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로 본 조선 규장각 교양총서 8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조계영 책임기획 / 글항아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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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록의 또 다른 방법, 일기

  오늘은 어제와 다른 날인가, 나는 어제보다 나아진 모습인가. 이 책에서 다룬 열두 편의 일기는 세 편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일상생활 전반을 기록한 생활 일기다. 일기를 쓴 기간은 짧게는 1년여부터 68년에 이르고, 일기가 시작될 때의 연령은 10세부터 80여 세까지 각기 다르다. 우리는 열두 편의 일기가 지닌 독특한 맛과 향을 풀어내어 옛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_ 머리글 中


    일기를 쓴다는 것은 바람에 흩어지는 구름처럼 소소한 일상을 선명하게 바라보고 소중히 간직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한번쯤은 일기를 씀으로써 속내를 털어놓고 새로운 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경험이 있다. 어느 하루도 나와 똑같은 삶을 사는 이는 없으니 나의 일상을 유일무이한 것이다. 그러니 삶의 조각을 어딘가에 남기는 행위는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_ <일기로 본 조선> 8쪽 中.


  어렸을 때의 '일기'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교육과정 때문이었을까? 일기라는 것이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는 것인데, 숙제라는 이름으로 노동의 한 영역으로 포함되어버린 탓이 크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엇이 새로운 것이며, 무엇이 의의를 남기는 일이라는 것인지 찾아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것을 매일 쓰라니!!! 고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니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다시 말하면, 반복되는 일상이 적어졌다는 의미다. 덕분에 지금은 개인 다이어리에 하루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기록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일기의 대상은 우리 삶의 모든 이야기이고 일기의 도구는 종이부터 카메라, 컴퓨터, 휴대폰까지 무엇이든 가능하다. 일기의 핵심은 쓸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인내 위에 기록했기 때문에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과거를 살다 간 모든 사람이 영웅이고 역사의 주인공임을 아는 이는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같은 일상이라서 쓸 말이 없다는 것은 핑계였던 것이다. 부끄럽고, 아쉽다. 과거의 일상은 망각의 강을 건너고 있으니 더욱 아쉽다. 

  시간이라는 인내 위에 기록된 일기가 있다. 조선시대 열두 편의 일기를 담은 규장각 교양총서 8권 <일기로 본 조선>이 그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일기는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일상생활 전반을 기록한 생활일기이다. 생활일기라는 장르상 조선왕조실록 같이 힘이 있는 자의 기록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조선시대 생활 모습. 시대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병자호란 때 선양에 볼모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소현세자가 남긴 '소현동궁일기'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의 죽음과 비운의 생애를 살다간 소현세자의 삶도 기록되어 있다. 



 오늘 천계의 생일이다. 잔을 부어놓고 어찌 자식들이 저희가 내게 하여야 할 일을 내가 저희에게 하게 하는가 하고 생각하니 슬픔이 그지 없다.(1638년 3월 5일)

  

  천계의 기일이라 제사를 지내고 나니 새삼스러이 마음이 그지없다. 내 자식들은 사람 일을 알 만하여 죽으니 더욱 싫다. 어려서 죽은 아이들은 생각도 아니 한다고 하겠지만 두 아들은 13년씩, 25년씩 나를 빌려 모자 되어 살뜰히 사랑하며 살다가 다 죽어지니 알지 못할 일이로다. 무슨 죄 때문에 내가 이렇게 간장을 태우게 하시는가? 어느 날, 어느 시에나 마음이 누그러져 풀릴까? 내가 인간 세상을 버린 후에야 잊을까 한다.(1638년 4월 5일)

_ 남평 조씨의 <병자일기> 中


  '병자일기'는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63세의 나이에 피란길에 오른 양반가 안주인 남평 조씨가 쓴 일기이다. 1574년에 태어나 1645년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조씨는 피란길에 오른 1636년 12월 초부터 1640년 8월까지 약 3년 10개월 동안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한 일들을 일기에 써내려가면서 역사의 현장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밖에도 치병(治病)일기인 <정청일기>도 수록되어 있다. 내의원 의원들이 조선시대 한시의 대가였던 소재 노수신(1515~1590)을 봉양하면서 적은 일기이다. 노수신의 병색과 건강 상태, 먹은 음식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음식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을 먹고 100보 이상 산책하며 배를 손으로 수십차례 문질러주도록 했다는 등의 건강정보도 담겨있다. 또 당대의 의원들 간 갈등을 다루고 있어서 이 또한 흥미롭다. 앙예수-허준으로 이어지는 의학은 강하고 효과 빠른 약물을 선호하지만, 몸에 무리가 오는 의학을 처방하고, 안덕수는 이와 반대로 효과는 느리지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의학을 처방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대인시탕시일기>에는 어머니를 위해 단지혈을 드리고, 아픈 어머니 대신 자기의 목숨을 거두어가라는 효자 하진태의 효심도 기록되어 있다. 17세기 사람정치의 굴곡을 기록한 김영의 <계암일록>. 서화애호가 유만주의 <흠영>. 황사우의 <재영남일기>. 황윤석의 <이재난고>. 권계만의 기록 <내각선사일록>. 김윤식의 <음청사>. 일제강점기 윤치호의 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일기가 글자를 아는 양반의 것이지만, <하재일기>는 평민이 쓴 일기라 더욱 특이하다. 당시의 문맹률로 보면 평민이 글자를 알고 쓰는 것은 흔하지 않았다. 아마도 궁중에 그릇을 조달하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글자를 익힌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재일기>는 지윤식이 쓴 일기로 주로 물건 납품과 매매에 관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어음과 외상 등 당시 금융 거래의 관행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서 더욱 흥미롭다. 

  


  조선이라는 역사.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여러 가지 자료와 방법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일기로 본 조선>에 나오는 자료들은 승자의 기록이 아닌, 일반 양반들과 평민이 쓴 기록이다. 이러한 사료들이 역사를 이해하는 안목을 넓혀준다. 

  또한 역사 전공서적이 아니라는 점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있어서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역사 용어들의 설명이 있었으면 조금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역사 교육이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우리나라 역사 중 조선은 500년이라는 시간동안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발전시켰다. 일반인들이 교양으로 조선을 통달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담을 덜어내기에 <일기로 본 조선>은 적격으로 보인다. 다만, 역사적 지식이 조금은 있어야 이해가 잘 된다는 점은 한계로 다가온다. 

  역사를 공부하는 입문서로써 <일기로 본 조선>이 최고라고 추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기존의 딱딱했던 역사서와는 다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다가온다. 무슨 자료이든,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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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내관의 재미있는 한국사 기행 쏭내관의 재미있는 기행 시리즈
송용진 지음 / 지식프레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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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암기라는 선입견,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눈높이는 어린 학생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써내려갔습니다. 지금까지 역사를 몰랐더라도 많은 분들이 우리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역사는 부끄러운 것이든 자랑스러운 것이든, 제대로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들어가는 편지 中


  '3.1운동'이란 단어를 어떻게 읽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고등학생이 답했다. "삼점일 운동?".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현실이다. 젊은이들의 역사의식 부재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한국의 교육과정을 지적한다. 2009년 이후 개정된 교육과정에는 근현대사 과목이 대폭 축소되었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장 혈안이되는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와 한국사는 필수과목이 아닌지 오래되었다. 그 결과 역사를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또한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인터넷에 떠도는 편향적으로 해석된 역사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에 벌어진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일일베스트(이하 일베)의 사건만 보아도 그렇다. 5.18 민주화 운동을 광주 폭동이라고 하는가 하면, 위안부 문제를 우리나라 국민 스스로가 몸을 팔러간 사람으로 취급해버렸다. 역사의식의 부재를 떠나서, 그러한 담론의 장에서 비판의식 없이 그것을 맹신하는 분위기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며 필자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얼마나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숨이 막혔다. 나 역시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과라는 이유로 국사와 한국사의 공부는 등한시했고, 수학이나 과학 같은 이과에서 대입에 유리한 과목들만 공부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다들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쏭내관의 재미있는 한국사 기행>이었다.

  

ⓒ 쏭내관 블로그


  저자 송용진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9년부터 우리나라 궁궐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서로는 우리 궁궐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 우리나라 박물관 80여 곳을 직접 현장 답사한 뒤 집필한 <쏭내관의 재미있는 박물관 기행>, 궁궐의 전각에서 일어난 조선의 사건을 소개한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2>, 왕릉을 통해 조선의 27대 임금들의 역사를 살펴본 <쏭내관의 재미있는 왕릉기행> 등이 있다. 현재 전국의 학교와 도서관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재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사람이 역사에 대한 저서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저자 송용진이 그렇다. 한국화를 전공했음에도 궁궐에 매료되어 역사를 공부하고 그것을 책이라는 결과물로 내놓았다. 그렇다보니 책에 장점도 생겼다. 전공자의 시점이 아닌, 일반인의 시점으로 최대한 쉽게 풀어서 역사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위정척사운동', '을사조약', '을미사변', '정미7조약' 등 한문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역사용어를 상식이라는 생각없이 다 풀어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용어를 그는 당연하다는 듯 풀어서 설명한다. 왜 '을사조약'이고, 왜 '을미사변'인지를. 역사를 깊게 공부하지 않은 사람인 독자로써는 더할나위 없이 그가 고마웠다. 

  역사 해설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이력도 한 몫을 했다. 재치 넘치는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생동감 넘치는 전개로 45억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단숨에 돌파한다. 단편적인 역사적 사건의 나열이 아닌 역사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것도 강점이다. 다음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주요 사건들을 빠짐없이 담아내면서도 시대별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왜 그러한 역사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전개해나간다. 

  신석기 시대. 고래잡이의 달인이었던 신기 덕분에 신기네 마을 사람들은 늘 배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옆 마을 사람들은 계속 되는 고래 사냥 실패로 굶주리고 있었어요. 결국 그들은 신기네 마을을 공격해 고래 고기를 몽땅 훔쳐갔습니다. 

  화가 난 신기는 뒷마을 사람들과 연합해 고래 고기를 훔쳐간 마을을 공격해 다시 고기를 빼앗아왔고, 이에 고래 고기를 훔쳤던 마을 사람들은 주변의 이웃들과 연합해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신기네로 쳐들어갑니다. 이렇게 작은 마을들은 각자 자기 방어를 위해 주변 마을들과 연합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마을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전에는 그저 밭에 널린 과일을 따먹는 정도였지만 마을 규모가 커지며 인구가 늘어나게 되니 이제 곡식을 직접 재배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곡식 농사를 짓기 시작합니다. 

_ 2부 선사시대 50쪽 中

  신석기시대에 마을의 규모가 커지게 되는 이유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얼마나 이해가 잘 되는가! 이러한 식으로 역사는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것을 저자는 잘 잡아내고 있다.


  이 책은 45억 년 지구의 역사를, 500만년 인류의 역사를, 5천년 한반도의 역사를 보여준다. 지구의 탄생부터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등장, 한반도의 첫 나라인 고조선과 융성한 문화를 꽃피웠던 후삼국과 발해시대, 500년 흥망성쇠의 역사를 지닌 조선왕조의 역사를 보여준다. 아울러 역사는 현재와 동떨어진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진행형임을 강조하며 일본강점기와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김대중, 노무현 정권까지 근현대사의 비중 역시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왜 역사를 알고자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저자는 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섭도록 솔직하게 반복되고 있는 역사적 과오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혹자는 역사공부를 왜 하느냐? 현재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역사란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현재를, 혹은 미래를 대비하기위한 작업이다.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과오가 후대에 얼마나 나비효과가 되어 큰 태풍을 불러올지 모른다.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 하고, 역사를 바르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역사란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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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임종한 지음 / 예담Friend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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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가정의 아이는 안전한가요?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는 세대 전달 독성, 그 무서운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생활 속 실천법과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의 위협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풍부한 의학적 처방과 다양한 실천법을 자세히 안내하며 독성물질에 둘러싸인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 천식, 선청성 생식기계 질환까지 과거에 없던 현대병의 원인이 되는 식품산업, 주거산업, 제약산업의 부산물인 화학물질이 어떻게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자세하게 살펴본다. 독성물질로 범벅된 도시환경과 생태계 파괴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를 통해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가려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_ <책 소개> 中


  몸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원인을 모를 때가 많다. 병원에선 특별히 이상있는 곳이 없다고 한다.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 왠지 기분이 나쁘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경우 몸 안에 독소가 많이 쌓인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농약이나 약물 외에 뱀이나 벌, 독버섯, 복어독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독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심한경우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독에 노출되는 경우는 적다. 

  실제 우리를 위협하는 독은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제품의 영향이라고 보면 된다. 공기, 물, 흙 등에 포함된 오염물질과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에 들어 있는 각종 화학첨가물이 우리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집, 지하철, 사무실 등 생활공간에서 인간들이 편리하기 위해 만들어낸 제품들이 독소를 내뿜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이나 주방 용품에서도 유해한 물질이 검출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이와 관련하여 2011년 대한민국 가정을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폐 손상과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병으로 120여 명의 산모와 아이들이 집단 사망한 것이다. 조사 결과 가정에서 쓰는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 있던 화학물질이 인간의 몸에서 독으로 작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가습기의 소독을 위해 '일부러' 사용한 살균제가 사람들에게 독이 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일의 원인은 화학물질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허술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은 법망의 허접을 교모하게 피해 부모들의 불안 심리 등을 자극하는 상술로 건강에 치명적인 제품을 섣불리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담배나 술, 패스트푸드 등 당장 눈앞에 보이는 먹을거리 위주로 화학물질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주거와 의료환경까지 무심코 지나쳐온 모든 환경 독성물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번 몸속에 들어온 독성물질은 뇌와 간, 뼈와 근육, 정액과 모유에까지 쌓여 신체를 오염시키고 아이들에게 전달되며 대물림된다. 특히 요즘 알레르기, 천식, 비염 등으로 일상생활과 학습능력에 불편을 겪는 아이들이 많은데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선청성 기형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과연 독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일상생활에서의 독성물질

  과거에는 담배정도가 독성물질의 대표이자 '유일한' 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담배보다 더한 독성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아이에게 담배를 피우게 하는 부모는 세상에 거의 없다. 하지만 담배보다 더 무서운 독성물질을 아이에게 권하는 부모들은 많다. 부모들이 의사들보다, 혹은 누구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집안에서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잡아먹을 듯 바가지를 긁으면서 남편이 사오는 패스트푸드, 햄, 소시지 등 '화학물질 간식'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담배와 같은 독성물질을 아이에게 먹이는 것인데도 말이다. 지은이 임종환씨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들이 열광하는 간식인 어린이용 소시지"에 들어있는 "아질산나트륨은 과다 섭취하면 혈관 확장, 헤모글라빈 기능 저하를 일으키고, 먹었을 때 몸속에서 단백질과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둔갑하는 화학물질"

  또한 대한민국 1등 간식 라면에는 1급 발암물질은 벤조피렌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나중에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위험한 간식은 소리업는 살인자로 우리의 목을 조여온다.

  라면 뿐만이 아니다. 설탕 등의 화학첨가물이 함유된 탄산음료, 과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달 동안 실험용 쥐에게 설탕을 먹이다가 중단하자 "마약 금단 증상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아이들의 대표 간식인 햄버거, 피자, 치킨, 감자튀김 등 대부분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들어진 기름으로 튀긴다"는 사실. 

  "삼각김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쌀은 보통 2~3년 묵은 것이 대부분이다. 묵은 쌀은 특유의 역한 냄새와 맛이 날 수밖에 없는데, 그 냄새와 맛을 가리기 위해 온갖 식품첨가물이 등장한다. 묵은 쌀을 햅쌀처럼 둔갑시키기 위해 화학조미료와 유화제 등 15~20종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또한 보습성을 높이고 광택을 내서 얼려도 딱딱해지지 않도록 하기 이해 효소, 사과산칼슘, 에탄올, 지방산글리세린에스테르 등이 첨가된다. 이쯤 되면 이것이 쌀인지, 화학물질 덩어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게다가 삼각김밥은 거의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영양 불균형 식품으로 계속해서 끼니로 떼울 경우 빈혈 같은 질환을 앓게 될 수도 있다.

_ <본문> 62쪽.

  


  책의 장점은 구체적이고도 까다롭게, 부모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독성물질에 대해 주의를 준다는 점이다. 문제점 지적 뿐만 아니라 대안책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금상첨화. 시중에 판매되는 진짜 홍삼 제품과 가짜 홍삼 제품을 고르는 법, 비타민 고르는 법, 식품라벨 읽는 법 까지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있다.

  노화를 예방하고 독성을 배출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무엇일까. 적절한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 건강한 먹거리, 숙면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반신욕, 많이 웃기, 유산균이 많은 음식 먹기 등이 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자

  편리성만을 강조하다가 건강을 놓치고 있다.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문제는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독성물질을 노출시킴으로써 죽음을 재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희망은 세대 '전달' 독성이라는 점. 유전은 막을 수 없지만 전달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대물림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물림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다만 노력이 필요하다. 햄이나 소시지 등의 공장에서 나오는 가공식품들을 멀리하고, 나트륨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즉석요리나 무슨 기름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튀김들. 사과와 토마토 등의 껍질이 얇은 과일들은 식초와 레몬즙에 담가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먹기. 방향제와 탈취제를 사용하기 보다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 프라이펜은 코팅제품보다는 스테인레스 제품을, 세제도 천연소재를 활용한 제품 사용하기. 핸드폰 통화는 이어폰을 사용하기. 등등...

  편리함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실천은 어렵다. 하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이러한 실천은 꼭 필요하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었다. 하지만 건강한 신체의 수명은 늘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아프면서 오래살 뿐이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행복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독성물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다.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무엇보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서울시도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질병예방정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환자를 돌보며 시민들,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을 세우고, 현장에서 부단히 노력해온 결과의 산물이다. '내 아이의 몸에 독을 쌓지 않는 일', 즉 예방이야말로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자, 우리 사회를 지키는 길이다. 

_ 박원순(서울특별시장)의 추천사.

  독성물질로의 해방은 어쩌면 간단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편리하진 않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다. 편리할 수록 건강과 멀어진다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간단한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직접 만들어먹는 밥이 좋다. 자연이 우리 아이들 건강에 좋은 이유는 더 없이 많을 것이다. 

  자연의 가치는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러한 자연의 품에서 우리는 별 탈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물질적 가치의 상승으로 자연을 등한시 하였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며 자연을 너무 소홀하게 대한 것은 아닐까. 물질적 측면에서 성장이 더디더라도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데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의 공기와 식품, 생활용품 등은 보다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자연의 보호와 더불어 공존이 답이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넘어, 인간과 식물, 혹은 동물계와 식물계의 공존이 필요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을 무시하고선 살아갈 수 없다. 자연과 분리된 삶이 아니라,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서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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