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지금 우리 학교는 1~5 세트 - 전5권
주동근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어떤 좀비인가? 


  단순히 숨을 쉬느냐 쉬지 않느냐로 인간과 좀비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인간적인 행동을 하기에 인간이고사람을 죽이고 잡아먹기에 좀비인 것이다좀비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로메로의 말처럼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현대 산업사회에서 자아를 잃고 오직 소비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풍자하는 일종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자신의 욕구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이들은 아직 이지(理智)를 잃지 않은 좀비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주동근 작가의 <지금 우리 학교는>이란 작품 역시 좀비가 등장한다효산시 외곽에 위치한 효산고등학교과학 선생님에 의해 감금당했던 여학생이 친구의 팔을 물었다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감금당했던 여학생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학교 밖에서 사람을 물며 사회를 좀비화 시킨다물렸던 학생은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좀비화 시킨다이처럼 비극이 어디 있을까피할 곳은 어디일까.

 

  좀비가 은유하는 것은?

  좀비 장르가 매력적인 건 좀비라는 존재가 갖는 사회적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흔히 좀비는 전체주의파시즘을 은유하는 기재로 쓰인다다시 말해 좀비는 개인의 생각을 중지한 채’ 집단의 생각만을 쫓아 맹목적으로 움직이는살아있지만 정신은 죽어 있는 인간을 뜻한다좀비영화의 기반을 다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자.


 단순히 호흡의 유무만을 가지고 인간과 좀비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인간적인 행동을 하기에 인간이고사람을 죽이고 잡아먹기에 좀비인 것이다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현대 산업사회에서 자아를 잃고 소비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풍자하는 일종의 메타포가 좀비인 것이다.”


  좀비에게 다양성은 허락되지 않으며자신과 다른 이들은 모두 제거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아니면 그들을 감염시켜서 자신들과 똑같은 존재로 만들어버리거나좀비가 전해주는 진짜 공포는식인을 하는 본능보다 자신과 다른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사고와 행동방식일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함의를 인용한다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는 창의성을 잃어버렸다는 우려가 많다각자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일률적인 교육이 창의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덕분에 프랑스의 수능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점이 학교라는 공간이 좀비화가 시작되는 시발점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다양성을 허락하지 않는 곳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같아져야 하는 곳이러한 비극을 비극으로 보지 못하는 사회가 대한민국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말하는 좀비

  좀비에 대한 은유로 책을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인다작가는 단순히 학교가 개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장소로만 한정하지 않고거기서 더 나아간다일반 좀비 장르와 다르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일명 좀비 면역자가 등장한다윤귀남과 최남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윤귀남은 좀비가 되었지만 이성을 놓치지 않는다지능을 가진 좀비가 된 것이다지능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좀비화 시킨다반면또 다른 면역자인 최남라는 윤귀남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좀비가 되었지만 역시 지능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고 그 속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윤귀남과 최남라를 통해 지식인을 비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지식을 이용해 타인을 좀비화 시키는가그렇지 않은가자신들은 이미 전체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지만그것을 전승하느냐 마느냐악습을 유지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견해를 보여준다결과적으로 작가의 선택은 최남라였다.

  지금의 성인들은 이미 학교교육을 마친 사람들이다그렇기 때문에 이미 좀비들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 역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남겨진 문제는 윤귀남이 될 것인가최남라가 될 것인가에 남아 있다.(물론 오준영처럼 좀비가 되기 전에 죽음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이건 자살이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피를 갈망하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윤귀남이 세상살이에 편할지도 모른다그렇기 때문에 최남라의 본능을 억제하는 행동은 더욱 고통스러워 보인다이제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파편이 되어 우리를 다치게 한다._ <지금 우리 학교는> 2권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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