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보물창고 > 직장맘 수유이야기
2003년 3월 이날 우리 성현이가 태어나서 두돌간 모유수유를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완모수를 하기까지 참으로 힘들고도 뿌듯한 일들이 많았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전업주부라도 이렇게 오랜기간 분유를 먹이지 않고 완모수를 한 엄마가 있을 까 싶을 정도로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더구나 주위에 그렇게 한 사람은 눈씻고 찾아 볼수도 없었던 터라.. 어디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고.. 시댁식구들과 출산을 앞두고.. "회사다녀도 꼭 먹일꺼에요~~"라는 나의 반응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그게 무슨 소리냐, 어떻게 먹이려고 하냐에.."짜가지고 오면 돼요"라고 했더니 거의 외계인 취급을 받았다. 당연히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지도 않았고 짜서 먹인다는 건 들어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만 해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2년간의 완모수에 성공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나 혼자만의 노력 이외에도 매일같이 10여개의 젖병, 8개의 깔대기를 닦고 소독한 우리 신랑과 이렇게 무리하게 강행한 며느리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성현이에게 젖을 먹여 주신 우리 어머니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지 모른다.
이제 부터는 그동안 어떻게 회사 다니면서 수유를 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말이지.. 내가 수유를 할때만 해도 너무나 정보가 없었기에.. 조언을 얻을 때가 없는 것이 제일 아쉬웠다.
1. 첫번째 젖 물리기
병원에서 성현이 태어 날 때.. 의사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태어나서 젖 물리고 신생아실로 데리고 가 달라고.. 그랬는데 의사선생님이 잊어서 "선생님.. 젖 물리게 해 주세요~~" 하고 이야기 했다.
태명인 "둥이야~"하고 부르고.. 젖을 물리는데.. 왠지 감격스러워서..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후 열흘간의 산후조리원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첫 4주동안 분유를 안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얼마나 악착같이 수유실에 갔는지 모른다. 거의 수유실에 앉아 있던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비록 순산을 했지만 절개한 회음부 이외 한군데가 더 찢어져서 회복이 상당히 더디고 통증도 많았지만 무조건 참았다.
밤이고 새벽이고 성현이가 젖을 먹겠다고 하면 무조건 알려달라고 했는 데 일주일째인가 거의 노이로제 상태까지 갔나 보다.. 자다가 분명히 전화를 받고 수유실로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신생아실을 갔더니 간호사가 전화 한 적이 없다는 거다.. 꿈속에서 조차 전화벨을 기다리고 수유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결국 열흘 째.. 어머니와 신랑이.. 이러다 병나겠다고 강제로 데리고 나오셨다.
2. 3개월간의 육아 휴직
성현이 낳고 3달 동안은 열심히 젖 먹이고 매번 남은 젖을 짰다.. 남은 젖은 한방울이라도 안버리고 얼렸다. 회사 복직 할 무렵은 냉동고가 꽉~ 찰 정도로 모았다.
이정도면.. 내 취미 생활은 "젖 모으기" 라고 해도 될 정도.. ^^
이 당시.. 얼마나 열심히 젖먹이고 남은 젖 짰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오직 얼마 안되는 정보로 시작했기 때문에 낮이고 밤이고 하루 열번도 넘게 남은 젖을 악착같이 짰다.. 손도 아프고, 잠도 부족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의 우울증도 생기려고 했던거 같다..
게다가 유달리 젖을 찾는 아이다 보니.. 하루의 대부분은 젖을 물리고 살았다.. 꼭 젖소가 된거 같은 기분이었다.. ^^;;
3. 유축기
복직을 앞두고 메델라 직장여성용 유축기를 구입했다. 당시 금액 45만원.. 지금은 환율로 60만원대라고 한다. 무진장 고가이지만 더블형이라 회사에서 짤때는 필수이다. 시간을 절반이상 단축하고 소음도 없고 부드럽게 짜져서 정말 너무너무 고마운 유축기다. 처음 살때는 비싸서 부담이 갔지만 지금 생각 하면 분유값에 비해 난 정말이지 절반이상 아낀것 같다.
만약 1개짜리 깔데기로 된 유축기였다면... 나도 회사에서 유축하는 것을 포기 했을 거 같다..
보냉가방도 따로 있고 분리도 가능하며, 전원/건전지 다 가능하고 일단 소음이 적다.
4. 보틀워머
메델라 보틀워머를 샀다.
회사에서 짠 젖은 다음날 먹이는데 애가 먹는 시간 맞추기가 만만치 않은데다 영양을 파괴하지 않으려면 중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중탕을 해서 먹이기가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다.
온도 맞추기도 어렵고, 성현이가 갑자기 젖을 찾기도 하고 해서 정말 먹이는 것이 더 문제였고, 어머니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어서 구입했다.
정말 잘 산 물건 중 하나다. 너무 편한 제품인데다 어른들 한약 데울때도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5. 회사에서 젖 짜기
(유축 장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본사는 외국인 회사다 보니 쾌적한 유축장소가 있지만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일반 기업에 가기 마련이다. 덕분에 화장실에서 짰는데 이젠 이력이 붙어서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 처음엔 화장실에서 짜는 것이 영 찜찜하고 불편했는데, 그건 기분상인거 뿐이고 위생상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쩌면 면역이 되었을 지도..)
(유축 시간과 사출)
더블형 유축기로 짜면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 많으면 20분정도 소요된다고 해야 하나? 사출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사출은 대부분이 모르는 내용이기 때문에 설명이 좀 필요 한데, 유두끝을 손가락으로 자극을 잠시 주면 아이가 빠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그런 느낌이 들때 더블형 유축기를 이용하면 시간이 배 이상 단축되어 짤 수 있다.
(회사에서 유축횟수)
복귀하고 처음엔 4회, 돌전까진 3회, 돌지나서 2회, 몇달 후 지금은 1회 짰다.
아무래도 업무에 지장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출근을 좀 일찍해서 출근하자마자 점심식사 후.. 이렇게 default로 짜고, 오후 4시 경 또 한번 더 짠 후 7시에 짰다.. 양은 처음엔 하루 1리터 이상 짜다가 갈수록 줄어서 나중엔 400ml 정도로 가져갔나 보다.
6. 보관 방법과 깔대기
내 기억이 맞다면 실온에서 7시간, 냉장 일주일, 냉동 3개월정도가 보관주기였던거 같다.
오늘 짠 젖 중 내일 먹을 분을 우유병에 나눠서 냉동으로 보관하고 남은 젖은 비사용으로 얼렸다.
그리고 회사에서 깔대기 소독문제가 있었는데, 냉동실에 넣으면 세균번식을 막을 수도 있다고 하고 뜨거운 생수를 써도 될것 같지만, 난 그냥 회사에서 3번 유축을 한다는 가정이면 깔대기 6개를 가지고 갔다.
차라리 위생면에서 이게 더 나을거 같아서.. 물론 매일같이 이걸 닦는 부담은 있지만 위생이 우선이라..^^
7. 우유병 젖꼭지
보통 2달을 수유하고 마지막 1달을 우유병 물리는 연습을 하는데 엄마 젖만 열심히 문 아이들은 십중 팔구 우유병을 거부한다. 나도 마찬가지 였다. 처음엔 수유 양이 작아서 걱정, 나중엔 우유병을 안빨아서 걱정.. 점점 복귀 시기는 다가 오는데 우유병을 거부하니..
그랬다가 젖꼭지를 다양한 회사 제품으로 계속 테스트를 해 봤다.
드디어, 기호에 맞는 젖꼭지 발견. 성현이의 경우는 피존의 "모유실감 젖꼭지"였다.
아주 말랑말랑해서 우유병 싫어 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이걸 쓰면 성공을 한다.
8. 엄마 먹거리
성현이 돌 전까진 먹는데 신경 많이 썼다. 엄마가 뭘 먹냐에 따라 젖 맛이 틀려지고, 기껏 모유를 먹이는 데 내가 이상한 걸 먹으면 아토피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래 못하기도 했지만 술은 입에도 안댔고 카페인있는 음료, 탄산음료도 자제했다. 가능하면 수유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특히 수유에 도움을 주는 미역국, 사골, 콩탕 등.. 많이 먹었고 두유도 수시로 마셨다.
9. 엄마의 의지
수유는.. 아무래도 엄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실 참 힘들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같이 직장을 다니면서 먹이기에는 너무 힘든 제약사항이 많다. 유축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데 회의가 있거나 교육을 가면 제대로 맞추기도 어렵고.. 출장이나 교육을 갔을 때는 난감한 상황이 많이 닥친다.
하지만 너무나 맛있게 젖을 빠는 성현이 얼굴을 보면 모든 것이 잊혀진다.
누군가 말했듯이.. 수유는.. 엄마의 선택이 아니라 아이의 기본 권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유니세프에서도 수유는 최소 2년간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IQ 도 훨씬 높아 지고.. ^^
10. 유선염
상당히 많은 수유부가 걸리는 병이다. 유선염은..젖몸살이 가장 심해져서 곪을 때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난 8개월 무렵 걸렸는데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해야 하나.. 암튼.. 어찌나 아프던지 고생 무지 했다.
이때 수유의 위기에 한번 봉착을 했었다. 그 당시 담당 의사는 이제 젖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의사들은 수유에 대해 적극 권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소아과 의사는 "괜찮아요. 고름을 먹어도 괜찮아요. 아이가 자꾸 빨아줘야 유선염도 빨리 낳아요.." 이랬다.
그래도 일주일간 약을 복용하면서 회사에서 짠 젖은 다 버리고 그동안 얼려뒀던 모유를 먹였다. 집에서는 어쩔수 없이 빨리고..
유선염에 걸리면 유방이 딱딱해지고 열이 나서 아이가 빨지 않으면 젖이 잘 짜지지 않는다.
(평소의 10% 밖에 나오지 않았나 보다.)
애보랴, 회사 다니랴 너무 힘들어서 몸이 약해진 탓인지 애기 입에 있는 병균이 쉽게 침투를 했었던거 같다.
일주일간의 투병 생활 끝에 다시 수유를 할 수 있었다..
11. 젖 떼기
수유에 성공한 사람들의 마지막 관문.. 젖떼기다.. 젖에 대한 애들의 애착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어서 젖떼기도 참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오래 먹이면 오래 먹일수록 오히려 젖떼기가 좋은 것이 말귀를 다 알아 듣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성에 호소할 수 도 있고, 나름대로 아이가 자제를 할 수도 있다.
성현이는 마침 두돌때 감기가 걸렸다. 이때 먹기만 하면 토를 했는데 이유를 "쭈쭈"로 돌렸다. 아프니까 더 젖을 찾았는데 그러면 바로 토하니까 "쭈쭈먹으면 토해.. 이제 아기가 아니라서 쭈쭈먹으면 토하는 거야"라고 했더니.. 잘 참아 줬다.
난 서서히 젖을 말렸는데 식혜를 좀 먹어주고, 하루 1번 짜던걸 이틀에 한번, 그러다 3일에 한번 이런식으로 서서히 짜는 간격을 넓혔다. 더 강제적인 방법이 있지만 부작용이 있을 거 같아서 이 방법을 썼고, 이 와중에 또 유선염이 올뻔 했는데 양배추 잎을 매일 밤 부치고 잤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아침이 되면 몽우리가 다 풀렸다.
12. 수유의 장점
- 아이의 건강 : 면역성이 높아져서 정말 건강하게 잘 자란다.
- 아이의 정서적 안정 : 엄마와의 정신적 교감이 형성되어서 정말 안정적으로 자란다.
우리 성현이도 맨날 야근하는 엄마를 뒀지만 어느 전업주부 엄마 부럽지 않게 엄마를 좋아 한다.
성현이를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를 자기의 분신으로 여기는 거 같다.
- 아이의 IQ : 이것도 진짜 같다. 우리 성현이 보면.. ^^ (아.. 고슴도치 엄마)
- 다이어트 : 아무리 먹어도 안찐다.. 오히려 더 빠지는 사람이 더 많다.. 나도 쉽게 뺀거 같다..
3달 후 복귀하고 다들 원래 모습 찾았다고 했고 수유를 한 참 할때는 오히려 더 빠진거 같다.
특히 임신 후 아랫배는 수유를 통하지 않으면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원래대로 완전히 돌아 왔다.
(늘어진 살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수유를 하는데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수유는 엄마의 선택이 아닌 아이의 권리다.." 라는 말이다.
대부분은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해 주는 모든 것을 "배푼다"라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은연중에 그런거 같다.. 하지만 수유건 사랑이건.. 아이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성현이를 위해 하는 모든 일들은 밥먹는거나 화장실 가는 거와 다를 바 없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