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통신] 캐릭터 중시 세대`타깃` 판타지 소설 날개 훨훨
`식스 포켓`이란 한 명의 자녀를 위해 돈을 언제라도 꺼내 줄 용의가 있는 여섯 개의 주머니를 말한다. 주머니의 주인은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여섯 사람이다. 이들은 한두 명에 불과한 자식이나 손자에게 언제든 `투자`할 태세를 갖고 있다. 투자 대상의 아이는 당연히 구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자기 판단에 따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은 초등학생과 중학교 저학년까지이다.
`식스 포켓`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곳은 일본이다. 출산율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시장은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8세부터 14세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고가의 아동복, 화장품, 문구, 과자 등이 오히려 폭발적인 장세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알다시피 게임과 만화의 `천국`이다. `포켓몬스터`의 대단한 성공 이후 초등학생 대상의 학습지나 만화잡지에 게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를 연재하거나 애니메이션화하는 등 게임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계속돼왔다. 고가의 아동복은 바로 이런 캐릭터를 이용한 브랜드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캐릭터 브랜드를 활용해, 영상이미지를 중시하는 이들의 속성을 배려한 미디어믹스 전략을 세워, 블록버스터 상품으로 키우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또 출판, 영상, 완구, 의류, 게임, 통신판매 같은 업체들의 콜라보레이션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책 시장은 가장 확실한 시장이 되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조앤. K 롤링), `반지의 제왕`(톨킨)의 신화 외에도 올해 11월초에 영화 개봉에 맞추어 한 권의 양장본으로 출간된 판타지 소설의 바이블 `나니아 연대기`(C. S. 루이스, 시공주니어)가 한 달 만에 12만 부를 돌파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이 책은 이미 낱권으로도 50만 부나 팔렸던 책이다.
또 동명의 영화가 상영됐던 로알드 달의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시공주니어)은 영화 개봉 전 30만 부, 개봉 이후 20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내 이름은 김삼순`에 소개됐던 `모모`(미하엘 엔데, 비룡소)는 드라마 방영 전에 15만 부, 방영 후에 65만 부가 판매돼 곧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420만 부의 `마법 천자문`(시리얼, 아울북), 400만 부의 `살아남기` 시리즈(코믹컴 외, 아이세움), 300만 부의 `코믹 메이플 스토리`(송도수, 서울문화사) 등 현존하는 시리즈 만화 3인방도 주머니 주인들의 무조건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이 같은 대형 `성공`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자녀의 행복이 바로 어른의 행복`이라는 해피 패밀리를 컨셉트로 한 잡지가 창간을 앞두고 있는 등 이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말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헤럴드경제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