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고 읽지 않은 과학 책들도 많다. 이것도 있는데, 이건 표지는 

어쩐지, 어딘가 조금은, 위협적이지만 실제로 읽어 보니 거의 아동 도서 풍이다.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 풍. 

중학생은 아니라도 고교생부터는 대상 독자로 생각했을 거 같은 책. 

빠져들어 읽는 과학 취향 어린이들이 곳곳에 있을 책. 


















번역판 표지 이미지 옮겨 오려고 했더니 복붙이 안되어서 알라딘 상품 이미지로. 

번역판 표지가 뭔가 더 "얘들아 어서와" 느낌이기도 하다. 


<응용 합리주의>에 전기, 전자기에 대한 논의도 있어서 

이미 집에 있는 이 책 같이 보면 좋겠어서 보기 시작함. 


"패러데이와 맥스웰은 각자 자기 몫의 전기작가들을 매혹했다. 그럴 만하다. 이들은 천재였지만 또한 동시에 존경스러운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관대한 영혼들이었다. 이들은 보는 이를 감염시키는 열정과 함께 과학을 했다. 이들이 발산하는 매혹 앞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 그리고 세계에 대해 더 만족감을 느꼈다." 


저런 내용이 서두에 있다. 아.... 번역이 잘 안되니 

원문을 일부라도 옮겨 오면: Aside from their genius, both were admirable, generous-spirited men who conducted their science with infectious enthusiasm and exuded the kind of charm that made people feel better about themselves and the world in general. 


오늘 온종일 채점을 했는데 

"시간의 체험" 주제로 주었던 작문 과제 중에 "그와 함께 하는 1분도 견딜 수 없을 사람과 1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며 그 1시간 동안 그는 내게 무엇을 했는가. 그의 말은 어떻게 모두 어김없이 악취를 풍겼는가.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열정, 매혹. 그리고 모든 단어가 쓰레기가 되게 하는 사람과의 한 시간. 

이게 뭔가 기록할 가치가 ;;; 있는 대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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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courses에서 출시한 강의들 중에 

특히 더 효자상품, 스테디/베스트 셀러들이 있는데 

이 <과학의 즐거움> 강의가 그 중 대표일 거 같다. 


어제 1강 들어보았다. 

과학이란 "way of knowing"에 관한 것이고, 그 "way of knowing"을 위한 과학의 "방법"이 있고, 미국 시민 모두에게 과학적 문해력이 요구되고, 그 문해력과 함께 과학 교육의 개혁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얘기 체계적이고 압축적으로 하고 있었다. 막연하게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었. 다시 들어봐야 하고 강의 자료도 보면서 하튼 좀더 "각잡고" 봐야 할 내용이었다. 이것도 스프링 제본이 필요하다. 가슴에 확 와 닿은 두 대목이 있었는데, 하나는 어떤 질문들은 과학적 질문이 아니었다가 과학적 질문이 되기도 한다던 얘기. 그런 질문의 예로 교수는 "우주의 기원"을 들었다. "우주의 기원"이라는 문제는 20세기에 들어서야 (허블 망원경과 함께?) 과학의 질문이 될 수 있었다. 그러기 전에 그것은 공허하고 한가한 질문이었다. 예를 하나 더 추가하면 "의식 (consciousness)"의 문제는 현재 과학적 질문이 아닌데, 아마 곧 과학적 질문이 될지 모른다고 교수는 덧붙였다. 


다른 하나는, 무엇보다 좋은 질문들이 과학을 풍요하게 하고 과학을 앞으로 이끄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과학은 여성 과학자, 소수 집단 과학자들을 적극적으로 과학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던 얘기. 새로운 관점의 유입이 부단히 필요하다. 


이런 얘기 듣는 게 정신 건강에 막대히 도움이 된다. 

부정적 감정들에 장악될 거 같을 때 이런 얘기 들으면, 그 감정들을 차단 혹은 정화할 수 있다. 


세상엔 좋은 것들이 있고 특히 인간 정신이 성취한 좋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자기 삶과 직접 연결되게 해야 한다는 것. 남의 일이 아니게 해야 한다는 것. 

그것들을 내가 직접 살아 보아야 한다는 것. 


그걸 남의 일로 만드는 모두에게 맞서야 한다는 것. 

------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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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살고 있는 나무. 

이걸 이사한 집에서 매일 눈으로 보는 중이다. 

새가 많은데 그래서 새 소리도 계속 들리고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까마귀도 있는지 주로 시끄럽지 좋은 소리가 아니다. 까악 까악 (아마 까마귀), 지절지절 꺄르르 (듣기 좋은 지저귐) 중 앞 쪽이 압도함. 그런데 새들과 눈을 마주칠 만한 거리에서 새들이 가지와 가지 사이를 오가는 걸 보는 건 신기하긴 했다. "bird watching"이 진지한 여가 활동이 된다는 게 이해가 되었다. 어두운 녹색 잎들, 빽빽한 나뭇잎들 사이에서 하늘색 주황색 깃털 색이 오묘한 새가 출현하는 순간. 가장 흔한 새여도 그 순간이 특별하다면 보기 쉽지 않은 새를 어쩌다, 마침내, 보게 되는 건 정말 특별하겠다. 자기가 왜 "bird watching"에 빠져들었나 말하면서 리처드 로티가 강조한 게 저런 것이기도 했다. 


근처에 복사, 스캔, 제본하는 집이 있는데 양면 복사가 30원이다. 

연희동에서 이용했던 복사집은 단면 복사에 100원이었다. ㅎㅎㅎㅎㅎ 30원, 100원(200원) 차이에 행복하게 놀랄 수 있다. 이 복사집은 스캔을 하면 처음 5페이지는 페이지당 200원이었나 500원이었나 그렇고 그 장수를 넘어가면 페이지당 100원이었나, 하튼 복사 따로 스캔 따로 요금 체계가 있었다. 둘 다 이해할 수 없고 비쌌음. 집에 프린터(스캐너, 복사기) 둘 공간이 없으니 그 집 자주 이용했는데 어떤 땐 뭐가 이렇게 비싸, 한탄하면서 나오게 되던 집. 그냥 때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었던 걸 수도. 이사하면 복합기를 하나 사려고 했지만 지금 집에도 그걸 둘 공간이 마땅치 않다. 그런데 근처에 저렴하고 잘 해주는 복사집이 있어서 잘 이용하고 있는 중. great courses에서 제대로 들어봐야 하는 강의들 pdf 자료를 이 복사집에서 스프링 제본해서 보고 있다. 앞으로도 제본할 거 아주 많다니까 복사집 아저씨가 매우 좋아하셨다. 계속 보내라고. 다 바로 바로 해주겠다고. 


저렴하게 스프링 제본 잘해주는 집. 

이런 집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도, 그게 이렇게 좋은 것이다. 

제본도 제본인데, 스캔해서 pdf 파일로만 갖고 있어도 될 책들. 그냥 버려도 되겠지만 스캔 비용이 저렴하다면 스캔해서 파일로 갖고 있다면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마음 편해질 책들. 이런 책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어서 안도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책들 비워내는 것만으로도 책장에 공간이 생길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거 실감하게 되고 

인생이 2막에 갑자기 끝날 수도 있다는 것도 (히친스에게 그랬듯이) 실감하게 되고 

.... 그렇다. 이런 때일수록 만족감, 행복감을 (부질없는 종류일지라도) 적어두면서 버티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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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1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프링 제본.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 ㅎㅎㅎㅎㅎㅎ 그립네요.

몰리 2021-06-17 18:23   좋아요 0 | URL
아름답고, 게다가 저렴합니다! ㅋㅋㅋㅋㅋ 아 만약 미국에도 해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 있긴 있을 거 같아요) 적어도 한국의 세 배일 듯.
 



바슐라르의 상상력 주제 책들은 거의 다 읽었고 그 중 여럿을 여러 번 (<공간의 시학> 같은 건 어쩌면 스무 번도 넘게) 읽었는데, 과학 철학 저술들엔 아직 안 읽은 것들이 있어서 분발하는 중이다. "이걸 아직 안 읽은 네가 부럽다" : 이 감정 비슷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느낌. 긍정의 과잉. 


<응용 합리주의>. 이거 엄청난 책입니다.

쓰는 동안 바슐라르 자신 여러 번 은밀히 웃었을 거 같은 책. 

마지막의 웃음. 승자의 마지막 웃음. 


과학적 사유. 과학적 사유가 실현하는 합리주의. 그 합리주의의 심리학. 

... 대강 저런 주제 탐구하는 책인데, 많은 대목에서 참으로 기묘하고 기묘한 유머가 있고 

저 아래에서는 정신의 평등주의와 보편주의가 맥박치고. 


깊이 잘 이해한다면, 이 책 하나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단행본 분량 연구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철학의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그러는 사람이 나오지 않은 책. 

진짜 역량 있는 저자라면, 그 연구서도 고전이 되게 쓸 수도 있을 만한 책. 


나야 그저 후덜덜 조금씩 천천히 읽고 있을 따름. 


그런데 가령 이런 대목: 

"합리적 사유는 정신의 자산(asset)이 아니라 수입(income)에 관한 것. 그것은 사유의 생산력에 관한 것."


내가 무산자(무자산자)이고 

그렇다고 수입이 있느냐, 수입도 없....; 무산자이며 무소득(이 아니라면 어쨌든 저소득, 곧 본격 무소득이 예정된)자인데, 자산은 영원히 없겠지만 수입은 혹시 미미하게 증가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 보니 바슐라르의 저런 표현이 확 와닿았던 것일까? ;;;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하튼 나는 그의 저와 같은 주장에 웃었고 울었고 삶이 바뀐다고 생각했다. 


거믜 뭐랄까, 일망타진하는 느낌인 주장인 것이다. 그 일망타진의 대상은..... (이건 나중에). 


.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다락방님이 구매하신 거 보고, 때를 놓치지 않고 바슐라르 영업 한 번 더! 

요즘 영어권 연구자들은 "바슐라르 르네상스"를 말하기도 합니다. 얼른 오세요, 바슐라르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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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에서는 흔하다는, 마당으로 끌어오는 시냇물. 마당에서 흐르는 시냇물. 

아주 너무 좋고 신기한데 유튜브에서 보고 나서 다시 보고 싶지만 찾을 수 없다고 서재에 얼마 전 썼었다.


ebs가 취재해 줌. 

6:25 지점에 등장한다. 집에서 흐르는 시냇물에 할머니가 쌀을 씻으심. 

쌀을 씻어도 되는 깨끗하고 좋은 물이라고 말씀하심. 


이 마을은 마을 빨래터가 좋고 여전히 널리 쓰이는 마을. 

빨래터가 마음에 들어 몇 년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이사온 주민도 있는 마을. 


나는 빨래터 애호(극호) 하는 자. 빨래터 보여주는 이 영상에 감사함. 


어린 시절, 외가집이 같은 동네에 있었다. 우리집에서 어른 걸음으로 7분? 

외가집은 또 하나의 집 같은 집이었다. 외가집에서 자고 싶어지면 외가집에서 잔다고 말하고 외가집에 갔었다. 본가는 시대의 흐름대로 변화했지만 외가집은 아니었어서 가마솥 아궁이도 있었고 다락방도 있었고 툇마루도 있었고 외양간도 있었고 외양간 옆에 재래식 변소 있었고 펌프도 있었. 우물이었으면 더 좋았을. 


어느 겨울 날 아무도 없던 외가집에서 아랫목 이불 밑에 들어가 있다가 

갑자기 나는 빨래를 하고 싶어졌고 빨래 거리를 찾아내서 대야에 담고 냇가로 갔다. 

냇가가 외가집 바로 옆이었. 외가집 문을 열고 나오면 왼쪽에 둑방을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계단을 올라갔다가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 냇가였다. 돌들 사이에 얼음이 얼어 끼여 있지만 물은 졸졸, 좔좔, 잘 흐르던 그 날의 냇가.  


손 시려 죽는 줄 암. 

예상 못한 손 시림, 손 시림의 고통에 분노하면서 맹렬히 빨래를 하고 

돌아와서 빨래는 그냥 어디 두고 다시 아랫목으로 들어갔던 거 같다. 

이렇게, 이런 식 혼자 노는 날들이 많았다. 


외가집 말고 친가쪽 친척들도 같은 고장에 살았는데 

이 분들의 마을은 차로 한 10-15분? 걸어서는 6-7시간 거리였다. 한 여덟 살 쯤엔가 이 거리를 한 번 실제로 걸었다. 가족 일행이 걸었는데 ㅎㅎㅎㅎㅎ 아무리 가도 가도 계속 길 위였다. 도착하자 밤이었. 


암튼 이 마을엔 마을 입구에 우물이자 빨래터가 있었다. 

우물은 왜 그 (따로 명칭이 있을 거 같지만) 두레박을 넣어 물을 긷는 땅 속에 물이 있는 우물 말고 노천 우물이었다. 거의 정사각형, 애들 눈에는 거대한 돌로 된 수조였고 그 옆으로 꽤 정교하게(?) 빨래를 위한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마을에 갈 때마다 꼭 이 우물 옆에서 놀아야 했. 물이 흐르게 되어 있는 작은 수로 같은 것들 만지면서. 


이 비슷한 시설들을 유튜브에서 빨래터로 검색해서 몇 번 보았다. 

무엇이든 신비하게 보는 어린이의 눈으로 다시 보고 다시 놀아보고 싶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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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05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메, 저 이번에 한국 갔을때 아빠의 고향마을 들렸다가 빨래터 찍어왔는데....
저기 하가마을 빨래터보단 아담한 사이즈인데, 여전히 그곳에서 빨래를 하러 사람들이 오고간 흔적들이 남아있더라고요...

몰리 2021-06-07 17:10   좋아요 1 | URL
화순 저 마을 처럼 걸어서 몇 걸음에 맑은 물 빨래터가 있다면
적어도 빨래의 반은 (큰 옷 빼고는. 그러면 거의 다인가) 거기서 하게 될 거 같기도 해져요. 마을 사랑방 같은 빨래터면 덜 가겠지만 개인 전용 같다면 매일 갈지도!

헹구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그 느낌!
물에 넣어 흔들면 바로 깨끗해지는! ;;;;;; 그 느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려고 해요!

2021-06-09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8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9 0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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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 2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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