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공장
이언 뱅크스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한 책에 최고의 찬사와 '쓰레기'라는 최악의 찬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나는.. 모르겠다.이 책은 너무도 가학적인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가족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살인과 살해라는 것이 아주 당연한 듯이 여기는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 속에 잠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최고로 끌어 올려 놓은 책인 것 같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프랭크. 그는 평범한 청소년이다. 아버지가 있고 형이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놀이도 있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 개에게 물려 거세당한 소년이고, 자기만의 프로젝트에 빠져 아이들을 실험물로 선택한 편집광인 아버지를 가졌고, 개에게 불을 붙여 죽이는 취미를 가지고 있어 '미쳤다'고 진단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된 형이 있다. 그리고 다락방에 작은 공장을 마련하여 '말벌'들을 고문하여 죽여 점을 치는 취미를 가지고서 그 공장에 제물로 동물들의 머리와 몸통을 바치는 내가 바로 프랭크이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를 혐오하며 세 명의 어린아이를 서스럼없이 죽여버리는 존재 또한 바로 나 프랭크이다.

이야기들은 줄곧 흩어져 있다. 미친 형이 병원을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 오고 있다는 긴장감이 전해지면서 프랭크는 과거 아이들을 살해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프랭크의 살인방식은 너무도 아이같다. 어렸을 적 연을 타고 하늘을 날아 보고픈 생각을 가져 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되려나. 나 역시 연줄에 매달려 바람에 휘날리는 연들을 보면 그걸 타고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혹은 자유롭게 연줄을 끊어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프랭크는 그 연줄에 사촌 여동생인 에스메럴다를 매어 날려 보내 버린다. 단순히 전에 살해된 2명의 존재가 남자아이라는 이유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아주 아이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고, 자라지 못한 아이의 잔혹성만을 깨워 세상을 진단한다. 그러므로 프랭크에게 이런 일들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고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읽는 내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생각은 막힘이 없고 어떤 상상력이라도 저지르고 본다. 후회는 이후에...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닥 후회할 일이 없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발버둥치는 동안 내 머리속은 경종만 댕댕거리고 마음은 불편함으로 바스락거린다. '상식'이라는 것이 이들 가족을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언 뱅크스.. 그는 어떤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런 글을 적었을까.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까...? 순수한 악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그러진 그들의 사랑 속에 담겨진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거세된 것이라 여겼던 프랭크의 그 상징물이 아버지의 편집광적인 실험에 만들어진 밀가루 조각일 뿐이고, 소년은 소년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판명되어 독자를 우롱해 버리는 그는... 아이는 어른의 판단과 환경에 따라 성장되어지는 존재이니 '제대로 된' 어른의 몫을 일러 주기 위해 적었던 것일까? 아님 단순한 그의 즐거움일까..? 어두운 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반짝거리는 눈동자에 번들거리는 광기를 담고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소름끼치고 잔혹스러운 그의 글을 읽노라 에너지를 모두 소비해 버렸다.

과연 그의 작품 [말벌공장]은 최고인가 쓰레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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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주식회사 - 케이티, 뉴욕을 구하다
샤나 스웬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지휘봉 같은 마술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별빛이 찰랑거리는 마법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 마법사라면 쓰고 다닐만한 꼬깔모자...
이런 것들이 '마법'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양탄자를 타고서 훨훨 날아 다니고 여기 번쩍 저기 번쩍!! 이러며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우르르!! 거리는 것이 '마법'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펼쳤다.
'마법'이라는 단어에 회사에나 어울릴 듯한 '주식회사'라고 붙어 있는 것도 이상하고 뉴욕을 구했다는 것도 궁금하다.
과연..?
 
케이티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바삐 사는 직장인들이 다 그렇듯이 인정받지 못하면서 상사에게 치이고 일에 치이고 그리고 피로에 절어 사는 평범한 여자이다.
그 평범함에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상한 것들을 가끔씩 본다는 것.
코스프레를 하는 듯한 요정의 모습을 한 사람과 건물의 꼭대기에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이상하게 생긴 석고상 새하며...
케이티는 본인만 그런 것을 보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결국 마법주식회사로부터 입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유는 자신이 어떤 마법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마법 면역자라는 것.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만 반짝거리는 날개를 단 요정과 이리저리 움직이는 석고상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사의 업무에 진저리를 치던 케이티는 마법주식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그 곳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감을 채워 나간다.
 
이 책은 아주 최소한의 마법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해리포터]처럼 마법이 여기저기 난무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환상문학들처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 속에서 어쩌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펼칠 수 있게 할 정도로 작은 움직임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상상하며 읽는 책의 재미는 어렸을 때 몰래 맛보던 눈깔사탕의 단맛과도 같지 않을까?
지금도 내 주위 어딘가에서는 나도 모르는 새 마법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이럴수가..'라고 할 수도 있을만큼 가끔씩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마법주식회사의 사람들을 너무 무지하게 설정을 해놓았다는 것이다.
비록 평범한 사람들은 찾지 않는 '마법'이라는 것을 판매하고는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이 책이 시리즈로 나와주길 원한다.
케이티의 흥미진지한 활동들이 기분좋게 다가 오는데다가 덮어 버린 마지막 책장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꾸만 다시 펼쳐 보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없는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오만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처럼.
얼토당토 않은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씩은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그 안에서 자유를 찾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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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패 1 - 피로 물든 시조묘
정명섭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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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은 우리에게 영웅과 같이 여겨지는 사람이다.
그의 발자취들을 보아도 쉽게 볼 수 없는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적패]는 젊고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을지문덕과 경험이 일천하지만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태학박사 이문진이 열흘동안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을지문덕이 고구려의 시조 추모성왕의 사당을 지키는 당주로 부임한 첫날에 사건은 벌어진다.
바로 그 사당 안에서 황궁의 한 늙은 관리가 발견되고, 뒤따라 이 관리를 부검하던 늙은 의원마저 살해된 것이다.
의원의 조카 손주인 태학박사 이문진은 큰할아버지인 의원의 복수를 위해 을지문덕과 함께 살인자를 추적해 가지만...
단순한 살인사건이라고 하기엔 점점 커져가는 그림자들로 두 사람은 지치기 시작한다.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는 사건의 둘레에서 터져 나오는 단서들은 '간주리'라는 이름으로 좁혀지기 시작하고 이 이름과 함께 고구려의 내전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문서'의 행방을 찾는 권력자들의 암투가 드러난다.
과거와 과거들이 맞물려 현재를 핍박하고 미래의 위기마저 끌어 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매끄럽지 못한 연결들이 간혹 보이긴 하나 이 정도의 긴장감과 이 정도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라니 흥겹기만 하다.     
 예전에 읽었던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과 영화 <혈의 누> 역시 이 [적패]와 비슷한 역사 추리소설로 다르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이 중 [적패]가 가장 탄탄하고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적패]를 읽고 났다면 [별순검]은 입맛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탕과 커피의 관계라고나 할까. 사탕만 먹으면 달고 맛있으며, 커피만 마시면 또 커피만의 맛이 있지만 이 둘을 순서를 바꿔 먹으면 차이가 난다. 사탕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실 경우 커피는 쓴 맛만 날 것이고 커피를 마신 후 사탕을 먹으면 사탕 맛이 더욱 달짝지근하게 느껴져 불쾌함이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별순검]을 읽은 후 [적패]를 읽으면 더욱 감질맛 나는 이야기들로 신바람이 나겠지만 순서가 바뀐다면 어쩜 그 맛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옛날의 수사 방식은 현대적이지 못한 대신 관찰수사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추리방식 역시 멋지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가장 감동한 부분은... 요즘은 시신 외의 증거들과 알리바이 수사에 많이 치중하는 한편 옛날의 수사는 주로 시신에서 증거들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들의 수사과정을 따라가며 상상해 보면 '죽은 자는 말이 없다'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소 매끄럽지 않은 전개과정이긴 하였지만,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며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었고, 갑작스레 등장하는 '바보 온달' 장군의 모습도 충분히 즐거웠다. 결국 권력이란 것이 승리를 하고 말지만... 이 당시의 이야기 전개상으로는 그것이 답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를 하는 그들의 고민과 그들의 생각은 백성을 위하는 것이었고,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뿌듯하게 만들어 준다.  

아직도 법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이냐는 것은 많은 이야기거리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결국은 사람을 위한 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와 하나를 두고서 하는 고민이 아니라 둘이 어우러져 하나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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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 / 서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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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 신시야 샤피로 - 서돌
 
꽤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지금이 아니라 직장 생활에 몸담기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이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것이다.
지난 직장생활 동안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었던 많은 것들이 이 책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회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들을 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그대로 방치해 둔다고 해야 하나... 입사했다는 그 사실 하나에 안주해 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회사는 절대 자선단체가 아니다.
이익을 창출해 내고 돈을 벌기 위해 있는 곳이 바로 회사가 아니던가.
묵묵히 일만 한다고 해서 회사가 나를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 힘겹게 경쟁하여 가장 능력있는 사원으로 입사했다고 하여 그 자체로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다.
회사는 결과를 바란다.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결국 회사가 원하는 것은 돈이라는 것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하다 못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걸고 있는 병원조차도 '우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라고 외치는데, 물건을 사고 파는 회사가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이 책은 회사를 너무 믿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동감이다.
회사를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 회사는 나의 속사정을 알아주는 곳이 아니고, 내 이야기를 들어 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회사는 내게 바라는 것이 몇가지 있다.
상사와 트러블을 만들지 말 것.
회사에 복종할 것.
개인적인 문제보다 회사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것.
'나'는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것.
회사에 손실을 입혀서는 안된다는 것.
회사에 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등등이다.
그렇기에 회사는 발톱을 숨겨두고 몰래 '나'를 관찰하고 있다. 함정은 곳곳에 있는데 과연 '나'라는 사람이 그 함정에 빠지지 않고 회사가 원하는 직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님 회사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잠재적인 해고대상 직원인지, 그들의 감시는 쉴 새 없이 계속된다.
이 책은 톡톡 튀는 개성 만점의 직원이 되는 것을 자제하라 말한다. 오히려 지극히 보수적이고 일에 관해서는 철저한 완벽주의자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라 하여도 미소를 잃지 않고 대우해 주기를 원한다.
둥그런 바퀴의 부품이 되길 원하는 것이지 바퀴를 찢어버릴 조각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회사를 개인으로 본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내가 싫은 것은 회사도 싫은 것이니까.
내가 듣기 싫은 말은 회사도 듣기 싫을 테니까.
 
교양적이고 교훈적이며 교과서적인 말들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라고 한다.
단체도 중요하지만 소수도 중요하다 말한다.
돈과 지위, 권력보다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느긋함을 배우라 말한다.
그러나 회사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익을 우선시하고 마이너스적인 소수보다 조용히 단체에 합류하길 원하고, 톡톡 튀는 송곳같은 존재이기보다 많은 이들을 흩어지지 않도록 조용히 있길 원하고, 느긋하기보다 신속 정확한 일처리를 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육과 사회 사이에 이토록 괴리감이 느껴져서야 공부할 맛이 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입맛이 쓰기만 하다.
회사와 나와의 관계만을 보고 따진다면 이 책은 유용한 실용서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폭넓게 생각하게 되면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숨겨둔 회사의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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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어볼 만하지만 잘 받아들이기 바라는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26 13:53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서돌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26일 읽은 책이다.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아 술술 읽혀 내려간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봤던 사람들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면서 고개를 끄덕 거릴 수도 있겠다.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 이면의 숨겨진 얼굴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여주는 듯 하는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만약 그런 고발들로만 이..
 
 
 
나비지뢰
이정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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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라는 이름에는 늘상 붙는 꼬리표가 있다. '시인'이라는 이 꼬리표는 그를 청상 시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 그가 장편소설을 집피했다고 한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책이기에 선뜻 손에 쥐었더랬다. 전쟁터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살상무기인 나비지뢰... 그런 제목으로 이 책은 내 앞에 놓여졌다. 멋도 모르고 손에 쥐고서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될지도 모르는 무기, 나비지뢰. 그것은 준영과 미나와 수진과 지성에게 뽀얗게 내려 앉았다.

그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그려보고 있었을까? 설마하니... 나비지뢰와 같은 사랑일 거란 생각 해보았을까..?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사랑은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아픈 사랑이다. 외藥?봐야 하는 사랑. 손에 쥐고서도 목적을 위해 수단처럼 이용해야 하는 사랑. 뒤늦게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사랑. 그리고 남을 미워해야만 하는 홀사랑.... 아파하는 모습들과 상처받은 모습들로 가득한 책이지만 결국 보듬어지고 다듬어지는 마음들이라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건의 무게와 그들의 깊은 이야기만큼 흡입력이 없다는 것. '시인이라서 그런가? 시에 익숙해 있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이 책은 잔잔하다. 꼭 강물을 닮은 책이다. 그러나 작가 이정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어떤 그림들로 어떤 글들을 만들어 나갈지 꼭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마지막이 기분좋다. 나비지뢰로 상처받은 아이들은 그래도 웃는다는 것. 희망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이 두고두고 가슴을 달래준다.  

그가 혜은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 송곳처럼 다가온다.

 "결혼은 발열에서 시작해서 오한으로 끝나는 것이야.  열령히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치를 떨게 된단 말이지."

 그들의 사랑이 무섭고 아프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 말이 거침없이 다가온다. 사랑 역시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발열로 시작해서 오한으로 끝나는 사랑...  그러나 바라는 게 있다면... 발열로 시작해서 온열로 지속되는 사랑과 결혼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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