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텐도 아라타의 극찬을 받으며 제55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다는 선전문구가 화려하다. 미스터리 분야에서는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히가시노 게이고가 '에도가와 란포상 사상 최고의 트릭이다'라고 소감을 밝힌 부분에서는 급기야 관심과 호감도가 최대치로 상승. 한편으로는 과연 그만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테니까. 그래도 좋아라 하는 작가들의 추천을 받으며 세상 빛을 본 작품인지라 어느 정도 기본은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내 소감은, 과연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다더라, 하는 것이었다.
 
작품의 배경은 특이하게도 감옥. '나'로 등장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잠시 이어지다가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는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빌려 이야기가 진행된다. 창고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체. 사인은 약물, 얼굴은 황산으로 인해 심하게 망가져있고, 앞으로나란히 자세를 유지한 채 굳어져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쪽지에 의해 시체의 신원은 이시즈카 미쓰루이고 살인자는 미야자키 하루오로 밝혀지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경찰과 보험회사 직원인 시게노가 진범을 찾기 위해 뒤를 쫓는 사이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인연과 범행이 차례차례 밝혀진다.
 
추리소설이라는 작품의 성격상 재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 어쨌거나 감옥에서 벌어진 밀실살인이고 그 트릭이 무엇인지, 어째서 범행을 저질러야만 했는지 동기도 마지막까지 궁금하기는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의 슬픔이나 자신의 잘못으로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해버렸다는 등장인물들의 마음도 알싸하게 전해져온다.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도 너무 많고, 시점은 혼란스러우며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 형사만도 몇 명, 시점의 전환도 부자연스럽다. 게.다.가. 단 한 줄로 서술트릭의 묘미를 보여줘야 할 마지막 부분을 보고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와버렸던 것이다. 긴장감도 부족하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그야말로 '이게 뭐니, 이게' 였다.
 
교통사고를 소재로 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절절하게 그려낸 부분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텐도 아라타의 극찬을 받기에는 부족한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프리즌'이라는 단어만으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느꼈던 긴박감과 스릴, 긴장이 일시에 해소되며 '당해버렸구나! '라고 생각하게 하는 통쾌함을 맛보고 싶었는데 어째 찜찜함만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