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의 로쟈님과 여러번 작가 김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과연 이사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다시한번 고민해보았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걍 흔하디 흔한 우리시대의 가부장"일뿐 별다른 감흥도 감동도 주지 못하는 작가라는게 나의 결론인데..그의 짧은 수필을 하나 옮겨보면서 코멘트를 달아본다..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핸드폰은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죽는다. 핸드폰이 죽는 소리는 가볍고 하찮다. 핸드폰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핸드폰이 죽을 때 내는 이 꼬르륵 소리는 대선사들의 오도송(梧道頌)보다도 더 절박하게 삶의 하찮음을 일깨운다. (핸드폰 소리로 삶의 하찮음을 일깨운단다. 역시 작가답게 감수성이 무척 예민하신분이군. 하는 생각과 함께 참 삶의 즐거움을 못느끼고 사시는 분이군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계속되는 뒷부분의 내용은 다 이 런 푸념의 연장일 따름이다. ) 핸드폰이 꼬르륵 죽어 버리면 나는 이 세계와 단절된다. 거리에서, 핸드폰이 꼬르륵 죽어버리면, 나는 문득 이제 그만 살고 싶어진다.(이건 솔직히 오바다. 그가 정말 핸드폰 꺼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죽고싶었다면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했다.) 내가 이 세상과 단절되는 소리가 이처럼 사소하다니. 꼬르륵....(핸드폰이 죽었다고 세상과 단절되지 않는다 절대로..이 역시 작가적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문장일 뿐이다.)

모든 '먹는다'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모든 포유류는 어금니로 음식물을 으깨서 먹게 되어 있다. 지하철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장면을 먹는 걸인의 동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이프런을 두르고 거위간을 먹는 귀부인의 동작은 같다. 그래서 밥의 질감은 운명과도 같은 정서를 형성한다. (밥을 으깨먹는 동작은 같을수있어도 맛의 차이는 존재한다. 이것 때문에 목숨거는 사람들을 보고 미식가 Gourmet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결코 자장면과 푸아그라(거위간요리)를 동일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 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진저라 나면 먹지 않으면 된다. 아무도 억지로 먹으라고 하는 사람 없다. 김훈은 역시 밥먹는 것도 밥을 먹게 하는 것도 일종의 의무감일 따름이다.  밥도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을, 먹기 싫으면 안먹을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하나? )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도 오바다. 배고프면 속이 쓰려도 아무생각 없이 먹게 되어 있다.  역시 작가적 상상력에서 나온 표현일 뿐이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쩌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이다. (결국 이게 김훈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근데 필사적?으로 밥벌이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자기가 그런걸 다른 사람도 그러리라고 상상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지나친 일반화라고 한다 )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저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 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다시 이야기하는데 밥먹기 싫고 밥벌어 먹이기도 싫으면 안 먹고 안 벌면 된다. 절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고 죽는 방법도 있다. )

예수님이 인간의 밥벌이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

(중략한다...손가락이 아프다.-_-)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이글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밥벌이는 밑도 끝도 없다. 그러니 이 글에는 결론이 없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자본주의라는 세계가 원래 그런것이다. 그는 반자본주의자란 이야긴가? 그도 아닌것 같다.그렇다면 증오한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나는 이른바 3D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본인 역시 그런점에서 현명하신 분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슨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도리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것 처럼 지겨운 밥벌이를 회피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있다. 아무리 봐도 김훈은 밥벌이를 지겨워 한다기보다는 즐기고 있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지겨워하는 척 하지만 말이다 그에게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그 의무감은 단지 말  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그래서 그보고 평범한 인간이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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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 저도 김훈 작가에 대해서 뭐랄까... 너무 젠 체한다는 약간의 선입관이 있어서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분명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무게잡는다는 듯한 느낌이랄까? 좀더 시간이 지나면 이문열처럼 되는 스타일이 아닌가 싶어 저어하는 작가 중 한 명이지요. 님의 코멘트 아주 인상적으로, 유쾌 상쾌 통쾌하게 잘 읽었습니다. :) 초면인데 실례는 아닌지 모르겠군요 ^^

yoonta 2007-04-1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님도 저랑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나만 그런줄 알았습니다. 은근히 반갑네요..^^

비로그인 2007-04-1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저야말로 엄청 반가웠어요. 저도 로쟈님 서재에 가보았지만, 뭐랄까 내공이 없으니 감히 껴들지는 못하겠고... 근데 그냥 느낌이 그런 걸 어째요. 김훈씨 책은 딱 한권 읽었는데 그것도 그렇고 뭐랄까... 적었지요. 포스트 이문열의 느낌 그냥 그것뿐이에요. 지나치게 과대평가 받는 느낌. 아마 저희말고도 다른 분들도 분명 이런 의견 가지신 분들 있을 거예요. 아무리 소수라도요 ㅎㅎ