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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평점 :
꺄울~'이야기'라면 사족을 못쓰는 저는, 특히 에도를 배경으로 한 으스스한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공포감으로 몸부림을 치면서도 어쩐지 빠져들고 마는 것이지요. 특히 모 출판사에서 출간된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에도 시대 시리즈는 딱 저의 취향이랍니다. 그런 미미 여사의 시대물에 영향을 미쳤다 하는 이 [한시치 체포록]. 시대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런 작품이야말로 진정한 이야기의 풍취를 담뿍 담고 있지 않겠습니까.
모두 12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에는 한시치라는 오캇피키,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미 노인이 된 한시치가 '나'라는 사람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형식을 취하고 있답니다. 그런 면이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이런 이런 무서운 일이 있었단다' 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한층 꿀맛같은 이야기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꿀맛이어도 이야기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잔인한 모습들은 영 불편하죠.
살고 있는 장소가 어디든,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든지에 상관없이 사람 사는 일은 거의 비슷한가 봅니다. 보통은 옛날 사람들이 현대인보다 더 순박하고 착하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가장 끈질기고 위험한 것이 아니었던가요. 에도 시대의 '괴담'이라 하면 으레 귀신이나 유령, 원혼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그런 존재들도 사실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이야기는 언제나 으스스한 괴담으로 시작합니다. 어떤 집에서 누가 죽었다더라, 목욕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유령이 나타났다더라, 누구의 딸이 갑자기 사라졌다더라, 가마 속에서 죽은 고양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더라 하는 괴담이요. 하지만 의심스러운 그런 괴담들 뒤에는 늘, 괴담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하는 인간들이 존재합니다. 주인집 아씨를 손에 넣기 위해 마나님과 일꾼을 자살로 위장하여 해치기도 하고, 행복하고 잘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이름모를 질투와 분노를 느껴 무조건 창으로 찔러 죽이기도 하는 범인들의 모습이 그 어떤 원혼보다 무섭게 다가옵니다. 특히 이 책에는 삽화까지 곁들여져 있어 한밤중에 읽으면 저절로 오싹한 기분이 드실 거에요.
단편소설집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만큼 그리 큰 감동이나 긴장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에도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작품인 듯 합니다. 다만, 미미 여사의 에도 시리즈물보다는 조금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살짝 들긴 했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