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에, 『숙향전·숙영낭자전』을 읽다가

"무얼 보든, 무얼 읽든, 나는 개님 생각. ㅋㅋ"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http://cafe.naver.com/mhdn/52992)

 

크크, 오늘은,

무얼 보든, 무얼 읽든, 나는 개님 생각. 2탄. 크흐흐.

 

어젯밤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을 다 읽고 자서, 아침 출근길에 새로운 책을 들고 나와야 했어요.

앗, 뭐 읽지? 하고 책장을 휘익 둘러보다가 눈에 띈 책.

마를렌 하우스호퍼의 『벽』이에요.

 

 

몇 해 전에 사놓고는 (살 때는 분명히 재미있어 보여서 샀을 텐데) 왠지 손이 안 가서(^^;;) 거의 잊고 있던 책.

오늘 아침 "그래, 이 책이야!" 하고 얼른 빼들고 나온 것은, [동네출석부]에 달린 댓글 덕분.

 

Q. 오늘은 '세계 책의 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BEST 3) http://cafe.naver.com/mhdn/61176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정말 많은 책들이 나왔는데,

그때, 행운바다 님의 댓글을 보고 '오잉? 나는 사다가 읽지도 않고 있는 책인데, 베스트3로 꼽아주셨구나. 궁금하다!' 했더랬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드디어 『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호오ㅡ! 굉장한 흡입력으로 저를 끌어들이는 이 책...! 초반부터, 누군가의 '베스트3'에 꼽혀도 이상하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파박!!

 

어느 날 갑자기 화석으로 변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여자!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보낸 2년 6개월의 기록

 

1963년에 출간된 이 책은, 1980년대 초에 핵전쟁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일면서 재조명 받았다고 해요.

 

그 당시엔 어디서나 핵전쟁과 그 후유증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 때문에 후고는 산장에 식료품이나 여타 중요한 물건들을 비축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9)

 

 

그리고, 저자는 책에 개 '룩스'를 등장시킴으로써 저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았.........^^;;;

 

 

아, 또 폭트(폭풍트윗)를 하고 말았네요.

폭트를 부르는 '개(가 등장하는) 문장'...!

 

그렇습니다, 저는 무얼 보든, 무얼 읽든, 개님 생각... 개바보. *-_-*

(곧 애니북스에서 출간될 『죠죠의 기묘한 모험』 1권 표지 이야기도 잠깐 있네요!

크크, 1권 표지에 개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죠죠를 더더더 기다리고 있습니다.^0^)

 

 

그럼 오늘 아침에 만난 『벽』 속 '개 문장'을 옮기며.... 개바보, 물러가옵니다. *(-_-)*

 

 

나는 룩스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서 개를 안심시켰다. 룩스는 영리한 개여서 실제로 위로가 필요한 것은 내쪽이었다. 내 곁에 룩스가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18)

 

룩스는 오늘의 탐사에 지쳤는지 집 안으로 달려가 난롯가에 웅크리고 앉았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때면 늘 그렇듯 개는 조금 킁킁거리다가 금세 잠이 들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개의 재주가 부러웠다. 개가 잠이 들고 나니 그가 끊임없이 일으키던 약간의 소란함이 아쉬웠다. 어쨌거나 혼자 있는 것보다는 잠들어 있는 개라도 한 마리 곁에 있는 것이 훨씬 나았다. (24)

 

신기하게도 고양이는 나보다 룩스에 대한 의심을 먼저 거두었다. 개에 대해서는 더이상 겁을 먹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고양이는 이내 변덕스런 아낙네가 무뚝뚝한 남편을 대하는 것처럼 개를 대했다. 개를 보고 털을 곤두세우며 달려들다가도 개가 물러서면 그에게 다가가 옆에서 잠이 든 적도 있었다. (62)

 

룩스도 내가 오래 쳐다보면 시선을 돌린다. 나는 인간의 눈이 최면 작용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람의 눈이 너무 크고 반짝거리기 때문에 동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접시만큼 큰 눈이 나를 바라본다면 나라도 싫을 것이다. (63)

 

룩스는 나의 개였을 뿐만 아니라 나의 친구였다. 힘들고 외로운 세상에서 내가 가진 유일한 친구. 그는 내가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었다. 내가 슬픔에 빠져 있건 즐거움에 들떠 있건 나의 기분을 이해했으며 자신의 소박한 방식대로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고양이는 전혀 달랐다. 용감하고 강인한 동물이었다. 나는 고양이를 존경하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고양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었다. 고양이는 어떤 경우에도 나를 주인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룩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개는 주인에게 의존적이었다. 주인 없는 개는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동물일 것이다. 가장 악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개에게는 소중한 주인이 될 수 있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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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5-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이 졸업논문 주제였어요. 새록새록하네요.

원주 2013-05-21 15:27   좋아요 0 | URL
와! 이 책으로 졸업논문을 쓰셨군요! ^^
저는 얼마 전에 저렇게 추천 댓글을 만난 덕에, 이제야 펼쳐보게 되었어요.
여러 날에 걸쳐 읽고 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네요.^^

그렇게혜윰 2013-05-1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님 생각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원주님, 운전하는 녀자였어요? 우와~~~~존경심 생길라고 해요. 책이 표지를 바꾸면 더 좋겠네요ㅎㅎ

원주 2013-05-21 15:27   좋아요 0 | URL
가만 보시면,


보조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면허증은 있지만, 장롱면허 약 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