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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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의사로부터 갑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왜 하필 나여야 하는지에 대한 원망,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등 온갖 감정이 밀려들 겁니다. 당신이 일본소설 [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의 등장인물이라면, 그 와중에 두 명의 의사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명은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고 말겠다는 의지와 각오로 똘똘 뭉쳐 무슨 수든 다 동원하겠다는 열정적인 후쿠하라 마사카즈, 한 명은 냉정하리만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병을 이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충고하는 사신이라 불리는 키리코 슈지. 당신이라면 어떤 의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 정말 훌륭합니다. 재미도 재미거니와 감동에,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사고까지!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 벅차서 리뷰를 어떻게 적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정도예요. 후쿠하라와 키리코가 대립하게 되는 환자 세 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주면서도, 또 각자의 의견이 가지고 있는 맹점을 드러내며 죽음 앞에서 의사도 환자와 함께 분투하고 있다는 것, 그 죽음 앞에 환자의 입장으로 서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오래도록 곱씹어보게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병원은 번창해야 하는 시설이 아니야.

 

첫 번째 환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하마야마 유고입니다. 몸이 나른하고 가끔 숨이 차는 등 컨디션이 나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병원을 찾았죠. 그날로 입원한 그에게는 이제 임신 6개월 차인 아내가 있습니다. 항암치료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생명을 건 확률 게임에 절망한 그는 키리코를 만나 면담하며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합니다. 두 번째 환자는 이제 막 의대에 입학한 카와스미 마리에. 다리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정밀검사를 받고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아요. 걷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나중에는 식사도 못하게 되며 호흡도 불가능해져 결국 호흡기마비로 사망하게 되는 불치병입니다. 그녀는 직접 후쿠하라나 키리코를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친구인 오토야마 하루오를 만나 나름의 선택을 하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어느 의사의 죽음. 어떤 의사의 죽음인지는 직접 만나보시기 바랄게요.


조혈모세포 이식은 정말 무서워. 이런 결정은 내리지 못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완치될 수 있는 희망이 있어. 앞으로 평생 당신이랑 같이 지낼 수 있을지도 몰라.

책을 읽기 전에는 키리코 슈지 같은 의사가 오히려 나에게는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어줍잖은 희망은 필요없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작품을 읽는 내내 후쿠하라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고치기 위해 희망을 말하는 그가, 사실은 영웅심리에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술에 성공하고 완치를 향해 나아가는 자기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자신의 논리에 흔들리게 되고, 그것은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으로 이어집니다. 그 점에서는 키리코 슈지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네가 맡아온 환자들은 사실 짊어진다든가 짊어지지 않는다든가.....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을지도 몰라. 단지 고쳐주기를 바랐을 뿐이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널 원망하면서 눈을 감았을지도 몰라.

하마야마와 마리에, 그리고 어느 의사는 소신껏 결정을 내립니다. 누군가는 치료를 강행하고, 누군가는 더 이상의 치료는 필요없다 여겨 죽음을 받아들여요.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죽음보다 더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치료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죠. 어떤 선택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 죽음 앞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니까요.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운명의 그 시간이 다가오지 않는 이상 감히 꺼낼 수도 없는 사안입니다. 다만, 죽음 앞에서도 나를 나로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차분히 생각해 볼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명 앞에서 허둥대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것이 치료일지, 혹은 치료중단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점직원이 뽑은 감동소설 1-라는 수식어에 맞게 정말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등장인물 세 사람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논하고도 싶지만 그렇게 되면 스포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 같아 참으렵니다. 다만, 꼭 읽어보시기를 바랄게요. 글로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벅차고도 복잡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니노미야 아츠토, 라는 작가의 이름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이 작가의 작품은 꾸준히 챙겨볼 생각입니다.


 

 

여담이지만 출판사 소미미디어-에서 최근 출간되는 일본 작품들이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를 비롯, 모두 예사롭지 않네요.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상승하는 요즘입니다. 좋은 작품들 앞으로도 부탁드려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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