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대법관이 주재하는 연방대법원은 하급 법원을 거쳐 올라온 각종 사건들을 심사하고 판결을 내리는 미국 사법부의 최고 기관입니다. 흔히 미국을 움직이는 주역이라고 하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나 의회의 입법 의원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미국 역사의 향방을 좌우한 대사건들 뒤에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연방대법원에서 심의하는 안건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부터 미합중국이 당면한 현실, 그리고 미국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상황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과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 P16

실제로 미국은 연방대법원의 대법정 뿐 아니라 대통령의 집무실부터 국회 의사당의 회의장, 재판정, 기업의 회의실, 대학의 강의실, 주말 저녁의 칵테일파티에 이르기까지 토론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계속해 나가는 사회입니다. 즉 토론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미국인들에게는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의견서들을 통해 연방대법원 법정에서 벌어졌던 불꽃 튀는 토론에 참여하다보면 독자 여러분 자신이 어떤 신념이나 생각을 글이나 말로써 논리정연하게, 그러면서도 때로는 유머를 섞어가며 여유롭게 풀어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P17

연방 대법관에 대한 미국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는 그 호칭 자체에서 잘 나타난다. 미국에서 정의가 이루졌다Justice has been served는 표현은 악당을 처치하는 헐리우드 액션 영화 속의 히어로가 아니라 실은 재판의 결과를 일컫는다. 즉 적절한 법률적 절차(재판)를 거쳐 나온 공정한 판결에 대한 찬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법관을 일컫는 호칭이 정의Justice 자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알고 보니 정의를 수호하는 기사들은 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멋진 망토를 입고 광선검을 휘날리며 우주 공간을 누비는 것이 아니라, 워싱턴 D.C. 1번가에서 검은 법복을 입고 앉아 말words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 P22

그러나 대법관들이 항상 순도 100%의 공명정대한 판결, 즉 모두가 이견 없이 인정하는 정의를 실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기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예들은 헌법을 통해 연방대법원의 설립을 구상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의도, 즉 삼권분립을 통한 정부 기관들의 상호견제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한 반증일 뿐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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