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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팔크 라인홀트는 스스로 텍스트, 최후의 책이 되었으며 문명세계는 조용히 몰락했다.
티니우스는 책을 소유하고 싶어 살인까지 저질렀으며 최후의 책벌레이자 최후의 책이 되어 버린 라인홀트 역시 책 때문에 같은 짓을 저지르고 결국은 그 자신이 책이 된다.
'이 세상엔 컴퓨터광들만 남게 될거야'
텍스트의 시대는 몰락하고 컴퓨터광들만이 살아남았다. 소유욕을 자극하던 책, 은밀한 일대일의 관계를 가능케 하던 책의 텍스트는 몰락하고 컴퓨터광들의 하이퍼텍스트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책을 은밀히 소유하는 것이 아닌 하이퍼텍스트를 클릭하는 것.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세계종말의 징후들보다 자신이 클릭하던 컴퓨터의 창궐이 티니우스와 라인홀트의 문명세계 몰락의 더 큰 징후가 아니었을까.
책을 소유할 수 없는 책벌레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을 뿐이었다.
후이징의 이 소설은 지극히 현학적이고, 온갖 찬사를 덧붙이고 있었지만 그만큼의 능력이 안 되는 내게는 읽기가 거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