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입시문제는 해결 가능할까?

  대표작 <고백>으로 국내에 알려진 미나토 가나에의 학원 미스테리이다. 이번 <고교입시>는 명문고 입시를 둘러싸고 48시간 동안 펼쳐지는 미스테리를 다룬다. 과열된 입시 경쟁, 왕따 문제, 인터넷상 익명성의 폭력 등의 사안등을 다루며 진정한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또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현직 교사 생활을 한 덕분에, 학교 이야기에 대해 생생한 현장감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후지 TV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있다. 


  현 내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인 이치고등학교. 이치고의 입학은 이 지역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인가 실패인가로 나누는 척도가 될 만큼 중요하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외고와 같은 학교들과 소위 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입학 열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기에 이치고의 입학은 따로 입학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불길한 예감이 보인다. 시험 전날, 고사장마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벽보가 붙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빠르게 몰입해서 읽었다. 더군다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주제의식들이 너무 좋았다. 놀랐던 점은 일본의 입시 상황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입시라면 전세계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가까운 나라 일본도 그런 사정이라니. 

  입시제도는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장점을 누리는 사람보다, 단점을 겪어야 하는 다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시제도는 학연, 지연을 부추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디 지역 출신이야?"와 "어디 학교나왔어?"가 단골 질문으로 작동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를 묻지 않고 출신지역과 학교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작가는 다른 의문을 던진다. 

   학교라는 곳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시험을 치는 쪽은 필사적인데._ <고교입시> 73쪽.

  시험을 치는 쪽은 필사적인데, 학교는 실수를 해도 태평하다. 사람의 인생을 걸린 문제인데 말이다. 작가는 이러한 부분을 꼬집으며 소설을 진행한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는 구호는 '입시제도' 자체를 거부한다는 의미보다는, 시험을 치는 쪽과 시험을 주관하는 쪽의 온도차이를 줄이자는 쪽으로 해석이 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 내일 미루다가는 결국 그 일이 그대로 남잖아요.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에, 발표 전에 처리했어야 할 일이 불거지면 어떻게 해요? 오늘 대처해두면 큰일이 되지 않고 끝날 일을 내일로 미룬 탓에 돌이킬 수 없게 되면, 당신은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요?"

  "맞아. 학교 측은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고 머리만 숙이고 끝낼거 아닌가요? 피해자에게는 그런 사죄,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않는다고요."

_ <고교입시> 245쪽.


  작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몇 가지를 추가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만족을 얻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실패로 만족을 얻는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_ 182쪽.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몸으로 싸워 우리의 요구를 쟁취했는데,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이런 곳(인터넷 게시판)에서 뚜렷한 주장 없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_ 326쪽.

  "자기 일이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익명이어도 악의 덩어리인 말은 마음을 파괴하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습니다. 던지는 본인은 모릅니다. 남들도 모릅니다. 말을 들은 본인만이 숨도 못 쉴 정도로 괴로움을 느깁니다." _ 366쪽.

  "입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이 날은 절대로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새로운 무대의 출발점이다. 고등학교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니, 아이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부딪히며 해나가면 된다. 때로는 깨지고, 다치고, 눈물 흘리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온힘을 다해 막아주는 어른이 있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니까." _ 386쪽.

  정보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붉어진, 인터넷 익명성의 문제. 입시를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문제들이 사회적 논란이 많이 일었다. 대표적으로는 일베(일일베스트) 사이트.

  

  책을 손에 잡고, 첫 장을 읽어나가는 순간부터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너무나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필자 역시 정규 교육과정,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지나왔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2년동안 생활을 했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학교라는 집단의 단점을 폭로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최근 '세월호' 사건의 여파인지, 벚꽃 필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그 꽃을 만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어른이 있다는 부분에서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성인이 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그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어떤 종류의 여운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다만, 이 여운을 같이 느끼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다. 

  "만개한 벚꽃도 며칠 지나면 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 나무가 끝나는 건 아니다. 내년에 다시 꽃이 핀다. 꽃이 피는 것은 인생에 단 한 번만이 아니다. 올해 피지 않아도, 내년에 피지 않아도, 언젠가 꼭 꽃이 피는 날이 온다." _ 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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