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제 카뮈가 주된 인물인 장에 와 있는데, 프랑스계 알제리인(이라고 카뮈를 규정을 한국어로 하는 거 같지가 않아지면서 좀 이상하게 들린다. French Algerian. 프랑스"계"의 "계" 때문인 거 같다. 프랑스인-알제리인, 이렇게 말해야 더 정확하겠다), 하튼 두 고국 사이에서 분열의 체험, 아버지 없이 성장했던 어린 시절 빈곤의 체험 등에 대해 말하고 나서, 이것이 그가 파리에 와서 만났던 이들, 특히 사르트르, 보봐르, 메를로-퐁티가 익숙히 알고 살아온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물론 그것의 적이 되기도 하지만) 부르주아 삶 세계와는 아주 이질적인 것임을 지적한다. 


그 점 강조하기 위해 카뮈 자신의 말을 인용하는데: 

"돈 없이 두어 해 산다면, 그것이 형성하는 한 온전한 감수성이 있다. 

A certain number of years lived without money are enough to create a whole sensibility." 


적고 보니 이 문장도 제대로 번역하기 극히 어려운 문장.

a certain number of years는 "두어 해"가 당연히 아니고 

whole sensiblity에서 whole을 "온전한"으로 말하면, 맥락 없이는 감수성의 건전함을 말하는 쪽으로 보이겠고. 

돈 없이 사는 몇 년의 세월, 그것은 인간 전체를 바꾼다. (....) 등등 여러, 번역은 아니고 번역을 향해 가는, 버전들을 적어놓아볼 수 있겠다. 


이 말은 맞겠지만, 돈 없이 사는 세월 말고도 인간 전체를 바꾸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게 강력한 말로 들리지는 않는다. 


결혼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인간 전체를 바꾼다. 

직장은 (좋든 나쁘든) 인간 전체를 바꾼다. 

.......... 바로 떠오르는 다른 예는 또 없네요. 많지 않은 건가, 인간 전체를 바꾸는 것이? 

학교는. 장소는. 집은. 


인간의 감수성이 어디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삶은 언제 훼손되고 언제 고양되는가. 정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고 혹은 파괴되는가. 

(.....) 등을 생각하게 하는 카뮈의 말. 



<실존주의 카페에서>. 좋은 책이다. 

베이크웰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느껴지게 한다. 인용 문장들 중 

그녀가 그것들 읽으면서 체험했을 강렬한 감정의 인장이 그 문장에, 주변 문장에, 찍힌 듯한 대목들도 많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1-04-21 1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너무 씐나네요. 커피랑 책 사진 너무 좋았는데 글도 좋고 근데 이 책 좋다 하셔서 번역본 있을까 찾아보니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로 나와 있더라고요!! 냉큼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우히히히 💃💃💃💃💃

몰리 2021-04-21 17:46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별루일 거 같아서 (베이크웰이 몽테뉴 주제로 쓴 책이 있는데 그 책 첫 페이지 보고 약간 실망...) 오래 두고만 있다가 꺼내 봤는데, 뭐랄까 이 세상 무수한 남성 저자들의 철학 논의와는 다른 면모 있다는 생각 계속 들어요. 꼭 베이크웰의 이런 식은 아니어도 다르게 철학하기, 다르게 글쓰기가 더 많아진다면

지금까지 표준 방식이던 (남자들이 만들어온) 철학하기, 글쓰기는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ㅎㅎㅎㅎ 이런 것도 혹시 망상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조용히 부드럽게 핵심을 온전히 살짝 꺼내어 그러나 오래 보는? ;;;;

유부만두 2021-04-21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본 사르트르 (만화) 전기에도 카뮈와의 갈등 / 이질감(?) 이야기가 나와요.

예전엔 pied-noir에게 별 생각 없었는데 그들 내부에도 넓은 스펙트럼으로 정체성이 갈리겠다 싶어요. 그나저나, 몰리님 서재에서 만나는 실존주의 쿨한데요?!

몰리 2021-04-21 18:22   좋아요 2 | URL
사르트르가 ˝영화적 감각˝이 있는 작가였다고 하면서 그걸 잘 보여주는 문단들을 인용하기도 하고, 여러 인용들이 있는데, 어떤 것들은 오오... 하게 되어요. 정말 잘 쓴다! 감탄의 오오.

아니 정말 사르트르는 아무리 다시 살려내려 해도 확실히 정말 ˝죽은 개˝ 아니었? 그러나 이렇게 쓰는, 이런 걸 쓸 수 있는 작가가 사르트르였으면 요즘 작가들에게 그는 신이 되어야 마땅 안함???

베이크웰이 왜 사르트르를 좋아했는지 알거 같고, 순수히 문장을 읽는 재미만으로도 그의 저술들 중 어떤 대목들은 !!!!! 하게 될 거 같아졌어요. 역시 무엇에든 그렇겠듯이 실존주의도, 실존주의가 구제되려면 실존주의를 사랑한 사람이 있어야 하겠.

2021-04-21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1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