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입구에서 아침마다 드는 환상

" 이미 나는  코로나에 걸려 있는 것 아닐까? "

이미 잠복기인지 모르겠다. 내가 스친 사물에서 묻은 바이러스는 눈 비비기 좋아하는 나의 손을 통해 이미 동그란 빨판이 내 몸 속을 돌아다닐지도 모른다는 환상.

이 환상이 '자가격리로 인한 인생의 나비효과'와  '기저질환으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 이라는 두가지 환상으로 버무려지고, 도대체 이 건물에 몇명이나 걸려있을까.

나때문에 아이가 있는 동료들이 걸렸다면 얼마나 미안할까.. 하는 생각도 한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생각의 꼬리는 1~2분에 불과하지만,

아침마다 죽음을 한번씩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 코로나 이후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생각보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 

휴우.. 지금 밤이지만, 내일 아침 제출해야 할 계획서 보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쉽다.

 죽음이던 뭐던 도망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것이다. 죽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가 

쉽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에 모든 일들이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는 뭔가를 피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 여기에 정신이 팔려있으니, 

주목해야 할 것에 대해 덜 시선이 가는 것이 좋다. 

해야 할 숙제 대신에 밭을 갈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어차피 숙제도 해야 되고 밭도 갈아야 한다.

사람의 몸은 하나인데, 인생에는 너무 처리해야 할 잡동사니가 너무 많다.

번잡하고 소란스럽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왜 이렇게 힘겨울까.

다 중요한것 만 같다.

 

아침마다 죽음을 생각하면 다 중요하지 않는 것들 뿐인데,

마치 중요한 것 처럼

놓치고 있는 것처럼

불안의 궤를 만들고 있는 것은 나의 '게임'일 뿐일까..

 

프로필 사진 바꿔봤다. 실물보다 잘 나오거 같아서. 

실물이란 것이 조명에 따라 너무나 천차 만별이다. 마치 본질을 없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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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들윽 목소리는 밝았다.
흐린연필심으로 쓴 편지에
엄마다운 편지는 웃겼으며
상상치도 못했던 행군과 운동을 견딜만한 것으로 뿌듯함으로 느꼈다.
주변에 재밌고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잘 지내고 있으며
5분 마다 하던 트위터를 끊으니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글쓰기를 독려하기위해 나도 열심히 편지를 보낼것이다.
답장을 쓸수밖에 없는
문장을 담아서
군대가 좋은 점도 있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속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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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경남 진주에 훈련소로 들어갔다.

2주전 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 나는 첫편지를 썼다. 고립의 맛과 쓴 침을 삼키고 있는 아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해줄지,, 나는 주섬주섬 아버지와 어머니의 언어로 말을 한다.

제대하면 철인 3종경기도 나갈 수 있겠다. 하하하

편지를 찢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나는 너가 매우 걱정스럽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내가 가르치지 못한 모순을 군대가 가르쳐주겠지. 세상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인류세의 일원으로 세상의 부품이 되는 기분을 군대에서 어떻게 느끼게 될까.

이제 막 시작된 노예로서의 성인들의 삶에 대해, 어렴풋 치를 떨면서 나오게 될까.

모순과 불균형, 그리고 모멸에 대하여 협동과 우정에 대하여 배웠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기를...

아들에게 너의 삼촌이 탈영한 역사를 말해주며,

그것만은 제발..이라 부탁을 했다. 부디 다치지 말고, 잘 적응하기를 기도해본다.

군대 없는 사회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에 태어난 이유로

22개월이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게임에 빠져 등까지 굽은 아들의 환상의 세계가 산산히 조각나게 될까.

아니면 더 도망치고 싶을까.

선택이 아닌 시간들 속에서 아들의 주체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건강하게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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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8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페이퍼를 쓴다.

마직막 꿈은 스페인 호텔에서 가위눌림 꿈이였다.

나는 남자들이 모여서 비지니스얘기를 하는 것을 귀 바로 옆에서 듣는다.

그리고 한차례 심각한 가위눌림을 당한다.

 

그리고 종종 기억도 안나는 꿈,

잠이 들기전 이상한 형상의 이미지들의 조합을 구경하면서 잠이 든다.

그 조합을 인식하려고 하면 훅하고 다시 깼다가,

다시 잠들어 버린다. 그리고 희미하게 무슨 일이 있어났다는 것만 기억한채

아침에 무겁게 일어난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기전

삼류드라마 같은 꿈을 꿨다.

넥타이를 맨 남자어른이 엄마의 애인인 꿈.

점잖고 괜찮았다.

그리고 또 키가 크고 좀 못생겼지만,

든든해 보이는 남자도 나왔는데,

저 정도면 괜찮다고  나는 얘기한다.

하지만, 내 소유는 아니였던 것 같다.

유치하게도 어떤 보호를 원했던 것 같다.

얼마나 다급하면, 그랬을까.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가 보다.

팔루스를 끌여들여서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지금 힘이 든 것일까.

그동안 적잖이 훼손시킨 팔루스의 힘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하지만, 무의식도 안다. 그것은 내것이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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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생엔. 프로파일러가 되고싶다. 위반의 욕망을 승화시키고 싶은것이겠지. 감정이 없는것은 어떤 기분일까. 기분도 없는것일까? 이책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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