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 세계 역사를 바꾼 스탈린그라드 전투 590일의 기록 서해역사책방 7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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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쟁은 언제나 참혹하다.

스탈린그라드. 150만 명의 소련군이 전사했고 독일군 35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곳. 희망이 없는 지옥.

스탈린그라드는 광기 어린 히틀러의 집착과 스탈린의 대조국전쟁의 이름으로 지옥이 되었다. 하지만 희망이 사라진 도시 스탈린그라드의 독일군과 이반 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고향에 가고 싶은 희망, 가족 또는 연인을 보고 싶은 희망, 배불리 먹고 싶은 희망, 그리고 눈앞의 적들이 다 사라졌으면 하는 희망.

희망 없는 도시에서 일말의 희망을 가진 아리안들과 이반들. 그들은 다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죽은 자들의 이야기이다.

아쉬운 점은 책의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역자도 밝힌 것처럼, 전쟁사를 잘 알지 못하는 역자의 번역은 오류가 많으며 무관심해 보이기까지 하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므로 별점 하나를 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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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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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빌론의 탑 - 왜곡된 세상에서 탑 쌓기
바빌론의 탑을 쌓아 하늘에 향한 인간이 알게 된 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왜곡(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비틀어짐)을 보았다. 그는 세상의 모습을 인간들에게 알리려 하겠지만 그럴 수 있을까.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일테고 인간들은 여전히 탑을 쌓고 있을 것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 내 인생의 이야기
인류는 빛이 수면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을 빛의 굴절률 때문이라고 본다.
헵타포드는 빛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헵타포드의 관점을, 빛 자체의 관점을 이해했을때 그녀는 자신과 딸의 인생의 미래를 보았다. 인생을 보았다. 앞으로의 인생을 보았으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녀... 바로 당신 인생의 이야기, 내 인생의 이야기.

이외에도...

뭐랄까. 말 그대로 행복한 책읽기를 경험했다고 해야 할까. 작가의 상상이 부럽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가 질투난다.
일반적인-흔하게 보아왔던, 또는 상상해 왔던 SF를 기대한다면 읽으면서 조금은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거대담론의 SF가 아닌 현실인식에서 도출된 지극히 개인적인 SF라 할수 있기 때문이다.

P.S - SF는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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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그림동화 1
강경옥 지음 / 컨텐츠와이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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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끊임없이 리바이벌된다. 동화는 모티프가 되기도 하고 패러디에 차용되기도 한다. 서양 동화의 잔혹함을 부각시키는 책들이 한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유키 카오리의 《루드비히 혁명》에서도 동화 〈백설공주〉, 〈빨간 모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푸른 수염〉은 잔혹하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한껏 비틀린다.

하지만 강경옥은 《버츄얼 그림동화》에서 동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동화의 어떤 부분도 특별히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강경옥이 보여주는 그림동화 속 세계는 조금 특별하다.

동화는 그 내용이 아무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민망할 정도로 잔인하고 야하다고 해도, ‘권성징악이라는 확고한 주제로 견고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강경옥은 그 견고한 세계에 세상사, 즉 인간사를 슬며시 밀어 넣어 강경옥표 그림동화로 직조했다.

강경옥이 들려주는 모든 그림동화의 시작은 동화 가상 체험 공간을 기점으로 한다. 그곳을 점집으로 알았든, 최면술을 하는 곳으로 알았든, 시간을 때우려고 들어왔든, 그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동화를 한 편씩 보게 된다. 그들은 그 동화 속에서 착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마녀가 되기도 하고, 악독한 계모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맡은 동화 속 역할은 현실 세계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과 미묘하게 맞물리기 시작한다. 이제 그들에게 동화는 더 이상 심심풀이나 시간 때우기용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의식은 동화 속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동떨어진 두 세계를 유기적으로 모자이크한다.

동화 속 세계는 더 이상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의 마지막 도피처가 아니다. 동화 속에도 사람살이가 있는 것이다. 현실 세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제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선인은 선인으로, 악인은 악인으로 제 역할을 다하여 동화 한 편을 만들어내고 있다. 늘 권선징악의 해피엔딩만 아니라면, 그들처럼 나도 동화 속 세계가 현실인지 현실 세계가 동화인지 구별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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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백마 - 상
엘리자베스 구지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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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그 학교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이라는 것에 열중해 있던 어린 마음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을 돌려주지 않기도 했다. 그 중에서 돌려주고 싶지 않았던 책이 천사는 백마를 타고라는 책이었다.

그토록 풍부한 묘사, 그 책이 풍기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나는 금방 매료되었다. 특히 제라늄이 뿜어내는 향기에 나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 때 처음 나는 제라늄이라는 이름의 꽃을 알았다.

그때 그 책이 지금은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의 영향력 아래 다시 작은 백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단언하건대, ‘해리포터와 상관없이 이 책은 단연코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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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자전거 2009-02-18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비슷하시군요. 전 4학년 때 학급문고에 있는 걸 대출해서 읽었다가.. 학년말에 반납하지 않는 방법으로 결국 제 것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들킬까 봐 어찌나 두근두근했던지.. .그런데 언젠가 이사하다가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가... 새로운 버전으로 나온 걸 봤는데... 아무래도 예전에 <천사는 백마를 타고>가 번역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는 비주얼로 봐도.... 빼빼 마르고 섬세하면서도 도전적인 달아가씨 마리아를 살려내지 못하는 것 같고... 문에이커는 너무 웅장하고요... 초라하고 먼지 쓴 맛... 퇴락한 정원의 기괴한 분위기... 그런 게 좋았는데 말이죠.

zipge 2009-02-19 09:53   좋아요 0 | URL
아, 강이 님, 정말 반갑습니다. 아무리 <천사는 백마를 타고>라고 외쳐봐도 주변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저는 <해리포터> 막 나오기 시작하면서 문학수첩에서 그 여세를 몰아 처음 출판했을 때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베스트셀러 붐이 일면 으레 양산되는 아류작인 줄 알았죠. 그런데 차례를 살펴보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금세 알아챌 수 있었죠. 그리고 화가 났어요. 그런 식으로 값싸게 이 책을 포장하다니... 말이지요.^^

hanicare 2009-06-2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제목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뾰족한 펜화가 인상적이던 삽화.
마리아의 신발 묘사,하프시코드.
천사는 백마를 타고...이 책 읽은 사람 저도 저 밖에 못 봤어요.
작은 백마를 읽고는 이 책이 바로 '천사는 백마를 타고' 였구나 하고 탄식했지요.
그러나 옛날의 그 동화가 제겐 더 신비롭게 느껴지네요.

zipge 2009-07-10 09:18   좋아요 0 | URL
[hanicare님]도 아시는군요! <천사는 백마를 타고> 이 책 아시는 분 만나면 무작정 반가워요. 그 옛날, 처음 그 책 읽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품에 꼭 안고 자기도 했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이라 피눈물 머금고 돌려줬던 생각이 나네요.^^
 
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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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팔크 라인홀트는 스스로 텍스트, 최후의 책이 되었으며 문명세계는 조용히 몰락했다.

 

티니우스는 책을 소유하고 싶어 살인까지 저질렀으며 최후의 책벌레이자 최후의 책이 되어 버린 라인홀트 역시 책 때문에 같은 짓을 저지르고 결국은 그 자신이 책이 된다.

 

'이 세상엔 컴퓨터광들만 남게 될거야'

텍스트의 시대는 몰락하고 컴퓨터광들만이 살아남았다. 소유욕을 자극하던 책, 은밀한 일대일의 관계를 가능케 하던 책의 텍스트는 몰락하고 컴퓨터광들의 하이퍼텍스트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책을 은밀히 소유하는 것이 아닌 하이퍼텍스트를 클릭하는 것.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세계종말의 징후들보다 자신이 클릭하던 컴퓨터의 창궐이 티니우스와 라인홀트의 문명세계 몰락의 더 큰 징후가 아니었을까.

 

책을 소유할 수 없는 책벌레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을 뿐이었다.

 

후이징의 이 소설은 지극히 현학적이고, 온갖 찬사를 덧붙이고 있었지만 그만큼의 능력이 안 되는 내게는 읽기가 거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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