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떠나게 된다면 과연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1,000원도 안 되는 해적판 DVD? 맛있기로 유명한 우시의 복숭아? 아니면 시안의 병마용? 이 모든 것을 그리워하겠지만, 나는 훠궈를 가장 그리워할 것 같다. _ 「훠궈 속의 중국」

 

얼마 전에 읽은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김재현)에 나온 내용이에요.

펼친 지 좀 되었는데 마지막 몇 꼭지를 남기고 외도했다가(^^) 지난 주말에 돌아와서 뒷부분을 마저 읽었어요.

 

어어, 그런데 마침, '훠궈 속의 중국'이라는 꼭지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지 뭐예요.

훠궈라니...!

 

 

 

 

이 책에서 '훠궈'를 만나기 바로 며칠 전, 친구에게 '훠궈 데이트' 신청을 했더랬고,

저는 그 데이트 바로 전 날 이 책에서 '훠궈'를 만난 거예요!! ^^

 

'우와, 이것은 운명이다(아무 데나 운명 갖다붙이기 있긔...)!!!!'

하며 더더욱 눈 크게 뜨고 반갑게 읽었어요.^^

 

훠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포용성이다. 훠궈는 중국의 고사성어 "해납백천(海納百川, 바다는 모든 강을 받아들인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는데, 이 때문에 삶을 수 있는 모든 재료는 훠궈에 들어갈 수 있다. 양고기, 소고기, 조개, 어묵, 얼린 두부, 당면, 오리 창자와 각종 채소 등 한마디로 육해공 연합 작전이라고 할 만하다. _ 「훠궈 속의 중국」

 

책을 읽으며 코끝에 떠오르던 그 훠궈의 향기...!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지희'(^^)를 만났습니다. 홍대 1번 출구에 있는 불이아(弗二我)로 고고~~~~!!

 

 

짜잔, 이것이 바로 훠궈입니다!! ^^

중국식 샤브샤브죠.

 

저는 훠궈는 그냥 훠궈인 줄 알았는데(원래 이름에 취약해요.^^) 이 책을 통해 내가 먹을 이 훠궈의 이름이 '원앙 훠궈'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이 훠궈는 '원앙 훠궈'라고 부른대~" 하며 이야기해주었죠.^^

 

훠궈는 변화에 능한데, 이는 배우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면을 바꾸는 중국 전통 공연인 변검에 견줄 만하다. 그중에서도 육수 통을 둘로 나누어 매운 맛과 담백한 맛을 함께 맛보게 해주는 '원앙 훠궈'는 대표적인 예다. 원앙 훠궈의 원래 이름은 두 가지 맛을 가진 훠궈라는 뜻인 '쌍미 훠궈雙味火鍋'였는데, 이는 1983년 중국 제1회 요리대회에 참가한 충칭 팀의 작품이다. _ 「훠궈 속의 중국」

 

빨간 육수에 담가 맵게 먹을 수도, 하얀 육수에 담가 담백하게 먹을 수도 있는 원앙 훠궈...!

친구와 둘이 중국에서 지내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열띤 수다와 함께, 맛있게도 냠냠~ 했지요! ^^

 

 

훠궈와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낸 뒤,

(네, 진짜 뜨거운 시간이었어요. 둘이 땀을 흘려가며 "완전 몸보신이다!!" 해가며 먹었다는..^^;;;)


"아아, 버블티도 먹고 싶어!!"

해서는 바로 검색해서 근처에 있는 버블티 가게로 고고~~!

 

중국에서는 '전주나이차(珍珠嬭茶)'라고 불리는 버블티...

역시 제게는 '중국의 맛'으로 기억되어 있는! ^^


 

 

흐업...!

(그나마) 자주 다니던 홍대 길에 공차 가게가 있는 줄 몰랐어요!!

대만 버블티의 브랜드로, '버블티의 원조'라고 하죠.^^

 

 

 

 

밀크티의 달콤하고 향긋함과 타피오카 녹말로 만든 타피오카펄의 쫀득거림~~!!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을 떠나면 가장 그리워할 것으로 '훠궈'를 꼽았지만, 저는 훠궈보다는 버블티 쪽이에요! 헤헷.

(가장 그리워 하는 건, 중국식 쌀국수인 미셴(米線)과 양꼬치와 마라탕!! '가장'이라고 해놓고는 여러 개 줄줄 꼽습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와 모처럼 추억에 푸욱 잠겨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행복했고,

마침 읽던 책에서 또한 그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을 만나 무척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저를 흥분하게 한(^^) 「훠궈 속의 중국」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어요.

 

흔히 미국을 커다란 용광로라고 하지만, 중국 역시 용광로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중국 문화의 용광로는 바로 훠궈처럼 동서고금을 포용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이 여전히 젊음과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일 것이다. 이런 점이 내가 중국에서의 여정을 끝낸 후에 가장 그리워할, 그리고 내가 중국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중국이 궁금하세요?

궁금하면, (500원! 같은 지나간 유행어는 하지 않을게요.*-_-*)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단오절을 둘러싼 논쟁을 시작으로 최근의 어업분쟁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한국 간에 쌓인 오해와 편견을 말"하는 책!

내가 아는 중국의 모습을 돌아보고, 내가 오해하고 있던 모습들에 놀라고, 내가 몰랐던 모습들을 만나며 새롭게 중국을 알아갈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홍은택의 『중국 만리장정』도 함께 추천~! ^^)

 

저는 오늘도 노래합니다,

나는 가슴이 듕국거려요오~~~♪ 듕국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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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랑은 굶주린 개 앞에 던져진 상한 고깃덩어리와 같다. 개는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 문다. 허기가 가시고 포만감이 드는가 싶지만 식은땀과 뒤틀림과 발작이 곧바로 찾아온다. 끙끙 오랫동안 앓아야 한다. 그 시기가 지나면 또 한번의 고깃덩어리가 던져진다. 저것을 삼키면 식은땀과 뒤틀림, 발작이 틀림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뻔히 알면서도 또 덥석 문다.

우리는 왜 매번 그럴 수밖에 없는가.

  사랑을 뜻하는 스페인 말이 'amor'이다. 'mor'는 죽음, 'a'는 저항하다, 이다. 사랑은 죽음에 저항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 단어를 알고나서야 독한 불면과 눈물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이 거듭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우리들의 연애사이다.

 

 

 

 

2013년 봄. 소나무가 휘어져 있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한창훈

 

 

 

 

 

 

 

 

죽음에 저항하는 행위, 사랑.

섬마을의 갯바람 묻어나는,

날것 그대로 살아 펄떡이는,

그들의 연애사.

그 연애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세요... :)

 

한창훈, 『그 남자의 연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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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흐흐흣.

저는 요즘, 아주 가슴이 듕국듕국 하고 있어요.

막 노래가 절로 나오네요?

나는~ 가슴이~ 듕국거려요오~~♪ 당신만 아아세요오~~♬ (열일곱짤은 아니에요~~♩)

 

 

오늘 저녁에는 회사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소규모로 만든(완전 소규모. 인원 석 삼. ㅋㅋ) 중국문화 소모임, 그 첫 모임이 있고요,

마침 지난 주말부터 중국에 관한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거든요.

 

 

이 책을 먼저 읽은 이가 그러더라구요. 『중국 만리장정』 페이지 밑에 있는 자전거가 달려간다구요. ^^

그래서 책 읽으며 휘리릭 넘겨보니, 어머낫, 정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리는 자전거!! *-_-*

 

 

이 책 읽으며 제 마음도 그렇게, 중국을 향해 달렸네요...

가고 싶다, 듕국듕국...!!!

 

 

'상하이, 시안, 베이징, 중국 역사의 세 꼭짓점을 따라 달리는 4800여 킬로미터의 여정'을 마음으로 따라 달리며,

나 또한 중국에서 느꼈던 것을 책에서 만나 반가워하기도 하고(예를 들면, 이런 문장. "상하이에서의 운전방법에는 정주행 외에 좌우 양쪽에서의 추월, 급정거, 예측 출발과 부정 출발, 인도 침범, 무단 정차, 맨 가장자리 차선에서 좌회전 그리고 역주행이 포함된다." "상하이에서의 푸른 신호등은 가도 된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한번 가보는 게 어때? 아니면 가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일이야 하는 정도의 제안일 뿐이다." 크크, 제가 있던 도시에서도 길 건너기는 정말 무서운 도전이었지욥!!)

잘 몰랐던 중국의 모습을 알게 되어 신기해하기도 하고(예를 들면, 이런 문장....? "중국 여행의 팁인데 중국은 잘생긴 남자들이 친절하다." 이런 팁, 너무 재밌잖아요...!! ㅋㅋ)

여행에 관한 문장들 읽으며 마음이 촉촉해지기도 하고요(예를 들면, 이런 문장! "누구든 일부러 길을 잃지는 않지만 길을 잃으면서 여행은 깊어진다.")~!

 

 

이 책에는 '라오바이싱(老百姓)'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오는데요, '만리장정'에서 스친 중국 서민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제가 중국에서 머물 때 잠깐이나마 인연 맺었던 얼굴들도 떠오르고, 다시 그들과 복닥복닥 '중국인의 삶' 속에 잠시나마 녹아들고 싶은 생각도 간절해지고요...^^

 

 

이 책을 읽고는 그렇게 마음이 듕국듕국해져서,

내처 집어든 책이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예요.

중국이 한국의 어떤 것들을 오해하고 있는지, 왜 그런 오해들을 하는지 궁금증 절로 이는 제목!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제게, '너, 도대체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니?'가 된다고 할까요...?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책은 먼저 중국어로 중국에서 발간되고 뒤이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요,

언론이나 '-카더라 통신' 등을 통해서가 아닌, 중국 속에서 몸소 보고 경험한 중국의 이야기인지라,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싶은. ^^

이 책을 낸 동기를 이렇게 봐도 될까요?

"집은 이사 가면 되지만, 국가는 옮길 수 없다. 즉 이웃은 바꿀 수 있지만, 이웃 국가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에도 중국의 '길 건너기'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는 것! 크흐흐.

"중국에서 도로를 건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녹색등일 때 건너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건널 때 그들과 같이 길을 건너는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_-*)

 

 

처음 중국 갔을 때 꽤 황당하고 서글펐던(-_-;) 경험이 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어요!

"중국에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힘들다고 들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 하지만 처음 잔돈을 던지다시피 하는 종업원을 만났을 때는 꽤 놀랐다."

저, 저도... '돈을 왜 던져...?! ㅜ0ㅜ' 하며... 무섭고 서러웠던 기억이. -_-;;;

그렇다고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막상, 그렇게 잔돈을 받으니, 그것은 마음의 준비와 별개더라구요. 요즘도 그럴까, 궁금해서... 더더욱, 가고 싶다, 듕국듕국...!! (^^;;)

 

 

이렇게 두 권의 책과, 이따가 저녁에 있을 소모임 때문에,

듕국듕국, 쿵닥쿵닥, 듕국듕국, 쿵닥쿵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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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숙향전·숙영낭자전』을 읽다가

"무얼 보든, 무얼 읽든, 나는 개님 생각. ㅋㅋ"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http://cafe.naver.com/mhdn/52992)

 

크크, 오늘은,

무얼 보든, 무얼 읽든, 나는 개님 생각. 2탄. 크흐흐.

 

어젯밤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을 다 읽고 자서, 아침 출근길에 새로운 책을 들고 나와야 했어요.

앗, 뭐 읽지? 하고 책장을 휘익 둘러보다가 눈에 띈 책.

마를렌 하우스호퍼의 『벽』이에요.

 

 

몇 해 전에 사놓고는 (살 때는 분명히 재미있어 보여서 샀을 텐데) 왠지 손이 안 가서(^^;;) 거의 잊고 있던 책.

오늘 아침 "그래, 이 책이야!" 하고 얼른 빼들고 나온 것은, [동네출석부]에 달린 댓글 덕분.

 

Q. 오늘은 '세계 책의 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BEST 3) http://cafe.naver.com/mhdn/61176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정말 많은 책들이 나왔는데,

그때, 행운바다 님의 댓글을 보고 '오잉? 나는 사다가 읽지도 않고 있는 책인데, 베스트3로 꼽아주셨구나. 궁금하다!' 했더랬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드디어 『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호오ㅡ! 굉장한 흡입력으로 저를 끌어들이는 이 책...! 초반부터, 누군가의 '베스트3'에 꼽혀도 이상하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파박!!

 

어느 날 갑자기 화석으로 변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여자!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보낸 2년 6개월의 기록

 

1963년에 출간된 이 책은, 1980년대 초에 핵전쟁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일면서 재조명 받았다고 해요.

 

그 당시엔 어디서나 핵전쟁과 그 후유증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 때문에 후고는 산장에 식료품이나 여타 중요한 물건들을 비축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9)

 

 

그리고, 저자는 책에 개 '룩스'를 등장시킴으로써 저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았.........^^;;;

 

 

아, 또 폭트(폭풍트윗)를 하고 말았네요.

폭트를 부르는 '개(가 등장하는) 문장'...!

 

그렇습니다, 저는 무얼 보든, 무얼 읽든, 개님 생각... 개바보. *-_-*

(곧 애니북스에서 출간될 『죠죠의 기묘한 모험』 1권 표지 이야기도 잠깐 있네요!

크크, 1권 표지에 개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죠죠를 더더더 기다리고 있습니다.^0^)

 

 

그럼 오늘 아침에 만난 『벽』 속 '개 문장'을 옮기며.... 개바보, 물러가옵니다. *(-_-)*

 

 

나는 룩스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서 개를 안심시켰다. 룩스는 영리한 개여서 실제로 위로가 필요한 것은 내쪽이었다. 내 곁에 룩스가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18)

 

룩스는 오늘의 탐사에 지쳤는지 집 안으로 달려가 난롯가에 웅크리고 앉았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때면 늘 그렇듯 개는 조금 킁킁거리다가 금세 잠이 들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개의 재주가 부러웠다. 개가 잠이 들고 나니 그가 끊임없이 일으키던 약간의 소란함이 아쉬웠다. 어쨌거나 혼자 있는 것보다는 잠들어 있는 개라도 한 마리 곁에 있는 것이 훨씬 나았다. (24)

 

신기하게도 고양이는 나보다 룩스에 대한 의심을 먼저 거두었다. 개에 대해서는 더이상 겁을 먹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고양이는 이내 변덕스런 아낙네가 무뚝뚝한 남편을 대하는 것처럼 개를 대했다. 개를 보고 털을 곤두세우며 달려들다가도 개가 물러서면 그에게 다가가 옆에서 잠이 든 적도 있었다. (62)

 

룩스도 내가 오래 쳐다보면 시선을 돌린다. 나는 인간의 눈이 최면 작용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람의 눈이 너무 크고 반짝거리기 때문에 동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접시만큼 큰 눈이 나를 바라본다면 나라도 싫을 것이다. (63)

 

룩스는 나의 개였을 뿐만 아니라 나의 친구였다. 힘들고 외로운 세상에서 내가 가진 유일한 친구. 그는 내가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었다. 내가 슬픔에 빠져 있건 즐거움에 들떠 있건 나의 기분을 이해했으며 자신의 소박한 방식대로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고양이는 전혀 달랐다. 용감하고 강인한 동물이었다. 나는 고양이를 존경하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고양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었다. 고양이는 어떤 경우에도 나를 주인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룩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개는 주인에게 의존적이었다. 주인 없는 개는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동물일 것이다. 가장 악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개에게는 소중한 주인이 될 수 있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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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5-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이 졸업논문 주제였어요. 새록새록하네요.

원주 2013-05-21 15:27   좋아요 0 | URL
와! 이 책으로 졸업논문을 쓰셨군요! ^^
저는 얼마 전에 저렇게 추천 댓글을 만난 덕에, 이제야 펼쳐보게 되었어요.
여러 날에 걸쳐 읽고 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네요.^^

그렇게혜윰 2013-05-1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님 생각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원주님, 운전하는 녀자였어요? 우와~~~~존경심 생길라고 해요. 책이 표지를 바꾸면 더 좋겠네요ㅎㅎ

원주 2013-05-21 15:27   좋아요 0 | URL
가만 보시면,


보조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면허증은 있지만, 장롱면허 약 15년.....^^;;;;
 

저는 요즘 알론소 데 콘트레라스의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을 읽고 있어요.

 

1+1=야근, 골통+영웅=??

이라는 제목의 [편집자의 책소개]를 보고 진작부터 읽고 싶었으나,

이제야 펼치게 되었네요.^^

(편집자의 책 소개 보기 : http://cafe.naver.com/mhdn/58707)

 

책을 펼치면,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서문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담'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글을 통해 알론소 데 콘트레라스의 일생,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등을 이해하고 본문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이 서문 부분에서 '모험'에 관한 문장들이 유난히 가슴속에 깊이 들어와, 저는 잠시 '모험'이란 글자에 사로잡혔어요.

 

 


  진정한 모험가의 삶에 궤적이란 없다. 궤도를 따라가는 삶에서라면, 거의 어떤 것도 다른 것으로 대신하지 못하거나 무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즉 직업 때문이든, 무쇠 고집 때문이든, 천천히 오랜과정으로 죽 이어지는 삶에서는 그것에 낯선 것은 완전히 배제되고 이어질 길만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모험가의 소명은 그런 길을 따르지 않는다. 즉흥적인 삶이자, 작은 일화들로 나뉜 대서사시다. 짜인 줄거리가 아니다. 하나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거의 매일 죽는 삶이다. (34)

 

 

  모험가는 원래 충동적이다. 그는 성찰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찰이란 무엇일까? 미래를 자세히 상상하는 것 아닐까? 미리 경험하는 것 아닐까? 모험가의 대담성은 대부분 그가 자기 앞에 닥쳐오는 위험을, 특히 그 결말을 그려보지 않는 데서 나온다. (……) 모험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철없는 늙은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정답고 신선한 인상이다.

  이렇게 충동이야말로 모험가의 운명을 빚어낸다. 그의 삶은 충동적 정력에서 튀어나오며, 껑충껑충 이어지는 연속극 같다. 마치 메뚜기처럼. 무방비 상태로, 해칠 줄도 모르며, 아무런 고정관념 없이, 벌판 어디에 서 있다. 그러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돈키호테 같은 사지를 부르르 떨며 튀어오른다. 방법도 모르면서,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다시 뛰어내릴 때까지 허공을 날아오른다. 그러니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35)

 

아아, 저는 이 '모험'에 대한 구절들에서 '사지를 부르르 떨며'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는 모험이라는 것에 갑자기 마구마구 동경이 솟구쳤어요!

 

저는 '모험'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모험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 겁이 많아서...? 아니면, 귀찮아서. ^^;

늘 가던 길만 가고, 한번 입어보고 신어보고 편했던 옷과 신발만 주야장천 착용하길 좋아하며, 음식점에서도 먹어본 음식만 시키고, 읽어보고 좋았던 작가의 책 위주로 '안심'하고 구매하며, 물건도 써본 것을 재구매하는,

'안전빵'을 선호하는 스타일...^^;

 

일상의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도 요런데, 뭐 언제 한번 '모험'이랍시고 크게 충동적일 때가 있을 리가 없,

 

지는 않았네요... 과거를 곰곰 돌이켜보니.^^;;

잘 다니던(은 아니고, 잘 다니고 있지는 않았던) 대학을 3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때려치우고(ㅡ.ㅡa) 훌쩍 일상탈출을 한번 해보기도 했고, 해보기도 했고, 음, 이거밖에 없나봐요...;

아, 전 정말 모험가와는 거리가 먼 '안전가'(ㅋㅋ) 스타일....ㅡ.ㅡ

 

그런데 이 책 읽으며, 스멀스멀, 모험을 향한 욕망이 솟아 오르는 걸 느낍니다. 헙! (기합 넣는 소리...*-_-*)

 

푸른 언덕에~~ 배낭을 매고~~ 모험을 떠나고 싶네요~~~!! ^-_-^

 

 

 

그는 앞으로 나아갈 뿐, 그 길 위에 운명이 깔아 놓은 것에 책임질 일은 없었다. (29)

 

시의 정신은 모든 것을 혼동하는 모험 아닌가? (31)

 

어디든 예외는 있다. 어떤 부류의 한계를 벗어나고 뛰어넘는 사람이 없는 곳은 없다. (32)

 

그는 삶을 아끼지 않고 낭비하며 그저 되는대로 써버린다. 행동을 위한 행동의 열혈당원이다. (38)

 

_ 서문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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