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처녀, 그리고 총각의 죽음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우리들은 죽음마저 학대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가엾은 죽음들을 사뭇 구박한 것이다. 아기무덤의 일부는 땅에 묻힌 옹기 뿐이다. 그 속에 아기시신을 구겨서 넣고는 땅에 묻은 뒤, 큰 바위로 눌러버렸다.

p 110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등장한 짓눌려진 주검의 무덤들. 특히 아기무덤에 대한 설명은 안타깝기도 하고 충격적이었다. 귀신에 대한 두려움은 자기 자식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이었나.

 

언젠가 사극에서 왕이 승하했을 때 그를 모시던 내시가 궁궐 지붕 위에 올라가 옷을 흔들면서 넑부르기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단순히 왕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넋의 회귀를 재촉하는 행동이었다는 사실에, 뭐랄까, 애잔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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