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동양고전 슬기바다 2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왕도정치


  극도로 혼란하고 군웅이 할거하던 전국시대는 가지각색의 사상가들을 등장시켰다.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사상가들은 자기 입장을 강력히 내걸고 다른 입장을 맹렬하게 비판하면서 백가쟁명의 판국을 만들었다. 수많은 사상가들이 천하를 통일해서 절대권력을 장악하여 제왕으로 군림하려던 제후들의 탐욕에 영합했다. 맹자도 이런 사상가들 중 한 명이었으나, 그는 다른 사상가들과 달리 인의(仁義)에 기초한 왕도정치를 주장했기에 제후들의 현실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었다. 맹자는 기원전 320년경부터 약 15년 동안 각국을 유세하고 돌아다녔으나, 자기의 주장이 채택되지 않자 고향에 은거했다. 만년에는 제자 교육에 전념했고, 저술도 했다고 한다. 


  맹자의 독창적 유교사상

  <맹자>는 <논어>, <대학>, <중용>과 함께 송대(宋代)에 주희에 의해 사서로 불리면서 흔들리지 않는 경전의 권위를 차지했다. 고문을 연구한 한유는 "성인의 길을 보고자 하면 반드시 맹자부터 시작하라"고까지 했다. 동양유교사상을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면 <맹자>는 필독서이다. 

  이 책은 그의 문인들이 스승이 죽은 다음에 정리한 것이라는 견해들도 있으나, 수미일관된 체제 등을 들어 맹자가 직접 저술한 것이라는 견해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7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양혜왕, 공손추, 등문공, 이루, 만장, 고자, 진심이 그것이다.

  맹자의 사상은 기본적으로는 공자의 사상과 같다. 하지만 공자와 맹자가 활동한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사상에서도 차이가 있다. 맹자는 첫째, '인간의 성품이 착하다'는 성선설을 확실하게 선언했다. 둘째, 공자의 인(仁)의 뜻을 이어서 의(義)를 주장했고, 이를 도덕실천의 규범으로 삼았다. 셋째, '기를 기르라'며 호연지기를 주장했다. 넷째, 인의(仁義)를 근본으로 '왕의 길'을 말해 나라를 다스리는 주요한 방법을 밝혔다. 이런 맹자의 독창적 사상을 통해 유교는 비로소 도덕학으로서 확립되고, 정치론으로서 정비되었다. 그 결과 유교를 '공맹지교'라고 부르게 되었다.


  성선설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은 고자와의 논쟁에서 밝혀졌다. 고자는 "본성은 웅덩이에 고여 있는 빙빙 도는 물과 같아서, 동쪽으로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를 것은 뻔하다. 사람의 성품이 착하고 착하지 아니함에 구분이 없는 것은 마치 물이 동쪽과 서쪽의 구분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맹자는 "물이 진실로 동쪽과 서쪽의 구분은 없지만 위와 아래의 구분도 없는가? 사람의 성품이 착함은 물이 아래로 흐름과 같은 것이다. 물이 아래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없듯이 사람도 착하지 않는 것이 없다. 보라, 지금 물을 손으로 쳐서 튀게 하면 이마를 넘어가게 할 수도 있으며, 아래를 막아서 거꾸로 흐르게 한다면 산 위로 올라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겠는가? 그 형세가 그러한 것일 뿐이다. 사람이 때로 나쁘게 되는 것은 그 성품이 또한 이와 같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여기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맹자는 물의 흐름에 비유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맹자는 "어떤 사람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본다면, 놀라며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제를 맺기 위한 것도 아니고 동네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한 것도 아니다. 측은한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를 성선설의 논거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악하게 됐는가? 이에 대해 맹자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산길에 풀이나 나무가 길을 꽉 메우듯이 선한 본성을 잘 펼쳐 쓰지 않으면 악해진다고 했다. 맹자는 인간이 본래 착하다고 보고, 악을 제거하고 착한 본성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의(義)

  공자의 인(仁)사상은 육친 사이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정을 널리 사회에 미치려 하려는 것이다. 이 경우 소원한 쪽보다 친근한 쪽으로 정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하다. 가족제도에 입각한 차별적인 사랑인 것이다. 맹자는 이를 받아들여,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인애(仁愛)의 덕을 주장하고, 한편으로는 그 인애를 실천할 때 현실적 차별에 따라 그에 적합한 태도를 결정하는 의(義)의 덕을 주창했다.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다. 선한 인간이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의'이다. 의는 마음의 지향인 착함을 행하여 쌓는 것이다. 의는 다름 아닌 착함으로 가는 인간의 길인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착하고 마땅한 행동을 할 때 세상이 밝아진다. 그리고 이런 의로운 행위들이 모여 인간의 올바른 생명력인 기(氣)가 된다. 맹자는 기를 기르는 것을 매우 중시했다.


  호연지기와 대장부

  기를 기르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호연지기이다. 호연지기는 인간의 마음, 의지 가운데 믿음을 돈독히 하고 행동을 건실하게 하는 상태다. 맹자는 "사람들이 닭과 개가 도망가면 찾을 줄은 알지만, 자기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모른다."며 탄식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착한 본성을 잃어서는 안 되며 착한 본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맹자는 호연지기로 근본을 삼으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을 대장부로 표현했다. 이는 공자가 군자로 대표한 것과 비교된다. 맹자는 대장부를 이렇게 규정했다. "천하라는 넓은 집에 살고, 천하의 올바른 자리에 서고, 천하의 대도를 실천하여, 뜻을 이루면 백성들과 더불어 함께 해나가고, 뜻을 이루지 못하면 혼자서 자기의 도를 실천하여, 부귀도 그의 마음을 혼란시키지 못하고, 빈천도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하지 못하고, 무서운 무력도 그를 굴복시키지 못하게 되어야 그것을 대장부라고 하는 것이다."


  왕도정치

  왕도정치는 인의에 입각한 정치이다. 양(梁)의 혜왕에게 '이익(利)'을 추구하는 것의 잘못을 지적하고 "왕께서는 오직 인의를 말씀하게 그칠 것이지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라는 어구로 쐐기를 박은 첫 부분이 왕도정치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군주는 백성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진심 하편> 민위귀장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백성은 귀중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군주는 대단치 않다." 당시 대다수의 평민들이 전쟁과 학정에 무참히 시달리고 있는 데 반해, 군주를 비롯한 극소수의 특권층이 사치향락을 일삼고 횡포를 부리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맹자의 그 주장은 근대 민주주의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맹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자하지 못한 군주는 물러나야 하며, 포악한 군주는 죽어도 마땅하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양혜왕 하편>에는 다음과 같은 제선왕과 맹자의 문답이 나온다.

  "탕왕이 걸을 쫓아내고 무왕이 주를 정벌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전해 내려오는 글에 그 일이 실려 있습니다."

  "신하가 자기 임금을 살해하도 괜찮습니까?"

  "인자한 사람을 해치는 자를 흉포하다고 하고, 의로운 사람을 해치는 자는 잔학하다고 합니다. 흉포하고 잔학한 인간은 한 사나이라고 합니다. 한 사나이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살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민의에 반하는 폭군의 교체를 합리화한 혁명론으로서, 왕의 권력이 막강했던 당시에는 상당히 대담무쌍한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맹자사상의 한계

  맹자는 '인간은 본래 착하다'고 했는데 언제 어떻게 착했으며, 어떻게 그리고 왜 악하게 됐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맹자는 큰 능력을 가진 인물이 다수를 위해 복무하는 대인의 일과 작은 능력을 가진 인물이 소수를 위해 복무하는 소인의 일이 따로 있다고 했으며, 정신노동자와 다스리는 자의 물질생활에 필요한 것을 육체노동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가 공급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법치정신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요순과 같은 성인에 의한 인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런 맹자사상의 한계를 감안하면서 그 사상의 합리적 핵심을 계승하는 것이 후세대 인류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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