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임종한 지음 / 예담Friend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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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러분 가정의 아이는 안전한가요?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는 세대 전달 독성, 그 무서운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생활 속 실천법과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의 위협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풍부한 의학적 처방과 다양한 실천법을 자세히 안내하며 독성물질에 둘러싸인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 천식, 선청성 생식기계 질환까지 과거에 없던 현대병의 원인이 되는 식품산업, 주거산업, 제약산업의 부산물인 화학물질이 어떻게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자세하게 살펴본다. 독성물질로 범벅된 도시환경과 생태계 파괴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를 통해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가려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_ <책 소개> 中


  몸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원인을 모를 때가 많다. 병원에선 특별히 이상있는 곳이 없다고 한다.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 왠지 기분이 나쁘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경우 몸 안에 독소가 많이 쌓인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농약이나 약물 외에 뱀이나 벌, 독버섯, 복어독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독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심한경우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독에 노출되는 경우는 적다. 

  실제 우리를 위협하는 독은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제품의 영향이라고 보면 된다. 공기, 물, 흙 등에 포함된 오염물질과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에 들어 있는 각종 화학첨가물이 우리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집, 지하철, 사무실 등 생활공간에서 인간들이 편리하기 위해 만들어낸 제품들이 독소를 내뿜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이나 주방 용품에서도 유해한 물질이 검출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이와 관련하여 2011년 대한민국 가정을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폐 손상과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병으로 120여 명의 산모와 아이들이 집단 사망한 것이다. 조사 결과 가정에서 쓰는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 있던 화학물질이 인간의 몸에서 독으로 작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가습기의 소독을 위해 '일부러' 사용한 살균제가 사람들에게 독이 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일의 원인은 화학물질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허술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은 법망의 허접을 교모하게 피해 부모들의 불안 심리 등을 자극하는 상술로 건강에 치명적인 제품을 섣불리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담배나 술, 패스트푸드 등 당장 눈앞에 보이는 먹을거리 위주로 화학물질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주거와 의료환경까지 무심코 지나쳐온 모든 환경 독성물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번 몸속에 들어온 독성물질은 뇌와 간, 뼈와 근육, 정액과 모유에까지 쌓여 신체를 오염시키고 아이들에게 전달되며 대물림된다. 특히 요즘 알레르기, 천식, 비염 등으로 일상생활과 학습능력에 불편을 겪는 아이들이 많은데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선청성 기형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과연 독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일상생활에서의 독성물질

  과거에는 담배정도가 독성물질의 대표이자 '유일한' 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담배보다 더한 독성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아이에게 담배를 피우게 하는 부모는 세상에 거의 없다. 하지만 담배보다 더 무서운 독성물질을 아이에게 권하는 부모들은 많다. 부모들이 의사들보다, 혹은 누구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집안에서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잡아먹을 듯 바가지를 긁으면서 남편이 사오는 패스트푸드, 햄, 소시지 등 '화학물질 간식'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담배와 같은 독성물질을 아이에게 먹이는 것인데도 말이다. 지은이 임종환씨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들이 열광하는 간식인 어린이용 소시지"에 들어있는 "아질산나트륨은 과다 섭취하면 혈관 확장, 헤모글라빈 기능 저하를 일으키고, 먹었을 때 몸속에서 단백질과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둔갑하는 화학물질"

  또한 대한민국 1등 간식 라면에는 1급 발암물질은 벤조피렌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나중에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위험한 간식은 소리업는 살인자로 우리의 목을 조여온다.

  라면 뿐만이 아니다. 설탕 등의 화학첨가물이 함유된 탄산음료, 과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달 동안 실험용 쥐에게 설탕을 먹이다가 중단하자 "마약 금단 증상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아이들의 대표 간식인 햄버거, 피자, 치킨, 감자튀김 등 대부분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들어진 기름으로 튀긴다"는 사실. 

  "삼각김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쌀은 보통 2~3년 묵은 것이 대부분이다. 묵은 쌀은 특유의 역한 냄새와 맛이 날 수밖에 없는데, 그 냄새와 맛을 가리기 위해 온갖 식품첨가물이 등장한다. 묵은 쌀을 햅쌀처럼 둔갑시키기 위해 화학조미료와 유화제 등 15~20종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또한 보습성을 높이고 광택을 내서 얼려도 딱딱해지지 않도록 하기 이해 효소, 사과산칼슘, 에탄올, 지방산글리세린에스테르 등이 첨가된다. 이쯤 되면 이것이 쌀인지, 화학물질 덩어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게다가 삼각김밥은 거의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영양 불균형 식품으로 계속해서 끼니로 떼울 경우 빈혈 같은 질환을 앓게 될 수도 있다.

_ <본문> 62쪽.

  


  책의 장점은 구체적이고도 까다롭게, 부모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독성물질에 대해 주의를 준다는 점이다. 문제점 지적 뿐만 아니라 대안책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금상첨화. 시중에 판매되는 진짜 홍삼 제품과 가짜 홍삼 제품을 고르는 법, 비타민 고르는 법, 식품라벨 읽는 법 까지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있다.

  노화를 예방하고 독성을 배출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무엇일까. 적절한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 건강한 먹거리, 숙면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반신욕, 많이 웃기, 유산균이 많은 음식 먹기 등이 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자

  편리성만을 강조하다가 건강을 놓치고 있다.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문제는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독성물질을 노출시킴으로써 죽음을 재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희망은 세대 '전달' 독성이라는 점. 유전은 막을 수 없지만 전달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대물림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물림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다만 노력이 필요하다. 햄이나 소시지 등의 공장에서 나오는 가공식품들을 멀리하고, 나트륨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즉석요리나 무슨 기름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튀김들. 사과와 토마토 등의 껍질이 얇은 과일들은 식초와 레몬즙에 담가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먹기. 방향제와 탈취제를 사용하기 보다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 프라이펜은 코팅제품보다는 스테인레스 제품을, 세제도 천연소재를 활용한 제품 사용하기. 핸드폰 통화는 이어폰을 사용하기. 등등...

  편리함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실천은 어렵다. 하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이러한 실천은 꼭 필요하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었다. 하지만 건강한 신체의 수명은 늘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아프면서 오래살 뿐이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독성물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다.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무엇보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서울시도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질병예방정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환자를 돌보며 시민들,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을 세우고, 현장에서 부단히 노력해온 결과의 산물이다. '내 아이의 몸에 독을 쌓지 않는 일', 즉 예방이야말로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자, 우리 사회를 지키는 길이다. 

_ 박원순(서울특별시장)의 추천사.

  독성물질로의 해방은 어쩌면 간단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편리하진 않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다. 편리할 수록 건강과 멀어진다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간단한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직접 만들어먹는 밥이 좋다. 자연이 우리 아이들 건강에 좋은 이유는 더 없이 많을 것이다. 

  자연의 가치는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러한 자연의 품에서 우리는 별 탈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물질적 가치의 상승으로 자연을 등한시 하였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며 자연을 너무 소홀하게 대한 것은 아닐까. 물질적 측면에서 성장이 더디더라도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데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의 공기와 식품, 생활용품 등은 보다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자연의 보호와 더불어 공존이 답이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넘어, 인간과 식물, 혹은 동물계와 식물계의 공존이 필요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을 무시하고선 살아갈 수 없다. 자연과 분리된 삶이 아니라,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서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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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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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펜은 칼보다 무섭다'를 실천한 그의 삶


  "그는 맹수나 작은 벌레들이 그들이 사는 환경의 어떤 일도 너무나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처럼 역사 변전이나 그 향방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것은 그의 타고난 인식의 역량뿐 아니라 그가 받아온 오랜 수난의 역정 가운데서 터득한 통찰 때문이기도 하다."

_ 리영희를 평가하는 고은 시인의 말


  리영희 교수를 흔히 '사상의 은사', '불멸의 기자'로 부른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한 순간도 비판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영희 교수는 '사회주의 지향의 지식인'이 아니라 '비판적 지식인의 전형'일 뿐이다. 그가 '사회주의자'로 낙인 찍힌 오늘날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제도나 체제보다 인간적 가치를 존중해온 한 지식청년이 반체제 지식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그가 활동했던 1960년대 이후 군부독재체제가 자리한다. 군부독재시대에는 이성보다는 폭력, 논리보다는 우격다짐이 판을 치고 우상이 날뛰었다. 그런 사회에서 참 지식인이라면 진실을 말하고 폭력과 싸우며 우상의 실체를 벗기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당연한 책무다. 

_ 본문 36쪽.


    "이제 다시 누가 있어 선생님의 '이성'을 이을 것인지 참으로 막막할 따름입니다."라며 책은 마무리된다. 김상웅 前 독립기념관장이 쓴 <리영희 평전>. 리영희 교수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비롯해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온 저자이지만, 책의 말미에 그의 후회를 고백한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자신이 벅찬 일에 손대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처음에 그 능력의 정도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회에도 불구하고 가까이서 지켜본 그 답게 리영희의 진면목과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북한에서 면장을 지냈고,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부잣집 딸인 환경에서 리영희 교수는 태어났다. 1929년 평북 삭주에서. 그의 삶은 언론사와 대학에서 해직되고 사회에서 밀려난 삶이었다. 박정희 정권 두 번, 노태우 정권 한 번, 전두환 정권 한 번, 총 4 번의 수감생활도 했다. 주변인, 변방인, 아웃사이더라는 것이 그의 삶을 나타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1950년 국립해양대학을 졸업한 리영희 교수는 안동공립중학교 영어교사로 취직한 지 석 달 만에 한국전쟁이 터져 통역장교로 자원입대한다. 통역장교의 7년 생활 동안 군부대와 사회의 비리, 모순을 목격한다. 훗날 7년의 군생활에서 보상받은 것은 영어실력뿐이라는 주위의 말에 '그것'밖에 얻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영어교사와 통역장교를 거치며 영어와 일어, 불어를 능히 소화했던 리영희 교수는 소령으로 제대하여 1957년 합동통신 입사시험에 합격해 외신부 기자가 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일제강점기에 교육을 받은 그는 한국말보다 일어에 능했고, 글쓰기에 대한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자신의 글쓰기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리영희 교수는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나간다. 

  일제의 한국어 말살정책이 한창일 때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초년병 기자 시절, 다시 국어 교과서를 펼치며 맞춤법을 비롯한 글쓰기 공부를 해나가며 기자의 역량을 쌓아간다. 


    "온갖 우상과 요설이 득세하여 상식과 지성을 마비시킬 때 그의 글은 몽롱한 의식을 깨우는 맑고 차가운 '마중물'이 되었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난 오늘날 또 새로운 우상과 요설이 득세하여 그 마중물이 다시 필요하게 되었으니 시대의 불행이다."

_ 본문 29쪽.


  기자 생활을 하면서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에 정권의 포악성을 고발하는 평론기사를 기고, 박정희 대통령의 방미 취재 당시 미국의 정권 이양 요구를 기고, 군사원조 동결, 식량원조가 미루어지는 이유 등에 관한 특종기사를 연이어 터트리며 정권에 있어선 물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1971년 언론사에서 해직되고 한양대 조교수로 임용될 무렵부터 지식인이자 논객으로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사회를 향한 발언을 하기 시작한다. 1974년에는 그동안 발표한 논문을 묶어 <전환시대의 논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2006년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저하되어 지적활동을 마감하려니 많은 생각이 든다"며 절필 선언을 할 때까지 그의 삶은 살아 있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비판과 진실 추구로 점철된 삶이었다. 

  <리영희 평전>을 집필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신채호, 김구, 안중근, 장준하, 조봉암, 한용운, 김대중 등 숱한 평전을 썼다. 평전은 시비(是非)를 치우침 없이 다루는 것이다. 리영희에게 비(非)가 있다면 아들,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에게 소홀했다는 것이다."

  해가 뜰지 모르는 시대에 지식인의 역할을 다하고자 가족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었던 리영희 교수는 1989년 회갑때 이르러서야 비로소 가족들에게 '잘못'을 사과하고 "가족의 사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가지 정의감 같은 것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비인간적인 행위, 휴머니즘을 말살하는 폭력, 사병에 대한 장교의 횡포, 민간인에 대한 군대 및 군인의 거드럭거림 등에 대해서 언제나 반대하고 항의했다. …휴머니즘에는 인종이나 민족, 국가의 차별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_ 본문 97 쪽.

  자본만능주의가 되어버린 오늘날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쉽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기자라는 직업정신이 투철했던 사람. 시대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의 통찰 역시 그립다. 저자의 말처럼 리영희 교수의 정신을 이어가는 후배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유는 인간존재의 전부이며 그 본질이다. 본질을 부정당했거나 박탈당한 상태는 자유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가 아니다. '자유인'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이라 할 수 있다."

_ 본문 15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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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소년
정도상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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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만돌아

  생각해보면 천사마을 사람들은 재개발조합이나 용역, 그리고 경찰과 싸운게 아니었다. 함께 마을을 이루었던 인간관계와 싸우고, 밀려오는 두려움과 싸우고, 보잘것없는 전재산과, 생의 밑바닥과 외로움과 싸웠다. 온갖 애증과 무너지려는 꿈과 격투했고 끝내 패배했다. 하지만 그 격투를 통해 그들은 존엄성을 지켜냈다. 존엄성이 전제된 패배는 패배가 아니다. 세상이 패배의 끝없는 반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패배를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패배 속에서 소년은 자란다.

_ '작가의 말' 中에서


  분명 2012년 말까지만 해도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하면서 문인들이 작품 안과 밖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인 한 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용산 철거민 참사를 표제로 삼은 이시영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연대와 사랑으로 묶인 인간의 공동체에서 혁명의 근거를 찾고자 한 김선우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는 물론,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와 신용목 시집 <아무 날의 도시>도 특유의 비의적이며 상징적인 어조로 정치적 상상력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었다.

  소설 역시 현실의 질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했다. 김진숙의 크레인 농성을 떠올리게 하는 노동자 투쟁을 배경으로 삶은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사대강 사업에 대한 환멸과 저항 의지로 마무리되는 성석제의 <위풍당당>, 그리고 장편은 아니지만 역시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과 크레인 농성을 포함시킨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 등은 당대인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작가들의 공감 능력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삶을 그린 방현석의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1970·80년대 학생운동권 내부의 순수와 치부를 들춰낸 권여선의 <레가토>, 90년대 학생운동의 풍경을 포착한 손홍규 소설집 <톰은 톰과 잤다>, 그리고 파주로 짐작되는 접경 도시를 배경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의 그늘을 잔잔하게 묘사한 전경린의 <최소한의 사랑>등 시·공간의 이동을 통해 현실 문제의 뿌리를 찾고자 시도했다.

  이번에 읽은 <은행나무 소년>도 이와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철거민 투쟁과 소년의 성장담을 포개 놓은 정도상의 <은행나무 소년>. 


  "다 죽여!"

  외마디 명령과 함께 철거용역들이 함성을 지르며 몰려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누워 있는 여자들과 노인들을 군화로 마구 짓밟았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피에 굶주린 하이에나였다. 서로의 몸을 엮고 있는 여자들을 떼어내려고 무섭게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쇠파이프를 맞은 사람들의 비명과 철거용역들의 함성이 뒤섞여 망루 앞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_ <은행나무 소년> 174쪽.

  

  치매걸린 할머니와 사는 고아 소년. 어머니의 유해를 지키기 위해 철거 용역과 맞서고 존재의 근거를 뒤흔드는 상실을 경험한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선생님과 자기를 생각해주는 지혜를 만나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 바로 <은행나무 소년>의 이야기다.

  <은행나무 소년>은 철거 예정지에 사는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본명인 '김우룡'보다는 별명인 '만돌이'로 더 자주 불리는 소년. 부모님과 여동생을 교통사고로 잃고 포치동 천사마을에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간다. 그러나 재봉질로 생계를 유지하던 할머니 '희자씨'에게 하늘도 무심하게 '치매'라는 병을 선물로 안겨주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은 재개발을 위한 철거 바람에 휩싸여 뒤숭숭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에 더해 재개발을 담당하는 건설업자 큰아버지와 복음교회 목사인 외삼촌은 만돌이 몫의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 소설의 분위기는 칠흙같은 어둠으로 휩싸인다.

  사실, 고아 소년의 성장담이나 재개발과 철거를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소재라고 할 수 없다. '새롭다'라는 느낌보다는 일종의 '형식'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익숙하게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 정도상은 주인공 소년을 화자로 삼고 짐짓 씩씩하며 발랄한 어조를 채택함으로써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우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내린 마을의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만들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꿈이라고 생각해. 우리 육체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는 피지만, 영혼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꿈이야. 그러니까 꿈이 없는 사람은 영혼에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꿈이 있으면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어. 영혼의 명령으로 말이야. 선생님의 어릴 적 꿈은 예쁜 공주였어."

_ <은행나무 소년> 84쪽.


  사실 만돌이는 툭하면 학교를 빼먹고 동네의 노는 중학생 형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말썽꾸러기의 표본인 소년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쁘게 망가진 아이는 아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지혜를 괴롭히는 학교 운영위원장 아들 수만의 머리를 식판으로 내려친 것은 불량소년의 모습이 아니라, 만돌이 나름의 정의감의 표현이다. 평소 존경해 오던 '갑빠' 박정철에게 불량스러운 언사를 내뱉고 그를 우습게 여기게 된 것도 그가 악덕 개발업자인 큰아버지의 똘마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였다. 초등학생이지만 자존심과 정의감, 그리고 나름의 철학을 지닌 소년이 만돌이다.


  "저의 또 다른 꿈은요, 거짓말쟁이예요. 거짓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요. 거짓말을 잘해야 교장선생님도 되구요, 장관이나 대통령도 된대요. 거짓말을 못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출세할 수가 없고 부자도 될 수 없대요. 그래서 거짓말을 아주 잘하고 싶어요."

_ <은행나무 소년> 90쪽.


    부모의 죽음과, 이어서 따라오는 공동체의 붕괴. 그리고 점차 치매가 심해져 가는 할머니의 상태는 만돌이의 존재 근거를 근저에서부터 뒤흔드는 상실과 파괴의 힘이다. 소년은 그것들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 한다. 어느 날 공부방 선생님으로 나타난 사진학과 여대생 여수경. 아이들에게 휴대용 카메라를 나눠 주고 가족과 동네를 카메라에 담아 보라는 숙제를 준 여수경을 만돌이는 짝사랑이자 첫사랑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 만돌이를 '서방'이라 부르며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사차원 소녀 지혜. 할머니를 연모하며 보살피는 만돌이의 친구 침쟁이 할아버지. 주민들과 함께 철거 반대 투쟁을 벌이는 최 목사님과 하율 스님 등은 만돌이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들로써, 힘겨운 싸움을 치르는 만돌이를 돕는다.

  철거를 쉽게 하고자 동네에 불을 지르는 박정철과 건설업체, 철거에 맞서 망루를 짓고 싸움을 벌이는 주민들, 그리고 망루에 불이 나면서 철거민 네 사람과 경찰 특공대 한 사람이 숨지는 사고 등은 최근 우리 사회가 목격한 아픈 사건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이 재개발과 철거의 문제점을 다룬 르포나 고발문학으로 읽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망루가 불에 타고 경찰과 용역이 주민들을 짓밟는 장면을 뜻밖의 시적인 필치로 처리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탄다. 얼어붙은 땅 위에서 몸을 구르지만 사람의 몸에 심지를 내린 불꽃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죽음의 불꽃춤이다. 사람이 운다. 울음소리가 새벽하늘을 가득 채운다. 사람의 울음을 군화가 짓밟고 곤봉이 때리고 방패로 찍는다. 사람의 울음에 불이 붙는다."

_ <은행나무 소년> 291쪽.


  만돌이는 제 집 앞에 은행나무에 나름의 바리케이드와 농성장을 만들고 철거 용역들에 맞선다. 나무 밑에 묻은 어머니의 유해를 지키려는 것이다. 소년의 안쓰러운 항거도 보람없이 은행나무는 동네 집들과 함께 뿌리뽑혀 사라지고 만다. 그럼에도, 그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놓아둔 화분에서 작은 은행잎 두 개가 올라온다는 결말은 희망의 여지를 열어 둔다. 그 어린 잎들은 만돌이를 대신해서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그래 씨바, 행복해지고 말 테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과 같은 단어들이 없었다면, 2000년대 한국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60~70년대 투쟁과 암흑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지만, 아직도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소설을 읽던 중 외할머니의 '치매' 소식을 접하고, 화자인 만돌이와 함께 가슴아파하던 기억이 책을 덮고도 손에 떨림을 가져왔다. '할머니 제발 건강해지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만돌아, 재개발조합원들을 모두 악마라고 생각하진 마. 사람을 천사와 악마로 나누어버리면 그 무엇도 할수가 없단다. 사람은 그냥 사람이지,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야. 망루에 있는 사람은 착하고 철거용역은 나쁘고, 이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야.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착해졌다가 나빠졌다가 한단다. 나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천사마을에 있는 게 아니야. 뭐랄까, 거대한 욕망에 희생당하는 작고 사소한 소망들이 안쓰러워서 있는 거야. 그 작고 애절한 소망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바벨탑만 높이 쌓는 인간의 욕망이 무섭고 두려워서 있는 거지."

_ <은행나무 소년>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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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 1~6 세트 - 전6권 -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시내암 지음, 방영학.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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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전이 오늘날에 말하는 이야기


  문학 작품은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시대와 사회상의 반영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또한 문학 작품은 사회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매체로 해서 표현되며, 문학 작품의 창작으로부터 수용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사회적 현상이므로 본질적으로 사회적 측면을 도외시할 수 없다. 

  물론 작가가 살아가는 사회적인 현실이 작품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지는 작가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즉 그것이 사회의 윤리나 질서를 옹호하며 긍정적인 모습으로 작품을 통해 드러날 수도 있고, 반면에 작가가 처한 현실사회를 극복해야 될 대상으로 여겨 반항과 투쟁의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나 사상은 대부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구체적인 작품의 내용 또한 시대상이나 사회 현상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투영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따라서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사회의식을 살펴보는 것은 작가의식을 이해하는데 뿐만 아니라 작품의 성격 규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중국의 유명 소설 <수호전>은 당시의 시대상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작가의식과 주제의식을 살펴보기에 알맞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수호전>의 작가 시내암

  시내암은 중국 원나라 말, 명나라 초기의 문학가이다. 본명은 언단. 전하는 데 의하면 시내암은 뱃사공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수상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13세에 사숙을 다녔고 19세에는 수재로, 29세에는 거인, 35세에는 진사에 뽑혔다. 해박한 지식에 재기가 넘쳤는데 여러 경서와 제자백가, 사상, 시기, 천문, 지리, 의술, 점술, 별점 등 정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는 워낙 성격이 강직하여 관직에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훗날 관직을 미련 없이 버리고 고향에 은거하면서 저술에 전념하였다. 그는 자신을 스승으로 모신 나관중과 함께 <삼국연의>, <삼수평요전> 등의 창작을 연구하고 양산박, 송강 등 영웅들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마침내 '4대 기서'의 하나인 <수호전>을 창작하였다.

  시내암이 살아왔던 시대는 원나라 말이다. 원나라는 낙후된 민족이 중원에 들어오기 때문에, 용맹하고 위풍당당한 군대를 이용해서 한족 사람에게 잔학 행위를 많이 했다. 또한, 사람들은 몽골인, 색목인, 한인, 남인으로 분류되어 계급 차별을 받았다. 이는 당연히 농민 반발로 이어졌으며, 원나라 말에는 자연재해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었다. 농민들은 '민주주의'를 호소했다.

  시내암하고 친구들도 이런 농민 봉기의 활동에 참가하였으며 <수호전>에도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바로 작가의 직접 경험을 형상화한 것이다. 한 작품의 완성은 작가의 생애, 비슷한 생활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농민의 봉기가 실패 후 시내암은 세상 각지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소주에는 각지에서 온 민간 예인들이 운집해 있었다. 시내암은 민간 예인들을 표현한 역사극을 즐겨 보았다. 송조 말엽과 원나라 초엽에 와서 수호이야기는 민간 예인들이 이야기하고 공연하는 주요 내용으로 되었다. 시내암은 북송 선화년에 일어난 공강기의를 보여준 작품에 크게 심취되었다. 



  <수호전>의 주제 사상

  주제는 한 작품의 제일 중요한 사상이다. 물론 <수호전>에 대한 '강도' '폭력' 등 부정적인 주제 사상을 인정하는 독자도 있고, '정의' '영웅호한' '공평' 등 긍정적인 주제 사상을 인정하는 독자도 많다. 독자들은 개인적인 주관 의식을 갖고 <수호전>의 주제에 대해 판단해 왔다. 


  난세관

  <수호전>이 시대 배경인 중국 송나라 말 때 통치자인 황제가 세력이 약하고 어리석었으며 조정은 부패하였고, 간신들이 전횡을 일삼았다. 백성들은 땅을 잃어버려 방랑하였고 통치자들은 약탈과 압박을 일삼았다. 날마다 백성들의 불신과 불안이 고조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모두 상층 사회의 혼란상이라 할 수 있다. 지방에 있는 농민들은 봉기를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수호전>은 바로 이 시대의 배경에서 나오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그 시대의 혼란한 상황을 작품의 주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수호전>에서 혼란은 고위 권력층이 하층민을 압박하고, 하층민이 이런 압박에 대해 반발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일종의 사회 고위층에서 하부계층으로 미치는 발전 관계로 볼 수 있다. <수호전>에서 양산박 사람들은 주가장 및 대명부 등 몇몇 대등한 세력들과의 투쟁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조정과 대항하는 일종의 상하간의 종적인 발전관계로 볼 수 있다. 이런 종적인 발전을 촉진하는 인간관계가 바로 <수호전>에 묘사된 고구, 채경 등 고관들의 부패 행적은 난세의 근원이 바로 사회의 상층에 있다고 여기는 작가의 의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인민의 반항이 일어나는 이유는 조정 간신들의 약탈과 핍박 때문에 호한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호전>에서 나오는 말이 "관리의 횡포가 심하면 백성은 반발하기 마련이다"이다.

  조정 황제는 옆에 있는 간신들의 간언에 미혹되어 판단력을 잃고 간신들의 말을 믿는다. 사회 상층에서의 혼란 통치가 백성들의 반항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난세는 바로 시내암이 쓴 <수호전> 주제 사상의 하나이다.


  호한들의 영웅주의

  <수호전>에는 108명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사람마다 자기의 특별한 성격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 이 108명의 호한을 '영웅'이라 부른다. <수호전>에 등장하는 이들의 바라보면, 외면적으로는 '몸이 보통 사람보다 강하고 위풍당당하며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신다. 싸움 또한 능하며 뛰어난 재주 및 솜씨를 가지고 있다.'이고 내면적으로는 ''의'라는 덕목이 있다. 마땅히 베풀지만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재물을 베풀고 의리를 중시한다. 양산박 형제들 및 백성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으로 남을 구하고, 의를 위하여 희생하는 고귀한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이다. 내면적 영웅 형상이 <수호전>이 바라는 것 아닐까.

  소설 중 영웅호한들은 양산에 귀순한 후에 친구끼리 고기를 나눠 먹고 술을 마시며 돈을 나눠서 쓴다. 친구끼리 다 "형님"이라 부르고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보은'한 마음을 다 가지고 있다. 무송은 자기 불쌍한 형을 위해 형수를 죽여 복수하고 또 시은을 위하여 강문신을 때리는 것은 무송이 시은에게 과거의 물질적인 도움에 대한 보답하는 행동이다. 노지심은 불쌍한 금이 부녀를 구하기 위하여 맨손으로 진관서를 때려 죽이고 관직을 잃고 다른 곳으로 도망간다. 이런 행동이 다 소설 중에 나오는 '의'에 의한 행동이다. 물론 비슷한 이야기가 많더라도 양산 영웅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는 세상에서 어떠한 것도 대신할 수 없는 도덕이다.


  이상 추구

  사회 환경에 대한 불만을 품은 상황에서 영웅들은 쫓기듯 양산으로 올라간다. 양산에서 영웅들이 모여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나쁜 탐관에게 교훈을 준다. 이 모든 행동이 다 공통적 목표를 위한 것으로서 이상적 생존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수호전>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주제가 아닐까.

  

  주제 사상의 면에서 보면, 혼란한 사회를 배경으로 <수호전>은 창작되었으며 사회를 비판하고 백성을 위해 새로운 이상사회를 만들려는 의지도 느낄 수 있다. 호한들이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 호한들의 '의', '우정'에 대해 많이 강조되었다. 

  <수호전>은 중국 4대 기성중의 하나였다. 전 세계 주변 국가에 깊은 영향을 미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아름다운 언어, 심오한 사상, 특이한 역사적 배경, 생동감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기묘한 사상 구조와 광대한 서술기술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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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 6 -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시내암 지음, 방영학.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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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혹은 새로운 시작


  "우악스러우면서 섬세한 노지심, 독하고도 날렵한 임충, 인간이 아니라 신장(神將) 같은 무송, 천진난만하면서도 잔혹한 이규, 그리고 반금련과 왕 노파 등 이런 인물들이 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사건이 <수호전>을 읽는 재미다. 그런데 국내에 번역된 <수호전>에서는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내용이 지나치게 평탄하고 중요한 부분을 아주 많이 빼거나 생략했다. 더욱 아쉬웠던 점은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원전에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옷차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상세히 묘사되었지만 이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고, 상황 묘사 또한 생략하거나 얼버무리는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역자들은 생동감 있는 표현과 세밀한 부분의 묘사들도 빠짐없이 번역함으로써 원전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 옮긴이 서문 中


  <수호전> 시리즈의 마지막인 6권에 도착했다. 많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수호전.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지고, 호걸에 대한 이미지가 각인 될수록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十二 풍운 양산박

제58회 노지심과 사진 - 오용이 금령 조괘로 태수를 속이다. 송강이 서악 화산에서 소란을 일으키다.

제59회 조개의 최후 - 공손승이 망탕산에서 요술을 부려 적을 깨뜨리다. 조개가 증두시에서 화살을 맞다.

十三 북경성

제60회 북경 옥기린 - 오용이 계책을 써서 옥기린을 속이다. 장순이 밤에 금사도에서 소란을 피우다.

제61회 사지에 빠진 노준의 - 연청이 화살을 쏘아 주인의 생명을 구하다. 석수가 이층에서 뛰어내려 사형장을 급습하다.

제62회 북경을 공격하다 - 송강이 군사를 이끌고 대명성을 치다. 관승이 양산박을 칠 것을 계획하다.

제63회 다시 북경으로 - 호연작이 달밤에 관승을 속이다. 송 공명이 눈 오는 날 삭초를 사로잡다.

제64회 송강이 등창에 걸리다 - 탁탑천왕이 꿈에 나타나다. 낭리백조가 물가에서 원한을 갚다.

제65회 북경 대명부, 드디어 함락되다 - 시천이 취운루에 불을 지르다. 오용이 꾀를 써서 대명부를 함락시키다.

十四 양산박 108두령

제66회 능주의 성수장군, 신화장군 - 송강이 마보수 삼군에게 잔치를 베풀다. 관승이 수화 두 장수를 항복시키다.

제67회 조개의 원수를 갚다 - 송 공명이 밤에 증두시를 공격하다. 노준의가 사문공을 산 채로 사로잡다.

제68회 양산박의 주인 - 구문룡이 동평부에서 실수로 함정에 빠지다. 송 공명이 쌍창장을 풀어주다.

제69회 송강, 두령 자리에 오르다 - 몰우전이 돌을 던져 영웅들을 맞히다. 송 공명이 식량을 버리고 장사를 사로잡다.

제70회 천강성 지살성 - 천문이 새겨진 충의당 석갈을 얻다. 양산박 영웅이 악몽에서 깨어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의 <수호전> 평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고전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수호전>에 등장하는 사회와 인간 군상의 모습은 천 년 세월을 지난 오늘날의 디지털 사회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 어떤 현대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함으로 무장한 <수호전>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갈 필수적 지혜인 인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어보자."

  어떤가, 이쯤이면 극찬이다. <수호전>을 통해서 현대 사회를 살아갈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수호전>은 분명 고전인데 어떻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는 것인가. 물론 말이 되는 이야기이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기 때문이다. 

  <수호전 6>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양산박의 두령인 조개가 화살을 맞아 사망한다. 그리하여 108 호걸에 등장하지 못한다. 참으로 애석하다. 13장 북경성에서는 북경에서의 큰 전투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큰 전투씬을 세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얻는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투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4장을 마지막으로, 70회를 마지막으로 글항아리에서 나온 <수호전> 시리즈는 끝을 맺게 된다. 송강이 우여곡절 끝에 양산박의 제1두령이 되고, 그를 따르는 두령들. '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꿈에서 깨는 이야기로 이야기를 마치지만, <수호전>은 그 존재로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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