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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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서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은 셰리던 르 파누의 [엉클 사일러스]. 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시키는, 마치 포스터 같은 표지로 인해 읽기 전부터 두근두근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표지였는지라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맨 나중으로 미뤄두었다.

 

어떤 기괴함과 로맨틱함을 선사해 줄 것인가 궁금해하며 펼쳤는게 오잉? 아버지와 딸의 관계라고 하기에는 영 이상한 두 사람이 등장한다. 딸은 아버지를 ‘선생님’이라 지칭하는데다 아버지란 사람은 어딘가 불안정해보인다. 금방이라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릴 듯 딸에게 자신이 소유한 열쇠에 대해 이야기하며 저택에 머물렀던 ‘그’ 가 오면 건네주라 이야기하는데!!

 

이 엉클 사일러스가 굉장히 멋진 사람으로 등장했으면 하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인가. 어느새 기도하듯 두 손 모으고 책을 읽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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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BTI - 당신에게 행운이 옵니다
박성준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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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하다는 MBTI를 저도 몇 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질문이 많아서 좀 성가셔 하며 진행했어요. 한 서너 번 정도 했는데 그 때마다 다르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MBTI 라는 것도 크게 믿을 건 못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을 완벽하게 규정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요? 별자리도, 사주팔자라는 것도, 저는 그리 믿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은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위에 언급한 것들을 대부분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고 치부하며 살아온 제가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아이들 때문입니다. 저희 시댁은 점을 자주 보세요. 점을 본 결과를 저에게 가져오셔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 말씀도 많이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막상 시어머니가 아이들과 관계된 운수를 들고 오시면 그렇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좋은 소리는 믿고 싶고, 나쁜 소리는 듣기 싫잖아요. 올해가 시작될 때도 어머님이 토정비결을 보고 오셨는데, 큰아이와 연관되어 안 좋은 소리를 하시길래 그만 아이들 것은 보지 말라고 성 비슷하게 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운BTI]를 읽은 이유는 어떤 계시(?)를 얻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성격 유형의 힘’이라는 문구에 끌렸기 때문인데요, 두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기질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옛말에 같은 배속에서 태어났는데도 형제끼리 많이 다르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 말이 실감날 정도로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많이 다르거든요. 책을 받자마자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와 관련된 것부터 먼저 찾아 읽어봤는데, 어느 정도 끄덕끄덕 하기도 했습니다. 

 

만세력 사이트에 생년월일시와 태어난 도시 등을 입력하면 네모칸에 여러 글자가 나타나는데 그것을 책과 비교하면서 해당되는 부분을 읽으시면 됩니다. 재미있었어요! 아이의 성향과 닮은 듯한 부분이 등장하면 ‘그런가?!’ 싶기도 했고, 전혀 아닌 부분은 ‘내가 모르는 이런 모습이 밖에서는 드러날 수도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계시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도 아이들을, 옆지기를 좀 더 잘 이해하는 자료로 사용해보려고 해요. 결국 MBTI 든, 운BTI든 사람을 규정지으려 하는 모든 것은 한 사람을, 그 사람의 우주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요. 너무 깊게 빠져 맹신하지만 않는다면 이런 것도 재미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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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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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을 다 읽었을 때 개운함보다 찝찝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있다. 소설 속에서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그 세상이 현실과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이쪽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껴질 때. 여전히 우리는 변하지 않은 세상 속에 남겨져 있고, 누군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분투해야 하는 상황을 깨닫게 되면 가슴에 돌이 얹어진 것처럼 답답하다. 

 

우샤오러의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가 딱 그런 소설이다. 사건은 해결되었고 진실도 밝혀졌지만 아직도 피해자는 세상 도처에 방치되어 있다. 어쩌면 지금도 잔인한 상황 속에 내던져진 채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 아님에도 자신의 죄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왜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는지 설명해야 하나. 피해를 받은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그 때의 자신의 행동이나 옷차림이 어떠했는지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성폭행을 당한 이후에는 웃으면 안 되나. 세상이 망한 것처럼 굴어야 하나. 죽을상을 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 내내 불행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판옌중의 아내 우신핑이 사라지고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울창한 밀림을 헤쳐나가는 것과 비슷했다. 단서를 따라 우거진 나무들을 헤치고 생존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여정. 그 끝에 숨겨진 것은 친족성폭행. 어쩌면 독자들은 피해자인 ‘그녀’를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세상 누가 ‘그녀’의 입장을, 마음을 끝까지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 다만,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심지어 자신의 출생이 떳떳하지 못함을 깨달아버린 소녀에게 다정하게 내밀어진 손을 뿌리칠 용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 누군가가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기다렸고 희망의 동아줄을 발견했지만, 결국 그 동아줄이 끊어져버린 현실 앞에서라면 누구라도 무너질 수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린이한 작가의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이라는 작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서나 인정받는 쉰 살의 문학선생님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던 소녀 팡쓰치. 범죄를 눈치챈 어른도 있었고 쓰치의 괴로운 고백을 들은 친구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구원해주지 못했다. 결국 잔혹한 상황을 ‘낙원’이라 여기며 참아내려고만 했던 쓰치. 작가 린이한은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써냈고, 작품이 출간된 후 두 달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속 문학 선생님과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의 가해자 모두 뻔뻔하고 잔인하다. 자신의 행동을 ‘사랑’이라 이름붙이며 그녀들을 이용하고 결국 홀로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 ‘그녀’는 그런 그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만 과거 속에 가둬두고 홀로 미래를 꿈꾸는 그 남자를. ‘사랑’이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나는 사랑받지 않음을 선택하겠다. 

 

촘촘하게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우샤오러의 작품은, 일견 지루하게 비춰질 수도 있으나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글솜씨, 잔혹한 범죄를 담담하게 기술해나가는 필력이 탁월하다. 어째서 정세랑 소설가가 ‘우샤오러가 지금까지 썼고 앞으로 쓸 모든 책을 읽기로’ 결심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가 문학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 나 또한 앞으로도 귀를 기울이고 싶다. 

 

** 출판사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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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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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어요. 저만 그런 거 아니쥬?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인지는 몰라도 가끔 잊어버린 이야기도 다시 읽으면 또 새롭게 다가오고,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도 나중에는 보이기도 하거든요. 최근에는 명화와 함께 소개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콜라보가 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 로맨스로 각색한 작품 [어둠의 손길]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페르세포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로 하데스에게 억지로 지하 세계로 끌려갔었죠. 그런 페르세포네가 이번 작품에서는 위험한 매력을 지닌 하데스에게 처음부터 호기심과 욕망을 느껴 먼저 접근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데스는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또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고요! 독특한 것은 봄의 여신인 페르세포네는 어머니 데메테르와는 달리, 그녀의 손길에 닿는 꽃을 모두 시들게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어째서 그녀의 능력은 어머니와는 다른 것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세 권의 시리즈 중 첫권에 해당하는 [어둠의 손길] 이 전달하는 분위기는 로맨스 독자가 반길만합니다. 초반부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뿜어내는 긴장감에 독자인 제가 조급증이 생기더라고요. 신화 속에서 등장했던 용어나 인물들이 다른 버전으로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아르테미스 도서관이라든지, 뉴 아테네 뉴스 같은 명칭도 그렇고, 아도니스도 비밀을 숨긴 인간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지옥의 강을 건넜던 오르페우스도 다른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주인공 페르세포네 자체의 매력도는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안돼요! 싫어요! 이러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떠오르는데요,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 입으로만 내뱉는 것이라는 걸 독자는 물론 하데스도 알겠더라고요. 하데스에게 끌리면서도 그것을 애써 부인하고 (물론 이유는 있지만), 처음에는 그를 은근히 경멸하는 그녀의 어디에 지하세계의 왕은 매력을 느낀 것일까요. 절대 여주인공을 향한 질투심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옥죄고 구속하는 어머니 데메테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일탈. 과연 이 일탈의 끝이 어떨지, 물론 상상은 되시겠지만 직접 확인해보고 싶지 않으실까요? 예전처럼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마구 환호했던 시기는 이미 지났지만,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조합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어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해냄>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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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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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내 자신에게 되묻곤 했다. 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들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걸까. 혹자는 과거를 거울삼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했고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문학으로서 역사를 접한 지금 다른 생각도 품게 되었다. 역사를 배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겸손과 존경을 인식시키는 과정이라고. 과거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듣다보면 삶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수많은 의문과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에 경건함을 느끼게 된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7년부터 1964년까지 약 50년이라는 격동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을 거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기생이자 배우였던 옥희와 그녀의 주변인물들,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고 애정을 갈구했던 호랑이 사냥꾼의 아들 남정호, 옥희가 사랑했던 가난한 고학생 한철과 각자의 신념에 따라 움직였던 사람들, 일본 군인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한 시대를 살아나간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 안에서 작품의 중심을 잡고 있는 인물은 바로 옥희다. 작품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세대와 세대를 잇고 있는 그녀는 존재 자체가 역사이자,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향해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군 소좌로 등장한 이토 아쓰시다. 그는 '일본군'하면 자연스레 떠올릴 법한 잔인함과 생생한 욕망을 그대로 간직한 인물로, 옥희를 향한 연정조차 깃털같이 가벼운 남자다. 그를 행동하게 하는 것은 바로 다름아닌 '즐거움'.

 

빌어먹을 전쟁 따위도, 외로움 같은 것도, 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계속 살아남아.

p516

 

쾌락과 물질만을 좇아가는 듯 보였던 이 남자가 일본의 패배가 가까워질 무렵 옥희와 재회해 남긴 말이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앉는 이유는, 그 또한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했고,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생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이토 아쓰시야말로 그 어떤 인물들보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살았던 사람들의 전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는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역사소설인만큼 작품이 전달하는 시대상황을 알고 읽으면 더 깊은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조선의 땅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실시한 토지 조사 사업이나 산미 증식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어 작가가 자료 조사에 들인 노고를 가늠할 수 있었다. 현재 학교에서 근현대사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문구를 인용해서 보여주면 더 흥미롭게 역사를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일제강점기 시대에 비해 광복 후 한국전쟁이나 여전히 혼란스러웠을 1960년대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그려진 점과, 옥희와 한철, 정호의 이야기가 너무 신파조로 흘러간 듯 한 점에 아쉬움은 남는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역사를 외면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인간이 숨쉬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역사이므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역사공부에 진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 우리 마음 속에 긍지를 일깨워주고 남아있는 불씨를 활활 불타오르게 해줄 역사소설을 읽어보자. 지나간 시간을 꿋꿋이 버텨온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을 배우고,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삶의 표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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