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Cafe 알파 11
아시나노 히토시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몇년전인가 나의 오너는
나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갑자기 어디론가 가 버렸다.

어디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언젠가 돌아오기나 할까?

나는 로봇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으니까

 

카페 알파를 알게 된건 재작년인가? 우연히 동생이 동네 만화방에 갔다가 발견했다며 카페알파를 빌려왔더란다. 이 만화의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너무 느낌이 좋았다며. 만화책 9권을 가져왔다. 지금은 11권까지 나와있지만 그떈 9권까지 나오고 절판된지 한참이라 책은 몹시 낡아 있었고. 휘리릭 펼쳐보니 아주 심시~임 했다. 많이 선이 있는 것도 아닌듯 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충보니 갈등 구조가 복잡한것도 아닌거 같고, 배경이 독특한것도 아닌듯하고. 머지 ? 라는 생각과 함께.. 동생이 다 읽기를 기다려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카페알파를 읽고 '왠지 마음이 푸근.순간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스쳐 가네요..기억은 안나지만.. 그리운 과거들..마음이 푸근해지네' 그런 글들을 남긴다. 정말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 푸근함을 조금 풀어쓰자면 , 수채화의 투명함과 동양의 수묵화 같은 여유로움, 그리고 삶의 순간순간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과장되지 않게 담아내고 있는 거다. 이렇게 쓰니까 디게 어려운 만화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한장한장이 쉽게 보면 너무 쉽게 잘 넘어가고. 천천히 그림과 주인공들의 느낌을 음미하고자 하면 한권만으로도 시간이 너무 잘간다. 마치 William Wyler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의 시선이 교차되는 그런 아릿한 느낌들을 이 만화는 너무 잘 그려내고 있다. 왜 우리 삶 속에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느낌이 통할 때가 있고 사진기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니다가도 정작 너무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사진찍는 거 자체를 잊어버리고 그 느낌을 간직하는 것처럼. 카페 알파의 주인공도 그렇다.

알파는 인간형 로봇이다.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인간과 똑같고 스스로 먼가 만들기를 즐기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런 아가씨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서 알파는 자신의 이름을 딴 커피숍 '카페 알파'에서 생활한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참, 배경은 가까운 미래이다. 원래 제목이 '요코하마 매물기행' 인데 미래에 바다가 올라와서 원래 요코하마는 물에 잠겨서, 산위로 옮겨갔고 요코하마 가까운 시골에 카페 알파가 위치하고 있다. 

이 만화는 알파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등장인물들이 그리 많진 않지만 스토리 구조상 잘 연결되어 있고 어느 누구도 특별히 나쁘다거나 착하다거나 하는건 없지만 각기 뚜렷한 개성과 풍부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코코네라는 알파와 같은 로봇이면서도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찾고 알파와 만나면서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타카히로, 아야세, 미사고, 알파실장, 선생님, 주유소 할아버지 등 참 예쁘다.

카페알파에서 또 마음에 드는 한가지는 시대의 황혼을 아주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가 올라와서 요코하마라는 그리 큰 도시가 잠기고 길이 물에 잠기고 모래사장이 계속 넓어져 마을이 다 모래사장이 되고.  부산이 갑자기 바다에 잠긴다라고 생각하면 참 끔찍한 느낌이 드는데. 카페 알파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3~40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거라는 가정하에 차분히 아주 차분히 인간시대의 황혼으로 향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종말에 대한 두려움. 그렇지만 종말이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서히 천천히 진행될 수도 잇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사라지기 마련이고 사람들이란 적응을 하기 마련이라 생각하면 이런 차분한 종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아직 카페 알파 애니메이션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OST를  GONTITI가 담당했다고 하고 우연히 OST를 듣게 되었는데. OST와 만화책을 같이 보는것 만으로도 정말 그 선명한 색깔들과 바람의 냄새가 느껴지는 듯했다. 어여 애니메이션을 구해서 보고싶다.

 http://cafe-alpha.wo.to/  카페알파 팬 사이트 이다.  시간날때 잠시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알파 일러스트와 OST 발매소식등을 볼 수 있다. OST 만 들어봐도 기분이 분명히 좋아질거다. 개인적으로 달의허밍이 참 좋다.지하철 타고가다가도 흥얼흥얼 하게된다.  일러스트와 OST 만 들어도 참 좋다. 만화책을 보면 더 좋을거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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