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나를 즐겨 찾는 지인의 수가 줄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라도 허구헌날 질질 짜거나 툴툴대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픈 마음은 없을 거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어렸을때도 그랬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말이 없어졌다
그러려니 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려 현관문을 여니 옆집에서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종교를 믿지 않는 내게 갑자기 어디엔가 기도하고 픈 마음이 생겼다.
어느 하나 들어줄리 만무 하고
나는 사막의 늪에서 모래 알갱이나 털고 있는데
기도와 찬송가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러려니 하고 살려면
제정신일 수가 없다
그래서나는 항상 바보같고 자존심도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래서 항상 나는 이러고 있는지 모른다
갑자기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네 눈 속에 겁이 있어 너 원래 이런애 아니었는데
나는 어떤 애였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쓰린 가슴을 뒤로 하고 밥을 차리는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눈속에 겁이 오래도록 살아 숨쉴까봐 나는 겁난다.
어떻게 복수할까?
소설을 써서 만인에게 알릴까?
슬프게도 글재주가 딸리는구나
늙으면 가만 안둔다는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러려니
살려니 나는 하루도 솔직할 수 없고 나는하루도 제정신일 수 없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난 정말 남한테 싫은 소리 하나 못하고 살았는데 왜 신이란 존재는 나를 이렇게 슬프게 할까?
찬송가 소리는 야속하게만 들리고
그러려니로 넘어가려는 내맘은 괜한 음식물 쓰레기통만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