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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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문제는 해결 가능할까?

  대표작 <고백>으로 국내에 알려진 미나토 가나에의 학원 미스테리이다. 이번 <고교입시>는 명문고 입시를 둘러싸고 48시간 동안 펼쳐지는 미스테리를 다룬다. 과열된 입시 경쟁, 왕따 문제, 인터넷상 익명성의 폭력 등의 사안등을 다루며 진정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또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현직 교사 생활을 한 덕분에, 학교 이야기에 대해 생생한 현장감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후지 TV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있다. 


  현 내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인 이치고등학교. 이치고의 입학은 이 지역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인가 실패인가로 나누는 척도가 될 만큼 중요하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외고와 같은 학교들과 소위 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입학 열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기에 이치고의 입학은 따로 입학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불길한 예감이 보인다. 시험 전날, 고사장마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벽보가 붙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빠르게 몰입해서 읽었다. 더군다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주제의식들이 너무 좋았다. 놀랐던 점은 일본의 입시 상황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입시라면 전세계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가까운 나라 일본도 그런 사정이라니. 

  입시제도는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장점을 누리는 사람보다, 단점을 겪어야 하는 다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시제도는 학연, 지연을 부추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디 지역 출신이야?"와 "어디 학교나왔어?"가 단골 질문으로 작동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를 묻지 않고 출신지역과 학교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작가는 다른 의문을 던진다. 

   학교라는 곳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시험을 치는 쪽은 필사적인데._ <고교입시> 73쪽.

  시험을 치는 쪽은 필사적인데, 학교는 실수를 해도 태평하다. 사람의 인생을 걸린 문제인데 말이다. 작가는 이러한 부분을 꼬집으며 소설을 진행한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는 구호는 '입시제도' 자체를 거부한다는 의미보다는, 시험을 치는 쪽과 시험을 주관하는 쪽의 온도차이를 줄이자는 쪽으로 해석이 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 내일 미루다가는 결국 그 일이 그대로 남잖아요.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에, 발표 전에 처리했어야 할 일이 불거지면 어떻게 해요? 오늘 대처해두면 큰일이 되지 않고 끝날 일을 내일로 미룬 탓에 돌이킬 수 없게 되면, 당신은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요?"

  "맞아. 학교 측은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고 머리만 숙이고 끝낼거 아닌가요? 피해자에게는 그런 사죄,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않는다고요."

_ <고교입시> 245쪽.


  작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몇 가지를 추가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만족을 얻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실패로 만족을 얻는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_ 182쪽.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몸으로 싸워 우리의 요구를 쟁취했는데,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이런 곳(인터넷 게시판)에서 뚜렷한 주장 없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_ 326쪽.

  "자기 일이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익명이어도 악의 덩어리인 말은 마음을 파괴하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습니다. 던지는 본인은 모릅니다. 남들도 모릅니다. 말을 들은 본인만이 숨도 못 쉴 정도로 괴로움을 느깁니다." _ 366쪽.

  "입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이 날은 절대로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새로운 무대의 출발점이다. 고등학교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니, 아이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부딪히며 해나가면 된다. 때로는 깨지고, 다치고, 눈물 흘리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온힘을 다해 막아주는 어른이 있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니까." _ 386쪽.

  정보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붉어진, 인터넷 익명성의 문제. 입시를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문제들이 사회적 논란이 많이 일었다. 대표적으로는 일베(일일베스트) 사이트.

  

  책을 손에 잡고, 첫 장을 읽어나가는 순간부터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너무나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필자 역시 정규 교육과정,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지나왔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2년동안 생활을 했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학교라는 집단의 단점을 폭로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최근 '세월호' 사건의 여파인지, 벚꽃 필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그 꽃을 만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어른이 있다는 부분에서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성인이 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그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어떤 종류의 여운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다만, 이 여운을 같이 느끼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다. 

  "만개한 벚꽃도 며칠 지나면 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 나무가 끝나는 건 아니다. 내년에 다시 꽃이 핀다. 꽃이 피는 것은 인생에 단 한 번만이 아니다. 올해 피지 않아도, 내년에 피지 않아도, 언젠가 꼭 꽃이 피는 날이 온다." _ 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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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 6개국 30여 곳 80일간의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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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고양이 여행기

  <안녕 고양이> 시리즈와 <흐리고 가끔 고양이>를 잇는 이용한 작가의 고양이 에세이. 시인이자 여행가인 저자는 세계 도시와 섬,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니며 고양이를 만난 반짝이는 순간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고양이의 천국 모로코와 터키, 무심한 듯 느긋하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일본의 고양이 섬, 그리고 대만, 인도, 라오스까지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행복하고 사람들은 고양이가 있어 행복한 6개국 30여 곳의 묘생을 기록했다. 

  자동차 밑, 컨테이너 박스 뒤, 골목 사이처럼 어둡고 좁은 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 죽여 살아가는 한국의 길고양이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저자는 코끝 찡한 감동과 동시에 부러움을 느끼며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 한다.

_ 알라딘, 책소개 中 


  개인적으로 다른 장르에 비해서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는 그 특성상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들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몰입도에서 타 장르와 비교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병률 작가의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여행 에세이'가 큰 관심을 받았다. 시인작가의 문체가 좋았기 때문이고,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몰입도가 상승했기 때문이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시대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낭만적 요소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쉬웠다. 

  이와 비슷한 장점을 가진 책이 또 한 권 등장했다. 시인이자 여행가인 저자 이용한, 6개국 30여 곳의 여행 에세이, 여기에 고양이를 주제로 한다는 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필자에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던 작품이다. :D )

  책에 대한 내용은 '에세이'장르의 특성상 단순하다. 6개국 30여곳을 돌아다니며 고양이의 흔적을 찾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모로코, 터키, 일본, 대만, 인도, 라오스. 더불어 각국의 고양이 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까운 나라 일본과 우리나라의 고양이 인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책을 읽으며 느낄 수 밖에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다. 과거에 비해 고양이가 가지는 인식은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팬사이트가 많이 생기고 있고, 웹툰도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을 고양이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회에서 고양이의 위치는 낮다. 미국에서 노예 해방이 이루어진 직후? 정도의 인식이라고 할까. 우선 12간지를 따르는 우리나라의 특성에서, 고양이는 12간지에 속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부분 역시 고양이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고양이와 관련한 안좋은 미신도 많다. 

  분명한 것은 동물에 대한 차별의 시선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에 대하여. 그러한 시선에 대한 개선의 중요성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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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지금 우리 학교는 1~5 세트 - 전5권
주동근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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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좀비인가? 


  단순히 숨을 쉬느냐 쉬지 않느냐로 인간과 좀비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인간적인 행동을 하기에 인간이고사람을 죽이고 잡아먹기에 좀비인 것이다좀비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로메로의 말처럼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현대 산업사회에서 자아를 잃고 오직 소비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풍자하는 일종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자신의 욕구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이들은 아직 이지(理智)를 잃지 않은 좀비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주동근 작가의 <지금 우리 학교는>이란 작품 역시 좀비가 등장한다효산시 외곽에 위치한 효산고등학교과학 선생님에 의해 감금당했던 여학생이 친구의 팔을 물었다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감금당했던 여학생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학교 밖에서 사람을 물며 사회를 좀비화 시킨다물렸던 학생은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좀비화 시킨다이처럼 비극이 어디 있을까피할 곳은 어디일까.

 

  좀비가 은유하는 것은?

  좀비 장르가 매력적인 건 좀비라는 존재가 갖는 사회적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흔히 좀비는 전체주의파시즘을 은유하는 기재로 쓰인다다시 말해 좀비는 개인의 생각을 중지한 채’ 집단의 생각만을 쫓아 맹목적으로 움직이는살아있지만 정신은 죽어 있는 인간을 뜻한다좀비영화의 기반을 다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자.


 단순히 호흡의 유무만을 가지고 인간과 좀비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인간적인 행동을 하기에 인간이고사람을 죽이고 잡아먹기에 좀비인 것이다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현대 산업사회에서 자아를 잃고 소비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풍자하는 일종의 메타포가 좀비인 것이다.”


  좀비에게 다양성은 허락되지 않으며자신과 다른 이들은 모두 제거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아니면 그들을 감염시켜서 자신들과 똑같은 존재로 만들어버리거나좀비가 전해주는 진짜 공포는식인을 하는 본능보다 자신과 다른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사고와 행동방식일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함의를 인용한다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는 창의성을 잃어버렸다는 우려가 많다각자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일률적인 교육이 창의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덕분에 프랑스의 수능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점이 학교라는 공간이 좀비화가 시작되는 시발점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다양성을 허락하지 않는 곳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같아져야 하는 곳이러한 비극을 비극으로 보지 못하는 사회가 대한민국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말하는 좀비

  좀비에 대한 은유로 책을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인다작가는 단순히 학교가 개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장소로만 한정하지 않고거기서 더 나아간다일반 좀비 장르와 다르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일명 좀비 면역자가 등장한다윤귀남과 최남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윤귀남은 좀비가 되었지만 이성을 놓치지 않는다지능을 가진 좀비가 된 것이다지능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좀비화 시킨다반면또 다른 면역자인 최남라는 윤귀남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좀비가 되었지만 역시 지능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고 그 속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윤귀남과 최남라를 통해 지식인을 비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지식을 이용해 타인을 좀비화 시키는가그렇지 않은가자신들은 이미 전체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지만그것을 전승하느냐 마느냐악습을 유지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견해를 보여준다결과적으로 작가의 선택은 최남라였다.

  지금의 성인들은 이미 학교교육을 마친 사람들이다그렇기 때문에 이미 좀비들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 역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남겨진 문제는 윤귀남이 될 것인가최남라가 될 것인가에 남아 있다.(물론 오준영처럼 좀비가 되기 전에 죽음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이건 자살이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피를 갈망하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윤귀남이 세상살이에 편할지도 모른다그렇기 때문에 최남라의 본능을 억제하는 행동은 더욱 고통스러워 보인다이제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파편이 되어 우리를 다치게 한다._ <지금 우리 학교는> 2권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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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거짓말 : 성서 편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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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의 다시 보기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종교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 혹은 종교화를 통해 성서와 역사와 화가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교도가 보는 성서에는 '괴상한' 부분이 잔뜩 있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를 과연 화가는 이런 식으로 궁리해서 표현했던 것이구나, 하는 걸 알아차리면 갑자기 그 그림은 매력이 더 커질 것입니다.

_ <저자 후기> 중.


  <명화의 거짓말>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제목처럼 성서를 다룬다. 『구약성서』의 '천지 창조',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등을, 『신약성서』의 '수태고지', '세례자 요한', '예수의 십자가 처형', 최후의 만찬' 등을 다룬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룬 명화를 소개하면서 성서에 대한 주요 에피소드와 명화에 대한 해설을 친절하게 진행한다. 

  이 책의 최고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비종교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종교와 친숙하지도 않고, 그림과 친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책에 대한 내용을 재미있게 습득했다. 전공 서적이라는 느낌보다는 교양 서적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더군다나 작가인 나카노 교코도 비종교인이다. 그래서 비종교인이 읽기에 쉽게 서술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신약성서』의 이야기를 다룬 명화들 보다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명화들이 더 흥미로웠다. 아! 설명하고 가자면,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나누는 기준은 옛것(舊)과 신(新)의 구분이 아니다. 그리스도(구세주) 예수가 내세운 새로운 구원의 계약을 '신약'이라고 부르면서 그보다 앞선 계약에 '구약'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즉 『구약성서』는 예수의 출현을 예언한 오래된 계약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약성서'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가 공통으로 읽는 성서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신약'의 이야기보다 '구약'의 이야기가 더 익숙하다. 

  

  <저자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듯, 작가는 성서에 '괴상한' 부분이 잔뜩 있다고 믿고 있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종교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독자의 영역을 밝히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종교인이 보기엔 작가의 말이 터무니 없이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저자 후기>에 나오는 마지막 말을 들어보자.

  '종교화도 신화화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화로서 즐기면 된다'라고 하면 기독교도들은 불쾌할지도 모르지만, 부디 너그러이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이나리 신사를 매일 참배하는 우리 동포(일본사람들)에 대해 이교도인 외국인이 '여우 따위에 손을 모으다니'하고 코웃음을 쳤다지만 우리는 누구 한 사람 크게 화내지 않습니다. 여우를 모시는 데 이른 민중의 마음을 알고 싶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비웃는 상대를 이론으로 굴복시켜 여우 신앙을 전도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8백만의 신을 지닌 일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터라, 유대교, 카톨릭, 개신교를 신봉하는 분들로서는 화가 날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부디 너그러이 여겨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마지막 부분을 듣고 놀랐다. 작가의 말을 정리하자면, '종교화를 이렇게 설명했던 것은 하나의 문화로서 즐길 거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또한 이것에 대한 비판은 거절한다.'라고 들린다. 8백만의 신을 지닌 일본인이 종교화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하다라고 하면서. 작가의 이런 한 발 물러섬은, 책을 읽어온(혹은 책의 내용을 믿은) 사람들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작가는 종교화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다르게 다른 해석을 제시했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 역시 지면을 할애하면서 풀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비판은 거절한다니. 그럼 작가의 해석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남긴채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가만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결론은 익숙한 것의 다시 보기였다. 작가는 이러한 여러 해석을 통해서 기존의 것이 틀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권위와 편견을 버려라. 그리고 즐기듯 다시 보라. 이러한 가르침이 책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학문은 투쟁의 역사가 아니다. 서구 사회처럼 스승의 입장을 비판하며 논쟁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스승의 말을 따르는 학계의 분위기다. 공자와 맹자가 후대에 비판받기까지 시간을 보면, 서구 사람들은 놀랄지도 모른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즉, 귄위자의 말이라면 맹신하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사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의 첫 단계, 첫 연습으로 종교화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이 책은 읽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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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패키지 - 성공의 세 가지 유전자
에이미 추아.제드 러벤펠드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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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진짜 동력은 무엇인가?


일단 3가지 개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월 콤플렉스(Superiority complex) - 우수한 집단과 전통에 속한다는 자부심

불암감(Insecurity) - 아웃사이더의 불안한 정체성, 과도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충동 조절(Impulse control) - 미래를 위한 부단한 노력과 인내

  우월 콤플렉스가 불안감과 결합하면 "내 능력을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강한 성공 욕구를 낳는다. 충동 조절 능력은 온갖 난관을 뚫고 나갈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트리플 패키지는 좌절과 우울, 만족을 모르는 야망과 탐욕을 낳는다. 트리플 패키지를 가진 사람들은 소박한 행복을 누리기 어렵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올라가야 하지만, 성취하는 순간, 우리를 제약하지 못하게 걷어차야 하는 사다리다. 트리플 패키지를 이해하고 잘 길들인다면, 내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엄청난 에너지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람마다 '성공'에 대한 정의는 다를 것이다. 선행을 실천하면서 보내는 인생을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고, 신에게 헌신하며 종교적 교리를 성실하게 따르는 삶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이 가치있는 삶인지,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지에 대한 견해는 일반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의 의미는 정의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의 의미는 '통속적인 성공'을 말한다. 즉, '돈과 지위의 쟁취'로 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성공한 삶이냐에 대한 의문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자본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돈과 지위'가 성공의 지표로 작동하기도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러한 '통속적인 의미의 성공'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저자는 트리플 패키지라고 불리는 3가지 개념의 유무가 그것을 결정한다고 대답한다. 

  성공의 세 가지 문화적 힘으로 우월 콤플렉스, 불안감, 충동 조절을 제시한다. 

  우월 콤플렉스란 트리플 패키지에서 정의 내리기가 가장 수월한 요소로서, 집단의 특별함, 비범함, 혹은 우월성에 대한 깊이 내면화된 믿음을 의미한다.   

  우월 콤플렉스에 대해 주목해야 할 주용한 점은 어떤 개인이나 인생의 우열을 평가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주류의 자유주의 사상에 정반대된다는 것이다.

  불안감은 일종의 불만이라 할 수 있다. 사회에서 자신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초조함, 자신이나 자신이 한 일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근본적으로 충분치 못하다는 느낌이나 근심이다.


  충동 조절의 의미는 유혹, 특히 시련이나 어려운 과제 앞에서 포기하고픈 유혹을 이겨내는 능력이다.

  트리플 패키지는 성공 욕구만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강인함, 회복력, 인내력, 그리고 불행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능력 같은 방어의 기술도 주입시켜준다. 


  저자들은 이러한 3가지 개념을 통해 '성공 집단'을 찾아낸다. 미국에서 성공한 집단들에서 트리플 패키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모든 집단이 트리플 패키지를 갖고 있진 않지만, 트리플 패키지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소수 민족들은 성공의 확률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책의 목적은 트리플 패키지의 3가지 요소가 성공에 이르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세속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폐해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요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보고 있다는 것 역시 어찌보면 역설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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