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 복귀한김에, 도서관에서 여러권을 동시에 대여신청을 했더랬다. 5권을 꽉꽉 채워 신청을 했는데
제일 먼저 도착한 녀석이 심윤경님의 달의제단.
심윤경님에 대해 무지한지라 그냥 덜렁덜렁 들고 집으로 들어가서는
아가와 한참을 놀다, 아가를 재우고 잠이 오지 않는 마음에 괜시리 컴퓨터도 켜고 해보다
달의 제단을 손에 들었다.

후반부에 한마님의 자진하지 말어라, 자진하지 말어라 하는 부분부터 눈물이 마냥 뚝뚝 떨어졌다.
갑자기 흘러내리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줄 모르고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되었다.
나도 명색이 어미인지라 마지막의 소산이 적은 편지에서는 소리를 죽이느라 했지만 끅끅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 작가분 어찌이리 모질게 글을 쓰셨을꼬.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지막 편지가 한마님께 전해지지 않았을거라는것.
그래도 세살에 어미 잃은 손녀를 키우시며 가르쳤던 그미가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꼬.
어릴적에 외할아버지가 읽어주는 소설을 듣고 자랐다는 내 어머니의 말투가 한마님의 말투와 비슷하여 더 눈물이 났을런지도 모르겠다.
혹은 오전에 갔던 아기용품 행사장에서 본 수많은 아기들와 엄마들의 모습에
- 남루하여 혹은 물건 하나도 비싸니 하면서 요모조모 따지는 깍쟁이 같은 모습에
소산이 겹쳐보여서 더 슬펐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이런 시대에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읽는 동안 왠지 The Hours 영화가 생각났다.
태어나서 본 영화중에 쪽팔릴 정도로 극장에서 많이 울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1950 년대를 살아가는 여성과, 그 여성의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껴안고 살다가 죽음을 택한 그의 아들이
왠지 효계당에서 한을 품고 죽은 두 여성과 그 아픔의 속살을 다시 끄집어내어
결국에는 자신과 조부를 같이 죽음으로 몰고간 상용이 왠지 그 영화를 떠올리게 했으리라.
그러나 1950년대와 조선중기하는 시대의 간극 만큼이나 이 두 작품의 여성들은 다르다.
그 아픔의 깊이는 말이다.

책을 덮고 아기옆에 가서 누웠는데도 계속 눈물이 났다.
엄마 생각에 엄마 섭섭게 했던 내 행동들에 그리고 옆지기 생각에 서로의 소통하지 못함에
내 기억속에 깊게 박혀있던 여러 기억들 때문에 눈물이 났고
결국은 다시 마루로 나가 혼자서 조금더 울다가 아가 옆에 누웠다.
아기가 이렇게 건강하게 곁에 있어 준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한 이 아기한테 어떤 엄마가 되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이런 저런 생각 끝에 결국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간만에 흠뻑 울어버린 탓이리라.
내게 있어서 소중한 가치들을 좀 더 돌보자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정말 내게 있어서 양보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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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2-1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의 제단> 인상 깊게 읽었는데... 작품에 많이 빠져드셨나 봐요. 님의 결론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토토랑 2006-12-1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간만에 새벽에 혼자서 스탠드 켜서 본거라 더 그럴지도 몰라요.. 거기 나오는 여인네들의 삶이 아파서요...

2006-12-13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