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데릭 자만이 말년에 쓴 일기.

데릭 자만은 이름은 들어봤고 작품도 본 적이 있는 거 같지만 

그래도 어쨌든 나는 이름만 알고 있는 감독. 심란하고 집중하기 힘든 영화들이지 않았나? 아님? 

막연히 그런 인상 남아 있는 거 같지만 그게 실제로 보긴 보아서 남은 인상인지도 확실치 않음. 


그런데 알라딘 중고샵에 이 책이 있었고 아마존의 어떤 독자는 

"나는 그의 영화는 좋아하지 않고 견디지 못한다. 그런데 이 일기는 내가 읽은 

일기 중 최고의 일기다. 너는 빠져들 것이다"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일기, 편지, 회고록, 자서전 

이것들 중 호평 받는 거라면 바로 사둠. 해서 이것도 사두었다. 






그가 남긴 일기를 묶은 책이 하나 더 있는데 이 책. Modern Nature. 

89년 HIV 양성 판정을 받고 부친의 죽음을 겪고 나서, 그는 런던의 소음, 소문을 떠나 영국 해변 시골 마을에 정착했고 오두막에 살면서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5년 후 94년에 타계한다. 일요일마다 오는 Brain Pickings 이메일이 전해 준 내용. 


구글 이미지에서 그의 오두막과 정원 이미지들 다수 찾아진다. 




유튜브에 저렴한 시골집 매물을 주로 올리는 채널이 있는데 

어떤 집들은 "오 마음에 든다" 같은 느낌이 바로 들기도 한다. 3천만원 이하 매물이 그렇기도 하다. 

어떻게 100-300평 대지 집들이 2천, 3천만원에 나오냐. 평당 10만원. 혹은 이하. 그럴 수도 있군요. 버지니아 울프가 

남편과 만들었던 몽크스 하우스. 나의 집. 나의 정원을 이 부부 따라해서 만들어 보는 게 아주 큰 돈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었. 



요 집도 마음에 들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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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제 카뮈가 주된 인물인 장에 와 있는데, 프랑스계 알제리인(이라고 카뮈를 규정을 한국어로 하는 거 같지가 않아지면서 좀 이상하게 들린다. French Algerian. 프랑스"계"의 "계" 때문인 거 같다. 프랑스인-알제리인, 이렇게 말해야 더 정확하겠다), 하튼 두 고국 사이에서 분열의 체험, 아버지 없이 성장했던 어린 시절 빈곤의 체험 등에 대해 말하고 나서, 이것이 그가 파리에 와서 만났던 이들, 특히 사르트르, 보봐르, 메를로-퐁티가 익숙히 알고 살아온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물론 그것의 적이 되기도 하지만) 부르주아 삶 세계와는 아주 이질적인 것임을 지적한다. 


그 점 강조하기 위해 카뮈 자신의 말을 인용하는데: 

"돈 없이 두어 해 산다면, 그것이 형성하는 한 온전한 감수성이 있다. 

A certain number of years lived without money are enough to create a whole sensibility." 


적고 보니 이 문장도 제대로 번역하기 극히 어려운 문장.

a certain number of years는 "두어 해"가 당연히 아니고 

whole sensiblity에서 whole을 "온전한"으로 말하면, 맥락 없이는 감수성의 건전함을 말하는 쪽으로 보이겠고. 

돈 없이 사는 몇 년의 세월, 그것은 인간 전체를 바꾼다. (....) 등등 여러, 번역은 아니고 번역을 향해 가는, 버전들을 적어놓아볼 수 있겠다. 


이 말은 맞겠지만, 돈 없이 사는 세월 말고도 인간 전체를 바꾸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게 강력한 말로 들리지는 않는다. 


결혼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인간 전체를 바꾼다. 

직장은 (좋든 나쁘든) 인간 전체를 바꾼다. 

.......... 바로 떠오르는 다른 예는 또 없네요. 많지 않은 건가, 인간 전체를 바꾸는 것이? 

학교는. 장소는. 집은. 


인간의 감수성이 어디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삶은 언제 훼손되고 언제 고양되는가. 정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고 혹은 파괴되는가. 

(.....) 등을 생각하게 하는 카뮈의 말. 



<실존주의 카페에서>. 좋은 책이다. 

베이크웰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느껴지게 한다. 인용 문장들 중 

그녀가 그것들 읽으면서 체험했을 강렬한 감정의 인장이 그 문장에, 주변 문장에, 찍힌 듯한 대목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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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21 1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너무 씐나네요. 커피랑 책 사진 너무 좋았는데 글도 좋고 근데 이 책 좋다 하셔서 번역본 있을까 찾아보니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로 나와 있더라고요!! 냉큼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우히히히 💃💃💃💃💃

몰리 2021-04-21 17:46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별루일 거 같아서 (베이크웰이 몽테뉴 주제로 쓴 책이 있는데 그 책 첫 페이지 보고 약간 실망...) 오래 두고만 있다가 꺼내 봤는데, 뭐랄까 이 세상 무수한 남성 저자들의 철학 논의와는 다른 면모 있다는 생각 계속 들어요. 꼭 베이크웰의 이런 식은 아니어도 다르게 철학하기, 다르게 글쓰기가 더 많아진다면

지금까지 표준 방식이던 (남자들이 만들어온) 철학하기, 글쓰기는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ㅎㅎㅎㅎ 이런 것도 혹시 망상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조용히 부드럽게 핵심을 온전히 살짝 꺼내어 그러나 오래 보는? ;;;;

유부만두 2021-04-21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본 사르트르 (만화) 전기에도 카뮈와의 갈등 / 이질감(?) 이야기가 나와요.

예전엔 pied-noir에게 별 생각 없었는데 그들 내부에도 넓은 스펙트럼으로 정체성이 갈리겠다 싶어요. 그나저나, 몰리님 서재에서 만나는 실존주의 쿨한데요?!

몰리 2021-04-21 18:22   좋아요 2 | URL
사르트르가 ˝영화적 감각˝이 있는 작가였다고 하면서 그걸 잘 보여주는 문단들을 인용하기도 하고, 여러 인용들이 있는데, 어떤 것들은 오오... 하게 되어요. 정말 잘 쓴다! 감탄의 오오.

아니 정말 사르트르는 아무리 다시 살려내려 해도 확실히 정말 ˝죽은 개˝ 아니었? 그러나 이렇게 쓰는, 이런 걸 쓸 수 있는 작가가 사르트르였으면 요즘 작가들에게 그는 신이 되어야 마땅 안함???

베이크웰이 왜 사르트르를 좋아했는지 알거 같고, 순수히 문장을 읽는 재미만으로도 그의 저술들 중 어떤 대목들은 !!!!! 하게 될 거 같아졌어요. 역시 무엇에든 그렇겠듯이 실존주의도, 실존주의가 구제되려면 실존주의를 사랑한 사람이 있어야 하겠.

2021-04-21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1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랜만에 서재 복귀하신 비연님의 칭송을 받은 책. 

(비연님, 웰컴백!) 


내겐 금시초문이었던 작가 루이즈 페니. 비연님 글 읽고 나니 

나도 꼭 그녀의 책을 그것도 꼭 The Beautiful Mystery로 갖고 있어야 할 거 같았다. 

검색하니 영어판 저렴한 중고 나와 있음. . 


그것만 사도 되었겠지만 

하필 셀러가 2만원 이상 무료배송 정책. 

2만원 넘기기 쉽죠. 어디든 쉬운 2만원 넘기기.  


세 권 주문했고 어제 밤에 도착했다. 

토마스 머튼의 Thoughts in Solitude. 

루이즈 페니의 The Beautiful Mystery. 

로버트 매시의 Catherine the Great. 


맨 아래 있는 책은 Rhys Bowen이라는 작가의 Hush Now, Don't You Cry, 이런 책인데 

"사은품"으로 넣어주셨다. 알라딘 중고 판매하시는 분들 중에 책 사은품으로 주시는 분들, 좋으신 분들. 

얼마 전엔 스티븐 킹의 Bones가 제목에 들어갔던가 하튼 잘 기억하기 힘든 하드커버 책을 "사은품"으로 

받았는데 (집 어딘가 있음) 킹이 지금 관심 저자인 것도 아니고 하튼 이게 받았다고 오오 할 책이 아니멌음에도 

오오.... 함.  


그러나 리스 보웬의 Hush Now, Don't You Cry. 누구시죠 리스 보웬? 

이 책은 부담이었다. 오오... 아니고. 아마존 검색해 보니, 책 독자 평점 매우 높고 보웬은 유명한 미스테리 작가인가 보았다.


루이즈 페니의 책은 첫문장이 이렇다. 

In the early nineteenth century the Catholic Church realized it had a problem. 


어떤가요. 전도유망한 문장 아닌가요. 카톨릭 역사가 관심 주제가 된지 어언 ㅋ 몇 달이라서 

확 끌어당겨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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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21 0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집니다. 책 구매 인증 사진은 언제나 너무나 멋져요!!

몰리 2021-04-21 09:22   좋아요 3 | URL
방금 10권 주문했. ;;;;
책 주문 잠시 안하다 해보니까 좋습니다. ㅎㅎㅎㅎ
이제 또 알라딘이 감사 적립금 천원을 쏠 거 같고. ;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언제 그럴 때가 온다면 작정하고 천천히 깊이 읽어보고 싶긴 했다.

<실존주의 카페에서>는 그래, 그래라! 자극하는 책이다.


자전적 글쓰기가 어떻게 두 사람의 실존주의의 실천이었나, 이런 얘기 하는 대목들이 있다. 

두 사람은 편지도 맹렬히 썼고 회고록도 그렇게 썼고 철학 저술에서도 사적인 경험들을 언제나 재료로 썼다. 


저 대목들 읽으면서 

우리는 모두 회고록 저자가 되어야 합니다.... 심정이 되었다. 


We should all be memoirists. 


지금 있는 곳 그만두기로 하고 나서 매우 자주 하는 생각임이다.  

여기서 훼손되었던 나의 삶에서 나올 성찰. 무엇이냐. 무엇이 나올 것이냐.  


이런 생각을 더 예민하게 하라고 

눈의 비늘을 벗겨주는 효과가 있다고 느껴진다, <실존주의 카페에서> 이 책. 



There Is...Reflections from a Damaged Life?: Adorno, Theodor, Brubaker,  Leisa, Nebgen, Jan, Hillebrand, Bruno, Malycha, Christian: 9783866787179:  Amazon.com: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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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4-21 0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하는일..다시..멤버가 되는일. 나는 무엇의 멤버가 될것인가? 나를 망가뜨릴 수는 있지만 나의 멤버는 유지해야하는 일.

유부만두 2021-04-21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les Mots는 한번 필사를 해봐야겠다 .. 맘 먹기만 수십번이에요.

몰리 2021-04-22 07:37   좋아요 1 | URL
저도 이사하면 이 책 바로 보려고요! 영어판!
보고 좋으면 불어판도! ㅎㅎㅎㅎㅎ (신났음;)

사르트르. 당연히 결함 많은 인간이었겠지만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운 인간이기도 했다는 걸, 베이크웰 책 읽으면서
분명히 알게 되는 느낌입니다.
 




오지는 오진다 채널도 자주 본다. 

여기 진행이 보기도 듣기도 편한 데다가 

내게도 매입 가능한 범위 집들이 (시골 빈집들이;;;) 소개되는 채널이라서. 


어느 영상에서 

"이렇게 창문을 열면 논뷰가 있어요" : 이러면서 창문 밖의 논 보여주던데 

.....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 자막도 저렇게 나옴. -- 논뷰가 있어요 -- 

이모티콘 (-_-; 라던가 단순히 ; 라던가) 마저도 없이, 마치 이 땅에서 누구든 

언제나 논뷰를 알았고 말해왔던 것처럼. 


non-view. 그건 뷰도 아니야. It's a non-view. 

이 해석의 가능성이 웃김에 조금 기여하는 거 같기도 하다. 


끝에서 w를 빼면 

non-vie. 이건 <몽상의 시학>에서 바슐라르가 

우리 삶의 어떤 순간들에 우리를 찾아오는 "삶이 아니었던" 무엇들의 기억, 이런 얘기 하면서 썼던 말이다. 

김현은 "非-生"으로 번역했던 거 같다. 




이사 견적 내러 오신 아저씨가 집의 책들 보면서 견적서에 뭐라 적고 나서는 

책이 굉장히 많네요. 아우. 

..... 압도적이네요. 

..... 이 책들을 내가 다 읽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으면서 나는 

..... 어떻게 되긴요. 

..... 이런 집에서 이렇게 궁핍하게 살게 됩니다. 


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말했다. 놀랍게도 그는 설득되지 않았다. 당신은 부자야, 라는 표정으로 그는 

나를 보았.  그리고 떠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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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20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논멍 때리고 싶네요. ㅋㅋㅋㅋ아득한 초록에 입이 떡 벌어졌던 일 떠오릅니다.^^

몰리 2021-04-20 19:55   좋아요 0 | URL
논뷰 ㅋㅋㅋㅋㅋ 좋더라고요. 초록과 물.
밭뷰가 조금 더 좋을 거 같아요. 그 중에서도 녹차밭뷰라면!

단발머리 2021-04-20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사가 큰 일인데 책들이 많으면 더 큰 일이 되니까요 ㅠㅠ 이게 무슨 말이래요.
이사 잘하시기 바래요, 몰리님!!!!

몰리 2021-04-21 07:3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최대 추정 2500권 정도라서 아주 많은 건 아닌데
집에 오천권, 만권씩 갖고 있는 분들은 이사할 때마다 ㅎㅎㅎㅎㅎ
아... 많은 고생을 타인에게 유발하셨. ;;;; 남은 삶에서 이사는 딱 2번만 더, 같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2021-04-21 0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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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0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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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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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07: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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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0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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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0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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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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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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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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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3 0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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