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스러운 만큼의 상례에는 물론 곡이 있다. 곡읍이라고도 하는데, 우는 것이 곧 예다. 곡읍이라고 했지만, 곡은 그냥 울음과는 다르다. 다같이 슬픔 곧 애의 극이 다름 아닌 읍이고 곡이지만, 읍과는 달리 곡은 제도요 또 문화다.

p212

 

이 부분을 읽다보니 상가집에 가면 '아이고, 아이고' 우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읍과 곡 모두 자연스러운 인간 감정의 표출이지만 곡은 어떤 맥락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는 정의를 보고 있자니 신기하다. 그냥 '아이고 아이고' 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런 울음도 지역에 따라 '울음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하니, 죽음의 전통을 연구하는 것도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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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머리를 구태여 동남으로 잡아준 옛신라인. 동남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방향인데 왜 그랬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그들이 죽음을 삶의 연장선상에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삶과 죽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일관성 있는 주장.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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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잠잘 때의 머리 방향에 대해 마음을 써왔다. 극단적으로 어느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면, 몸에 좋다거나 아니면 해롭다는 말들을 흔하게 우리들은 써왔다. 더러는 어느 쪽 머리 방향이면 흉한 꿈을 꾸게 된다고 믿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p 113

 

이 글을 보니 유독 잠 잘 때 머리 방향을 따지는 옆지기가 생각났다. 나는 누워서 편하면 거기가 내 자리거니, 하고 아무 생각없이 잠들 수 있는데, 옆지기는 이쪽으로 잤더니 어디가 안 좋은 것 같다, 는 말을 가끔 한다. 시댁이 그런 미신을 믿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이렇게 머리 방향을 따지는 것도 우리나라의 전통 중 하나인가 보다.

 

산 사람이 자는 방향을 따지는 것처럼 죽은 사람의 무덤 위치를 풍수지리로 따져 살피는 것.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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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처녀, 그리고 총각의 죽음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우리들은 죽음마저 학대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가엾은 죽음들을 사뭇 구박한 것이다. 아기무덤의 일부는 땅에 묻힌 옹기 뿐이다. 그 속에 아기시신을 구겨서 넣고는 땅에 묻은 뒤, 큰 바위로 눌러버렸다.

p 110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등장한 짓눌려진 주검의 무덤들. 특히 아기무덤에 대한 설명은 안타깝기도 하고 충격적이었다. 귀신에 대한 두려움은 자기 자식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이었나.

 

언젠가 사극에서 왕이 승하했을 때 그를 모시던 내시가 궁궐 지붕 위에 올라가 옷을 흔들면서 넑부르기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단순히 왕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넋의 회귀를 재촉하는 행동이었다는 사실에, 뭐랄까, 애잔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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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위장된 표정을 짓는 백치는 삶에 대해서도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것은 삶의 포기와도 같은 것이다.

p 53

 

죽음을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삶을 외면하는 것과 같으며, 삶 안에서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록 우리 삶은 죽음에 의해 삶이 제한되는 부분도 있지만,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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