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화백은 입지전적인 작가로 알려진 화가이다. 독학 작가로서 그리고 한국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중국미술관과 상하이미술관에 초대되어 전시하였다. 특히 지난 1999년 국립 러시안 뮤지엄(상트 페테르부르크 소재)에서의 초대전으로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극사실주의 화가로 국내에 알려졌다. 국립 러시안 뮤지엄은 레핀, 샤갈, 칸딘스키 등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작고 작가만을 엄선하여 전시하는 곳으로서 이콘화에서 현대 미술까지 소장품이 37만점이 넘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이곳에서 이상원은 생존 작가이며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초대전을 가진 것으로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성가는 그의 독특한 인생 역정으로 인해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간판장이 그리고 초상화가로서
이상원은 1935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하였다. 미군 부대에서 우연히 초상화를 그리게 되면서 미술과의 인연을 갖게 된 작가는 17세 때부터 홀로 서울 생활을 시작하였다.
서울에서 처음에 이상원은 극장 간판장이 일을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의 그림에 대한 남다른 소질로 인해 6,70년 대 웬만한 메이저급 극장 간판은 그의 손을 거치게 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벤허 등 우리 눈에 익숙한 장면들이 그것이다.
사실적인 묘사와 표현력에 있어 그 탁월함을 인정받은 그는 미군 병사로부터 시작하여 외교사절들과 장관급을 거쳐 대통령 내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안중근 의사의 영정도 이때 제작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영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에게 크게 인정을 받았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요청으로 제작한 이 그림이 초상화가로서 이상원의 입지를 터놓은 계기가 된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순수미술 시작
이상원은 40이 되는 나이에 순수 미술을 시작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그 당시 국전(현재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출품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순수 화가로서 인정을 받게 된 공식적인 시발점은 최초의 민전이었던 동아미술제에서 1회와 3회 두 차례의 동아미술상을 수상한 것이었다.(78년, 84년) 또한 같은 해에 중앙미술대전에서도 특선(78년)을 차지하였다. 그 당시나 지금도 수상자의 대부분이 서울대나 홍익대 위주의 학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인 현실에서 화풍의 독자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이었다. 바로 자동차 바퀴자국과 섬세한 마대의 표정을 그린 <시간과 공간>시리즈, <마대의 얼굴>시리즈 등의 작품이 그것이었다.
각종 공모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더 이상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다. 인맥이나 학연과는 동떨어진 그는 미술 외적인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공모전에 대해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이상원은 1986년부터 꾸준히 개인전을 열고 있다. 현재, 그의 고향인 강원도 춘천 산골에서 작업에 전념하고 있으며, 그 동안 제작된 작품이 1000여 점에 달 할 정도로 왕성한 창작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작가
이상원은 이제까지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크게 주목 받아 왔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독학이라는 그의 이력과 뒤늦게 순수미술에 입문하였다는 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해외 미술관 초대전은 1998년 연해주 주립미술관(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된다. 이 전시는 그 뒤 중국미술관(중국, 베이징, 1998)으로 이어졌고 특히 1999년에 국립 러시안 뮤지엄(러시아, 페테르브르크)의 초대전은 리얼리즘의 본고장에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의미가 깊다. 이 전시는 1977년 그의 초기작부터 1999년까지 100여 점의 대표적인 작품을 전시한 것이다. 이 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이며 평론가인 알렉산더 보로프스키에 의해 ‘동서양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작품으로 아방가르드로만 치닫는 러시아 작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작품’이라 평가받기도 했다.
또한 초대전은 유럽의 살페트리에르(프랑스, 파리, 1999)에서 개최되어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전통이 아닌 서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01년의 상하이 미술관(중국, 상하이)초대전도 수묵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진정한 수묵의 현대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전시이다. 상하이 미술관은 상하이비엔날레가 개최되는 중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이상원의 작품이 해외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그림에 내재된 삶의 본질을 꿰뚫는 강한 리얼리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인류의 보편적 성정인 인간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극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감성은 남녀노소와 인종을 뛰어넘어 가질 수 있는 것인데 건조하고 차가워지는 현대미술의 격랑 속에서 더욱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라 본다.
또한 장지(한국 전통 종이로서 매우 질기고 두꺼운 종이)에 수묵과 오일을 사용하는 그의 기법은 유화로만 제작하는 리얼리즘 회화로서는 따라올 수 없는 담백함과 강렬함을 불러일으킨다. 수묵의 강하고 은은한 맛에 유화물감으로 이루어진 진한 발색의 어우러짐은 동양, 서양을 막론하여 새롭고 독창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 산골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는 한 달에도 몇 차례씩 현장 스케치를 떠난다. 점점 그 숫자가 적어지는 해안가 어촌과 시골의 논바닥, 갯벌 등 흔한 이미지이면서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들을 집요하게 찾아다닌다. 작가는 그런 것들이 ‘꼭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한 애정과 열정으로 쏟아내는 화면에는 그래서 인생의 진정성이 생생하게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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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그림은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볼때 마다 아릿한게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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