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병, 이발병, 제빵병부터
간호병, 저격병, 지하공작원, 빨치산병사까지.

그 안의 소녀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
사랑도 있었고.
두려움과 고통.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던 날.
동료가 사망한 순간.
적군을 치료해 주고 빵을 나눠주며.

전쟁중 머리가 하얗게 세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몇번이나 나온다.
얼마나 고통의 시간이었는지.

그리고 전쟁 후에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시선들.

영웅담이 아닌
전쟁 경험담.

몰랐던 전쟁의 이면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p29
나는 여자에게는 죽는 것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가혹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221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분하고 억울했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전선에서는 남자들이 우리를 존중했고
항상 보호해줬는데,
그런데 이 평온한 세상에서는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 더이상 볼 수가 없는거야.

p252
난 들꽃을 보면 전쟁이 떠올라.
전쟁 때 우리는 꽃을 꺾지 않았어.
꽃을 꺾는다면
그건 누군가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서였지..
작별을 고하려고..

전쟁은 모든게 검은색이야.
오로지 피만 다를 뿐,
피는 붉은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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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여자아이, 피아노, 마달레나, 루칠라, 엄마의죽음,
콘서바토리, 데렐리스할머니, 엄마일기장, 밤의부인,
거짓말쟁이, 괴물, 인형, 향수.

못생긴 여자가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며 치유되는 이야기인줄.

가족들에게도 외면 받았던 아이.
상처.
그러나 엄마의 일기장에서 발견한
엄마의 상처들.

마달레나와 루칠라가 있어서,
데 렐리스 할머니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도망가거나 숨는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환경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갈 원동력을 찾는것.

p28
˝당연하지, 피아노를 쳐야지. 치고 또 쳐야지.
그게 네가 받은 선물이잖아.
세상에는 아무런 재주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잊다는 걸 잊지마.˝

p148
˝성경말씀 중에 옳은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길마다 모퉁이마다
새로운 삶이 기다린다는 말씀이야.
인생이 끝났다는 말은 절대로 믿지마, 절대로.
명심해 두거라.˝

p173
˝돌아올 수 있으면 돌아오겠지.
가끔은 천 년도 하루처럼 느껴지는 법이야.˝
˝언제?˝
˝언제가 중요한 게 아니야. 견딜 줄 알아야지.˝

p198
`인생이란 세월이 흐르는 것도 무시하고
간직하기만 해야 하는 귀중품이 아니야.
삶은 우리 손안에 망가진 채로 되돌아오기 일쑤야.
그리고 그걸 고칠 수 있는 부속품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그냥 부서진 채로 가지고 있어야 해.
어쩌면 없어진 걸 같이 만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삶이란 우리 앞에 놓여 있고
우리 뒤에도, 위에도, 우리 안에도 있는 거야.
당신이 한쪽으로 물러서 있다고 해서,
눈을 감는다고 해서,
주먹을 불끈 쥔다고 해서,
삶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니야.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우리와 함께 시작해.
우리가 여기 있잖아.`

p247
˝미움이란 감정, 나한테는 익숙지 않아.
미움은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들 거야.
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버진 그저 희미할 뿐이야.
음악이 비유하자면
너무 잔잔해서 사라지듯이 끝나는
음악인 셈이지.˝

난 못생겼어.
하지만 완전히 불행한 건 아니야,
이게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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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너, 어린새, 양초, 나, 탑, 검은숨, 그녀, 뺨일곱, 공연,
그, 모나미볼펜, 쇠와피, 당신, 우리는고귀해, 꽃핀쪽으로,
에필로그, 눈덮힌램프.

많은 사람들에게
씻을수 없는 고통과 상처로 남은.

덤덤함.
그래서 더욱 무거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p17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p57
썩어가는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p95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9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134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는 아무것도 아닌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것입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p207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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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6-0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덤덤한, 그래서 무거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표현하는 가슴아픈 문장인 듯

콜라 2016-06-05 01:10   좋아요 0 | URL
책을 덮은 후에도 여러 감정들이 계속 됐던것 같아요, 참 가슴아프죠
 

디아마스왕국, 깰락말락나라, 르노, 초능력, 그린핀도르,
위키디피아, 투셰이, 우라질, 영원, 보물찾기, 편지, 기사,
워스, 암호, 울프하트, 바다천사, 구름동물, 꿈비스킷, 그림자, 반쪽이.

초반엔 좀 산만했지만.
뒤로 갈수록 퍼즐이 맞춰지고.
배크만 특유의 농담과 말장난.

현실과 동화 이야기에.
그 속에서 사람들의 화해와 용서.
기분좋게 웃으며,
울컥하며 책을 덮었다.

할머니의 사랑에,
1년 있으면 여덟살이 되는 엘사의 성숙한 마음에,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한편으론
엘사의 너무 일찍 성숙해진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보고싶은 나의 친구. 내 편.

p11
세상의 모든 일곱살 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p20
할머니와 엘사에겐 둘만의 암호가 있다.
할머니가 말하길
할머니와 손주들은 그래야 한다고,
그게 정해진 법이라고,
아니, 법으로 그렇게 정해야 한다고 한다.

p249
˝엄마의 모국어야. 미아마스는. 우리.. 엄마의 모국어.˝
엘사는 고개를 들고 컴컴한 후드 속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엄마랑 아저씨랑 다른 말을 썼어요?˝
후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아저씨네 엄마는 어디 출신인데요?˝
˝다른 곳. 다른 전쟁.˝
˝그럼 미아마스가 무슨 뜻이에요?˝
그가 내뱉는 말이 한숨처럼 들린다.
˝사랑한다.˝

p359
엘사는 여전히 묻고 싶은 게 천 가지지만
한 가지도 묻지 않는다.
엄마와 반쪽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엄마의 뺨이 입을 맞추고 억지로 용기를 낸다.
할머니가 당부한 대로 성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친구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p540
나의 기사 엘사에게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
너를 두고 떠나서.
이 빌어먹을 암에 걸려서 미안해.
가끔 개떡 지수가 안 개떡 지수를 넘어서 미안해.
사랑한다.
우라지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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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우, 현주, 윤정, 윤태, 정민, 마마.
각자의 상처를 안고
아몬드나무 하우스에 모여
한 가족이 된다.
말하고 들어주고 삶을 나누게 되면서,
위로와 치유가 되어간다.

어느새 나도 한 가족이 되어.

배들이 등대의 불빛을 보고 항구로 돌아오듯이,
따뜻한 안식처.
나에게 집이란.
가족이란.
소중함을 잊고 사는듯.

사람들은 피에로처럼
웃고 있는 이면에 상처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과의 선한 관계 속에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내면의 상처들이
치유되고 회복될수 있기를.

p68
˝...돌이켜 보면 그때가 가장 순순한 삶을
살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순수한 삶?˝
˝하루하루를 오직 몸으로만 살아냈죠.
무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정도로
완전히 지칠 때까지. 왜 이런말이 있잖습니까.
사는 건 사는 거지 생각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생각이 지나치다보면 오히려 삶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더군요.
때로는 생각이 삶을 좀먹기도 하구요.˝

p135
˝다시 말하지, 자신을 건사하지 못하는 인간은
남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거야.
심지어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그 때문에 비난을 받는 순간에도 말이야.˝

p198
˝곧 전화를 끊도록 하죠.
혹시 제가 다시 전화를 하면 받아줄수는 있나요?˝
˝왜요? 김선생님과 저는
더이상 나눌 얘기가 없을 것 같은데요.
괜한 통화 낭비가 아닐까요?˝
알아들었노라며 나는 안수기도라도 하듯 덧붙였다.
˝마음에 늘 평화와 안식이 깃들기를 바랄게.
거기에도 물론 하얀 비둘기들이 있겠지.˝
그녀는 끝까지 자제심과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말씀 감사해요.˝
그러고 나서 잠깐 침묵이 이어진다 싶었는데,
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오는 사이
툭, 하고 전화거 끊겼다.

p243
나는 그녀를 통해 전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그 삶의 마지막 일부를 공유하기도 했다.
또한 그녀의 인생이 어둡게 도사리고 있던
회환과 분노와 광기 따위의 해묵은 감정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중 어떤 것들은 내가 받아들이거나
미처 감당하기 힘든 것이어서
오랫동안 마음에 짐으로 남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게 마마가 남긴 유산인지도 몰랐다.

p245
밖엔 가을이 몰려오고 있었다.
하늘로 검은 구름이 휘휘 몰려 가면서
그 틈을 비집고 달이 떠올랐다.
나는 밖으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방파제 쪽으로 걸어갔다.
먼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등대의 불빛을 보고 항구로 돌아오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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