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그래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것 만큼 애닳아 죽을 것 같은 일은 없을 거에요. 저는 아직도 가끔 가족 중 한 명을 잃는 꿈을 여전히 꾼답니다. 어렸을 때 크느라고 꾼다는 그 꿈이요.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꼭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해서 울면서 깨어나곤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 방으로 찾아가 확인을 한 뒤에야 다시 잠들 수 있어요. 꿈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죽음'이라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거에요. 숨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죽음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앞에서 주저앉게 되는 것이겠죠.
저는 아이는 커녕 아직 결혼도 안 해서 자식을 잃는 슬픔이 어떤 것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분명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고 발밑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듯한 고통이겠죠. 며칠 전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장병의 어머니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앉을 수도 설 수도 없어서 방바닥을 이리지러 기어다니며 통곡하는 어머니의 슬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그 슬픔에 제 가슴도 찢어지 듯 아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장면을 찍는 사람들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기자들이야 직업상 이런 사연도 있다, 저런 사연도 있다고 전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슬픔을 존중할 줄 아는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한 게 아닐까요.
이 책은 저자의 딸이 백혈병에 걸려 투병하고 세상을 뜨기까지의 힘겨웠던 시간을 그린 수기입니다. 꽃다운 고등학교 2학년 소녀 서연이가 백혈병을 앓으면서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어요. 고통과 허망함,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가족들을 향한 사랑과 배려를 잃지 않았던 소녀 서연양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어머니가 딸을 생각하며 쓴 이 책에 대해 독자들이 과연 뭐라 말할 수 있겠어요.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가슴 아팠다가 대부분이 아닐까요.
제가 작가였다면, 저는 이런 책을 쉽게는 내보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슬픔 한 두가지씩은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면 희미한 미소로 기억할 수 있게 될지라도 그 일이 일어났던 순간에는 자신을 둘러싼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 그런 자신만의 슬픔이 글로 나타내거나 입밖으로 내뱉어졌을 때 얼마나 인위적이 되고 볼품없어지는 지 저는 조금 알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자신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일상의 평범함을 소중히 하라는 단순한 진리도 전하고 싶었겠지만 그보다는 저자 자신이 남은 가족들과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이런 과정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봤을 때 아무리 상투적이고 그냥 눈물 한 번 찍어내면 될 이야기라도 마음에만 담아두고 계속 살아가기에는 슬픔이 너무 컸던 겁니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와 기자들이 남의 눈물을 찍어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거죠.
그러고보면 건강이 제일이다 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조금만 아파도 이런 저런 병을 의심하는 저로서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