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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 약, 어머니, 면도칼, 안녕히주무세요, 옥상, 청군백군,
엄마일기, 수영, 나루터, 여성변사체, 진주귀걸이, 헬로,
용이네호떡집, 이모, 포식자, 절벽, 종탑, 형, 아빠, 해진,
`과외`재킷, 새우잡이.

프로데터.
1인칭 심리묘사.
배경묘사도 충분해서
집 안에서 엿보고 있는 기분.
섬뜩.

내면의 악과 선, 청군과 백군.
그리고 결과는.

악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가
그렇게 만든 것인가.
본성이라면, 그렇다면.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 이유는.
하지만
이해해 줄 수는 없었다.

p67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해진은 잠시 틈을 두었다가 대꾸했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해진을 봤다.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은 사칙연산처럼 분명하지 않아요.
인간은 연산보다 더 복잡하니까요.˝

p81
화살 같은 통증이 삽시에 살을 찢고,
근육을 뚫고,
머릿속까지 날아들어와
팽팽하게 걸려 있던 어떤 줄을
탁 끊어버렸다.
탈진한 나를 집까지 끊어 온 줄,
어머니의 불길 속으로 휩쓸려들지 않게
나를 붙잡고 온 줄,
강철 케이블보가 튼튼하다고 자부하던 줄,
`의식`이라는 이름의 통제권이
나를 빠져나갔다.

p188
그렇다 하여 남자한테 끌리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22층 헬로한테도.
우주로 가버린 해진의 눈빛은
내겐 난수표와도 같았다.
죽을 때까지 해독하지 못할 감정 신호 같아서
깊은 좌절감마저 느꼈다.
그날 밤, 오뎅과 발밪춰 걷기 시작했을 때에야,
비로소 나는 해독의 실마리를 찾았다.
더하여 내가 무엇에 끌리는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겁먹은 것에게 끌렸다.

p206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어젯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해결책으로 망각을 택했으며,
내 자신에게 속아 바보짓을 하며
하루를 보낸 셈이다.

p272
누가 그랬던가.
˝인생의 1/3을 몽상하는 데 쓰고,
꿈을 꿀 때에는 깨어 있을 때 감춰두었던
전혀 다른 삶을 살며,
마음의 극장에서는 헛되고 폭력적이고
지저분한 온갖 소망이 실현된다˝고.


아니다. 알아야 했다.
단서들을 조합한 추리 같은 건 의미가 없었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들어야 했다.
내 안에 나라고 믿는 나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그 `누군가`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모르고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길이 없었다.
아는 순간,
지옥문이 활짝 열린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엎어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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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9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콜라 2016-07-16 1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아성찰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것들도, 내 자신을 찾는것도 잊어버린채 현실이라는 굴레속에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거 같아요. 이게 정답이라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정신없이 읽어내린.
반전에 반전.
나중엔
계속 의심이 가더라는.

긴 소설이었고
같은 시간과 상황을
수와 모드의 관점에서 반복 서술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그 중엔 상대적으로 3부가 좀 늘어졌다.

이야기도 좋았지만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여러 배경 묘사들이 너무 좋았다.
런던의 뒷골목, 시골의 저택, 핑거스미스들의 생활,
정신병원, 귀족과 하인의 모습들.
그리고 동성애.
인물들도 다 마음에 들었고,
생동감이 넘쳤다.

p203
하지만 그 사이, 모드가 삼촌에게 가 있는 동안,
나는 모드를 느낄 수 있었다.
눈먼 사기꾼은 촉감으로 자신이 만지는 것이
금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나는 집 벽을 통해 모드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둘 사이에 실이 연결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모드가 어디에 있든지간에
실이 나릉 모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건 흡사..
<그건 흡사 내가 모드를 사랑한다는 말 같잖아.>
나는 생각했다.

p270
귀에 물이나 왁스가 찬 것처럼 귓속이 멍해진다.
이것이 침묵이다.
다른 남자들이 포도나무를 기르거나
덩굴식 물을 기르듯이,
삼촌이 집에서 기르고 있는 침묵이다.

p341
리버스 씨가 내 마음을 얻은 이유는
어쨋거나 지금 여기에서
내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계획을 짜고, 40마일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잠자는 집의 심장부에 몰래 들어와,
내 컴컴한 방 속으로,
<나>에게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p666
내가 또 어떤 것에까지 익숙해질 수 있었을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터였다.
그곳에 내가 얼마나 오래 갇혀 있게 될지도
하느님만이 아실 터였다.

그 시절,
내 이름은 수전 트린더였다.

처음에, 나는 내가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저지른 첫 번째 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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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
있을법 한,
웃기고 슬프고
때론 짠내나는 이야기들.

한편한편 빠짐없이
좋았던.

오랜만에 글을 읽으며
힐링되었던 시간.

p26
준수는 강원도를 향하는 내내 말이 없이,
어쩐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게 단순히
우리 미취업자들의 일상 표정이라고만 생각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과 땀에서 배우라는 말,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점점 무표정하게 변해갔고,
결국은 지금 준수가 짓고 있는 저 표정,
그것이 평상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웬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p71
˝저기 그러지 마시고요, 선생님.
여기 벤치에 앉아서 저하고 같이
고등어나 한 마리 구워 드시죠.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도 어려울텐데..
뭐,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나는 그가 손에 쥔 라이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뚝뚝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p109
˝선생은 어머니께 얼마 만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그에겐 그 달달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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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1983년, 지층, 소속, 일류대, 취업, 이혼, 퇴출,
삼미정신,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기대를 많이 하고 시작했지만
일이 많아 짧게 짧게 끊어 오래 읽은.

무엇보다
삶에 대한 내 생각과는 다른 메세지.
그래서
내 마음에 와 닿지 않은.
한편으론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잠깐이라도 위로 받은 그런 책.

p18
저 별은 나의 별이다.

p199
인생은 결국,
결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이-
거듭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몇 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이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실은 그래서 기적이다.

p265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기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p279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의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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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8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남은 제 인생이 ‘좋은 쪽’으로 삼천포로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콜라 2016-06-18 21:48   좋아요 0 | URL
저도요~~ 과연 삼천포로 빠질수 있는 용기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
 

간병, 6개월, 홍차, 자막영화, 열, 면도, 경마장, 비, 연주회,
빨강드레스, 생일파티, 꿀벌타이즈, 와인테이스팅, 문신,
미로, 결혼식, 폐렴, 모리셔스, 파리, 편지.

선택.

로맨스와 존엄사.

영화보단 책.

p139
그의 입가는 보이지 않았지만
눈가에 미소 때문에 생기는 희미한 주름이 잡혔다.
늘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싶었다.
뭔가에 쫓기듯 경계심 그득한 표정이
사라지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주절주절 떠들었다.
농담도 했다.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가기 전
그 찰나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p234
슬며시 윌을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자기 자신을 잊은 듯 황홀경에 에워싸고 있었다.
황급히 눈을 돌렸다.
갑자기 그를 보는 게 무서웠다.
그가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감정들이 두려워졌다.
심연처럼 깊은 상실,
그 두려움의 바닥이 겁이 났다.
지금까지 살아온 윌 트레이너의 삶은
내 체험을 까마득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내가 뭔데 그에게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논할 수 있단 말인가?

p277
˝인생은 한 번 밖에 못 사는 거요.
한 번의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보내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요.˝

p398
˝혹시 이런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p466
˝하지만 그 친구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살라고 하는 건,
당신도, 나도, 아무리 우리가 그 친구를 사랑해도,
우리는 선택권 박탈하는
거기 같은 인간 군상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클라크.
처음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그랬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사랑을 담아서, 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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