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나: 충무로 액션키드, 베테랑 되다 | 류승완 감독 인터뷰 

http://www.huffingtonpost.kr/mina-sohn/story_b_8081212.html 

올여름, 나는 제주에 다녀왔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을 받으며 세상은 역시 서로 돕고 사는 곳이구나 실감했다. 물론 유독 도움을 받지 못한 날도 있었다. 너울성 파도 때문에 근처 섬에도 못 가고 그렇다고 혼자 해변에 가는 것도 좀 꺼려지고. 다음 숙소로 가는 길은 멀어서 짐이 잔뜩 든 가방을 보며 어떻게 하나 고민이 한창이었다.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유일한 1인 손님이었던 나는 아침을 먹으러 숙소 카페로 나갔다. "영화나 보러 갈까?" 옆에 있던 스텝이 주인 부부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그렇다. 영화를 보러가자' 일정은 정해졌지만 혼자 영화를 보고 싶은 날은 아니었기에 팝콘을 쏘겠다며 오프라는 스텝을 꼬셨다. 스텝은 어물쩍 넘겨버렸고, 나는 씩씩하게 서귀포 롯데시네마로 향했다. 외로워져야만 하는 날이 꼭 있다. 


영화는 <베테랑>이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개그와 속 시원하겠다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이야기. 형사들이 하는 말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시나리오 속에서 두 시간가량 신나게 웃었다. 극장 안에서 짜증이 났던 사람은 떠들다 한 대 맞아 질질 짜게 된 아이나 극 중 재벌 사람들 정도였겠다. 그들에게 이 사건은 당최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시원하게 풀릴 것이 당연한데 꼭 하나씩 색이 안 맞는 퍼즐같이. "이상하지 않아? 이게 이렇게 큰일이 아닌데." 작은 일에서 불거진 사건은 결국 벌집을 건드리고 퍼즐은 맞춰지지 않은 채 부서지고 만다. 


위에 기사를 보면 류승완 감독은 1-20대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도록 악을 구체화시켰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고 효과도 적지 않았으리라 본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엔딩크레딧을 보며 문득 "강동원이 잘 생겼으니까 우리 편."이라던 <군도>의 감상평이 떠올랐다. 영화에서 강동원의 우수에 찬 모습이 아무리 심금을 울리고 하정우가 비록 빡빡이였을 망정 우리 편은 하정우였다. 강동원을 우리 편 삼고 싶은 이유는, 관객에게 영화는 그저 영화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영화는 역시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면 말이다. 나라를 구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것은 즐겁지만, 영화관을 나오면 이야기는 잊혀지고 영상만 남는 걸지도 모른다. 류 감독의 말처럼 빈자는 모두 선하고, 부자는 모두 악하다는 논리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에 너도 나도 편승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유전무죄의 세상에서 죄를 뒤집어 쓴 약자가 누명을 벗는 일이 뉴스나 영화화 될 이야기일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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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 -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하지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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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거의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고 입을 닫고 지냈다. 마음의 무거움을 나눌만한 누군가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문제에 압도당해서 항상 짓눌려 있었다. 괜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문제 삼으며 운신의 폭도 줄여갔다. 점점 표정이 없어지고, 말수가 줄어들고, 웃지 않는 사람이 되어 갔다. 더는 못 견디겠다고 생각했을 때 관련된 모든 행동을 멈추고 다른 곳으로 옮아갔다. 나는 비겁했다. 게임을 리셋했다. 마법에 빠진 왕자를 구하지 못하고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책에서는 괜찮다고 한다. 인생을 게임 같이 가볍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패를 잘하는 법을 알아야 잘 살 수 있단다. 툭툭 털고 일어나 웃으면 모두 괜찮다. 철갑옷을 벗어던지고 잔디에 눕자. 이제 지나갔으니 안 괜찮을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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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대제 7 - 월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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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지 말게. 손가락질하는 자들도 없지는 않을 테니까! 이 일에 대해서는 짐도 나름대로 생각이 다 있어.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 그러니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멍청한 척하는 거지. 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재만은 짓밟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야. ......"
 7권, 252쪽 


요즘 청나라 초기 황제 중 한 명인 강희대제의 이야기를 읽는 중이다. 12권이 완결인데 7권까지 읽었으니 이제 겨우 산 중턱에 오른 셈이다. 읽으면서 '왕이라는 재목은 역시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익히 듣던 말이지만 강희는 실천한다. 그는 신하를 고발하는 상주문을 받았지만 신하를 아끼기 때문에 서랍에 상주문을 넣어둔다. '더러운 물에 사는 물고기도 키운다'는 것이 그의 포용정책이었다.


솔직히 치수 사업에 지나치게 관여하려는 것만 빼고는 흠 잡을 데가 없는 청백리라고 해도 괜찮죠. 이번에 대인께서 그를 탄핵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이쪽 백성들이 그를 칭송하는 글을 새긴 우산인 만인산을 든 채 떼거리로 몰려다니며서 집단 청원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때문에 이런 사람일수록 탄핵을 받으면 얻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7권, 351쪽


위의 글도 같은 책 안에 있는 내용이지만, 부패를 보는 시선이 황제에서 '백성'으로 바뀌어 있다. 민중은 고약한 관리 때문에 가혹한 세금을 물거나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몇 명 되지 않는 청백리를 무척 아끼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 청백리가 있는 곳에서는 살만 하지만 없는 곳에서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의 인용문에서 청백리로 칭송받는 사람은 우성룡이다. 그는 가난했다. 어머니가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며 살 정도로 가족이나 그 자신도 사치는 꿈도 못 꿀 형편이었다. 그러나 수해로 굶어 죽는 백성들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군량미를 나눠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 전 국무총리인 한명숙 씨의 뇌물수수혐의가 인정되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수감되기 전에 그녀와 새정치민주연합은 '억울하다'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아마 9억 중에 3억은 받았고 6억은 받았거나, 차후에 돌려주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이렇게 될 경우 9억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것은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3억에 한 해  죄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우리나라 일반 국민에게 9억은 큰 돈이고 3억은 큰 돈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미 청백리로서의 자격을 잃은 그녀가 해야할 일은 3억의 뇌물수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아니었을까. 물론 3억을 받지 않았다면 왜 동생의 집 구입 비용에 사용된 수표가 뇌물로 주었다고 밝힌 수표의 일련번호와 동일했는지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더 심하지 않느냐는 말은 조금 연약한 논리일 지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유전무죄의 원칙이 적용되리라 생각하고 포기한 지 오래다.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을 때는 민주 진영이 정권을 잡았을 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십보 백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확실한 '우리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잣대는 높다. 한 마디를 위해 열 번 자신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황제의 취향은 잘 모르겠지만, 국민은 1급수 물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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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마카롱 에디션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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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물'이란 존재로 발아하고 열매 맺는다. 무엇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청춘의 도시적 감수성이다. 작가는 소설 내내 여러 사물과 그것에 연연하고 좌우되는 인간의 모습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은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것으로 존재를 알리게끔 되었다. 


그는 짧은 소설 안에 인물, 사건, 배경을 예민한 통찰력으로 꼼꼼히 분석해놓고 있다.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 삶의 방식들 한 줄, 한 줄이 역사적 기록과 같다.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1960년대 프랑스 젊은이들의 욕망과 현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너무나 꽉 짜여 있어 숨 쉬기 힘들다는 점이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작가의 설명으로 '나'라는 독자는 읽으면서 조금 지치기도 했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빈틈이 없는 소설이지만 이 소설에는 없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인물, 사건, 배경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앞 문단에서 버젓이 세 가지 모두 있다고 해놓고 무슨 이야기냐고 의문을 제기 할 것이다. 인물, 사건, 배경 이 세 가지는 반은 있고 반은 없다. 이 글의 주된 서술 방법이 '설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 주장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인물에 실체가 없다. 물론 주인공 실비와 제롬이 있다. 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며, 취향이 어떤지, 일상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까지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 시대 모든 젊은이들의 모습과 같다. 실비를 오델리로 바꾸어도, 제롬을 장으로 바꾸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실비와 제롬의 생김새도 키도 일상생활을 하는 습관도 작가는 말해주지 않았다. 직업에 대한 고민은 모든 젊은이가 하지만 왼손잡이이며 일 외에 글을 쓸 때는 꼭 만년필로 쓴다는 등의 한 인물 특유의 구체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설명'만' 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독자가 잠시 상상하려 하면 공간에 대한 그들의 심리에 대한 설명이 주르륵 나열된다. 그들은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사회는 이러한 모습이었고, 그들은 앞으로 이렇게 할 예정이었다. 각 인물들이 했던 행위의 인과관계를 고민하거나 이들의 대화를 보며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은 하기 어렵다. 독자는 작가의 시점에서 혹은 제3자의 시점에서 힘든 그들과 시대상을 나란히 놓고 잃지 않을 수 없다. 


내게는 조르주 페렉이라는 작가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재미있지 않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설명이나 묘사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에 각기 고유한 매력이 있듯이, 어떤 소설이든 제각기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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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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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에 지쳤다면 읽어보라. 노통브를 소설가로 만든 건 후부키일지 모른다. 현자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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