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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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르네 묄레르, 엘렌 옐텐, 그리고 잭 할보르센. 저를 요덕후로 만든 [스노우맨] 에 등장한 이 세 사람의 과거가 전부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리디머]입니다. 이미 [데빌스 스타]에서 엘렌 옐텐의 사연은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스노우맨]으로 연결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을 느끼셨을 겁니다. [스노우맨][팬텀]을 지인에게 선물했더니, 비아르네 묄레르는 누구야, 엘렌 옐텐은 뭐고, 잭 할보르센은 어떻게 된거야아아아!-라고 물어서, -, 일단 [데빌스 스타]를 읽고 기다려-라는 답밖에 주지 못했었어요. 드디어 저의 궁금증이 풀리는 것은 물론, 지인의 질문에도 답을 해줄 수 있게 되었네요. 하지만 약간은, 그 답을 조금은 더 있다 알았어도 될 뻔했다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해리 홀레를 유령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의 그림자, 그 그림자의 목적은 해리 홀레 자체가 아니라 그를 외롭게 만드는 것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리만을 비껴나갑니다. 어쩌면 [팬텀]의 해리가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마음을 먹었을지 짐작이 가게 만드는, 안타까운 운명입니다.

 

리디머-구원자, 구세주라는 의미라고 해요. 한 소녀가 끔찍한 일을 당하고, 시간이 흘러 어떤 남자가 누군가들을 암살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조용히, 소리 없이 일을 처리하는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단 하나의 임무. 그리고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실수 없이 일을 해냈다고 자부하죠. 하지만 일어난 계산 실수. 덫에 빠진 남자가 허우적대는 동안, 해리 홀레의 신변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오랜 시간 그를 감싸주고 보호해주었던 비아르네 묄레르가 떠나고 후임 경정 군나르 하겐이 부임해요. 규칙을 중시하고 엄격해 보이는 새 상사와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는 안중에도 없이, 해리 홀레는 지금까지와 같이 사건을 수사합니다. 거리에서 총을 맞은 구세군 남자.

 

술과 죽음에 찌들어 있었던 그 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리디머]에서의 해리 홀레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고 활동적입니다. 엘렌 옐텐을 잃기는 했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프겠지만, 경찰 생활에서 동료가 희생당하는 것을 각오하지 않은 형사는 없기 때문일까요. 당연하게도, 그는 자신에게 닥쳐올 일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고 있습니다. 독자인 우리는 알고, 그는 모르고 있는 해리 홀레의 불행과 고난. [리디머]는 이후 해리 홀레를 술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연결고리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후 그의 변화된 모습을 떠올린다면 그럴만하다고 고개를 주억거려 주실 지도.

 

늘 그렇듯 이야기가 거대합니다. 전개를 따라가면서 짐작한 것은 하나도 맞지 않았고,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어요. 억눌린 욕망이 어떻게 비틀린 형식으로 나타나는지 과감 없이, 잔혹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끝이 아님을 드러내는 요님의 술수에는 그야말로 딱 걸려들고 말았네요. 어째서 해리 홀레에게 이렇게 아픈 상처만 남기는 건지, 언젠가는 해리를 정말 해고시켜 버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져요.

 

해리는 자신이 선택한 행동으로 과연 구원을 얻었을까요. 그것이 과연 구원으로 연결되는 길이었는지, 아니면 그를 오랜 시간 더 괴롭게 만들 선택이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이미 해리 홀레를 제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을 만큼 깊이 애정하고 있는 캐릭터로서 언젠가는 그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두께와 여러 등장인물들로 아직까지 해리 홀레에 입문하지 못하고 있다면 시리즈가 순서대로 빈틈없이 채워진만큼 꼭 시작해보시기를 추천해요.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요 네스뵈와 해리 홀레의 세계에 오신 것을 부족하나마 제가 격하게 환영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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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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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집 곰돌군이 자주 내뱉는 말들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이거 뭐야! 이거 뭐야! 우와. 저는 이사카 고타로의 이 [화이트 래빗] 읽으면서 제가 곰돌군이 된 줄 알았어요. 저도 모르게 이거 뭐야! 이거 뭐야!-를 연발하며 읽었다지요. 작가가 쓴 한국어판 서문에 이미 그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10대 시절에 읽은 미스터리 소설 가이드북에 아이라 레빈의 데뷔작 [죽음의 키스 A Kiss Before Dying] 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누워서 읽다가 어느 부분에 다다르면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 ......그때의 기억이 내내 남아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언젠가 저도 그렇게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마음먹었고,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작품 [화이트 래빗]을 완성했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모두 느끼셨겠지만, 이 소설은 그가 목표로 한 것을 이루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여겨집니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이거 뭐야!-!- 등의 감탄사로 저는 충분히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니까요. ‘수수께끼와 묘수, 놀라움이 가득한 이 작품은, 한동안 등한시했던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름을 다시 마음에 새기자고 다짐하게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일명 흰토끼 사건이라 불리지만 아무도 흰토끼 사건이라 부르지 않는 인질 농성 사건을 둘러싼 한밤의 이야기. 일단 유괴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우사기타 다카노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유괴를 업으로 삼는 조직에 몸담고 있죠. 그런 그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아내 와타코 짱입니다. 피해자에게는 잔혹하게 느껴질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와타코 짱 앞에서는 서슴없이 혀 짧은 소리도 낼 수 있을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느 날 밤, 그 와타코 짱은 돌아오지 않고, 우사기타는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수많은 사람에게 읊었던 공포의 그 대사가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죠. 한편, 빈집털이가 생업인 나카무라와 이마무라는 (러시라이프에도 등장했던) 구로사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구로사와는 마지못해 그들의 부탁을 수락합니다. 그 와중에 구로사와가 빈집털이 후 남겨두는 종이를 이마무라가 실수로 흘리게 되고, 그 종이를 구로사와가 찾으러 가면서 흰토끼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죠.

 

다양한 인물들의 시각에서 서술되는 이 흰토끼 사건은 그 등장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사연이 얽혀 전개됩니다. 흰토끼 사건의 중심에 있는 우사기타와 구로사와, 와타코 짱과 나카무라와 이마무라, 인질 농성 사건의 피해자로 그려지는 인질들, 애초에 사건의 발단이 된 오리오오리오, 조직의 창시자이자 와타코 짱을 납치한 주범인 이나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들, 그 중에서도 나쓰노메. 게다가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그 유명한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작품인 [레 미제라블]입니다. 구로사와와 나쓰노메의 모습에서 연상되는 장발장과 자베르, 그리고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문장들은 묘하게 [화이트 래빗] 과 어울리면서도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가는데요, 이것 또한 작가의 탁월한 플롯 배치와 재치있는 문장들 덕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 원래 이런 것이었나요. 그를 알게 된지도 거의 10. 인생작이라 여길만한 [골든슬럼버]를 비롯, 사신 치바 시리즈도 좋아하지만, 오우! 읽으면서 이렇게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한 작품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딱딱 들어맞는 플롯은 물론,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사연들, 빵 터지게 만드는 재미있는 문장들, 게다가 간혹 보이는 철학적인 사고까지 정말 이 작품을 놓친다면 후회하게 될 거라는 말을 꼭 하고 싶을 정도로 최고였습니다. 이 작품 하나로 집에 있는 그의 작품을 전부 뒤져봐야겠다, 없으면 다시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이 작품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는 작가님. 왠지 정말로 걱정을 태산처럼 했을 것 같아 그마저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걱정만 태산같이 해서는 절대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없죠. 오리온자리와 [레 미제라블]을 연구하면서 얼마나 수많은 밤을 작품을 생각하며 밤을 새웠을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어요. 이번 작품은 최고라고, 쉴 새 없이 페이지가 넘어갔다고, 잠이 부족한 제가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고요.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알쏭달쏭하군.

인간의 역사는 늘 그래.

 

, 태어났습니다. ,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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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식 2018-04-14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홍쟁이님을 계속 앉았다 서를 반복시켰다니 구매목록에 추가요~^^

분홍쟁이 2018-04-18 00:02   좋아요 0 | URL
어멋!!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부디 즐거운 독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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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의사로부터 갑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왜 하필 나여야 하는지에 대한 원망,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등 온갖 감정이 밀려들 겁니다. 당신이 일본소설 [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의 등장인물이라면, 그 와중에 두 명의 의사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명은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고 말겠다는 의지와 각오로 똘똘 뭉쳐 무슨 수든 다 동원하겠다는 열정적인 후쿠하라 마사카즈, 한 명은 냉정하리만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병을 이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충고하는 사신이라 불리는 키리코 슈지. 당신이라면 어떤 의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 정말 훌륭합니다. 재미도 재미거니와 감동에,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사고까지!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 벅차서 리뷰를 어떻게 적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정도예요. 후쿠하라와 키리코가 대립하게 되는 환자 세 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주면서도, 또 각자의 의견이 가지고 있는 맹점을 드러내며 죽음 앞에서 의사도 환자와 함께 분투하고 있다는 것, 그 죽음 앞에 환자의 입장으로 서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오래도록 곱씹어보게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병원은 번창해야 하는 시설이 아니야.

 

첫 번째 환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하마야마 유고입니다. 몸이 나른하고 가끔 숨이 차는 등 컨디션이 나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병원을 찾았죠. 그날로 입원한 그에게는 이제 임신 6개월 차인 아내가 있습니다. 항암치료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생명을 건 확률 게임에 절망한 그는 키리코를 만나 면담하며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합니다. 두 번째 환자는 이제 막 의대에 입학한 카와스미 마리에. 다리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정밀검사를 받고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아요. 걷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나중에는 식사도 못하게 되며 호흡도 불가능해져 결국 호흡기마비로 사망하게 되는 불치병입니다. 그녀는 직접 후쿠하라나 키리코를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친구인 오토야마 하루오를 만나 나름의 선택을 하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어느 의사의 죽음. 어떤 의사의 죽음인지는 직접 만나보시기 바랄게요.


조혈모세포 이식은 정말 무서워. 이런 결정은 내리지 못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완치될 수 있는 희망이 있어. 앞으로 평생 당신이랑 같이 지낼 수 있을지도 몰라.

책을 읽기 전에는 키리코 슈지 같은 의사가 오히려 나에게는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어줍잖은 희망은 필요없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작품을 읽는 내내 후쿠하라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고치기 위해 희망을 말하는 그가, 사실은 영웅심리에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술에 성공하고 완치를 향해 나아가는 자기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자신의 논리에 흔들리게 되고, 그것은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으로 이어집니다. 그 점에서는 키리코 슈지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네가 맡아온 환자들은 사실 짊어진다든가 짊어지지 않는다든가.....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을지도 몰라. 단지 고쳐주기를 바랐을 뿐이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널 원망하면서 눈을 감았을지도 몰라.

하마야마와 마리에, 그리고 어느 의사는 소신껏 결정을 내립니다. 누군가는 치료를 강행하고, 누군가는 더 이상의 치료는 필요없다 여겨 죽음을 받아들여요.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죽음보다 더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치료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죠. 어떤 선택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 죽음 앞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니까요.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운명의 그 시간이 다가오지 않는 이상 감히 꺼낼 수도 없는 사안입니다. 다만, 죽음 앞에서도 나를 나로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차분히 생각해 볼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명 앞에서 허둥대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것이 치료일지, 혹은 치료중단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점직원이 뽑은 감동소설 1-라는 수식어에 맞게 정말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등장인물 세 사람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논하고도 싶지만 그렇게 되면 스포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 같아 참으렵니다. 다만, 꼭 읽어보시기를 바랄게요. 글로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벅차고도 복잡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니노미야 아츠토, 라는 작가의 이름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이 작가의 작품은 꾸준히 챙겨볼 생각입니다.


 

 

여담이지만 출판사 소미미디어-에서 최근 출간되는 일본 작품들이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를 비롯, 모두 예사롭지 않네요.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상승하는 요즘입니다. 좋은 작품들 앞으로도 부탁드려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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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의 화첩 - 열두 가지 이야기로 그려보는 한국풍 메르헨 (컬러링북)
곰곰e 지음 / 더도어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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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의 작가님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받은 것 같아서요. ‘한국풍으로 완성하는 매혹적인 고전 동화 열두 편이라는 말에, 고전동화를 우리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책 목차에도 빨간모자, 잠자는 미녀, 피터팬, 눈의 여왕, 백설공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엄지공주, 선녀와 나무꾼의 개요가 쓰여 있어 당연히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은 동화를 새롭게 쓴 이야기가 아니라, 이를테면 컬러링 북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도 물론 미안한 일이지만, 책을 받아본 제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작가인 곰곰e님은 무척 유명한 분인 것 같습니다. SNS 상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이 책의 출간을 반가워하는 분도 많으시더라고요. 찾아보니 멋지게 색을 칠한 독자분도 있었습니다. 저도 일단 선물받은 이상 그냥 두기는 그래서 부족하나마 집에 있는 색연필을 찾아 잠시 색을 칠해보았습니다. . 저는 원체 미술, 간단한 색칠하기에도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서요. 그나마도 저희집 곰돌군이 위쪽에 낙서를 해놓아 버렸군요.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세계와 우리나라의 고전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곰돌군이 태어나고 나서는 동화책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요, 언젠가 곰돌군도 세계동화, 전래동화를 읽는 날이 오겠죠. 이 책은 잘 모셔두었다가 곰돌군이 동화를 읽고 난 후 같이 이야기 나눠보면서 곰돌군에게 색을 칠해볼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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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고양이의 비밀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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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공장에서 일하는 고양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합니다. 앙증맞은 입을 쫙 벌려 치카치카도 해요. 고양이들은 식빵 버스를 타고 식빵 공장으로 향합니다. 잘 섞인 식빵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 발효되는 동안 햇빛을 쬐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점심 시간에는 친구 냥이들의 도시락을 훔쳐보며 비교하기도 하죠. 식빵이 다 구워질 때까지는 휴식시간이래요.

 

 

그런데! 어떤 식빵은 고양이가 되기도 한답니다. 갓 나온 아기 고양이에게서 나오는 식빵 냄새라니, 군침을 흘려야 할지 쓰담쓰담을 해줘야 할지 고민 될 것 같아요. 으흣. 당연히 컨베이어벨트 위의 식빵들 중에서 아기 고양이를 찾아내 분류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가 될 겁니다. 빵 봉지 안에 아기 고양이를 가둘 수는 없으니까요.

 

어쩜 이렇게 통실통실하게 고양이들을 그려낼 수 있는지, 저희집 곰돌군을 대하는 것 같은 애정이 마구 솟아납니다. 만약 곁에 있었다면 꼭 껴안고 절대 놓아주지 않았을 것 같아요. 통통한 얼굴, 보송보송 다리, 푹신푹신 엉덩이. 으흣. 자꾸만 저를 이상하게(?) 만드는 고양이들입니다.

 

교양있는 현대고양이들은 티타임을 즐기기도 해요. 운이 아주아주 좋은 사람이라면 고양이들의 티타임에 초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조금쯤 희망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네요. 티 트레이를 즐기는 엄격한 순서도 있고, 시트러스 계열 차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본 준비물은 찻잔, 머그나 종이컵은 퇴출당한다고 하니 조심하세요. 서로의 찻잔에 대해 칭찬하다가 자신의 찻잔을 채우고 다른 찻잔을 채우면 된다고 합니다. 독특한 건 잔을 채운 고양이들은 머리에 찻잔을 얹고 온기를 즐긴다는 겁니다. 고양이들과의 티타임을 즐긴 후 돌아가는 길은 쓸쓸할 거라고 하니, 어느 정도의 각오도 필요하겠죠.

 

 

어른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해주는 책입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식빵 고양이도 만나보고 싶지만, 저는 가능하다면, 고양이들의 티타임에 초대받아보고 싶네요. 그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모르지만 대화가 없어도 그저 좋지 않겠어요? 그 곳은 분명 편안하고 정감 어린 장소일 거라는 생각에,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에 드는 책이 될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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