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사이클 - 자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진실
김영기.이재범 지음, 트루카피 감수 / 프레너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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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온갖 대책을 다 쏟아 내어도 계속해서 아파트가 오르는 이유.. 쉽게 풀어 쓴다면 유동성 자금(달러)이 투자처를 찾아 흘러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집값을 수요 공급의 법칙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국제 부동산 가격과 동반 상승 하락한다. 문제는 저자들이 '비핵심대출'이라 불리는 유동성 달러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알게 모르게 부동산 금융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인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유동 자금은 밤나방처럼 약간의 빛만 보여도 몰려들지만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서민들에게 치명적인 고통만을 남기고 잽싸게 가장 먼저 떠나버리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큰 줄기는 결국 이런 내용인데 더 전문적인 용어로 알아듣기 쉽게 같은 내용을 여러 챕터에 계속 반복해서 설명한다. 집을 사야할까 말아야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모두 개별적인 스토리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하지만 수요 공급의 법칙 만으로 앞으로 인구가 줄 테니.. 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집을 안사기로 한다거나 강남불패라는 미신을 신앙으로 정하고 만일 버블이라면 그게 언제 어떻게 터질 지 모르는 버블에 전재산과 미래재산까지 몽땅 거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비교적 충실한 내용에 비해 이 책에 대한 별점이 짠데 일부는 경제전문부분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이 부분은 내가 몰라서 뭐가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고) 또 별거 아닌 내용 예전에 미네르바나 여러 자칭 경제 전문가들이 늘 했던 내용을 새로운 것인양 말한다는 것인데 시대가 변하면 모든 경제 제재나 규칙 흐름 정세들도 바뀌니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업데이트되어야 하고 그게 결국 예전에 여러 번 휩쓸었던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또다시 되풀이되는 순환이라면 또다시 돌다리를 두들겨봐야 할 것 아닌가. 가장 큰 불만은 그래서 어디에 투자하라는거야? 하는 투의 불만인데 드러누워서 누가 먹여주는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려 캑캑대어도 호소할 곳 없는 나는 ㅇㅇㅇ해서 10억 벌었다 라는 식의 일화성 자기 운빨 자랑 스토리를 책이라고 써 놓은 제목의 책을 사는 것이 좋겠다. 세상에 책에서 (교과서처럼) 알려주는 부동산 사이트 투자(투기)로 돈을 벌 수 있게 그렇게 경제라는 놈이 만만하다면 정부에서 집값 잡겠다고 그롷게 용을 써도 안잡히는 게 다 쇼라는건가.

아 그리고 집값이 오르는 건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를 부흥시키기 위해(왜 ?)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한 (성공적인) 규제들을 차례로 하물어뜨리고 부쉬고 망가뜨린 결과가 달러 유동성 자금의 흐름으로 맞불이 붙은 결과다. 수출도 잘되고 주택대출이 아니어도 전세자금 대출이니 전세니 하는 여러 단계를 통해 해외 유동성자금들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것. 저자들은 그렇다고 현재의 집값 상승을 딱히 거품으로 보지도 않는다. 주식에 비해 부동산 가격은 안정적이지만 수익은 낮은 편이다. 급등 기간이 오면 정부가 발빠르게 온갖 규제정책을 펴고 다시 안정세로 돌아서는 사이클을 반복하기 때문에 장기로 봤을 때는 물가 상승률에 비교해서 현금을 가지는 것보다는 훨씬 높고 주식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그러니까 적당한 수익률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노년으로 갈수록 부동산 자산을 선호하는 것이다. 


내 생각. 언젠가는 꺼질 거품일까? 일본 모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 언젠가의 시점부터 향후 수십년간은 빈집이 속출하는 부동산 정체기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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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 - 우주.지구.생명.인류에 관한 빅 히스토리
월터 앨버레즈 지음, 이강환.이정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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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는 거의 전 분야의 과학을 비롯하여 역사와 인류학을 총망라하는 여러 줄기의 학문을 서로 연결시켜 총체적으로 거시적으로 역사와 우주를 바라보는 학문이다. 시작은 늘 빅뱅부터다. 학문과 학문 사이에 존재하는 갭과 간극을 좁혀, 서로 연결된 관점에서 해당 학문들의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전체적으로 맥락에서 바라본다.  잴 수도 없고, 어림해서 숫자로 표기해도 그 개념조차 아득해, 억겁인 시간과 공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나와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순간적이고 찰라적인 존재로 만든다. 빅히스토리를 읽을 때, 안하던 사색의 틈으로 빠지게 되는 이유이다. 


우주는 넓고, 시간 또한 광할하여 빅히스토리가 다루는 것 역시 우주의 먼지만큼이다. 각각의 학문의 영역에서 아주 간략하게 빅히스토리를 바라볼 때, 당연히 각각의 디테일이 소홀히 다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빅히스토리의 창시자라 일컷는 데이비드 크리스천 역시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각기 다른 영역의 학문을 빅히스토리적 관점에서 볼 때 조금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국내외 과학 저술 분야중 가장 잘 나가는 분야는 (내 생각에) 생명공학과 두뇌 과학 정도라고 생각된다. 간혹 우주나 물리 등을 알기 쉽게 저술한 책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지질학이라면 ? 글쎄 누가 돌덩어리에 그리 관심이 많겠는가. 내가 학교다닐 때는 지구과학이라고 불리던 과목과 연결되기 때문인지, 선뜻 지질학 관련 대중 과학서가 나온다고 해도, 별로 관심이 생길 것 같지가 않다.  그게 그거 같은 돌멩이들의 이름과, 외우기도 어려운 지질연대표에 등장하는 트라이아스가니 실루리아기니 데본기니 하는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과 각 시대들의 특징들이 그닥 흥미를 일으키지 않았던 기억 때문인가.


그런 인식의 지질학이 빅히스토리와 만나니 급 흥미가 생긴다. (이 책이 지질학 책은 아니며, 빅히스토리를 다룬다.) 이제껏 내가 접한 보잘것 없는 빅히스토리 독서 목록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던 지구적 차원의 빅히스토리가 인류 문명과 역사의 맥락과 함께 해석되어 있는 점이 흥미로왔다. 45억년의 지구적 관점의 시간은 100만년이 기본 단위이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시기는 고작 십여만년 전이라니 지구 역사에 있어서는 기본 시간 단위로 표기 불가능할 만큼 짧은 순간에 번성했을 뿐이고, 보노보 침팬치와 같은 유인원과의 분화도 겨우 5~6백만년  전이니, 우주 속 지구가 지금이 아닌 어느 다른 단위의 시간을 흐를 때 쯤이면 전혀 다른 종으로 바뀌어 있거나 사라져 있을 것을 생각하면 인생무상이 실감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맨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정말 알지 못한다.



지구는 특별한 행성이다. 지구가 어떻게 생명을 품게 되었을까. 지구 탄생 당시 태양계의  대부분이 수소와 적당햔 양의 헬륨, 그리고 극소량의 다른 모든 원소들의 배합이었던 것에 반해, 지구에는 산소, 마그네슘, 규소, 철 이 네 원소가 월등히 많고 나머지는 우주의 원소 구성에서 우위를 점하는 수소와 헬륨을 포함해서 모든 다른 원소는 극히 미량만 존재한다. 즉, ‘지구는 태양계에서 희귀한 원소들 중 몇 가지를 선별적으로 축적했다(p76)’. 그리고 그 물질들이 바로 지구 역사상 한 줌도 안되는 기간 동안 인류의 진화를 촉진하고 문명을 탄생시키고 우주를 이해하는 능력을 탄생시킨 것이다.


저자는 인간을 구분하는 많은 특징 중 도구, 인공물질, 그리고 컴퓨터 세 가지를 꼽는다. 도구는 자연적인 손과 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게 해주고, 인공물질은 자연물질로는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컴퓨터는 우리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러한 세 가지 특징을 석기, 유리, 컴퓨터 칩 세 가지를 예로 들며 각각이 지구가 가장 선호한 네 가지 물질 중 하나인 규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규소는 컴퓨터 칩을 만들고, 유리를 만들고, 또 인간의 초기 도구인 석기 도구들을 만든다.  날카로운 석기 도구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물질 중 하나가 바로 규질암이인데, 지구는 규소를 축적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규질암이 있었기에 석기 시대의 도구가 가능했고, 그로 인해 촉발된 도구의 사용이 인간의 뇌와 지성이 발달을 촉진한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는 철과 마그네슘과 같은 주요 원소와 우리 행성에 있는 소량의 모든 원소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생명의 탄생 역시, 다른(other) 행성과는 다른(different) 지구의 조건과 작용으로 가능해졌다는 관점을 유지한다. 진정세균과 고세균은 우리와 이들 세균이 서로 다른 것 만큼이나 다른데,  우리가 알고 있는 광합성을 하는 것도 있지만, 철, 질소, 황에서 뽑아내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살아가는 미생물도 있다. 열수구에서 탄생한 초기 생명체가 광합성 대신 철, 질소, 황 등을 먹고 살았다. 그것들에게 산소는 치명적인 독이었기에 광합성의 부산물인 산소가 많아지자, 생태계가 교란되었다.  이것은 정말로 놀랄만하고 흥미로운 관점이다. 오늘날 산소부족과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환경문제적 관점에서 볼 때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구적 관점의 시간 유닛으로 볼 때는 그렇다. 결국 ‘우리는 산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한 미생물의 후손이다(206)’.  산소는 또한 산업 문명이 크게 의존하는 엄청난 양의 철광석 만들어내게도 했다.


드문 지구 가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동물로서 공존하기까지 30억 년이 함께 걸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확률에 당첨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0억년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다세포 동물로의 진화가 30억년만에 일어났다는 것은,  생명이 필연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단계가 다세포 동물이 아닐 거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고, 아울러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단세포 생물일 가능성이 많다.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 역시 드문 가설이라면 산소의 발생 역시 지구에만 있는 특징이 될 거 같은데, 그렇다면 지구인보다 더 진보된 과학 문명을 이룩하여 지구로 여행한 외계인이 있다 하더라도,  산소호흡을 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지구가 무력으로 정복하고자 할 만큼 쓸모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까마득한 산소 호흡 조상이 다세로포 진화한 후, 생명체는 다양한 형태의 몸으로 진화했는데, 가장 오래된 형태는 해면동물, 산호초 , 해파리와 같은 방사대칭을 띄고, 우리 선조들은 이런 단순한 형태에서 다양하게 분화되어 좌우대칭을 몸이 되었다. 좌우대칭의 얼굴과 몸은 ‘6억년 전에 갈라져 나와 지금까지 이어져온 몸의 역사적 기록을 보고 있는 셈이다(p210)’.


지질학자가 쓴 빅히스토리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지각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100만년 단위의 시간 속에서 찰라에 불과한 인류의 기록 역사 속에서 지구는 당연히 정지된 것으로 보이지만, 대륙 이동은 계속되고 있는데, 끊임없이 판과 판이 서로 밀어 붙이고 멀어지고  찌그러뜨리고 새로 생성하는 동안 해양 지각이 생기고 없어지고 산맥이 형성되고 퇴적되는 일련의 작용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교과서처럼 딱딱하지만, 1444년 사하라 사막의 남쪽 경계가 되는 녹색 곶인 카보베르데에 도착한, 항해자 엔히크 왕자에게 지원을 받은 포루투갈의 탐험가들은 ‘지금은 적도 근처이지만 4억 5천만년 전인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에는 남극점이 었던 지점에 있었다(p234)’. 1960년대 초 오르도비스기 빙하의 잔해를 알제리 사하라 사막의 중심부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던 대륙이 움직일 리가 없다고 믿던 시기였다. ‘빙하의 잔해는 아프리카가 속해 있던 초대륙 곤드와나가 얼어붙은 남극점을 지나 이동하던 시기에 대한 지구의 기억이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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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맛있을까 -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찰스 스펜스 지음, 윤신영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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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 는 미식학과 물리학 Gastronomy와 physics를 합성한 단어로 음식의 맛을 뇌과학과 심리학 등등의 과학과 융합하여 연구하는 새로운 분야로 책의 원제이디도 하다.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맛을 느끼는 조건은 뭐니뭐니해도 배고플 때 먹는 거겠지만 그런 기본적인 조건 말고도 맛 이외의 감각과 함께 결합하면서 더욱 풍성한 맛과 맛에 대한 기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저자의 연구실에서는 이렇게 어떤 그릇에 먹느냐 혹은 어떤 소리가 나느냐와 같은 것들을 연구한다. 요리 방식이나 재료와 같은 맛을 느끼게 하는 조건이 아닌 맛을 느끼는데 영향을 끼치는 외부적인 요소들 말이다. 먹는 일는 모든 인간에게 매일 하루에도 여러번씩 일어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다. 그 욕망은 어떠한 형태로든 해소하는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먹는 행동은 대개 만시간의 전문가 법칙에 필요한 수행 시간을 만족시켰을 것이며 따라서 누구든 먹는 것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그 전문성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개인적 기호가 기준이어서 자신만을 충족시킨다. 자기 자신을 위한 전문가인 셈이다. 내가 맛있게 느꼈다고 해서 남들도 똑같이 느끼리라는 법이 없기에 이런 학문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저자가 한국에 왔을 때 미슐랭 별을 받은 냉면집에 함께 갔다가 긴장했다단 이야기를 듣고 일단 서양과 동양의 외식문화의 차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서 언급하고 저자들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영국의 팻덕 레스토랑과 스페인의 무가리츠와 엘 셀러 드 칸 로카, 스웨덴 교외의 페비켄 등의 레스토랑은 우리 같은 일반인은 꿈도 꿔보지 못할 만큼 대단히 비싼 고급 레스토랑이고 평양 냉면집은 미슐랜 스타를 받았다고는 하나 메뉴 자체가 누구든 들어가볼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 예상되는 식당 아닌가. 사실 식당과 레스토랑은 다르고 밥 한끼 제공하기 위한 일반음식점에서 맛과 분위기보다 더 많은 걸 기대한다는 게 무리다.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은 음식과 함께 제공하는 분위기, 소리, 식기의 질감과 색, 서비스, 음악, 냄새 등등이 얼마나 맛에 영향을 느끼느냐를 연구한 내용들이다. 이와 곁들여 그런 결과들을 실제로 구현한 실제 레스토랑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밥을 떠먹여준다는 레스토랑에서부터 연극 공연인지 레스토랑인지 구분이 갈 수 없을 만큼 식문화가 하나의 체험 문화로 바뀌고 있는 추세도 엿볼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맛을 풍성하게 느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감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시각적 효과는 일반적인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흔히 쓰는 발법이다. 예쁜 그릇에 맛있어 보이게 플레이팅을 하고 깔끔한 식탁보릉 씌우고 무겁고 좋은 수저 세트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같은 음식이라도 무거운 식기와 커트러리 세트에 담으면 맛있어 보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분식집이나 저렴한 식당에서 쓰는 플라스틱 식기가 주방의 서빙과 설겆이 등 노동과 가격까지 줄여주는 데에는 고객에게 같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덜 맛있게 느끼게 만드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맛에 들이는 정성 만큼 식기류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메뉴에 붙인 이름도 맛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심해에서 잡힌 파타고니아 이빨고기였을 때 팔리지 않던 생선의 이름을 칠레산 농어로 바꾸자 인기 메뉴가 되었다. 파스타 샐러드를 파스타를 곁들인 샐러드로 이름만 바꿔도 건강요리로 변신한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가짜 농장의 이름과 가짜 생산자의 이름만 붙어도 소비자는 그 음식의 가치을 더 높게 평가한다.이름과 라벨에서 브랜드와 가격까지 음식을 먹기 전에 접하는 각종 정보는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해 맛을 다르게 느끼게 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우리는 모두 다른 미각의 세계에 살고 있다. 특정 분자를 후각적으로 느끼는 유전적 변이의 다양성으로 인해, 어떤 냄새에는 민감하고 어떤 냄새는 후맹인 사람들의 여러 조합으로 구성된 인간 사회는 그 유전적 변이의 다양성 만큼이나 같은 음식을 다르게 느낀다. 고수에 대한 호불호에서 특히 큰 차이를 볼 수 있는데 어떤 고수에서 감귤처럼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하는 사람과 절대로 먹고는 싶지 않은 비누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극단적 차이가 유전적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맛에 대해서는 특히 쓴 맛에 민감한 집단이 있는데 진화의 역사에서 독성을 가려내기 위해 그런 쓴 맛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켰을 거라는 견해다. 

또한 미뢰는 아주 낮은 온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찬 청량음료를 실온에 두었다가 마시면 몸서리치게 달게 느껴진다고. 식품 회사들은 단맛을 내기 위해 바닐라 향을 첨가한다. 이제 아이스 커피에 그토록 많은 양의 설탕을 넣는 이유를 알겠다

그닥 집중이 요구되는 책은 아니었으나 막상 리뷰를 쓰려니 뭐라도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어서 아쉽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라면 필수로 읽기를 권하다. 일반인에게는 매일 먹는 먹거리의 맛을 먹거리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요소로 느끼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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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나귀 현대지성 클래식 22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장 드 보쉐르 그림,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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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전쯤 루키우스 아폴레이우스가 쓴 산문 방식의 소설로 세계 최초의 산문 방식의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였다고 하고 공간적 배경은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지중해 연안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로마로 간다. 장편 소설이라고 하지만 소설 속에 여러 다른 소설들이 비중이 별로 없는 작중 인물들을 통해 전달되는 천일야화와 비슷한 형식이다. 주 스토리의 드라마틱함과 주인공의 고생담의 비중이 전체 이야기들 중 가장 크므로 장편 소설의 범주라규 해도 큰 무리는 없다. 돈키호테를 비롯한 여러 근대 소설들이 이 소설 속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고나 차용했다고 한다.

호기심 강한 루키우스가 마법 덕후여서 덕질하다가 당나귀로 변해 온갖 구박에 맞아가며 이리 저리 팔려다니면서 겪는 잔혹사에 가까운 모험담이다. 하인들을 거느리고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고생모르고 살다가 갑자기 당나귀로 변한 루키우스는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하는 일상적 노동이 몹시도 서툴고 괴로와 게으르고 못되먹은 당나귀라는 오명을 쓰며 팔려가는 곳마다 죽을 고비를 맞는다.

로마 시대이긴 하나 그리스 신화적인 세계관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특히 주이야기를 포함한 모든 이야기들의 주제는 파괴적이고 신화적 방탕함에 기초하고 있다. 애욕이 엄치는 여인들은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정부를 집안으로 들이고 정숙한 여인이라 할지라도 황금에 눈이 멀어 쉽게 자신을 차지하려는 방탕한 이웃을 집에 들인다. 양아들을 사랑하다 상사병에 걸리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이 주인공 당나귀가 유명해지자 당나귀에 정욕을 느껴 큰 값을 지불하고 육욕의 하룻밤을 보내는 귀족 부인도 있다.

아름답고 부자인 이 부인과 당나귀가 보내는 정욕의 하룻밤이 상세히 묘사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주인은 이 신기한 행위를 만인에게 공개하면 큰 돈을 벌게 될거라 생각하고 사자밥이 되기로 되어 있는 사형수와 원형극장의 무대에 펼쳐진 침대에서 정사장면을 연출하도록 계획을 세운다. 꽉 들어찬 인파 한 가운데서 사람과 당나귀가 정사한 장면이라.. 이건 현대식 포르노에서 조차 꿈도 못꿀 금기 아닌가. 어찌어찌 위기는 모면하지만 하나의 위기가 끝나면 늘 다른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큰 줄기 서사는 변하지 않는다.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가 그를 구해주기 전까지는.

주인공이 당나귀로 변한 건 여행인지 모험인지로 타지에 와서 어느 집에 묶고 있는데 이 집 하녀와 엮여 매일 정사를 벌이며 쑥덕거리다가 집 주인 마님이 부엉이로 변하는 마법을 보고 자신도 한 번 변해보게 그 마법 연고를 빌려달라고 부탁부탁해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집 하녀가 실수로 부엉이가 아닌 당나귀로 변하는 엉뚱한 연고를 가져왔던 것이다. 다시 사람으로 변하려면 장미꽃을 따먹어야 하는데 밤은 늦고 어디 장미꽃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말과 그 집 당나귀가 있는 마굿간에서 잠을 청하면서 고난의 길은 시작된다. 이 말과 당나귀는 그들 눈에 주인이 아닌 신참으로 보이는 당나귀가 자기 구유에서 먹을 걸 먹자 마구 못되게 굴었던 것. 마침 그 집에 든 도둑들이 이 당나귀와 말들에게 이 집에서 훔친 값비싼 물건들을 잔뜩 싣고 가게 되었으니 무거워 죽을 지경이지만 맞아가며 짐을 싣고 가는 당나귀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결말 부분에 가서 완전히 톤이 달라지는데 고생고생하다가 도망쳐서는 신들을 부르며 온 마음을 바쳐 기도를 드리니 아름다운 여신이 나타나 그를 인간으로 바꾸는 신탁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장미꽃 화관을 먹고 사람으로 변하게 한다. 이 일을 전후로 해학과 위트로 넘쳐나던 글의 스타일이 갑자기 신을 찬양하는 신전 모드로 바뀌는데 저자가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 일대를 돌아다니며 살면서 알게 된 신들에 대한 지식이 망라된 듯하다. 그 모든 신들은 각기 다른 지방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숭배되지만 결국은 하나로 모아지는 듯하며 이집트 신화의 요소와 기독교적 세계관이 배합된 느낌이다. 천일야화에서 느낄 수 있는 동양적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도 1800년 전에 쓰인 소설 형식이라는 점은 당대 사회를 알 수 있는 신뢰있는 사료라 할 수 있다. 성서만 해도 이야기가 너무 압축되어 있어 그토록 다이나믹한 그토리임에도 문학적 접근은 어려운데, 이 글은 애초부터 이야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글이다 보니 자연스레 일상적 모습이 엿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영향인지 남녀노소 할것 없이 자유분방을 떠나 결혼 후에도 방탕을 즐긴 듯이 보이며 여성의 성적 욕망을 남성들보다 더 크게 부각시킨 것이 인상적이다. 노예와 하인이라는 말이 섞여서 쓰였는데 어떤 구분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노예들은 적어도 스파르타쿠스(드라마)나 독립전쟁 전 미국남부의 노예들처럼 비참하거나 핍박받지 않은 듯하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상업의 발달이 천일야화의 동양적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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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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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물에 열 다섯번의 탄생과 열다섯번의 죽음이 있다. 다시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나고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같은 운명을 가지고 되풀이해서 반복되는 삶과 죽음이 세계와 우주의 진리라도 해도, 산 육체에 담고 있는 기억이 죽은 상태에서 소실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다음 생에 가지고 태어나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축복이라면 기억이 축복이고 저주라면 변치 않고 반복되는 운명일 것이다.


해리 오거스트의 운명은 강간으로 영주의 하녀에게서 잉태되어 화장실에서 태어나면서 동시에 어머니는 죽고 그 어머니를 잉태시킨 부모집의 충실한 하인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첫번째 삶에서는 그의 생부를 알지 못하지만 두반째 세번째 삶을 거치면서 자신을 냉대하고 외면하는 주인집 식구들이 자신의 생모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양부모에게 자신을 양육을 맡긴 생부와 그 식구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타임 리프와 타임 점프의 다른점이 전자는 주인공의 고유 타임라인 안에서 이동하는 것이고 후자는 다중우주와 관계되는 개념이라고 쿠오라에 누가 질문하고 답변한 걸 봤는데, 이런 장르적 구분의 표준이 확립되어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해리 오거스트가 겪고 있는 세계는 이런 개념들과 익숙한듯 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데가 있다. 타임루프. 같은 시간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것. 시간에 갇힌 영원한 생.


한 생에서의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 뒤로 가는 시간이란 리셋할때 뿐이므로 죽어야 가능하다. 그러니까 요기조기 마음에 안드는 순간에 가서 마음에 안드는 행동만 수선하는 게 가능하지 않고 다시 태어나 젖을 빨고 똥오줌을 싸고 걸음마를 배우는 과정을 거쳐 전 생애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억겹의 시간동안 똑같은 환경 똑같은 타임라인 내에서 새로 시작하면서 쌓이는 지식은 변함없이 흐르는 세계를 변화시킬 만큼 누적힌다.


게다가 그는 자신과 같은 종족 중에서도 드문 기억술사다. 머든 걸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 이 종적들은 생이 반복되면서 돈을 벌기 쉽고 전쟁의 포화와 집단 학살의 현장을 피해 안전하게 아늑하게 살기 쉽다. 지난 생의 기억 속에서 어느 경주마에게 걸 지 알려주니까. 세계를 예측하는 이들이 있음에도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그 끔찍함에세 세계를 구하려 노력해 보아도 똑같이 전쟁이 일어나고 양민이 학살되는 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개인의 영달이 목표이며 흘러가는 세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지난 생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성인 이후의 풍요로운 선택에 따르는 대가는 학대와 상처로 얼룩진 불우한 유아 시절의 낭비되는 몇 년의 시간이다. 기억은 생애 초기 3~4년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며 미숙한 육체 속에 갇힌 수백년이라는 나이와 경험은 지루함으로 점철된다.


길어야 한 세기가 못되는 시간 속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여러 생애를 다루지만 그는 세기와 세기 사이에 대화하는 법을 터득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기막히게 신선한 대목이다. 어린 시절 구출처럼 이것은 협력으로만 가능하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크로노스 클럽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해리는 세번째 생에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기의 비밀을 말했다가 정신병원에 갇히는 혹독한 댓가를 치르다가 한 남자에게 구출되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한술 더 떠 자신을 통해 세계를 바꾸려고 그를 고문한다. 먼저 본 세상을 빠짐없이 털어 놓으라는 고문과 강압.  탈출과 실패를 거듭하던 해리는 기지를 발휘해 신문 광고를 통해 크로노스 클럽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구출을 요청한다.


구출이란 죽음이다. 지루하게 지고만 있는 컴퓨터 체스 게임을 재시작하듯 에잇 이번 생은 엉망이야 다시! 이렇게 재시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상상할 수록 매력적이지만 리셋이후 유아라는 육체적 감옥에 갇히는 생애 초기 몇년은 가장 위험한 시기다. 또한 탄생위치와 시간이 알려지는 건, 태아 살인을 통해 영원히 살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크로노스 클럽의 동료들은 불우한 어린 환경에서 서로를 구출한다. 그들의 나이가 다르기에 아이가 노출된 취약한 양육 환경에서 장학 재단 같는 걸 만들어 사회적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지원한다. 유아 시절 구출 작전 말고도 크로노스 클럽에서 하는 흥미로운 일이 바로 세대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들이 세대와 세대를 거쳐 속삭이는 방법은 꼬마가 죽을 때가 된 늙은이에게 가서 말해주는 방법이다. 


현재 해리가 태어난 해는 1900년대 초로 노환으로 죽는 보통의 생애에는 1980년대까지 더 길 때는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까지 보고 죽는다. 죽기 직전 그는 꼬마 아이의 방문을 받는다. 1980년대에 꼬마인 아이는 전생에서 평생을 살아 늙어 죽기 직전까지 21세기를 경험했고 따라서 21세기의 기억을 지녔으므로 늙은 해리와 두 세대간의 지식 교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꼬마가 늙어 죽기 직전에 21세기말에 태어난 더 후세의 꼬마가 22세기에서 전해줄 말을 한다면 두 세대간의 통신이 가능한 거다 이렇게 세대에서 세대를 거꾸로 올라가면서 해리에게 전해지는 말이 있다. 30세기에서 전하는 목소리.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다.당연한 거지만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


반대로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유물과 유적을 통해서다. 자신의 종족들이 눈치챌 수 있는 암호로 돌이나 무덤이나 그 무억이 되었건 수세기 혹은 수십세기의 후대가 찾을 수 있도록 메시지를 새겨 놓는다.


수많은 삶 속에서 한결같이 자신을 외면하는 생부와 생조모들을 겪지만 각각의 삶들은 모두 다르다. 생을 거듭할 수록 지식과 경험은 더욱 넓어가고 거듭되는 삶의 비밀 우주에 대한 진실을 알 길이 없는데 그걸 풀어보겠다고 그러니까 평행우주 사이를 이동하는 퀀텀 미러의 개발을 착수하는 빈센트를 만나면서 그의 나머지 생들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지독히도 사랑했고 지독하게 증오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SF적 장르적 테두리에 머물지 않고 깊고 멀고 슬프다.


질문은 여전히 많고 대답은 독자의 몫이다. 지난 생에서도 그 지난 생에서도 사람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 그는 매 생애마다 나타나 그 살인자를 죽이지만 그 때마다 아직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살인자는 절규하며 스러진다. 나쁜 짓울 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죽다니. 열세대 후손들이 속삭임을 통해 세계가 끔찍해지고 있다는 말에 그들이 세상에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확인하고 빈센트의 계획을 무효화시키는 데 과연 그 이유가 빈센트가 수행하고 있는 과학 기술의 지나치게 빠른 발전일까 하는 것들. 한국말 읽는 것처럼 번역도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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