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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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린새, 양초, 나, 탑, 검은숨, 그녀, 뺨일곱, 공연,
그, 모나미볼펜, 쇠와피, 당신, 우리는고귀해, 꽃핀쪽으로,
에필로그, 눈덮힌램프.

많은 사람들에게
씻을수 없는 고통과 상처로 남은.

덤덤함.
그래서 더욱 무거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p17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p57
썩어가는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p95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9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134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는 아무것도 아닌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것입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p207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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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6-0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덤덤한, 그래서 무거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표현하는 가슴아픈 문장인 듯

콜라 2016-06-05 01:10   좋아요 0 | URL
책을 덮은 후에도 여러 감정들이 계속 됐던것 같아요, 참 가슴아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