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갔다가 동생의 콘티 이야기를 이래저래 하다
Camel 이라는 영화를 잠시 보게 되었다.
서울로 출발하려는 참이라 송이가 띄엄띄엄 보여주긴 했지만.. 인상적이었다.
내용은 저~기 몽고? 또는 중국의 내륙지방. 낙타를 키우면서 사는 곳인데 그 마을의 낙타 한마리가 몇일째 산통을 겪고 있다. 너무 지독한 산통이라 몇일을 보다못해 사람들이 그 새끼를 꺼냈다. 꺼내고 보니 그 아가 낙타는 흰색. 낙타가 무사히 태어나서 비틀비틀 하면서 걸음을 떼고 엄마 젖을 먹으러 가는데 그만 엄마가 도망을 가버리는 거다. 너무 고생을 해서 그런지 아가에게 젖을 물릴 생각은 않고 아가가 근처에 와서 젖 가까이 머리를 들이댈라치면 몇걸을 가버리고 그게 계속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해결책을 의논한 결과,
멀리 떨어진 곳의 명인을 모셔오기로 한다. 그 집의 어린 형제가 낙타를 타고 멀리 읍내까지 가서 그 명인에게 편지를 전하고 읍내 구경도한다.
      편지를 받은 명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도도~ 달려오는데, 사막의 모래톱에서 그 낙타 모자와 주인집 식구들이 둘러 앉아 이윽고 공후 비슷한 악기를 명인님이 연주하기 시작한다. 풀이 듬성듬성 나있는 모래톱. 두 줄에서는 애절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주인 아주머니의 노래. 복잡한 가사도 화음도 없는 사막이나 평야지대 특유의 고음으로 읖조리듯. 연주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 낙타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잘못 본걸까? 낙타가 그냥 눈에서 물이... 흘러내린건 아닐까. 연주는 계속되고 아주머니의 노래도 그쳤다. 사람들도 연주에 도취된 표정이고, 명인님 만이 속세를 벗어난 듯한 얼굴로 연주를 계속한다.  처음 눈물이 지나간 자욱으로 조금씩 계속 물이 흐른다. 사막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낙타의 털이 날릴 정도의 바람에 그만 주르륵 흐르던 눈물도 몇 방울 같이 바람에 날린다. 분명히 눈물이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길게 자국을 만들다가 바람에 날리는 낙타의 눈물.
       이윽고 연주는 끝나고 바람부는 모래톱에 서서 연주에 귀를 기울이던 낙타 모자는. 어미낙타는 더 이상 새끼를 외면하지 않는다. 새끼가 다가오자 피하지 않고 머리를 들이밀어도 피하지 않고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다 같이 담배를 피러간다.  거기서 끝.
       동생은 새끼를 낳는게 너무 힘들어서 엄마낙타가 피하는 걸꺼라고 했고, 엄마는 새끼가 하얗기 때문에 엄마가 이상하다고 젖을 안먹이는 걸꺼라 했고, 신랑은 저 명인이 대단하다고 낙타까지 달래고 이해시켜야 하니 보통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동생의 말이 맞는거 같다.  너무 힘들어서 외면하고 싶었을거 같다. 그리고 눈물. 이게 다큐인지 영화인지 알수는 없지만, 낙타가 눈물흘리는 장면이 CG 일수도 있지만. 낙타의 그 눈물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한방울 길게 자국을 남기며 흘러 내리다가 바람에 날리는 눈물. 미물이라지만 뭔가 마음에 응어리진 것을 풀어내는게 아니었을까. 그게 아마도 새끼를 낳는 과정에서의 뭔가 일수도 알비노라서 약한 새끼를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낙타들도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마음을 풀고 행동을 바꾸는 곳. 마법같은 공간 사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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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3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05-10-1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몰요~ 제가 오히려 님의 글들 읽고 여러가지 생각할 떄가 많답니다. ^^;;
그리고 모 제 글은 별로 없는걸요 ~~ 아이 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