로 아주 작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바라야는 장애를 지닌 인간을 터부시하는 터라, 태어나기 전부터 친할아버지에게서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가까스로 태어난 마일즈는 어린시절이 생략되고 사관학교 시험을 앞둔 건장하...지 못한 부러지기 쉬운 뼈와 작은 키를 지닌 명문가 출신의 소년이다. 여러 면에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티리온을 연상시킨닫. 명석한 두뇌와 결함있는 신체 조건, 출신 성분의 우월성과 든든한 뒷배경으로 열등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지닌 아주 복합적인 캐릭터가 그렇다.  보르코시건 시리즈에 중독되게 만드는 사랑스런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신체 조건 때문에 사관학교 시험에 떨어지고 뭘 해서 먹고살까 하고 장래를 고민하다가 베타행성에 가서 사고치는 이야기다. 사고도 이만저만한 사고가 아니라 메가톤급이다. 군사학교 입학에도 실패할 만큼 신체적 약점을 가진 마일즈가 사고를 쳐봤자 얼마나 칠 수 있을까. 위기가 닥치고 엄청난 거짓과 요행으로 가까스로 벗어나지만 그 대가로 뭔가 훨씬 거대한 걸 손에 넣게 되고 그것이 더욱 더 큰 위기를 초래하고,  그 위기를 계략으로 극복하면, 먼저 번 위기보다 더욱 큰 쓰나미급의 위기로 변하고, 이런 패턴이 내내 계속된다.  개인적으로는 5개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2편의 바라야 내전과 4편의 보르게임이 네뷸러상과 휴고상등의 큼직한 SF 상을 받은 것에 비해 수상 내역은 없다. 



아버지의 섭정의 시대가 끝나고 황제의 시대가 열렸지만, 마일즈와 함께 자란 그레고르 황제는 마일즈와 불알친구다. 3편에서 사관 학교 입학에 떨어지지만, 후에 공헌을 세운 덕에 입학하게 된 마일즈가, 결국 우주에 나가서 쓰나미급의 사고를 치고 다니는 내용으로 전사 견습보다 훨씬 많이 성장한 마일즈의 모습이 비쳐진다. 생각없이 친 사고와 신속한 판단력, 우연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전과였다면, 보르게임에서는 보다 마일즈의 두뇌가 빛을 발하면서 동시에, 외교 수행중, 숙소에서 빠져나왔다가 우주 미아가 될뻔한 그레고르와의 만남으로 덤앤더머같은 한쌍이 되어 사고를 치고 다닌다. 마일즈는 자기 자신도 구해야 하고, 그레고르 황제도 구해야 하고, 또한 바라야도 구해야 하는, 아무도 부과하지 않은, 스스로 부과한, 멀티 미션이 머리속에 있는데 우주 감옥에 황제와 나란히 갇혀있다. 게다가 치명적인 독거미 같은 미인은 우주를 차지하기 위해 둘을 옥죄어 온다. 결론은 해피앤딩.





다른 책과 비교할 때 <마일즈의 유혹>이 다른 점이 있다면 전투씬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전편에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세타간다 제국 행성의 문화와 제도를 경험하고 있는 마일즈의 시각에서 이 새로운 문명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유전자 풀의 제어권을 가진 호트 귀족과 배우자, 전투력을 가진 겜 귀족 이 두 지배 계급이 지배하는 세타간다는 여러개의 행성을 한 명의 호트 황제가 지배하고 있는데, 황태후의 장례식을 위해 여러 다른 행성에서 초대되었고, 마일즈와 그의 사촌 이반이 장례식에 왔다. 엄청나게 큰 규모로 한달여간 지속되는 장례식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 호트 귀족의 여인들과 문제가 얽히게 되는데, 참으로 흥미로운 게 호트 귀족에 대한 묘사다. 겜 귀족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맞춤형 인간들로, 자연 임신과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인간을 '생물'로 지칭하며 우리가 동물(?)한테 그러듯 생물취급한다. 우리가 생물인건 맞는데, 막상 선택된 게놈에 인공적으로 편입된 유전자들과의 결합으로 태어는 그들이 인간을 그렇게 부르는 건 뭔가 억울하다. 하지만 그런 유전자조작 여인들의 완벽한 미는 마치 일생에 한 번 누구나 걸리는 질병처럼 치명적이다. 여기서 마일즈는 이상한 일에 휘말려 탐정행세를 하게 되는데,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자신도 잘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시 바라야 제국을 구하는 일이 되었고, 과정적으로는 열등감과 치명적 유혹 때문인 듯하다. 



각 권 리뷰에 자세한 내용과 감상을 올리도록 하고(그러려고 했는데, 각권 소개가 너무 길어져서 올릴 지 말지는 아직 미결정.

세트에 속한 아직 읽지 못한 책 세 권과, 세트 상품 구성 이후에 나타나서 억울한 2 권의 내용이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크다. 


















없는 것
















수상 내역을 보면 (나무 위키 참조 ) 바라야 내전 1992년 휴고상 수상, 보르게임(The Vor Game) - 91년 휴고상 수상, 마일즈의 유혹(Cetaganda)- 97년 로커스상 후보, 무한의 경계(중편집) 내 The Mountains of Mouring은 1990년에 네뷸라, 휴고상 수상 미러 댄스(Mirror Dance) - 1995년 휴고상 및 로커스상 수상작이다. 



세트 상품은 이렇게 생겼지만, 실물은 없고 이북으로 구매했다. 표지도 예뻐서 공간이 넉넉한 분들은 실물을 디스플레이하는 느낌도 좋을 듯하다. 






국내 미출간 도서도 골라봤다. 


국내 미출간(1987)  1989년 네뷸라상 수상














(1998)
































출간순(출처 : 나무위키, 보르코시건 시리즈 항목)

1. 명예의 조각들(Shards of Honor) - 1986년 6월
2. 전사 견습(The Warrior's Apprentice) - 1986년 8월
3. 남자의 나라 아토스(Ethan of Athos) - 1986년 12월
4. Falling Free - 1987년 12월
5. 전장의 형제들(Brothers in Arms) - 1989년 1월
6. 슬픔의 산맥(The Mountains of Mourning) - 1989년 5월
7. 미궁(Labyrinth) - 1989년 8월
8. 무한의 경계(The Border of Infinity) - 1989년 10월
9. 보르 게임(The Vor Game) - 1990년 9월
10. 바라야 내전(Barrayar) - 1991년
11. 미러 댄스(Mirror Dance) - 1994년
12. 마일즈의 유혹(Cetaganda) - 1995년
13. 메모리(Memory) - 1996년
14. Komarr - 1998년
15. Civil Campaign - 1999년
16. Diplomatic Immunity - 2002년
17. Winterfair Gifts - 2004년
18. Cryoburn - 2010년
19. Captain Vorpatril's Alliance - 2012년 
20. Gentleman Jole and the Red Queen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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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영어로 의사를 전달할 때가 있는데, 한글이야 쓰고나서 대략 뭐가 비문인지, 뭐가 아주 틀려먹은 문장인지는 대충 알 수 있어도, 영문은 그렇지 못하다. 심혈을 기울여 쓰고 나서도 이게 제대로 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릴 때 배운 문법 규칙이 아직 머리속에 남아있을 리도 없고, 그냥 대충 쓰면 망신이고 잘 쓰려면 맘대로 안된다. 널리고 널린게 영문 문법 책이고 writing 책인데 뭐 이런 책까지 리뷰를 쓰나 싶어 정리한 내용을 공유한다. 






이 책과 동시에 읽은 책이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인데, 그책에도 쓸데없이 중언부언하지 말고, 습관적으로 중복으로 덧붙이는 말들을 조심하라는 거였는데, 그 말에 엄청 찔려, 아 이게 영문 번역문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거야 라고 했던 생각을 취소한다. 영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도 그렇고 김정선 책에서도 그렇고 가장 여러번 강조하는 게, 습관적으로 있어보이는 줄 알고 쓰는 말들에서 쓸데없는 말들을 걷어내라는 것이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에서 ~적, 의, ~것에 해당하는 영문 표현들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런 거다. 완전 김정선의 책에서 예로 보인 문장들과 맥락이 거의 같다.





The question as to whether → whether(the question whether)         

there is no doubt but that → no doubt(doubtless)         

used for fuel purposes → used for fuel         

he is a man who → he         

in a hasty manner → hastily         

this is a subject which → this subject         

his story is a strange one. → His story is strange.


‘the fact that’ 제거               

Owing to the fact that → since(because)         

in spite of the fact that → though(although)         

call your attention to the fact that → remind you(notify you)         

I was unaware of the fact that → I was unaware that(did not know)         

the fact that he had not succeeded → his failure         

the fact that I had arrived → my arrival


이 밖에도 능동형으로 써라, 얼버무리지 말고 명확하게 표현하라, 부정형을 쓰지 말고 긍정형을 써라. 직접 행동하는 동사를 써라 <내 문장이.. >와 유사한 내용이 많다. 다시 말해 글쓰기의 진리라는 건 유니버셜하다는 거다.(이 문장도 틀렸다. 글쓰기의 진리는 유니버셜하다 라고 써야!).


사실 내용은 별로 많지가 않다. 24개의 규칙이 있고, 해당 규칙은 아주 짧게 설명되고 규칙별로 1~2페이지에 걸쳐 예문이 있다. 그 예문의 한글 번역이 있고, 맨 뒤에는 텍스트 자체의 원문이 실렸다.그러므로 예문은 중복되어 실려있고, 페이지 자체도 많지 않지만, 문장 규칙의 핵심이랄 만한 중요한 내용이다. 원래 초판 '명확한 영어문체의 기본'은 영작문의 바이블이었고, 이 책은 초판의 개정증보판으로, 오래전 쓰여진 문장을 현대 영어의 흐름에 맞는 예시문과 올바른 글씨기의 방법 등을 보완하여 제시했다고 서문에 나온다.


관계대명사의 한정적 용법이니 계속적 용법이니 지긋지긋한 규칙 용어가 살짝 살짝 나오는게 불만이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규칙을 예 하나로 뜨악, 이게 그소리였구나 하고 이해할만한 텍스트도 많다. 나중에 참고하려고 정리한 내용은 이렇다.


and는 가장 모호한 연결어(접속사, 관계사 등)다. and는 두 문장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지 않는다. 아래 두 문장 사이의 관계는 원인과 결과다.               


The early records of the city have disappeared, and the story of its first years can no longer be reconstructed. =>As the early,  the story

=>Owing to the disappearance of the early records of the city, the story… (종속절로 대체)


The situation is perilous, but there is still one chance of escape.     ⇒ Although the situation, there => In this perilous situation, there is...


so 구어체 표현이므로 고친다. 고치는 간단한 바법은 so로 시작되는 표현을 생략하고 첫 번째 절as나 since로 시작한다.

I had never been in the place before; so I had difficulty in finding my way about.         

=> As I had never been in the place before, I had difficulty in finding my way about.


5. 두 개의 독립절은 쉼표로 연결하지 않는다(세미콜론을 활용)

The presidential nominee visited my town yesterday; no one was particularly excited.


7. 분사구문으로 시작되는 문장에서 분사구문의 의미상 주어는 문장의 주어와 같아야 한다.이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터무니없는 문장을 쓰게 된다.


주어가 다르다면, 위의 문장과 같이 각각의 문장의 주어를 반드시 써야 한다. 주어를 써주는 경우 문법적으로 일치시킨다.


Having cleaned the oven, the kitchen looked brand new. (X)     => The kitchen looked brand new after Mike cleaned the oven. (O)

Their years of training forgotten, the employee left the company without hesitation. (X)        =>  His years


Young and inexperienced, the task seemed easy to me.  ⇒ Young and inexperienced, I thought the task easy.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기에, 나는 그 일을 쉽게 생각했다.)


8. 문장의 균형을 맞춰라. 주어는 되도록 “짧게”


Knowing that the new governor is a prejudice man is disturbing.(얼큰이)   → It is disturbing to know that the new governor is a prejudice man.


9.능동 문장을 사용한다.

한 문장에서 수동태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한다.  

Gold was not allowed to be exported.   → It was forbidden to export gold(The export of gold was prohibited).         

흔한 실수는 전체 사건을 표현하는 명사를 수동태를 구성하면서 주어로 이용하는 것. 문장을 완성하는 역할 이외에는 동사가 아무 기능도 못하도록 남겨두는 것


A survey of this region was made in 1900.   → This region was surveyed in 1900.


“there is”나 “could be heard”처럼 형식적인 표현 대신, 동사를 능동형으로 대체함으로써 생생하고 단호하게 만들 수 있다.


There were a great number of dead leaves lying on the ground→ Dead leaves covered the ground.


The reason that he left college was that his health became impaired.  → Falling health compelled him to leave college. (이런 거는 뜻대로 잘 안될 거 같긴 하다.)


10. 동사구문보다는 명사구문이 글의 간결성에 있어 중요하다.

다양한 수식어들의 조합과 단어들을 나열함으로써 문장을 길게 만드는 것이 수준 높은 문장으로 착각. 좋은 문장이란 길게 쓸 수 있는 문장을 짧게 쓰는 데 있다. 글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동사구 중심의 문장이 훨씬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We made an effort to arrive promptly at the meeting.         

→ We tried to arrive promptly at the meeting.


The train will begin to depart shortly after all passengers have been seated.  

→ The train will depart shortly after all passengers have been seated.(내 문장이 이상한가요에서 지적한 상황과 같음)


11. 서술은 긍정형으로 쓴다. 얼버무리지 않습니다.

An increase in income tax will not improve the incentives of the unemployed to find work.  (부정적 표현)        → A decrease in income tax will improve the incentives of the unemployed to find work.(긍정적 표현)


not honest → dishonest         

not important  → trifling         

did not remember → forgot         

did not pay any attention to → ignored         

did not have much confidence in  → distrusted



부정과 긍정의 대조는 강조의 효과가 있다.                   

Not charity, but simple justice.         

Not that I loved Caesar less, but Rome the more.   


12. 불필요한 단어 및 표현의 군더더기를 생략한다(동어반복 및 동일한 의미의 중복문장을 피한다) 대명사 one, 대동사, 조동사, be 동사 활용

People have their strong points as well as their weak points. => weak ones.

He earns more money in a day than I earn in a week.=> do in a week

Grace has a better chance of entering the competition than Sharon does (have) because she is more qualified than Sharon is (quailed).


하나의 복잡한 생각을 여러 문장으로 나열하여 나타내거나, 하나로 묶으면 유리할지도 모르는 문장을 여러 주절로 나타내는 경우를 피해라


Macbeth was very ambitious. This led him to wish to become king of Scotland. The witches told him that this wish of his would come true. The king of Scotland at this time was Duncan. Encouraged by his wife, Macbeth murdered Duncan. He was thus enabled to succeed Duncan as king.(51 단어)    

→ Encouraged by his wife, Macbeth achieved his ambition and realized the prediction of the witches by murdering Duncan and becoming king of Scotland in his place.(26 단어)        

(이렇게 고칠 수 있으려면 내공이 필요겠지만.. )

18. (두번째 절이 관계사나 접속사로 이루어진 등위절 문장 같은) 장황한 문장을 연속해서 쓰는 것을 피한다    글쓰기 연습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 단락을 이와 같은 유형으로 구성하고, 접속사 and, but, so 등을 빈번하게 사용하며 접속사보다는 빈번하지 않지만 who, which, when, where, while을 자주 쓴다.


19. 대등한 생각은 유사한 형태로 정리해서 표현한다

20. 관련된 단어들은 가까이 모은다

주어와 동사는 최대한 가깝게. 주어와 동사를 떨어뜨리는 구와 절은 문장 맨 앞으로 옮길 수가 있다.

Wordsworth, in the fifth book of The Excursion, gives a minute description of this church.         → In the fifth book of The Excursion, Wordsworth gives a minute description of this church.


Cast iron, when treated in a Bessemer converter, is changed into steel.         

By treatment in a Bessemer converter, cast iron is changed into steel.


관계대명사는 대체로 그 선행사 뒤에 바로.    (이게 실전에서는 좀 어렵다.)               

There was a look in his eye that boded mischief.

→ In his eye was a look that boded mischief.


He wrote three articles about his adventures in Spain, which were published in Harper's Magazine.         

→ He published in Harper's Magazine three articles about his adventures in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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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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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은 공수 사단만만 참여한 전쟁도 서부전선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노르망디와 네덜란드에서만 벌어진 싸움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적 시간적 배경과 그것들의 배치와 동선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시선까지도 밴드오브브라더스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중대만 다를뿐 실제 존재했던 101 공수사단 전투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해당 드라마와 이 책이 같기 때문이다. 


밴브의 주요 볼거리인 전투신이 빠지고 대신 미스터리와 추리 드라마가 대신 채워졌다. 낙하산 사건만 제외하면 그 미스터리 추리 드라마들이 밴드오브브라더스와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 같아야만 생겨날 수 있는 얘기가 아닌데, 하고 많은 전투 중에서 왜 하필이면 그토록 유명한 드라마에서 배경을 그대로 가져왔는지도 이해불가다. 요리사라는 제목에서 차별성을 두었지만, 요리가 주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전쟁터의 조리병을 실감나게 다루려면,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조리병과 일반병의 역할 구분이 크지 않은 공수부대보다는 해군이나 보병 같은 다른 부대의 전문 조리병들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요리사들의 이야기거리가 풍성했을 텐데 말이다. 빗발치는 화포 속에서 이 공수부대의 요리병들이 요리를 할 기회가 별로 있지도 않고, 또 제목처럼 요리병이라는 특성이 주제로서 크게 부각되지도 않는다.

밴브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가 의무병 유진 로의 얘기였는데 그는 싸우는 대신 부상병 응급처치만 하는데도 그 어느 전투병사 못지 않게 용감하게 쏟아지는 빗살을 뚫고 돌아다녀야 한다. 당연하게도 다친 병사가 '메딕!!!'을 다급하게 외치는 장소가 바로 전장에서 죽음이 쏟아져 나오는 곳, 화염이 가장 치열하고 가장 위험한 장소 아닌가. 쉴틈없이 불러 대는 '메딕!!' 소리에 귀기울여 달려가던 의무병의 내면은 그의 독백을 통해서가 아닌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 읽을 수 있다. 의연함 속에 숨은 두려움과 절망과 또 짧은 인연속에 싹텄던 사랑까지.. 이 책에서도 특수병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이런 감동을 기대했지만, 화염을 뚫고 밥을 하거나 먹을 것을 전달하는 치열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스터리를 처리하는 방식은 애드라는 천재 조리병의 추리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추리라기보다는 추측이다.  우연적 추측은 추리로 포장되어 '전모'로 밝혀지는 작위적 설명이 뒤따르는데,  거기에는 전쟁터에서 숨겨졌던 다양한 삶과 사연이 욕망, 두려움과 함께 드러난다.  이 천재 추리(아니 추측) 반장은 화자인 주인공의 우상이다. 주인공은 그를 애틋한 만화적 감성으로 바라보고, 독자 역시 그들의 우정에 이입된다. 밴드오브 브라더스에서 멍청한 중대장 대신 투입된 스피어스와 약간 비슷한 카리스마와 매력이 상기되는 인물이다. 

이미 밴브의 팬으로서 보기에, 이미 밴브에서 화려하고 감동적인 시각 효과와 함께 깊이 있게 각인된, 너무 많은 잘잘한 일화가 책에서 장황한 설명만 덧붙인 식이다. 훈련소에서 시작해서 전쟁 이후 등장인물들의 간략한 삶을 전해주는 에필로그로 끝나는 전체적 구성과 순서까지 그대로 밴드오브브라더스와 흡사하다. 아류 정도가 아니라 구성과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서 자세한 설명과 해석을 추가하고 몇몇 개연성 없는 미스터리를 추가한 밴드오버브라더스 보조 콘텐츠 정도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런 것들 많지 않나. 영화나 드라마의 시각적 매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 표현하지 못한 것들 혹은 덕후들의 팬심을 달래주기 위해 제작된 콘텐트들.. 

제목을 보고 기대되는 '전쟁터에서 조리병'이라는 특수한 임무 수행에 따른 알려지지 않은 내용은 거의 전무하며  요리병들은 요리 대신 추리를 주로 한다. 굳이 책 제목에 요리사가 붙은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전에 스베틀리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를 읽었을 때 나온 조리병들 이야기가 오히려 짧지만 생생하고 긴장감 넘쳤다. 무수히 많은 지난 끼니들이 다가오는 한 끼니에게 유효하지 않다던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전하는 한 문장이 오히려 전장에서 식생활이라는 것의 실제를 훨씬 더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밴브>와의 내용의 유사성도 크다. 노르망디에서의 착륙씬은 거의 드라마를 평면적으로 글로 옮겨놓고 해설을 붙인 정도였고 나무에 걸려 죽은 병사의 시체씬 착륙후 헤매다 서로 만나는 씬 등 수도없이 많은 장면이 드라마에서 나온 씬이다. 특히 유대인 수용소를 발견하는 씬은 거의 통으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것처럼 분위기마저 유사하다.

2차 대전에 추축국으서 독일과 같은 편에 섰던 침략국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전쟁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쓰고 싶기에 제 3국인을의 전쟁이 소재다.  거기까지는 뭐 구제불능 일본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없으니 그런 나라에 사는 소설가들에게 뭘 기대하겠나 싶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등장 인물은 미국인인데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작중 등장인물의 정서와 행동들(좋게 말해 신중하고, 소심한) 소설속 일본인스럽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사람들이 미국사람들 같지 않고 일본사람들 같아 처음부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뭔가 가짜를 읽는 느낌, 아 뭐 소설에 진짜와 가짜가 있느냐고 말하면 할말이 없지만판타지 웝소설이 아니고 이 정도 분량에 제법 자국 문단에서 수상 내역까지 있는 작품(?)이라면  고증이 된 역사 소설을 기대하는 것처럼 뭔가 전하는 진실을 기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첨엔 전쟁터에서 그것도 역사상 유래가 없던 공수부대의 그 치열한 삶과 죽음의 현장을 사소한 감정에 집착하고 잘잘한 일들의 해석과 설명에 몰두하는 계몽적 일본식 정서로 입혀져 있어서 그 거부감 때문에 읽던 책을 덮고 <서부전선 이상없다>를<읽고 <밴드오브 브라더스>를 완주했다. 작가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을 작품을 먼저 읽거나 접하는 게 순서라고 보아서다. 읽히기는 술술 잘 읽혀 완독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소설이었지만, 이 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당연하게도 밴드오브 브라더스도 보았을 가능성이 큰데 왜 아무도 이 점을 짚고 있지 않은지, 내가 뭘 잘못 알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엉뚱하게도 남남 커플(실제로 커플이란 건 아님)의 케미가 돋보였고 재미았었다. 예전의 학원물을 보는 것처럼 에드는 우상의 대상으로서 완벽한 캐릭터를 뿜어내는데 주인공은 또 이 친구에게 완전히 반한 상태다. 밴드오브브라더스와의 차별성이라면 두 사람의 전우애가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지는 것처럼 거칠고 남성적이기 보다는 좀더 학원물같은 섬세한 감정 개인에 대한 관심 이런걸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책이 나한테 제일 잘 한 건 <밴드오브브라더스>를 첨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완주하게 보게 만든 거 같다. 참 잘 만든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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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8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8-07-08 12: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요리사들이라는 제목이 어거지라는 거죠. 그래도 약간의 조리가 가능한 경우가 생기긴 합니다만, 그걸 요리라고 할 수는 없죠. 도시 하나 접수하고, 민간인 가택을 접수하면 나름 요리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던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하니 그건 밴브에서 본 거 같군요. 그 깡통 나눠주고 하는 걸 여기 ‘요리사‘들이 하더라구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