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들이 "넉넉한 여유, 발칙한 상상력, 엉뚱한 이탈")이라고 표현하는 픽사의 기업문화야말로 픽사가 성공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따로 있다.
그것은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그중 상당수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인정한다는 점이다. 픽사 직원들은 자신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문제들을 찾아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다소 불편해도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하면 모든 에너지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즐겁게 출근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나는 미지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직원들도 이 같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이것이 내가 픽사에서 일하는 동기이자, 내가 느끼는 사명감이다. - P8

당시 픽사는 파산 위기에 처한 신생 영화사에 불과했지만, 직원들은 신념을 공유했다.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도 보러 올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우리는 이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올리는 시시포스처럼 불가능한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픽사가 문 닫을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이 무수히 찾아오기도 했다. 그랬던 우리가 갑자기 예술가들의 담대한 도전 성공 사례로 세계 언론의 칭송을 받게 된 것이다. - P9

도대체 영리한 경영자들이 바보처럼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들은 자신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믿었을 것이다. 이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들은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은 거품처럼 급성장하다가 한순간에 몰락했다. 내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관찰하면서 흥미를 느낀 대목은 기업의 흥망성쇠나 기술진보에 따른 업계의 지각변동이 아니라, 외부 경쟁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기업을 파멸로 몰고 가는 조직 내부의 문제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영자들의 맹점이었다. - P13

만약 픽사가 성공적인 기업이 된다면 우리도 멍청한 짓을 저지를까? - P13

픽사 사장으로서 내 목표는 언제나 픽사가 창업자들(스티브 잡스 회장, 존 래스터John Lasseter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그리고 나)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게 픽사에 계속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예술과 상업이라는 상호충돌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동력을 관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경영자들과 창의적 기업문화에 관한 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내 목표다. 이 책은 픽사를 지탱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이 책은 픽사 직원이나 애니메이터, 엔터테인먼트 기업 경영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 P14

픽사와 디즈니에서 내 목표는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것이었다(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2006년부터 나와 존 래스터는 각각 사장,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로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애니메이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우선 나는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할 능력, 기여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다음에는 의도한 사람은 없어도 내가 경영하는 기업이 은연중에 직원들의 재능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재능 발휘를 억누르는 원인들을 파악하고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영리하고 야망 있는 인재들이 서로 효율적으로 협력하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경영자로서 내 임무는 직원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유지하고, 이런 환경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들이 없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창의성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으며, 이런 잠재력이 표출되도록 이끌어주는 게 경영자의 고귀한 임무라고 확신한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대목은 성공한 기업들의 내부에서 부지불식간에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를 가로막는 요소들이다. - P15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업 내부에는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를 저해하는 위협 요소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을 발견하고 해소하는 것이 중간관리자와 경영자의 임무다. 이와 관련, 픽사 경영진이 창의적 기업문화를 육성하고자 채택한 다양한 경영 전략들을 소개한다. 나는 이 중에서 불확실성, 불안, 소통 부족,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처하는 메커니즘이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 P15

기업을 키워 성공을 거두는 일은 어렵지만 성공한 기업을 유지하는 일은 더 어렵다. 경영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직원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직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방법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P17

창의적인 영감이 필요한 회의에서 직함과 위계질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회의를 하다 보니(그 결과 테이블에 명패를 놓다 보니) 회의 참석자들은 부지불식간에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혔다. 즉, 테이블 가운데 앉을수록 더 중요하고 핵심적인 인물이고, 먼 곳에 앉을수록 덜 중요하고 발언권이 적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테이블 가장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대화에 끼어드는 것을 자제했다. - P24

그러다가 우연히 작은 사무실에서 정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회의하게 됐을 때, 존 래스터와 나는 비로소 이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다. 서로 가까이 마주볼 수 있는 테이블에 앉자 회의 참석자들은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고 서로 눈을 마주치고 상호 소통했다. 모든 회의 참석자가 직함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발언했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일 뿐 아니라 ‘지위와 무관하게 거리낌 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픽사의 핵심 원칙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테이블 가운데 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있을 때 우리는 직원들이 픽사의 핵심 원칙과 정반대 방향으로 떠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함정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회의실 내의 역학 구도가 토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끊임없이 문제를 포착해내려고 노력한다고 자부해왔는데, 정작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보지 못했다. - P25

경영이란 이런 것이다. 타당한 이유에 따라 내린 결정이 새로운 문제를 초래하고, 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 P26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최초의 오류를 수정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풀리는 법이 없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최초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생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함께 해결해야 한다. 참나무 한 그루를 뽑아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참나무 주변에 떨어진 도토리에서 새로운 참나무가 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토리를 없애지 않는 한, 참나무를 베었어도 문제가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 P27

이반 서덜랜드 교수와 데이브 에번스 학장은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작업할 공간과 컴퓨터를 제공한 뒤, 컴퓨터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도록 놔뒀다. 그 결과, 유타대학 컴퓨터공학과에는 상호 협조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이곳에서 감명받은 나는 훗날 픽사에서 이런 조직문화를 재현하고자 했다.
내 학우 중 한 명인 짐 클라크Jim Clark는 훗날 실리콘그래픽스와 넷스케이프Netscape를 창업했다. 또 다른 학우인 존 워녹John Warnock은 포토샵과 PDF 파일 포맷으로 유명한 어도비 Adobe를 공동 설립했다. 앨런 케이AlanKay는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object-oriented programming과 윈도 같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graphical user interface, GUI 개발을 주도한 컴퓨터공학자다. 내가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은 원천은 바로 학우들이다. 유타대학 컴퓨터공학과의 학구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 덕분에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세계에 흥미를 느끼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
창의적 환경에는 개인과 집단 간의 긴장이 존재한다. 나는 이런 긴장을 이곳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유타대학 컴퓨터공학과에는 혼자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천재도 있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구성원들 덕분에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집단도 있었다. 나는 이 양극단을 어떻게 하면 조화시킬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답을 알 수 없었기에, 답을 찾으려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 - P35

고등연구계획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는 대학들을 연결하는 아파넷ARPANET을 개발한 것인데, 아파넷은 훗날 인터넷으로 진화했다. 아파넷이 최초로 연결된 네 곳의 기관은 바로 유타대학, 스탠퍼드연구소, UCLA, 캘리포니아대학 산타바버라캠퍼스다. 덕분에 나는 바로 옆에서 이 위대한 실험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등연구계획국은 다음과 같은 가정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인재들을 지원했다. 즉, 연구자들이 지원을 받으면 생산적인 일에 재능을 발휘할 것이고, 연구자들이 과도하게 간섭받으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고등연구계획국은 옆에서 연구를 감시하지도 않았고, 사용 기술을 연구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연구자들이 혁신할 것이라고 믿고 후원해줬을 뿐이다.
이런 신뢰 덕분에 나는 온갖 복잡한 과제들을 연구할 자유를 얻고, 열정을 가지고 문제에 달려들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원 학우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컴퓨터실에서 밤을 새웠다. 우리는 혈기왕성했고, 컴퓨터공학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런 자부심은 어떤 칭찬, 격려보다 우리가 열심히 연구하도록 자극시키는 동기가 됐다. 유타대학 컴퓨터공학과에서 나는 생애 최초로 예술과 기술을 접목하는 일을 했다. 컴퓨터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개발하는 일 말이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내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자극했다. - P36

유타대학을 떠날 때 나는 전보다 목표의식이 뚜렷해졌고, 목표에 내 인생을 바칠 준비가 돼 있었다. 당시 내 목표는 세계 최초의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 P45

나는 대학원 시절에 유타대학 대학원같은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컴퓨터그래픽 연구소에서 그 방법을 터득했다. 그 방법이란 비록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처럼 보일지라도 언제나 더 나은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 P50

앨비 레이 스미스가 이끄는 그래픽팀은 필름을 스캔하고 실사 이미지와 특수효과 이미지를 합성해 결과물을 녹화하는 일에 특화된 컴퓨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마치는 데 4년 정도 걸렸다. 우리는 이 컴퓨터를 ‘픽사이미지컴퓨터Pixar image Computer‘ 라고 명명했다.
‘픽사pixar‘란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픽사란 이름은 앨비 레이 스미스와 로렌 카펜터Loren Carpenter의 머리에서 나왔다. 텍사스 주와 뉴멕시코 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앨비 레이 스미스는 스페인어에 친숙했고, ‘레이저laser’ 같은 일부 영어 명사가 스페인어 동사처럼 보이는 현상을 흥미로워했다. 그는 ‘그림들을 제작하다to make pictures‘라는 의미를 담은 가상의 스페인어 동사 ‘픽서pixer‘를 만들어내 새로운 컴퓨터의 이름으로 추천했다. 한편 로렌 카펜터는 ‘레이더Radar‘라는 이름이 더 하이테크적인 느낌이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 둘을 합쳐 ‘픽사pixar‘라는 이름을 생각해냈다. - P59

당시 일본 제조업에서 일어난 품질관리 혁명을 설명하기 위해 적기공급생산just-in-line Manufacuring, 전사적 품질관리total quality control 같은 경영학 용어들이 나왔다. 이런 용어들이 설명하려는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즉, 문제를 파악해 수정할 권한을 고위 간부부터 생산라인 말단직원까지 모든 임직원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데밍은 어떤 직급의 직원이라도 제조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조립라인을 멈추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누구든 버튼을 눌러 컨베이어벨트를 멈출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들은 오래지 않아 전례 없는 품질 향상과 생산성 향상, 시장점유율 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에드워드 데밍과 도요타의 접근법은 제품 생산 과정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사람들에게 제품의 품질을 높일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근로자들은 자신이 단지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는 부품들을 조립하는, 영혼 없는 톱니바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제품 생산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제안하고, 문제 해결에 기여해 회사를 키우는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다(나는 특히 마지막 대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끊임없는 개선이 일어나 불량률이 떨어지고 품질이 향상됐다. 즉, 일본의 조립라인은 근로자들이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됐다. 모든 직원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품질 개선에 달려드는 품질 경영 체제는 세계 제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 P84

픽사이미지컴퓨터를 판매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이 하드웨어를 계속 붙잡고 있는 한 픽사가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바다에 떠다니는 빙판 가장자리에 몰린 탐험가처럼, 우리는 안정적인 육지로 뛰어내려야만 했다. 물론 픽사이미지컴퓨터를 포기한 다음에 추진할 사업이 과연 수익을 낼지는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쉽게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딱 하나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가장 하고 싶던 일(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진정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였다. 이제 남은 선택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이 목표에 쏟는 것이었다. - P87

오랫동안 추구해온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기술 도구들을 개발하고, 기업을 설립하고, 이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경영하는 데 20년을 바쳤다. 20년간 해온 일은 모두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한 과정(p. 98)이었다. - P97

직원들의 상호작용 문제에 대처하다 보면 내가 가정한 것들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픽사에서 계속 영화를 제작하면서 기존에 내가 생각한 픽사의 성공 요인 중 일부는 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가지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창의적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단순히 정직, 탁월성, 소통, 독창성, 자기평가 같은 그럴듯한 단어들을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무리 불편해지더라도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은 한 가지 과제를 해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늘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을 해내고 싶었다. - P103

경영진이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파악해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자만심이나 권위의식처럼 현실 인식을 가로막는 요소가 없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경영자의 책무다. 나는 설립자들이 은퇴하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픽사가 여전히 수익을 낼 뿐 아니라 세상에 기여하는 독창적인 영화들을 계속 제작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창의적 기(p. 104)업문화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너무도 강했다. - P103

위지와 제시라는 두 캐릭터를 추가한 덕분에 우디의 고민은 더 설득력을 갖게 됐다. 우디는 언젠가 버림받을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지낼지, 영원히 보호받지만 삶의 목적인 사랑은 없는 세계로 도망칠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이는 현실적인 선택이자 현실적인 문제다. 창작부서 직원들은 이 선택을 ‘사랑받지 못한 채 영원히 살고 싶은가?‘라고 바꿔 말했다. 주인공 앞에 놓인 선택의 고뇌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좋은 영화다. - P113

나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평범한 팀에게 맡기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반면 평범한 아이디어를 탁월한 팀에게 맡기면, 그들은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폐기하든 해서 더 나은 결과를 내놓는다. - P115

아무리 영리한 사람들을 모아놓아도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팀이 된다. 경영자가 직원 개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팀이 돌아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좋은 팀은 서로 보완해주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자명해 보이지만 내 경험상 경영자가 깨닫기 어려운) 원리가 있다. 업무에 적합한 인재들이 상성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 - P116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없으면 아이디어도 없다. 따라서 사람이 아이디어보다 중요하다. - P116

영화는 여러 아이디어의 집합체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구상하고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다. 예컨대 아이폰도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나온 제품이 아니다. 아이폰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보면, 하드웨어와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마주친다. 그런데도 제품이 직원들과 무관하게허공에서 탄생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인 듯 착각하는 경영자가 많다.
다시 말해, 사람(직원들의 근무 습관, 재능, 가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모든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이다. - P117

무릇 경영자라면 직원들이 기업의 성과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개입하고,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 경영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직원들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 P119

직원은 건전지처럼 쓰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다. 기업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경영자라면 직원들이 인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 P119

픽사에서 "경영자가 직원들을 지원한다"라는 말은, 단순히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아라"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이를 실천할 수 있게 돕고 장려한다는 뜻이다(예컨대, 회사에 수영장, 배구장, 축구장을 갖춰 경영진이 직원들의 업무 성과뿐 아니라 건강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리더십이란 계속 변화하는 회사 내 역학관계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젊은 미혼 직원들이 자녀를 키우는 직원들보다 장시간 일하는 상황이라면, 경영자는 무의식 중에 두 집단의 성과를 비교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직원들을 지원하고 배려하는 경영은 직원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장기 생산성과 행복을 증진시킨다. 직원의 건강과 행복에 투자하는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생산성이 높아지는 배당 효과를 누린다. - P120

양질의 제품을 만들려면 ‘탁월‘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이 말이 어울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탁월‘하다고 자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탁월‘하다는 평가를 들어야 한다. 리더는 이들 단어에서 의미와 이상이 떨어져 나가고 껍데기만 남지 않도록 확인할 책임이 있다. - P123

픽사 직원들은 평범한 작품에 안주하지 않고 탁월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브레인트러스트라는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몇 달에 한 번씩 모여 각자 제작 중인 작품을 평가하는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 제작진 사이에 솔직한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브레인트러스트 시스템의 근간은 간단하다. 영리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맡기고,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얘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정직을 요구받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요청을 받으면 조금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자신이 얘기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얘기하기 쉽다.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의 가장 중요한 전통 중 하나다. - P131

솔직함은 그림의 떡 같은 유명무실한 개념이 아니라 결정적인 재료다. 솔직함이 없으면 신뢰도 존재할 수 없다. 신뢰가 없으면 창의적 협업은 불가능하다. - P132

직원들이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막는 모든 요소를 파악해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발언 때문에 바보나 나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남에게 위축되거나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솔직한 발언을 가로막는다. 경영자가 아무리 직원들이 솔직하게 얘기할 환경을 조성했다고 생각해도, 직원들이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영자는 이런 이유들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 - P132

하지만 솔직함은 작품 제작 과정에 있어서 더 없이 중요한 요소다. 그 이유는? 픽사의 모든 영화는 초기 단계에서는 더럽게 형편없기 때문이다. 지나친 평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좀 더 부드럽게 얘기하면 픽사 영화들이 초기에 얼마나 질이 나쁜지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겸손하게 보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픽사 영화들은 처음에는 상태가 불량하다. "더럽게 형편없는 상태에서 괜찮은 상태로" 작품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 P136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어떤 출발점이 있어야 한다. 이 출발점이 곧 도착점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솔직한 피드백의 반복 과정, 즉 스토리가 매끄럽게 흘러가고 캐릭터가 영혼을 찾을 때까지 작업하고 또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 P136

픽사 경영진은 픽사를 영화제작자가 주도하는 영화사로 키우기로 결심했고, 따라서 이런 지향점에 맞는 모델을 개발했다. 그렇다고 픽사에 직급 구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픽사는 아무리 다른 직원의 의견이 불편하고, 모든 직원이 다른 직원의 성공에 이익이 걸려 있는 상황일지라도 직원들이 다른 직원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한다. 픽사 경영진은 영화제작자들에게 자유와 책임을 둘 다 부여한다. 픽사 경영진은 가장 좋은 스토리는 영화제작자들에게 지시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작자들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픽사 감독들은 자신이 구상하고 제작하려는 열의가 대단히 강한 작품들을 맡는다. 하지만 픽사 경영진은 이런 감독의 열정이 어느 시점에서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감독이 직시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브레인트러스트 회의를 열어 감독에게 문제를 지적한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다른 기업의 피드백 메커니즘과 다른 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볼 때,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스토리텔링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사람들, 대개 작품 제작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픽사 감독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비평을 환영하지만(사실 모든 픽사 직원들은 중간결과물을 보고 의견서를 보내야 한다), 특히 동료 감독, 각본가가 보낸 피드백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둘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지시할 권한이 없다. 이는 중요한 차이다. 감독은 브레인트러스트의 특정 제안을 꼭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없다. - P139

브레인트러스트 회의 참석자들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대상은 작품이지 감독이 아니다. 이는 대다수의 사람이 간과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원리다. 아이디어 제공자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다. 아이디어 제공자가 아이디어를 자신과 동일시하면 아이디어가 비판받을 때 자신이 공격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건전한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이런 등식에서 역학관계를 제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문제를 지적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P141

그 다음에는 앤드루 스탠튼이 발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빨리 틀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투에서 두 고지가 있는데 어느 쪽을 공격해야 할지 모른다면, 답은 서둘러서 어느 쪽이든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공격한 고지가 틀린 목적지라면 산에서 내려와 다른 산을 공격하면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유일하게 용납할 수 없는 선택은 두 산 사이를 지나가는 것이다. - P145

사람들은 비평받는 자리에 가는 것을 치과에 가는 것처럼 두려워한다.
비평받을 때 위협을 느끼고 불쾌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대처하는 관건은 피드백 집단의 관점이 자신과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쟁적 접근법은 다른 아이디어들을 자신의 아이디어와 대립하는 것으로 보고, 토론을 승패를 겨루는 논쟁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보완적 접근법은 회의 참가자들이 작품에 무언가 (설령 그것이 토론을 촉발하는 불씨일 뿐이고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할지라도) 기여한다는 이(p. 152)해에서 출발한다. - P151

사람들은 실패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어린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실패에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실패를 하면 무언가 배우려 하기보다는 힘겨워한다. 어릴 적에 실패를 부끄러워한 경험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 애니메이션업계에서 일하면서 내가 지켜본 많은 사람이 실패에 저항하고 실패를 부정하고 실패를 피하려고 애썼다. 아무리 실패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얘기해도 여전히 실패를 당혹스러워했다. 실패에 대한 사람들의 본능적 반응은 ‘아프다‘는 것이다.
실패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패에 적절하게 접근하면,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이 이 같은 주장을 ‘실패는 필요악‘이라고 해석한다. 실패는 필요악이 아니다. 실패는 전혀 ‘악하지‘ 않다. 실패는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그리고 실패는 가치 있다. 실패 없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한 학습 기회이지만, 이런 진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패는 고통스러운 경험이기에, 실패에 대한 감정이 실패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분하기 위해선 고통스러운 현실과 그 결과 달성하는 성장의 혜택을 둘 다 인식해야 한다. - P160

공포에 기반을 둔, 실패 혐오 문화에서 직원들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리스크를 회피하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예전에 통했던 안전한 방식을 반복하려고 한다. 이런 회사에서 직원들이 내놓은 성과물은 혁신적이지 않고 진부하다. 직원들이 실패의 긍정적 측면을 이해하면,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하도록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경영자가 자신의 실수, 자신이 실패에 기여한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직원들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영자는 실패에서 도망치거나,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지 말아야한다. 이 때문에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난관에 부딪쳤을 때 숨기지 말고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에서 교훈을 얻는 과정의 첫걸음이다. - P163

실패를 (인간 본성이 허락하는 한)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문화를 조성할 경우, 직원들은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가지 않은 길을 찾아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행위를 훨씬 덜 꺼리게 된다. 또한 과감한 행동의 좋은 면을 인식하게 된다. 막다른 길에 당도했을 때, 자신이 제대로 된 길로 왔는지 되돌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만 해도 큰 이득이다.
길을 선택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선택한 길로 가야 한다. 그렇게해야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쓸모 없을 수도 있고, 혼란만 더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몰랐던 곳을 탐색해봤다‘는 의미는 있다. 잘못된 곳을 헤맸다고 뒤늦게 깨달았어도 올바른 길로 되돌아갈 시간이 여전히 존재한다. 잘못된 곳을 헤매는 동안 경험한 일들은 헛된 것이 아니다. 당장 업무에 도움되지는 않지만 솔깃한 아이디어를 탐색했다면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활용할 수도 있다. - P164

픽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독려하는 ‘시행착오 반복‘은 최대한 빨리 틀려 학습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접근법이다. 모든 가능성과 결과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접근법을 쓰는 경영자도 있다. 그러나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에서 모든 문제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영자는 자기기만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집착하면, 과거에 성공한 제품이나 방식을 복제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세밀하고 완벽하게 계획을 세운 뒤에 일을 추진하려는 경영자는 독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할 확률이 높다. 아니, 무엇보다도 문제해결 방법을 미리 계획하기란 불가능하다. - P167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접근 방식을 오래 고민하고 선뜻 행동에 나서길 주저하는 사람이 오류를 저지를 확률은 빨리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과 비슷했다. 지나치게 계획하는 사람은 실패 확률을 낮추지 못한다. 실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투입한 시간이 증가하는 만큼 실패할 때 느끼는 좌절감은 더 커진다). 더군다나 계획에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하기 십상이다. 현재의 접근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두뇌가 다른 접근 방식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행동은 바로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려는 기업이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실패를 부르게 마련이다. - P168

실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실험하지 않고 과거 방식에 안주하는 것을 훨씬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험 회피에 집착하는 기업은 더 이상 혁신하지 못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는 기업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 P172

창의적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실패는 한 개인의 실패가 아닌 여러 사람의 실패다. 기업의 모든 과실은 리더의 과실이기도 하다. 과거의 실패를 임직원들에게 교육하지 않는 리더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모든 실패에는 두 부분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사건 자체와 이것에 수반되는 실망, 혼란, 수치다. 두 번째 부분은 이에 대한 우리의 반웅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부분이다. 실패한 뒤 자신을 되돌아볼까, 아니면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을까? 다른 직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무언가를 배우도록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토론을 봉쇄할까? 실패는 성장의 기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기회를 무시하고 날리면 그야말로 손해다.
여기서 제기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실패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까?‘다. 픽사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경영진은 내부를 들여다봤다. 재능 있고 창의적인 인재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경영진이 뭔가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부 직원은 프로젝트 실패가 픽사 직원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징후라고 보고 걱정했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 P175

실패의 의미와 실패가 초래하는 파급 효과를 논의하는 것은 학자만의 일이 아니다. 경영자의 일이기도 하다. 경영자는 이런 논의를 통해 문제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고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를 막는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는 공포다. 창의성이 필요한 일을 하면서 실패를 겪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이에 공포를 느껴야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실패와 공포를 분리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실수를 저질러도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는 근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P179

공포의 가장 좋은 해독제는 신뢰다. 사람들에게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신뢰할 대상을 찾으려는 욕구가 존재한다. 공포와 신뢰는 기업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공포와 신뢰가 정반대의 힘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신뢰는 공포를 몰아내는 데 있어서 최고의 도구다. 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두려운 것이 많다. 최고경영자가 임직원에게 신뢰를 보낸다고 해서 그들이 두려움을 해소하거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신뢰가 뒷받침되면 실수를 저질렀을 때 공포에 얼어붙지 않고 신속하게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공포는 빨리 형성되지만, 신뢰는 빨리 형성되지 않는다. 리더는 부하직원에 대한 신뢰를 오랜 기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패에 잘 대응하는 것이다. 픽사에서는 브레인트러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그룹을 조직해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가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임직원 간의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진정성authenticity을 보여줘야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신경 써야 한다. 많은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잘못을 저지르곤 한다. 나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기에 앞서,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비용과 직원들에게 알리고 일을 처리하는 비용을 주의 깊게 비교해봐야 한다. 이런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은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직원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나 다름없다.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직원들을 신뢰한다는 메시지,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다. 직원들을 신뢰하는 경영자는 직원들로 하여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 P181

독창적인 작품은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독창적인 작품은 형편없는 시제품 단계를 거쳐 완성돼 나간다. 나는 작품의 초안을 ‘못난이 아기Ugly Baby‘라 부른다. 시제품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완제품의 미숙한 축소판으로, 어색하고, 형태가 불분명하고, 취약하고, 불완전하다. 이를 작품으로 완성하려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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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예매 어플을 켠다. 아무 영화나 눌러서 주중으로 맞춰 예매하기를 눌러본다. 아무 좌석이나 누른다. 12,000원. 러닝타임은 1시간 34분. 여기서 영화가 끝난 후 엔드 크레딧 올라가는 시간을 빼면 대략 1시간 반 조금 안될 것이다. 이번에는 주말로 바꿔본다. 1좌석에 15,000원.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특별관에서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영화에 몰입하는 체험의 가치가 14,000원. 어떻게든 할인받으려고 아침 8:30분으로 예매해서 3시간 동안 봤다.


배달앱 어플을 켠다. 치킨집 아무거나 찾아서 눌러본다. 최소 주문금액 16,000원. 메뉴를 확인해보니 20,000~22,000원 사이. 조금 내려보니 16,000원 짜리 메뉴도 있다. 여기에 배달료 추가. 이번에는 카페로 검색해본다. 아메리카노, 2,000원, 2,500원, ... 5,500원. 쿠폰이 있나 본다.


어디 갈때마다 타는 지하철, 버스, 1,300원, 1,200원


알라딘 장바구니로 돌아온다. e북 만화책 8권 세트가 20,000원, 10% 할인 쿠폰 적용하면 18,000원. e북 철학 교양서, 19,200원. 두꺼운 벽돌 종이책, 정가 35,000원에 10% 할인해서 31,500원. 북펀드에 들어가본다. 관심이 가는 책 구성을 본다. 32,400원. 적립금 5%+@


목구멍으로 들이키는 달콤한 라떼 마시는데 대충 5, 6000원. 한 두시간, 길면 3시간을 가상의 세계 속에 몰입하는 영화 하나에 12,000~15,000원, 3D니 4DX니 아이맥스니 하면 2만원도 우습다. 씹을 때마다 살코기와 육즙과 양념이 어우러지는 치킨 하나 배달시키는데 못해도 대충 2만원+@.


지하철 10-15번 타는 비용=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3~4 잔=무료 배송 가능한 책 1권. 영화 티켓 1~2장=아슬아슬하게 무료 배송 안되는 책 2권. 치킨 1마리=넉넉히 무료 배송 가능한 책 1권.


합리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면 아마 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가치를 따져 무의미한 소비를 하지 않을 테지만.


'책은 한 번 사두면 평생 읽을 수 있고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읽는 데 드는 에너지도 아주 적고 ...'


알라딘 장바구니에는 몇십만원어치 책이 잔뜩 쌓여있다. 수십권의 책 목록 중에 하나를 고른다. 3만원이 넘어가는 책은 엄두도 못내고 2만원 안되는 적당히 만만한 책 하나 골라서 어떻게 최대한 할인받아 주문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린다.


'무료 배송 쿠폰을 이 책 주문할 때 쓰면 다음 책은 어쩌지?' '지금 모은 적립금에 앞으로 들어올 적립금을 고려하면 얼마나 싸게 살 수 있을까?' '내일까지 안사면 적립금이 소멸하는데' '사면 읽을 수는 있을까?' '책에 곰팡이라도 피면?' '배송 도중에 책이 파손되면?' '집에 책을 놓아둘 자리가 있나?' '다 읽고 중고로 팔면 얼마나 나올까?' '중고매장까지 책을 팔러 가는데 지하철을 타고 간다치면...'


온라인중고 탭에서 책을 검색해본다. 정가 35,000원, 10% 할인해서 31,500원짜리가 18,000원. 손때가 타고 표지가 구겨지고 책등이나 책배에 뭔가 묻었을 수도 있고 책 틈새에 책벌레가 돌아다닐지도 모르고 얼룩이 졌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배송료 3,300원 추가.


모니터 옆에 한참 읽고 있는 반지의 제왕 1권 원서가 눈에 들어온다. 중고매장에서 구매했다. 정가 12,830원, 판매가 3,000원. 페이지를 들춰본다. 본문 458페이지에 서문 +@.


매일 듣는 팟캐스트. 과학 팟캐스트라서 과학 지식을 무료로 전달한다. 영어 팟캐스트라 영어 듣기는 덤. 대신 휴대폰 배터리를 조금 쓴다.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쓰는 전기세를 계산한다면. 가끔 들어가보는 유튜브. 구독 중인 시사 유튜버의 새 동영상이 올라왔나 기웃거린다. 공짜로 유튜버의 해설 강의(+지식)를 듣는 셈. 유튜브를 보는 동안 나가는 데이터비와 전기세를 계산한다면. 그런데 팟캐스트든 유튜브든 거기서 정보나 재미를 얻었다면 몇 원짜리일까.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책을 사면 내가 낸 돈은 대충 서점, 출판사, 작가 등에서 나눠 가져갈 것이다. 그럼 거기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얼마일까? 누군가는 책에서 교훈을 얻고 누군가는 지식을 얻고 누군가는 재미를 얻고 누군가는 우울감을 극복할 삶의 희망을 찾고 누군가는 삶의 이정표를 찾고 누군가는 책을 펼친 후 숙면을 취하고 ... 그래서 얼마일까?


교과서에서 본 시가 생각난다. 프란츠 카프카가 1200원이었던가. 카프카 1200원으로 검색해본다. 800원. 1987년 시니 36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800원짜리 카프카는 지금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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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07 12: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책이 제일 싸고 가치는 높은거 같습니다. 치킨은 한순간이지만 책은 영원하다는~!!

저는 요즘 기대평점 남기는 푸쉬 광고 때문에 적립금이 계속 쌓이는데 소멸되는게 아까워서 계속 책을 사게 됩니다 ㅜㅜ

Heath 2023-09-07 13:11   좋아요 3 | URL
저도 그게 고민입니다. 푸쉬 광고가 계속 날아와 적립금이 쌓이니 유혹에 넘어가게 되네요ㅠ

서니데이 2023-09-09 0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주말 보내세요.^^

Heath 2023-09-09 09:34   좋아요 1 | URL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세계를 바꾼 아이디어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표지는 특이하게도 ISBN 바코드로 되어 있다. 북적북적이나 북플 앱으로 바코드를 검색하면 실제로 인식된다. 아마 책 도중에 제시되는 아이디어 중 하나인 '몇 개일까? - 수(數)가 실재라는 아이디어'(pp. 120-121.)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해당 페이지 도판도 실제 ISBN 코드이기도 하고.


이 책은 인간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러 아이디어들이 무엇이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추적하고, 각각의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힌다. 


어떤 아이디어는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어 냄으로써 직접적으로 세계를 변화시키지만, 또 어떤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세계관에 영향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유형의 아이디어를 모두 다룬다. 각 아이디어에 대하여 필자는 그것이 무엇인지, 또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아니라,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영향을 남겼는지도 말하려 애썼다. 그리하여 각 아이디어의 기원, 전후 배경, 성격, 그리고 결과를 하나의 텍스트 안에 담았다. - P6


이 책이 다루는 아이디어는 Idea 그 자체다. Idea는 한국어로 생각, 방안, 견해, 신념, 사고방식 등등 다양한 의미로 번역되는 단어다. 저자가 사용하는 Idea는 Idea가 의미하는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광의의 Idea로 보인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이 책이 말하는 Idea는 선사시대 및 역사시대 인간이 특정 사물이나 행위를 바라보는 방식, 특정 행동을 수행하게 만드는 의도나 가치관, 세계관, 특정 행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강화되는 믿음, 신념, 관념 등등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제일 먼저 '식인 행위'를 제시하여 선사 시대의 인류가 어떤 '의도'로 식인행위를 저질렀는지 추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여러 시대에 걸쳐 나타난  종교, 사상, 과학적 아이디어를 다룬 후 마지막 페이지 '지구촌'에서는 문화적 다원주의라는 '사상'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끝난다. 'Idea'라는 단어를 'Idea'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어 사용자 입장에서 이 같은 시도는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이 다루는 시간적 범위는 기원전 30000년전부터 기원후 2000년까지다. 


각각의 장은

1. 사냥꾼의 정신(기원전 30000~10000년 전)

2. 진흙탕에서 나와(기원전 10000년전~기원전 1000년)

3. 부처님 가라사대(기원전 1000년~기원 원년)

4. 생각하는 종교(기원 원년~기원후 1400년)

5. 미래로의 회귀(1400년~1800년)

6. 진보의 환상(1800년~1900년)

7. 불확실성의 시대(1900-2000년)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은 해당 시대를 개괄적으로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여타 역사책과 비교했을 때 시대 구분이 독특한데, 이 책은 고고학이나 인류학에서 다루는 선사시대에서 시작해 역사학에서 다루는 역사시대로 나아간다. 역사 시대 시대를 나누는 연도도 서양 역사서에서 주로 제시되는 고대/중세/르네상스/근대 같은 시대 구분과 차이가 있다. 선사시대를 아우르려는 점에서 빅뱅 이래 우주의 역사까지 포함하고자 하는 '빅히스토리' 보다는 범위가 작지만 역사시대만 다루는 보통의 역사책들보는 그 범위가 넓다. 이 책이 다른 역사책들과 어떻게 다른지 저자 본인의 말을 들아본다면,


오늘날에 존재하는 중요한 아이디어 대부분은 그 기원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그 사실을 반영하기 위해 통상적인 관습을 버렸다. 많은 아이디어들은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 인간의 마음속에 최초로 떠올랐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오로지 고고학적 연구와 드물게 나마 살아남은 예술 작품과 상상력을 통해서만 재구성할 수 있다. 아이디어의 역사를 다룬 대부분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다. 기껏해야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이중의 오해를 낳는다. 우선 그것은 서구 전통에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하고, 다음으로 역사에서 가장 긴 시대를 배제한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자들은 그리스 현자들의 아이디어에 도달하기 전에 책 전체 내용의 4분의 1이상을 지나온 것을 발견할 것이다. - P7


각각의 장에는 각 시대에 등장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된다. 2페이지에 걸쳐 하나의 아이디어를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이해를 돕기 위해 각각의 아이디어를 한 눈에 보여주는 도판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본서에서 해당 아이디어와 관련이 있는 아이디어가 몇 페이지에 있는지 제시하여 아이디어끼리의 연계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영어 원서만 제시되긴 하지만) 해당 아이디어와 관련해 어떤 책을 읽어보면 좋을지 저자가 추천하는 참고 도서가 2~3권 가량 제시된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저자의 방대한 학식과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고고학, 인류학, 역사, 종교, 철학, 과학, 예술 등 경계를 넘나들면서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기원과 변화를 추적한다. 이때 저자의 말처럼, 현재의 우리가 평소 당연하다 생각하는 많은 아이디어들은 사실 선사시대나 역사시대 초기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는 5장에 배치되어야할 것 같지만 3장에 배치되어 있다.


덧붙이자면 저자가 되도록 '서구중심주의'를 탈피하고자 비유럽권의 아이디어들도 책에 담으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가령 5장 미래로의 회귀에서는 중국의 '천명'이라는 아이디어를 다루고, 6장에서는 인도, 중국, 일본이 서구화를 어떻게 수용했는가에 관해 지면을 할애하기도 한다. 몇몇 장은 글씨체를 바꾼다거나 책의 구성을 달리하는 식으로 해당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체험하게 만드는 구성도 돋보인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첫째로 가끔 오탈자가 있고, 타언어권 인물명을 영어식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간혹 보인다.(프리드리히 2세를 프레데릭 2세로 표기한다던가) 그리고 수록된 도판이 본문의 텍스트와 겹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페이지도 있다. 다행히 읽는데 크게 지장은 없는 단점들이다.  


두 번째 단점은 저자도 인정하는 단점으로, 이 책의 아이디어들은 저자가 주관적으로 선택한 아이디어들이다. 읽는 독자에 따라서는 '왜 저자는 이 아이디어를 이 장에 수록하지 않았을까?' 혹은 '왜 저자는 이 아이디어를 이 장에 수록했을까?' 같은 의문을 자연히 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본주의처럼 논쟁적인 개념이라면 더더욱.


나는 이 책이 나름대로 독특하고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책에도 한 가지 중요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이 아이디어들이 개인적으로 선별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선택의 문제는 오로지 필자의 책임이다. - P7


간단히 마무리하자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생각들이 사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마음속에서 먼저 일어난 역사, 즉 아이디어에 의하여 추진된 역사를 다룬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기록이 왜 변화로 가득한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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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는 책 목록을 보니 리뷰 써야할 책이 많다고 새삼 느꼈다. 언제 다 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리뷰 쓴 책과 지금 리뷰 쓰는 책만 짧게 돌이켜보기로 했다. 그래봐야 몇 권 안되지만.



먼저 리뷰를 쓴 책들.


3월부터 7월 중순까지 책을 읽기만 하고 리뷰는 손 놓았다. 재활 차원(?)에서 7월 말부터 8월 동안 리뷰들을 몇 편 썼다.



역자들이 수록한 분야별 참고도서 목록이 유용했다고 느낀 책이다. 아쉽게도 요즘은 구하기 힘든 책들이 많아서 도서관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요즘은 이런 책이 안 나오는 건지, 내가 못 찾는 건지 잘 모르겠다. 후자였으면 좋겠다. 



간만에 각잡고 리뷰를 쓴 책이었다. 읽을 때도 재밌게 읽었다 보니 리뷰 쓰기도 쉬웠던 것 같다. 리뷰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과학책은 아무래도 낯설어서 그런가. 쓰다가 영어 얘기를 넣었더니 책과 너무 상관없는 내용을 쓰는 것 같아 쳐내버렸다. 결과적으로 책 내용 요약에 그치고 말았던 것 같다. 



리뷰를 쓸 때 정말 단숨에 써내려 간 책이었다. 저자들이 책을 쉽게 써서 그런가. 



다음은 리뷰를 쓰고 있는 책.



20여년 전 책이긴 하지만 저자의 접근 방식이나 관점이 지금봐도 독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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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음속에서 먼저 일어난 역사, 즉 아이디어에 의하여 추진된 역사를 다룬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기록이 왜 변화로 가득한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 P6

새로운 아이디어는 불안을 조장하며, 심지어 위험하기조차 하다. 이것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좌절감을 야기하거나,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상력은 분명 인류만의 재산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이 특출하게 풍부한 것은 맞는 것 같다. 필자는 대부분의 역사적 변화는 아이디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아이디어는 물질적인 위기, 경제적 필요, 환경상의 제약, 다른 모든 것들만큼이나 강력한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P6

이 책은 일종의 카탈로그이다. 소위 지식인들이 경멸하는 장르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이 책에는 튼튼한 줄거리가 있다. 주제는 세계를 현재의 모습으로 만든 ‘아이디어들‘ 이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서 태동한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서구중심주의‘ 를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 P7

오늘날에 존재하는 중요한 아이디어 대부분은 그 기원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그 사실을 반영하기 위해 통상적인 관습을 버렸다. 많은 아이디어들은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 인간의 마음속에 최초로 떠올랐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오로지 고고학적 연구와 드물게 나마 살아남은 예술 작품과 상상력을 통해서만 재구성할 수 있다. 아이디어의 역사를 다룬 대부분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다. 기껏해야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이중의 오해를 낳는다. 우선 그것은 서구 전통에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하고, 다음으로 역사에서 가장 긴 시대를 배제한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자들은 그리스 현자들의 아이디어에 도달하기 전에 책 전체 내용의 4분의 1이상을 지나온 것을 발견할 것이다. - P7

나는 이 책이 나름대로 독특하고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책에도 한 가지 중요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이 아이디어들이 개인적으로 선별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선택의 문제는 오로지 필자의 책임이다. 필자는 마음속에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책을 썼다. 우선 필자가 이해하는 아이디어들은 순수하게 정신적인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회적 운동이나 발명, 발견, 정신세계 밖에서 일어난 일은 포함시키지 않고 인류, 우주, 초월적인 세계를 바라보는 데 있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아이디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아예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이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면 포함시켜야 할 아이디어들의 목록은 끝이 없다. 예를 들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위대한 기술적 혁신과 발명을 포함시키고 싶은 유혹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발명이다. 그리고 발명에는 또 그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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