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찰리와 짐보,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로이. 로이 가르팅 덴들. 넷츠? 조르너...스푸드베치!"  그들은 단순히 짐보가 정말 전학 가게 된 것인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교무실에 무전기를 설치한 후 그저 선생님들이 짐보의 전학에 대해 논의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퇴근한 후 교무실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들. 피어스와 키드 선생님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이제 찰리와 짐보는 선생님의 뒤를 쫓고 집을 염탐하고 급기야 피어스 선생님의 집에서 팔찌와 묘한 쪽지를 발견한다. 곧이어 벌어지는 찰리의 실종과 의문의 남자들의 방문. 짐보는 찰리를 구출하기 위해 누나 베키와 함께 머나먼 길을 떠난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유명한 마크 해던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SF 작품으로 돌아왔다. 소설의 원래 제목은 [그리드즈비 스푸드베치!!]. 아무도 뜻을 모르던 이 책은 결국 스물 세 명에게 팔렸고 작가마저도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하던 어느 날, 성 필립 앤 제임스 학교의 앨리슨 윌리엄스라는 선생님에게서 편지가 도착한다. 몇 년 동안 학생들에게 그 책을 읽혀왔고, 학생들이 모두 좋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작가는 새 제목으로 다시 이 작품을 출판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이 재미난 작품을 읽게 해 준 앨리슨 윌리엄스라는 선생님에게 감사해야 한다. 비록 얼굴조차 모르는 사이지만. 

찰리와 짐보의 모험은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어른들이라면 아무것도 아닐 일이라 합리화하며 그냥 넘겨버렸을 일에 대해 찰리와 짐보는 그야말로 목숨 걸고 진실을 알아내고자 한다. SF 작품이라면 빠질 수 없는 외계인의 존재는 이 책에도 등장한다. 그런 소재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책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외계인의 존재가 아니라 그 과정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이다. '쾅!' 소리가 들리는 웨프 빔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7만 광년 떨어진 털썩 행성, 말하는 거미, 뚫어펑을 들고 찰리와 짐보를 추격하는 거미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흥분을 안겨준다.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실직하고 집에서 요리를 만드는 아빠와 누구보다 씩씩하게 직장에 나가는 엄마, 데스메탈을 들으며 조금 이상한 남자와 사귀는 베키 누나, 꼬마 과학자를 연상시키는 찰리와 순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엄청 용감해지는 짐보와 배꼽이 없고 털투성이 꼬리를 가진 외계인들의 모습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작품의 초반에는 서로를 악당으로 여기던 베키와 짐보 남매가 찰리를 구출하는 모습은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한다.  베키가 웨프 빔을 통과하는 외계인들의 머리를 몽둥이로 후려치는 부분은 너무 웃음이 나서 어쩐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내 책장에는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이 꽂혀있기는 하다. 제목이 너무 특이해서 구입해두었지만 다른 많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펼쳐보지는 못했다. 그가 이렇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SF 작품을 쓸 줄 아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진작 읽어둘 걸. 분명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 그 책에서도 벌어졌을 것 같다. '악동들은 지구를 구했고, 작가 마크 해던은 드라마에 빠진 어른들과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책 앞으로 불러 앉혔다! ' 옥스퍼드 타임스의 찬사에 걸맞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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