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건축탐구 출연하는 임형남 건축가 그렇게 막 엄청 웃기다는 생각 한 적 없는 게 같은데 

오늘 이거 보면서 이 분 하시는 말씀 때문에 몹시 즐거워졌다. 아 정말 슬픔이 없는 십오초. 삼십초. 삼분. 삼십분.



연속 에피 중 이것이 3편인데 

1편에서는 정읍에 사는 3대 가족이 출연한다. 1편에서도 웃겼다. 

부모님 집이 먼저 지어졌고 부모님은 집앞 비탈진 땅에 꽃밭을 가꾸었는데 딸 내외가 서울에서 내려와 같이 살고 싶어한다. 꽃밭터에 딸 집을 지어야 하겠는데 일반적인 집을 지으면 부모님 집의 시야가 차단됨. 그리하여 땅에 묻는, 실질적으로 반지하 집을 짓기로 결정함. 마침 사위가 건축가여서 반지하로 지었지만 아름답고 좋은 집을 짓는다. 


반지하로 짓겠다 결정할 때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는 말을 사위가 하자 임형남 건축가가 

"묻어, 묻어버린다 (ㅎ핫)" 뭐랄까 너무 뻔해서 예상 못하는, 잘못하면 짜증스러울 거드는 말씀을 하심. 

..................... 아 이게 왜이렇게 웃겼나 모르겠네요. 


3편엔 나는 처음 보는 유형의 우정이 등장한다. 70대 요리연구가와 40대 (아마) 건축가의 우정. 

어머니 뻘인 어른과 아들 뻘인 어른 사이의 우정. 여기서 웃겼던 임형남 건축가의 말씀은 "간장을 달이기 좋은 곳이라..". 


웃음은 정말 은총이다. 

순간의 은총. 우릴 웃게 하는 사람은 구원자다. 그렇고말고. 


나이 들면 정읍으로 가도 좋겠고 청도로 가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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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4-30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수라 백작에 비유하시다니^^ 건축가분의 입담도 즐겁네요

몰리 2021-04-30 16:31   좋아요 1 | URL
뭔가 고다르 풍이시구요 ㅎㅎㅎㅎ
저렇게 살 수 있구나, 저렇게 살고 싶다.
인생의 마지막은 저렇게. 인생의 마지막 10년은. ㅎㅎㅎㅎ 이러게 되었었어요.

수이 2021-04-30 2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게 사람인가보다 싶어져요 영상 다 보고나니, 저도 제 간장이 발효되는 공간을 얻고 싶어지네요.

몰리 2021-05-01 07:40   좋아요 1 | URL
1-2인 가구, 많아야 4인 가구인데 장독대가 필요함? 된장, 간장이 항아리 단위로 필요함? 장독대는 그냥 풍경의 일부 아님? 빈 항아리라도 놓으면 예쁜? (...) 이랬었는데 시골집 영상 많이 보면서 왜 필요한가 알기 시작했어요. 문성희 요리연구가님이 바람과 온도가 중요하다 얘기하는 대목에서, 아아아 간장만이 아니라 인간도요! ;;;; 하게 되기도 하고요!

han22598 2021-05-01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성희 요리연구가님...표정이 참 좋으시네요. 나이 들어서 저런 인상 가지고 싶어지는 욕심. 맘대로 안되겠죠 ㅠㅠ

몰리 2021-05-01 11:36   좋아요 2 | URL
그쵸그쵸???
잘 살아오신 분이구나 하게 되더라구요.
˝자기 주장 강하다˝ 이런 표현 연상시킬법한 목소리와 말투이신데 파워트립과는 담쌓고 살아오신 거 같은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샘으로 모시고 싶. ㅜㅜ 가서 옆집에 살고 싶.

han22598 2021-05-04 00:39   좋아요 1 | URL
그분과 가까이 하려면, 적어도 저런 집 한채는 지어드려야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리 2021-05-04 07:41   좋아요 1 | URL
샘 연세 보고 나서, 이 집이 내가 살 마지막 집이다 생각했다던 말씀에 들던 안도감 ㅎㅎㅎㅎ 의 정체가 이것이었. 샘, 제가 그냥 그리고 가기만 하면 되겠?? ;; 그런데 정말 청도도 참 좋아보였어요. 좋은 곳이 너무 많ㅋㅋㅋㅋ

han22598 2021-05-04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북풀이 불편한게...왜 답글달기는 안될까요? 저만 안되는걸까요? ㅠㅠ) ...요즘 시골의 좋은 집들 보면 정말 건축이라는 거 좀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공간의 재구성. 재창조 머 이런 느낌이에요. 저는 어릴때에 시골에 자라서 저런 풍경은 너무 익숙한데 똑같은 풍경이 다른 느낌이 들게 만들기도 하고 더 좋아보이게 만드는 게 건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암튼, 삽들고 쳐들어 갑시당 ㅋㅋ 샘 집 옆에 만들러

2021-05-04 0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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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05: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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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2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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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0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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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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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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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0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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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0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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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0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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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07: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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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1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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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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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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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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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0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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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04: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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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0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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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1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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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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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2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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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터다이크 인터뷰집 Neither Sun Nor Death, 첫번째 인터뷰가 이 책 논의로 시작한다. 

"96년 출간된 당신의 책 <자기 실험>엔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있다. 자발적 신체 훼손이 일어나는 차가운 실험실을 나는 연상하게 된다.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 이것이 그 책의 주제같기도 하다.(...) 파편화와 통합성. 당신의 철학은 파편화와 통합성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서 원천을 찾는가?" 


<자기 실험>은 영어 번역, 한국어 번역 안된 책이다. 인터뷰집 읽기 전 슬로터다이크 책들을 어느 정도 

읽으면서 영역된 그의 책들 서지 파악해 두었었고, 하여 독일어로만 존재하는 이 책 <자기 실험>은 

제목을 기억할 의지도 일지 않던 책. 모든 책은 바로 번역되어야 한다. 1언어로만 존재하는 모든 책에 역자를 보내라. 

올해 안에 모든 책에 번역이 있게 하세요. 


고달픈 재미라도 재미가 있는 책이긴 하겠지만 

고달픔이 지금 감당 안될 고달픔일 수도 있겠지. 아예 알지 말자. 

구글 번역 돌리면 어떤 책인가 대강은 알겠지만 구글 번역 돌리지 말자. 


했다가 어제 인터뷰집 다시 읽던 동안 아마존 독자 리뷰 찾아서 구글 번역 돌려 보았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든다. 독일어 책들 중에도 이런 표지 책들이 있구나. 주어캄프의 이런 책들 





2색, 3색이 다인 이런 표지와 달리 

색들의 축제 같은 표지를 한 책도 있구나. 


구글 번역 돌려 보니 <자기 실험>도 인터뷰집이었고 

한 리뷰에 따르면 너무도 재미있는 책, 파티같은 책이라고 한다. 

"즉석에서 이런 생각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일 것이다" 이런 말도 한다. 


파티같은 책. 그렇다면 그림의 책일지라도 구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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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4-30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표지가 파티각! ㅋㅋㅋㅋㅋ 원저자도 그렇지만, 이럴때는 번역자들도 칭송받아 마땅하지요.

몰리 2021-04-30 06:53   좋아요 0 | URL
번역가는 계몽의 전령이다??

굉장히 유명한 말이지만, 정확히 기억 못하겠는 유명한 말!
실러가 했다던가 괴테가 했다던가. 지금 막 별별 검색을 다 해봤는데 찾지 못했어요. ㅎㅎㅎ 그런데 어쨌든 정말 번역가가 하는 엄청난 역할. 뛰어난 번역을 남기신 분들에게 경의를. 비오는 금요일엔 빨간 장미;를 번역가에게.
 





일단은 페이퍼를 연달아 써야 하긴 하는데 

그래도 빨리 회고록 장르에 속할 글도 써야겠다, 써야 한다는 생각 늘 하고 있다. 

사르트르의 <말>이 진짜 엄청난 도움 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가 하듯이 툭툭 말하기. 

이 화법의 능란한 사용자라면 못할 말이 없을 거 같음. 어떤 훼손이든 훼손없이. 온전히. 


사르트르도 재평가되는 중이겠지만 

보봐르는 맹렬히 재평가, 철학적 복권, 진행중. 위의 책 포함해서 

주요 저술 전부가 보봐르 시리즈로 올해 출간되었다. 


<제2의 성> 옛 영어번역 사서 갖고 있었는데 (지금도 갖고 있나 불분명) 

나중에 찾아지더라도 상관없게, 새번역이 나와 있고 새번역으로 사고 싶은데... 했더니 

새번역 나와 있음. 이미 오래전 2011년 간. 옛 번역은 "깊이 결함있는 deeply flawed" 번역으로 

알려졌었다. 표지 이미지들 중에서는 아래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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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4-28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도 저걸로 갖고 있더라구요. 영어 잘해서 얼른 읽어야 하는데;;;

몰리 2021-04-28 14:16   좋아요 2 | URL
새번역 굉장히 호평받는 거 같고
그에 반해 옛번역은 진짜 한숨나게 한심한 대목들이 (남자가 했나 본데 자기 마음대로 왜곡, 창작하는...) 많다는 듯해서, 번역 놓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씩 꾸준히, 매일매일 공부합시다.
 



한옥 별로 안 끌려서 

한옥으로 뭘 하든 심드렁했었는데 유튜브에서 보낸 시간 길어지면서 달라지기 시작하는 중이다. 

서까래 살리면서 리모델링, 이런 거 심란하기만 했었다가 이제는 좀 뭔가 매력적. 심지어는 

이게 집의 원형인가보다 같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한국인에게는. 선과 면, 공간 분할 이런 게. 

뭐랄까 "깊이 만족스러운" 그런 느낌 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양옥 집은 우리에게 대용일 뿐이었? 


저 집도 마음에 들고 아침 저녁으로 마당 한바퀴 돌면 "깊이 만족스러운" 느낌 들거 같은 집. 

11분 지점에 거실 구석에 설치된 드럼 세탁기 나오는데, 이게 또 뜻밖에, 불시에, 충족감 주는 장면이었다. 

세탁기 크기에 딱 맞게 공간을 짰는데, 아 그걸 보기만 해도 충족감. 빨래 돌릴 맛이 나겠군요. 빨래 넣고 꺼내면서 

복도를 오가는 맛이 나겠습니다. 


이런 동영상에 달리는 댓글들 보면, 궁금했지만 알 수 없던 것 알아지는 느낌 들기도 한다. 

시골이라고 다 텃세 심한 건 아니고 서로 도시보다 더 소닭보듯 하는 동네도 있고 --> 오호 그렇군요.  

어떤 댓글은 십년째 시골에서 산 다니고 텃밭 일구면서 살고 있는데 이런 삶이 지금도 여전히 설렌다고 

하고 있었다. 오호 그렇군요. @@ 



나도 그러기로 결정하면 이렇게 살 수 있음을 알면서 본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 만족감이 있다. 삶의 훼손이 지속되었던 지난 세월 동안 "극빈층으로 전락" 이거 진짜로 진정한 공포였었다. 그만두기로 하고 나서, 그것만으로도 시작한 변화가 있는데 저 공포와 함께 살았음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가 명확히 자각함. ㅎㅎㅎㅎ 하튼 그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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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28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올려주신 영상 눈이 즐겁네요ㅋㅋ 세탁기 위 공간을 저렇게 해서 활용할 수 있는것! 보는것 만으로도 만족감이 마구 올라옵니다ㅋㅋ예전에 드라마 <궁>에서도 한옥이 참 이뻤어요!

몰리 2021-04-28 16:03   좋아요 1 | URL
그쵸? ㅎㅎㅎ 세탁기 위 공간도 마음에 들고 세탁기 공간과 부엌이 그렇게 연결되는 것도 충족감! 바베큐장 보면서, 파티하고 싶어지고. 비오는 어느 날 바베큐장에서 커피 마시면 행복할 거 같고. 마루에 앉아서 개 뛰어노는 걸 보아도 좋을 거 같고. 아 가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지는 집!
 




사르트르의 <말>. 

대학 시절 샀던 펭귄 영어판 갖고 있다. 그가 안겨 있는 남자가 아마 그의 외할아버지. 

그 옆은 아마 그의 외할머니. 


오래 전 읽은 흔적이 있는데 

서른 전이라면, 오 이것은 이 세계의 불편한 진실을 경이롭게 전하는 문장이라고 감탄했을 법한 구절들에 밑줄. 


그를 애지중지한 걸로 알려져 있는 외할아버지. 

그 외할아버지의 자기를 향한 애지중지함에 대해서 

"그는 (나를 사랑한게 아니라) 나를 통해 실현되는 그의 너그러움을 사랑했다.

he adored, in me, his generosity." 


그의 어머니는 19-20세 나이에 그를 임신하고 낳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첫돌(... 사르트르의 첫돌;;)도 되기 전에 죽었을 것이다. 8개월? 

그의 어머니는 그래서 부모의 집으로 아기 사르트르를 안고 돌아(들어) 오는데, 어머니 집안의 계보를 정리하고 

각 인물의 특징, 인물들 간의 관계에 대해 말해주는 게 앞의 5페이지 정도의 내용. 


그냥 처음부터 "잃어버린 환상"의 세계다. 

사르트르가 얼마나 그걸 의도했나 모르겠지만, 어떤 대목은 순간 현실 웃음 나게 웃기기도 하다. 

"이들의 세계에서, 과부가 미혼모보다 나았던 건 사실이나 그러나 아주 조금 나았을 뿐이다" 

"그 집엔 방이 세 개 있었다. 할아버지 방. 할머니 방. 그리고 애들 방. 어머니와 내가 애들 방에 속했다. 그 방은 원래 내 방이고 내 방에 어머니가 배정된 것이다."   


저런 얘기가 (영어 문장도 독특한데 불어 문장은 아마 더 명확히 그렇겠지요. 오직 좋은 의미로만 독특할 듯) 툭툭 이어진다. 이 책 읽고 나면 사르트르를 경배하게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이 책만 읽고 싶은데 

슬로터다이크 책이 더 급해서 이것도 보기 시작했다 (위 이미지에 밑에 하얀색 책등). 인터뷰집 . 

읽은 책이지만 읽음과 안 읽음은 별 차이가 없.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아래 인용은 --의 -- 가 출전이다. True or False?" 이런 질문에 80% 가능성으로 맞게 판단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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