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경남 진주에 훈련소로 들어갔다.

2주전 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 나는 첫편지를 썼다. 고립의 맛과 쓴 침을 삼키고 있는 아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해줄지,, 나는 주섬주섬 아버지와 어머니의 언어로 말을 한다.

제대하면 철인 3종경기도 나갈 수 있겠다. 하하하

편지를 찢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나는 너가 매우 걱정스럽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내가 가르치지 못한 모순을 군대가 가르쳐주겠지. 세상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인류세의 일원으로 세상의 부품이 되는 기분을 군대에서 어떻게 느끼게 될까.

이제 막 시작된 노예로서의 성인들의 삶에 대해, 어렴풋 치를 떨면서 나오게 될까.

모순과 불균형, 그리고 모멸에 대하여 협동과 우정에 대하여 배웠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기를...

아들에게 너의 삼촌이 탈영한 역사를 말해주며,

그것만은 제발..이라 부탁을 했다. 부디 다치지 말고, 잘 적응하기를 기도해본다.

군대 없는 사회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에 태어난 이유로

22개월이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게임에 빠져 등까지 굽은 아들의 환상의 세계가 산산히 조각나게 될까.

아니면 더 도망치고 싶을까.

선택이 아닌 시간들 속에서 아들의 주체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건강하게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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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8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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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8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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