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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브레이크 호텔
서진 지음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사랑이 지나가고 나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통계를 낼 수는 없겠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결심이 아닐런지. 행복했던 기억, 달콤한 순간으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들의 바람으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 만들어졌습니다.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그 사랑을 오랫동안 지속시키기 위해 호텔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은 그 곳에서 꿈을 꾸지만 그것이 꿈인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소중했던 시간을 반복시킵니다. 그런데 그 꿈에서 깨어난 후 그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요.
호텔의 첫 번째 고객은 여교수와 여제자입니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파격적인 소재와 묘사에 오옷! 하는 느낌이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선택'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 곳에는 그저 한 인간과 또 다른 한 인간의 깊고 안타까운 감정만 존재할 뿐입니다. 다른 방에는 떠나간 아내와 다시 만난 남편이 있습니다. 한 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간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잊지 못해 다시 아내를 찾아온 남편입니다. 어떤 방에는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온 여자가 있고, 또 다른 방에는 잘못된 거래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남자가 있으며, 또 어떤 방에는 미래의 존재와 대화를 나누는 여자도 있고, 이룰 수 없는 꿈을 찾아 라스베가스로 온 남자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모든 것이 몽롱하게 흘러간 시간을 보낸 여자도 있죠. 그리고 다시. 마지막은 여교수를 사랑한 여제자의 진심이 담긴 방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하트 브레이크'라는 이름의 호텔에 머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연관성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들 모두는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과거의 사랑, 과거의 잘못, 과거의 꿈을 좇아 하트 브레이크를 찾았습니다. 독특한 구성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전체를 이끌어가는, 현실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리송한 내용들이지만, 때때로 그들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버리는 것은 왜였을까요. 지나가버린 시간들에 대한 후회, 그 순간이 다시 내게 온다면 지금 알고 있는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 현실을 외면하고 꿈 속에서만 살고 싶어하는 그들의 바람이, 어리석고 헛되이 보인다 해도,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자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편으로는 작가가 너무 많은 것을 이 작품 안에 담으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몽환적인 분위기, 현재에서는 절대 일어날 리 없는 이야기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놓을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들이 깔끔하지는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황령산 드라이브 paer1>과 <part2>로 구조의 연결성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중간에 놓인 작품들이 허공에 붕 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하트 브레이크'라는 호텔 뿐만 아니라 각자의 인물들의 연관성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주었다면, 제가 이 작품을 통해 느낀 인연의 오묘함, 운명의 허무함 등이 조금쯤은 짙게 표현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려 읽은 해설 부분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 두편, 이 작가의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지금 이렇다 저렇다 확정짓기에는 어정쩡한 기분이거든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만약 실제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 존재해서 그 곳에서 잃어버린 사랑의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 보시려나요? 저는. 가지 않으렵니다. 꿈은 꿈일 뿐이니까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놓아두고 싶기도 하고, 꿈에서 깨고 난 뒤에 밀려올 더 큰 아픔과 고통을 감내할만한 자신이 없거든요. 결국 우리는 이 쪽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나가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