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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
무더운 여름밤 불빛에 모여드는 나방을 벗 삼아 지인들과 매혹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추억을 뉴욕에서 되살리고 싶었다. 작은 집 거실에서 개최된 최초의 모스 공연은 더 큰 무대로 옮겨 보스턴, 시카고, LA, 런던으로 확대되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대본 없이 즉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세계 최대의 스토리텔링 이벤트 모스는 수많은 매혹적인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했다. _ 책 소개 中
처음부터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더 기이하고 더욱 강렬하다!"라는 카피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기이한 현실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겪은 사람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오늘날 우리는 지구촌 뉴스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기상천외한 일들이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점점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등장한 카피문구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었다.
책의 흐름은 단순하다.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50편의 이야기들을 묶은 것이다. 이미 성공을 거둔 스토리텔링 이벤트 모스를 글로 바꾼 것이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주제를 선별하여, 50개의 이야기를 선정하여 글로 만든 것이 『모스』다. 모스의 비밀은 '3C'라고 설명된다. 첫 번째 고백(Confessional), 두 번째 코미디(Comedy), 세 번째 관계(Connection). 이 3가지가 모스의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3가지가 화음처럼 잘 어울릴 때 성공적인 이야기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모스'가 떠올랐다. 이런식의 진행이 우리나라 TV 프로그램에도 이미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CBS TV에서 방영중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이 있다. 세바시에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인생이 스토리가 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주인공인 무대이다. 화려한 언변과 수사가 없어도 된다. 그들의 이야기가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주인공들 역시 모두가 화려한 말솜씨의 소유자들은 아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진정성'이다. 최근 'K팝스타'를 즐겨 보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는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은 모두 같은 말을 한다. "진정성이 느껴지네요. 좋은 무대 잘 보았습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된 마음을 담아서 전하면, 그것이 노래든, 글이든, 이야기든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박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들. 담담하게 말하는 그 모습에서 화자의 아픔이 나에게 밀려온다. 장르의 특성상 픽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강렬하게 느끼는 생각은 한 가지였다. '우리나라도 이야기의 장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통신매체의 발달과 SNS의 확산,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이야기할 시간과 공간을 많이 잃어버렸다. SNS의 순기능이 상호의견교환의 장이였지만, 오늘날 SNS는 상업적 광고들로 가득한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하물며 익명이란 가면을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칼을 겨누는 사람들도 많다. '허세 떨지마라', '가식적이네', '똥폼잡지마라' 등등의 댓글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스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청중들이다. MBC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프로그램 역시 그렇다. 기존의 음악방송의 청중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라면 들을 준비가 덜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무대 위에 있는 가수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반면 '나가수'는 음악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어떤 가수인지 중요하지 않다.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가수들은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 공통적으로 말한다. 나에게 집중하는 관객들을 보고 있자니 더 힘이 났고, 긴장도 되고, 설레인다고.
물어보고 싶다. 과연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일까.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