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은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오는데
엄마가 데리러 오는 것도 좋고 아빠가 데리러 오는 것도 좋아. 태은이는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와서 행복해 한다.
엄마는 태은이가 그렇게 말해 주어서 행복해!
엄마 아빠 때문에 어린이집에 오래 있었는데도 속상해 하지 않고 참고 기다려주고 엄마 아빠를 보면 기뻐하며 달려와주니 얼마나 고마운 아이인가.
어린이집 계단을 내려오는데 가방을 맨단다.
나는 아이 어깨가 무거우면 키 안 클까봐 그냥 내가 들어 준다.
그리고 말한다.
엄마는 태은이가 힘들면 속상해. 그래서 무거운 가방은 엄마가 들어줄게.
태은이가 말한다.
태은이는 엄마가 힘들면 속상해. 그래서 태은이 가방은 태은이가 맬거야.
하늘은 어쩜 이렇게 천사같은 아이를 보낸걸까?
집으로 가는 길
저녁이어서 캄캄해진 밤에 반달이 떴다.
갑자기 태은이가 크게 말한다.
달님 안녕하세요. 나는 윤태은이에요. 잃어버리지 말고 나를 잘 따라와요.
길가던 사람들이 태은이가 하는 말을 듣고는 빙그레 웃는다.
나도 창피한 줄 모르고 크게 외쳤다.
달님 길 잃어버리지 말고 우리집까지 함께 가요.
태은이는 내 말을 고스란히 따라한다.
우리는 서로 크게 웃었다.
나는 아이를 내려보며 아이는 나를 올려다 보며 함께 웃는 웃음.
우리는 꽤 먼길을 손을 잡고 뛰다가 걷다가 달이 오는 지 확인하면서 걸어갔다.
아이는 요즘 자존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번 애니멀스쿨 공연을 갔을 때의 일이다.
공연이 한창 진행되고 사회자가 진지한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때 난데 없이 태은이가 외쳤다.
나는 윤태은이에요.
병원에 주사맞으러 가니 의사선생님께 느닷없이 말한다.
저 이제 4살 언니가 되었어요.
선생님은 기특하다며 축하해 주었다.
오늘 태은이는 내게 말한다.
태은이 엄마가 없어서 울었어.
그래서 나는 아빠가 있잖아 했다. 전같으면 그냥 응 혹은 아니야 할텐데 이제 아이가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아빠가 있지만 엄마가 없어서 속상해서 울었어.
나는 태은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엄마가 없다가 울지마 엄마는 시장에 갔거나 친구를 만났거나 (태은이는 엄마가 아직 회사에 다니는 걸 모른다) 쓰레기를 버리러 간거지. 엄마는 금세 다시 태은이 한테 오니까 절대 울지마.
태은이는 알았다고 했지만 다시 말한다.
그래도 엄마가 없으면 속상해.
착하고 고운 태은이가 오늘은 엄마를 돕는다고 반찬도 날라다 주고 그릇도 치워 주어서 일이 저녁 상을 빨리 치웠다.
공주처럼 키워야 하는데 태은이가 도와주는 게 습관되면 어쩌지?
태은이는 마음이 여리다. 그래서 친구도 세게 때리지 못하고 난폭한 친구는 피한다. 양보하고 나눠먹는다.
그게 걱정인 아빠와 그게 걱정이면서도 참 기특해하는 엄마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은아 밥 잘 먹고 잘 자고 키도 많이 크고 아프지 말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